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8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82)
―작염통? 그 불꽃을 뿜어내며 터지는 도구 말인가? 연금술로 만들어낸다는?
뭔 장난감을 떠올리는 듯한 낌새로 드라고니아가 되물었다.
그 낌새에 투란이 바로 반박한다.
‘몬스터 헌터의 도구라고! 장난감 아냐!’
―뭐에 쓰는데?
드라고니아가 세차게 되물었다.
투란의 대답은 바로 나올 수가 없었다.
‘나중에 얘기하자고, 지금 바쁜 거 몰라?’
구덩이를 정리했으니, 이제 슬슬 여기서 나가야 할 때 아닌가?
문장이 후끈거리는 것이 작은 티끌 같은 재라로 한 더미를 삼키는 짓은 쉽지 않다는 것이 느껴지는 듯했다.
―딴생각 신나게 할 수 있는 능력 있잖아! 그래서, 도대체 그 연금술로 만든 작염통으로 뭘 하는데? 화력이 세냐? 불이 오래 가기를 해? 드레이크가 콧김으로 잠깐 뿜어내는 불꽃만도 못하잖아, 그거!
드라고니아의 말은 확실히 투란의 대답을 더 궁핍하게 조였다.
그 탓인지 가슴이 조금 더 후끈거리는 느낌이 왔다.
‘나중에!’
하지만 투란은 드라고니아의 말에 귀를 닫고 블랙 애시의 상황에 보다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산만하게 뭉클거리는, 문장 속 풍경에서 하나로 엮여가는 블랙 애시의 파편과 티끌…….
‘응? 이게 뭐지?’
* * *
투명한 껍질에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티끌이 맞물리며 하나로 엮여가는 광경을 보면서 투란은 중얼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게 뭐지?”
―티끌이 모여서 형태를 갖추는가?
드라고니아도 뒤늦게 투란의 중얼거림에 보태고 있었다.
투란으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블랙 애시, 시커먼 재의 티끌은 결국 하나하나가 몬스터였다.
다른 품종이 아닌 한 가지 몬스터, 그러므로 그 에센스는 작은 티끌, 미세한 얼룩처럼 조그맣게 형성되면 그걸로 끝이어야 했다. 소용돌이가 저마다 다르다고 해도, 몬스터의 정수는 동일할 테니까.
한 품종의 몬스터가 지닌 정수, 에센스는 결국 하나로 통합되니까!
한데 지금 그 에센스가 작은 티끌이 뭉치고 얽히면서 새로운 무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제각각의 소용돌이가 투명한 껍질 위에서 제각각의 톱니바퀴를 그려내며 맞물리기 위한 제 짝을 찾아 움직였고, 점차 크게 뭉쳐들었다. 그러면서 에센스, 몬스터의 정수가 더 크고 넓은 형태를 갖추며 투명한 껍질 안에 기묘한 형상을 자아내고 있었다.
검고 단단한 덩어리 속에 붉은 핏줄처럼 불길이 번져가며, 결국 끈적하고 걸쭉하게 엉켜 들어간다. 흡사 검은 바위 속에 시뻘건 불길로 이뤄진 핏줄이 자리 잡는 듯한 몰골이었다.
“이게 뭐야?”
투란은 다시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고, 이제는 제대로 느낄 수가 있었다.
블랙 애시, 그 작은 조각들이 제멋대로 일으키는 소용돌이, 그 하나하나가 제각각 다른 특성을 지닌 에센스인 탓이었다. 그리고 그 에센스가 서로를 만나서 맞물리게 되면 보다 큰 형상을 만들어낸다. 지금 이 문장 속 풍경에서 그러고 있었다. 만약 이것이 투란의 심상 속이 아닌, 문장 속 풍경이 아닌 현실에서 이뤄진다면 대체 뭐가 된다는 것인가?
―모르겠다.
드라고니아도 이제 꽤나 당혹스러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치 이럴 리가 없다는 듯한 그 당황하는 기척은 투란에게 드라고니아가 이것과 닮은 뭔가를 알고 있기에 놀라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해볼까?”
* * *
―뭐? 뭘……!
제대로 놀란 소리를 내는 드라고니아였다.
투란은 입을 다물고 깊은 생각에 빠져들며 대답한다.
‘뭔가 짐작하고 있지? 그게 맞는지 아닌지는 너도 모르지만…… 나는 저렇게 맞물리고 뭉쳐서 커진 것이 어떤 몬스터를 의미하는가 알아야 하잖아. 뭔지도 모를 몬스터의 에센스로 변해버린 거니까. 잘라지거나 나눠지면 다른 형태의 몬스터로 변이해버리는 놈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어. 뭐, 그놈은 잘라진 조각을 따로 얻어봐야 원래 하나였던 모습은 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이 녀석은, 이 블랙 애시는 그게 가능한 거 같잖아?’
천천히 투란의 왼팔이 가슴 앞으로 올라갔다.
투란은 숨을 고르고 각오를 한 다음, 팔뚝 위로 블랙 애시가 맞물리고 뭉쳐서 이뤄낸 새로운 형상을 끌어냈다.
“앗, 아뜨, 뜨거!”
하지만 바로 비명을 토해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검은 조각, 붉은 핏줄 같은 불길이 팔뚝에 맺히는 순간 투란은 온몸으로 번져가는 뜨거운 소용돌이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 뒀다가는 바로 온몸을 재로 만들어 버릴 열기였고, ‘악마의 심장’이든 ‘작은 늪’이든 그 속에 휘말려 가는 순간에 증발하고 재가 될 듯한 뜨거움이었다.
투란이 이 열기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뜨겁지 않은 일부의 감각을 온몸으로 퍼뜨리는 것뿐이었다. 이 열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몸의 일부, 바로 팔뚝에 형성된 몬스터의 파편이었고 몬스터 엠블럼은 이를 투란의 온몸에 형성시켜 갔다.
곧바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번져갈 듯한 뜨거움이 사라진 것을 투란은 느꼈다.
그러나 열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단지 투란이 뜨겁다고 느끼지 않게 된 것일 뿐이다.
―젠장, 정말로…….
전혀 맞을 리가 없다 여긴 짐작이 맞았다는 듯, 드라고니아가 한숨과 한탄을 터뜨리는 듯한 소리도 곧장 투란의 뇌리에 스며왔다.
투란은 그 소리는 일단 옆으로 치워놓고, 먼저 몸의 상태부터 점검해야 했다.
‘검어?’
살갗을 타고 검은색조차 짙게 번져 있었다.
손끝에도 번져 있는 검은 색조를 보며, 손가락을 마주해서 문질러봤다.
뭔가 묻어나오거나 하는 느낌 대신에 딱 돌을 비벼대는 듯했다.
그리고 그 검은 색조로 변한 살갗 아래에 붉게 달아오르면서 꿈틀거리는 것, 그 붉은 것이 움찔거릴 때마다 검은 색조로 열기가 맹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마치 저 붉은 것을 덮고 억누르기 위해서 존재하는 듯한 검은색이 된 살갗, 바위처럼 돌처럼 단단하게 변해 있는 몸의 부분들…….
어느새 온몸에서 느릿하게 흐르는 듯하며 어디론가 뛰쳐나가고 싶어 하는 듯한 붉은 흐름을 투란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보고 듣는 감각과 다른 기묘한 감각, ‘악마의 심장’이 지각하는 방식과 또 다른 형태의 새롭고 묘한 감각이 이를 알게 해주고 있었다.
‘이건 마치…….’
어렴풋이 투란이 체내에서 유동(流動)하는 붉은 것에 대해 짐작하려 할 때, 투란의 발아래가 갈라졌다. 구덩이 바닥을 이루던 단단하고 검은 바탕이 갈라지며 시뻘건 틈새를 열어놓은 꼴이 되었다.
그 시뻘건 틈새는 계속해서 갈라지며 저편의 붉은 호수, 마그마와 똑같이 출렁거리는 광경을 만들어냈다. 뜨거운 연기가 뿜어져 나왔고, 확실하게 살을 익히고 피를 끓여 없을 듯한 열기가 투란을 덮쳤다.
투란은 껑충거리며 갈라진 틈새로 떨어지지 않으려 했지만, 연기와 열기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뜨겁지 않아, 냄새도 괴롭지 않아! 아니, 내 입에서 연기랑 냄새가 나가는 거잖아, 이거?’
이 현상에 대한 자각(自覺)은 금방 투란을 찾아왔다.
갈라진 틈새에서 올라오는 연기와 열기, 거기에 맞먹는 것이 지금 투란의 숨결을 따라 쏟아져 나가고 있었다. 마치 투란이 이 검은 바위 바닥과 얽힌 것처럼, 몸 안에 뜨거운 마그마가 흐르는 듯하잖나!
―마그마 로드 맞다.
‘으앗, 저거?’
드라고니아의 말과 함께, 투란은 갈라진 틈새가 저편으로 흘러가며 더 폭이 넓어졌고, 거기서부터 검은 송곳 바위가 여러 개 치솟는 꼴을 봤다. 뜨겁고 붉은 용암이 송곳에 맺힌 땀처럼 줄줄 흘러내리는 광경, 그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열기, 얽혀 맴도는 독한 연기가 보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숨통을 조일 듯했다.
그런데 저 건너 마그마의 붉은 호수에서 솟아난 것과 투란의 발아래에서 갈라진 틈새가 넓어진 쪽에서 솟아난 검은 송곳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투란 가까이 솟은 검은 송곳 여러 개는 그 삐죽한 끄트머리를 한곳에 모았고, 두껍고 큰 덩어리로 엉겼다. 그 덩어리 복판에서 괄괄거리는 듯이 뿜어져 나와 둥글게 뭉치고, 금세 뚝 떨어질 듯한 큰 방울처럼 맺히는 마그마의 흐름!
‘눈알?’
투란은 둥글둥글한 마그마의 방울을 보면서 그 안에 담긴 어떤 감각을 알아차렸고, 사람의 지닌 감각 중에 시각과 가장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데 마그마를 줄줄 흘려내는 검은 바위덩이가 뭔 시각인가?
‘내 흉내?’
어느 순간, 투란은 어깨와 가슴 언저리가 웅웅거리면서 검게 변한 채로 저 바위와 공명(共鳴)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 울림은 투란이 시작한 것이 아니라 저 솟아난 검은 송곳이 뭉친 바위가 시작했다. 마치 투란에 대해 알고 싶어 하듯 울었고, 투란의 몸이 거기에 반응해서 알려주는 듯했다. 그 결과가 저 붉고 뜨겁게 달아오른 용암의 방울, 마그마로 된 눈알처럼 보이는 형상!
이 깨우침은 즉각 투란을 반응하게 했다.
투란은 두 발을 힘을 줬고, 발아래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앙!
여운이 남는 소리가 뒤따라오는 것을 느끼는 순간, 투란은 뒤로 세차게 몸이 튕겨나가는 것을 느꼈다. 저 마그마의 눈알에서 멀어지는 방향이 맞기는 했는데, 어째서 몸이 십수 미터를 튕겨져 투석기에서 쏘아진 돌처럼 날아가는가? 대체 발아래에서 뭐가 터졌나?
‘발은 멀쩡한데!’
혹시나 해서 날아가는 와중에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채로 내려다봤지만, 발이 터지거나 발목이 부러지거나 하지 않았다. 검게 변한 살갗 틈새로 붉게 출렁대는 핏줄이 보일 뿐이다! 엄청나게 밝고 붉게 빛나는 기괴한 핏줄은 흡사 달아올라 흐르는 쇳물, 저편의 마그마 빛깔처럼 느껴졌다.
쿵, 데굴데굴.
등짝부터 바닥에 떨어져 내렸고, 돌과 돌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투란은 뒤로 굴러야 했다. 그 와중에 투란은 자신이 현재 한 가지 몬스터의 힘만을 끌어내는 중이란 점을 실감했다. 마찰음과 함께 몸을 긁어오는 단단한 돌바닥을 부스러지게 하는 검은 색조의 단단한 살갗…… 그 살갗 속을 채우고 흐르며 간간이 붉은빛으로 밝게 달아오른 핏줄, 힘줄을 드러내는 몸 상태.
‘블랙 애시가 뭉쳐서 대체 뭐가 된 거야?’
투란이 의문을 던질 때, 드라고니아가 울컥한 낌새로 우렁찬 소리를 투란의 뇌리에 꽂아 넣는다.
―마그마 로드라고!
‘그래, 저거잖아!’
귀에다 대고 소리를 질렀다면 귀청이 떨어져 나갔을 거라고 진심으로 느끼면서 투란은 마그마 방울이 찰랑거리며 자신을 노려보는 광경을 다시 쳐다봐야 했다. 과연 저것이 투란을 곱게 놔줄까?
우웅, 웅.
몸이 격하게 울리는 느낌 속에서 투란은 저 녀석이 재미있어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녀석은 지금 투란의 팔다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떻게 투란이 방금 뛰어올랐는지 알고 싶어 하고 있었다. 그 방법을 안다면, 투란과 공명하는 이 울림을 통해 알아낸다면…….
‘안 돼!’
투란은 문장에 집중했고, 정적을 불러냈다.
보이드의 힘이 즉각 반응했고, 투란의 몸을 감쌌다.
울림이 멈추고, 공명이 멎었다.
순간, 투란의 몸을 잡아먹을 듯한 강렬한 파동(波動)이 밀려왔다.
바람도, 물도 아닌 격렬한 땅의 파동이었다.
물질의 형태가 아닌 순수한 힘의 파동이었고, 투란이 끊어버린 공명을 다시 잇기 위해서, 마치 투란에게 왜 더 울지 않느냐고 따지려는 듯이 밀려든 파동이었다.
이 힘이 투란에게 머리에서 발끝까지, 몸의 살점 한 조각을 놓치지 않고 느끼게 했다. 단단하고 강인한 암석(巖石)처럼 변한 몸과 그 안을 핏줄이나 힘줄처럼 차지한 채로 느릿하게 흐르는 뜨겁고 붉은 마그마!
몰아닥친 파동에 투란의 몸은 저절로, 당연하다는 듯이 호응하고 싶어 했다.
투란의 의지가 더욱 강렬하게 문장을 두드렸고, 보이드의 힘은 이 파동조차도 흘려 삼키면서 공명을 막았다.
덕분에 투란은 더 멀리, 더 빠르게 튕겨나가야 했고 멀리 굴러가야 했다.
마그마의 호수가 요동치고, 검게 채색된 단단한 암석의 지형(地形)이 꿈틀거리며 변화한다는 것을 뒤늦게 투란이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꽤나 먼 곳의 푸른 이끼 위를 구를 때였다.
치이이이이.
이끼가 머금은 물기가 모락모락 김을 뿜어냈고, 푸른색이 누렇게 변하며 순식간이 이끼가 마르며 누런 흙바닥이 드러났다.
키익, 터텅.
돌은 투란과 마찰하며 속이 빈 듯한 소리를 냈다.
한쪽에는 뚜렷한 흔적을, 한쪽에는 그저 긁힌 흔적을 남기는 채로 구르다 멈춘 투란은 겨우 몸을 일으켜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