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03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03)
콰아― 콰릉, 콰아아앙!
폭음(爆音)이라고 여겨지는 강렬한 충격이 투란의 정신을 덮쳐왔다.
“으앗? 어?”
투란은 황금 고리를 내려다보며, 자신이 하늘에서 그 고리 안을 들여다보는 상황을 깨달았다. 저 폭음에 놀랐고, 붉게 피어난 마그마의 홍수(洪水)가 자신을 덮친다고 느낀 그 순간, 거기에 휩쓸리는 것이 몬스터 로드의 폭동(暴動)이 되어 자신이 미쳐 날뛸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천장의 황금 고리 너머로 회피했다!
그 결과, 아늑한 하늘에서 저 고리 안의 작은 풍경을 내려다보는 상태가 되었다?
‘헤에…… 이렇게 하는 거구나.’
깨우침은 작은 고리가 되어 이어졌고, 투란은 황금매의 문장을 품은 채로 어떻게 몬스터의 폭동을 피해서 미쳐 날뛰지 않을 수 있는가를 알아차렸다.
이 아늑한 하늘, 여기에 마음을 두면 된다!
이 높고 넓은 하늘에 정신을 담아두면 된다!
좋은 것을 알아냈기 때문에 잠깐 즐거워하던 투란의 마음은 곧 왜 자신이 이렇게 되었는가를 되짚어가며 생각해야 했다.
시작은 분리된 채로 따로 노는 에센스, 블랙 애시의 정수를 담고 있는 육각의 구멍 아래를 열고 더 크고 거대한 구덩이 한 곳에 몰아넣으려 했던 생각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어째서 이 풍경을 뒤흔드는 폭음과 함께 하마터면 폭동을 일으킬 상황에 몰려야 했던가?
투란의 마음이 하늘에 머무는 채로, 고리 너머를 향했다.
블랙 애시의 에센스를 모두 모은 울타리, 곧게 뻗은 선으로 상상했던 것이 안에서 흘러나오는 힘에 밀린 듯이 부풀며 휘어진 선이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한쪽 귀퉁이가 터진 것처럼 삐죽거리는 선이 네 곳에서 하나씩 뻗어나오며, 조금 묘한 마름모의 꼬리처럼 보였다. 네 개의 꼬리가 삐죽거리는 모서리가 휘어진 마름모…… 넘쳐나는 용암의 찰랑임에 잠긴 채로도 거기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울타리였다.
꼿꼿하게 올곧게 뻗은 채로 마그마를 가두는 울타리를 상상하고 기대했는데…….
묘하게도 그렇게 된 울타리 모양이 어딘가 투란에게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보였다.
더 다른 것을 더할 필요가 없고, 저대로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곧 투란이 마음에 깊이 드리워졌다.
블랙 애시를 가둔 틀로서, 마그마 로드를 한정시킬 수 있는 진정한 울타리로!
그 속을 가득 채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벌집의 무늬, 그 아래에 가득 채워진 붉게 찰랑이는 형상…….
투란은 뭉클거리며 연상되는 그 형상에 대해 의아함과 함께 설렘을 느꼈다.
곧 넘쳐나다가 잦아드는 마그마를 향한 관찰이 더 깊어졌다.
‘서로 갉아내고 으스러뜨리는 건가? 하지만 불꽃이 되어 사라지지 않아…… 그렇게 못하지. 그래서 녹아내려? 아니, 소용돌이……?’
쉴 새 없이 격돌하며 변화하는 블랙 애시의 정수, 마그마의 혼돈 속에 갇힌 듯이 보이는 몬스터의 정수가 서로를 향해 달려들며 변화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통해 투란은 블랙 애시가 얌전한 검은 얼룩처럼 마그마의 표면에서 찰랑이다가 느닷없이 엉기고 불티를 휘날리며 불꽃을 피우다가 터져 나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고, 마그마 속에서 변해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불길이 걸쭉해지고, 엉겨 붙으면서 쇠처럼 녹아 흐르는 듯한 형상이 되어 간다…… 마그마의 형상이 더 짙고 늘어난다!
어느덧 벌집무늬 아래로 마그마라 가라앉고 있었다.
조금 전, 바로 투란을 덮쳐 삼키려 했던 마그마가 목표를 잃고 잠잠해지는 듯한 광경이었다. 이제는 그저 얌전하게 블랙 애시를 휘감으며, 자신의 크기와 양을 늘리는 데 집중이라도 하는 듯…….
저 마그마의 범람이 피하기 위해 투란을 반사적으로 이 고리 너머의 하늘에 마음을 옮겨뒀고 정신을 지켜냈다. 황금매의 문장에 담긴 본능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셈이었다.
이제 마그마는 그 범위를 넓히지 못한 채로 가라앉는 형세(形勢)인데…….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가?
투란의 마음이 조금 전 상황을 조금 더 깊이 되새겨갔다.
그 시작, 이 상황의 원인은 오래된 이야기를 기억해내자마자 바로 이 풍경 속에 적용한 탓이었다.
“구멍을 두 개 파는 거야.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다른 구멍 쪽에서 보이지 않는 정도는 유지하는 게 좋아. 그리고 구멍 아래를 서로 닿게 굴을 파놓지! 맞아, 그 굴로 들어가는 입구가 둘인 것처럼! 그러면 양쪽에 빠진 놈들이 아래 뚫린 굴에서 만나서 한 놈 뒈질 때까지 싸우게 되지! 으하핫!”
몬스터끼리 싸우게 하는 함정을 어찌 만드냐고 누가 묻는 말에 저런 대답을 했던 몬스터 헌터가 있었다. 함정을 파서 골치 아픈 마수랑 몬스터를 한꺼번에 사냥했다고, 왕끗발 한몫 잡았다고 좋아라 하던 때였다. 그야말로 한탕 크게 벌었기에 좋아라 하는 몬스터 헌터였던지라 자랑도 하면서 저렇게 떠들었다.
상당히 안정적이지 못한 방식이었고, 운이 따라야 하는 방법이라고…… 결국 아주 냉정한 판정이 헌터들 사이에 오갔다. 어떤 몬스터의 경우에는 아예 구멍 속에 가둔다는 상황부터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투란은 블랙 애시의 정수를 담고 있는 일그러진 육각형의 구멍을 모아둔 울타리를 더 두껍고, 튼튼하게 상상했다. 상상은 곧 염원이 되었고, 커다랗게 네 개의 선이 그어져 맞물리면서 블랙 애시의 구멍들을 더 조이듯이 뭉치게 했다. 일그러진 육각형의 모서리들이 더 심하게 구겨지는 모양이 되었으며, 담긴 블랙 애시의 정수가 조금 더 넓은 구멍을 파기 위해 반응하도록!
그다음에 저 이야기대로 해봤다.
‘좋아, 너희는 어쩔래…… 서로 잡아먹을래, 아니면…….’
정신을 가다듬으면서, 투란은 새로 상상하고 염원했다.
블랙 애시가 담긴 그릇의 밑을 모두 빼는 상상을 품은 것……!
그 결과는 벌집무늬 속에서 터져 나오는 마그마가 투란의 정신을 잡아먹겠다고 덮친 상황이었다.
그다음에는…….
‘너무 얕았어.’
작은 반성, 살짝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구멍의 깊이가 낮으면, 몬스터나 마수는 단숨에 그걸 박차고 뛰어오를 수가 있었다. 굳이 아래로 연결된 굴속을 헤매며 또 다른 구멍을 통해 갇힌 놈과 툭탁대며 다툴 필요가 없다. 때문에 굴로 이을 두 구멍은 아주 깊이 파거나 한번 빠진 놈이 뛰쳐나올 수 없도록 미리 철저한 대비를 해놔야 했다.
조금 전에 투란에게는 그런 대비가 부족했다.
블랙 애시의 정수가 저마다 작은 구멍이었기에 그 바닥을 열고, 한층 더 깊은 아래를 만들어 블랙 애시가 서로를 마주하게 한 것…… 이를 통해 블랙 애시가 마그마 로드로서 짜일 길을 열려 했다. 한데 그 깊이가 얕은 탓에 블랙 애시는 끓어오른 마그마의 형상으로 먼저 투란을 덮쳤다!
그대로 마그마의 폭동이 될 뻔한 것을 겨우 피한 셈인데…… 투란은 자신이 선택한 방법이 옳았다고, 아주 크고 넓게 결론 내릴 수가 있었다. 블랙 애시가 결국 용암의 형상을 뿜어낸 것이므로!
그러니, 이제 겨우 시작인 셈이었다.
‘천칭’의 보이드는 저마다 작은 톱니가 되어 주고, 알아서 서로 맞물릴 수 있는 형상을 찾아가도록 유도했다. 황금매가 그럴 수 없다면, 강제로 맞닥뜨리고 부딪히게 한 다음, 투란이 이를 관찰하고 포용하며 엮이도록 유도해야 했다.
저절로 되는 듯했던 것을 구경하던 것과 아주 다르게, 보다 적극적으로 투란이 나서서 손을 쓰는 꼴이었고 꽤 위험한 시작이었지만…….
‘더 깊이, 더 넓게!’
투란은 물러설 마음이 전혀 없었다.
몬스터 엠블럼이라면, 자신의 염원에 호응할 것이므로!
아니라면…… 진정한 몬스터 엠블럼, 투란의 ‘천칭’이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므로!
투란이 지닌 몬스터 로드의 문장은 절대로 투란을 배신하지 않으니까!
고리 너머에서 황금빛 색채가 더 짙어졌다.
벌집무늬가 보다 선명해졌고, 울타리도 느릿하게 가라앉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그마를 형성한 영역이 더욱 깊어지며, 저 아래에서 아주 넓어지고 있었다.
투란은 다시 고리 아래로, 황금으로 이뤄진 반구형의 풍경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제는 제대로, 마그마를 낳고 있는 블랙 애시의 정수가 모인 울타리 안으로 투란의 정신이 뛰어 들어간다.
‘나사못?’
얼마나 지켜봤을까, 얼마나 집중했을까.
이 풍경 속에 몰입한 자신의 시간을 투란이 잊을 무렵, 블랙 애시의 정수가 새로운 형태가 되며 서로 맞닥뜨리는 것이 보였다. 그 새로운 형태는 어떻게 보든 투란에게는 나선의 홈이 파인 못, 나사못이었다.
목공(木工)의 재간이 부족한 녀석들이 나무를 맞물리게 하려고, 그냥 못보다 더 견고하게 나무를 맞물리게 하려고 사용하는 못이 바로 나사못이라 했다. 심술쟁이 샤오덴 할배가 말이다.
하지만 여기는 나무가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나사못, 그런 형상으로 변한 블랙 애시의 정수…… 이제는 블랙 애시보다 마그마 로드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에센스의 본질뿐이었다. 황금의 속을 파낸 듯한 깊은 아래편을 가득 채운 채로!
‘볼텍스?’
지켜보는 와중에 투란은 문득 새로운 감각을 느꼈다.
시커먼 오러 몽거, ‘어비셜 볼텍스’의 오러를 뿜어내며 온몸을 구성해낸 몬스터.
드라고니아가 너무 위험한 놈이라고, 결국은 수백 년에 걸쳐서 터진다고 실토했던 심장을 잃은 몬스터…… 그 때문에 형상을 이뤄내면 꼼짝도 할 수 없을 뿐인 투란의 몬스터.
나사못의 에센스는 그런 볼텍스와 닮았다.
단단하고 거칠게 서로 맞물리려 하는 점이 완전히 다르지만…….
그 맞물림이 어긋난 채이면 불티를 휘날리며 불길을 뿜어내고, 폭발하더라도 흩어질 수 없는 이 풍경 속에서 겨우 갖춰진 나사못의 형상이 끊임없이 회전하며 서로 엮이려고 치열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투란에게 오러 몽거의 볼텍스를 떠올리게 하며…….
‘심장이 없는…… 필요 없다?’
끊임없고 쉴 새 없이 지켜본 탓인가, 새로운 관점이 투란에게 피어났다.
만약 이것이 어비셜 볼텍스의 오러였다면, 저 나사못이 그런 역할을 한다면 과연 이 마그마는 오러 몽거의 형상이 될까? 투란이 움직일 수 있는 마그마로 이뤄진 오러 몽거가 될까?
카르르르―!
거친 음향이 새삼 투란의 정신을 울렸다.
작고 동그랗다가 나사못이 된 블랙 애시의 정수, 나사못의 형상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마치 투란의 생각을 받아들인 듯, 그대로 시도해본다는 듯!
결과는 금방 드러났다.
‘길고, 굵고, 더 강해지는데…… 안 되네.’
마그마로 이뤄진 오러 몽거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크고 굵어진 나사못이 서로 맞물리고 엇갈리는 틈새로, 보다 작은 나선의 흐름이 생겨나며 새롭게 작고 여린 나사못이 생겨났다.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 작고 여린 나사못은 금세 마그마의 흐름 속에서 검은 티끌이 되며 터졌고…….
‘어?’
투란은 새로운 블랙 애시가 나타났다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투란이 오래 기다렸던 순간이 찾아온 것을, 황금매의 문장이 바로 반응하며 알려줬다.
‘저거다!’
어떻게 마그마 로드의 활동 영역에 블랙 애시가 나타나는가, 어째서 마그마 로드의 파편이 독립된 몬스터처럼 웅덩이 속을 채우고 바람결에 흔들거리고 있었던가. 왜 마그마 로드의 거대한 형상 속에 함께 하지 못하는 꼴이었던가!
‘천칭’이 어떻게 그런 블랙 애시를 하나로 엮어 마그마 로드의 에센스를 구성(構成)하는 데 성공했던가!
투란의 기억이 선명해졌고, 어렴풋이 느꼈던 모든 것이 하나로 뒤엉기며 엮어졌다.
카르륵! 워어엉!
황금의 공동(空洞)이 울리고, 거친 굉음(轟音)이 투란의 정신과 공명(共鳴)했다.
저절로 마그마 로드의 본질과 어우러지는 감각 속에서 투란은 자신이 추측했던, 예상했던 블랙 애시의 성질, 그 특성에 대한 판단이 맞다는 것을 확인했고…… 환희(歡喜)를 터뜨릴 수 있었다.
‘천칭’처럼 부드럽게 그 특성과 성질을 드러내며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는 없었다.
황금매는 거칠게, 본능적으로 투박하며 사납게 마그마 로드의 정수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제멋대로이고, 생각 없이 마구 각자의 형상을 있는 그대로 밀어붙이는 그 고집스럽고 엉망진창인 특징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며!
그 때문에 보다 더 크게 투란을 웃게 하며!
“아아아하하하!”
* * *
“우아하하핫!”
콰르릉!
입에서 흘러나간 웃음은 주변을 울리는 굉음이 되어 퍼졌다.
번쩍 뜨인 투란의 눈동자는 붉은 구슬처럼 빛이 났고, 그 구슬을 담고 있는 껍질이 되는 살갗과 눈꺼풀은 모두 검고 울퉁불퉁한 암석의 광택을 뿜어냈다. 붉고 뜨거운 용암의 줄기가 맥동하며 검은 암석 속을 가로지르며 뛰놀며, 힘줄과 핏줄이 되어 주었다.
“하하…… 하?”
투란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기둥, 그 속에 자신의 눈동자와 똑같이 붉고 뜨겁게 빛나는 커다란 눈알을 마주하며 웃음을 겨우 멈출 수가 있었다. 기둥은 투란의 주변에 여러 개 솟아 있었고, 기둥 하나에 눈알은 여러 개가 박혀 있기도 했다.
그리고 주변은 용암의 호수, 어느새 투란이 숨어 있던 흙집은 용암 호수의 중심부로 옮겨진 채였다!
“하아.”
웃음이 한숨으로 마무리 지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