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0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08)
하아앗!
강렬한 입김은 지독한 유황냄새를 뿜었고, 시뻘겋게 달아오른 입술과 입 안쪽에서 불길과 함께 검은 암석이 검은 재를 뿌리며 뿜어져 나왔다. 시작은 사람 입 크기의 작은 대롱처럼 보이던 검은 암석은 확대되었고, 길어졌다.
꾸에?
투란이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괴물이 느닷없는 상황에 놀란 소리를 낸 다음에 그 대롱 속에 바로 휘말려 들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뼈와 살을 분쇄하는 소리와 함께 대롱이 그 끝을 매듭짓듯이 닫아 버렸다.
지글거리고 파삭거리는 소리가 투란의 입에서 흘러나온 대롱, 위아래 이빨을 입구 혹은 마개 삼은 듯한, 괴물 한 마리를 삼킨 작은 동굴에서 거칠게 울려 나왔다. 덩달아 투란의 얼굴, 목, 가슴 주변에서 이글거리는 붉은 줄기가 선명하게 돋아났고, 배꼽을 중심으로 모여들며 힘줄과 핏줄로 엮인 무늬처럼 자리 잡았다.
화아!
붉은 줄기의 주변으로 곧바로 검은 바탕이 채워지면서 투란의 주변으로 불티와 검은 재가 엷고 얇게 번져 나갔다.
어느새 투란은 머리카락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른 채였고, 검게 패인 살갗 사이로 붉은 줄기가 맥동하고 있는 듯한 이상한 모습이 덧씌워진 꼴이 되었다. 그 상태로 잠시 투란은 자신을 관망(觀望)했다.
‘그림자 마법이라더니…… 꽤 이상하네.’
멀리서 누군가 엿보는 것을 막아낸다, 가까이 다가와 직접 그 감각이 닿는 거리가 되어서야 비로소 마법의 보호를 받는 자를 볼 수 있다, 그림자 마법―섀도우 베일은 그런 야릇한 구성을 지닌 제2 계층의 마법이었다. 황금매의 문장이 보다 강대한 몬스터를 삼키고, 그로 인해 마력의 용량이 이전보다 압도적으로 증가할 경우에나 겨우 문장의 주인에게 드러나는 형식으로 이뤄진…….
그리고 그런 제2 계층의 주문이 드러나면서 배틀 그림모어 역시 다음 단계의 지식과 경험을 드러냈다. 망령 또한 황금매의 문장을 사용하면서 제2 계층을 확실히 넘어섰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처럼!
한데 배틀 그림모어는 이 그림자 마법, 그 주문을 아주 특별하게 다루고 있었다.
이 주문이 그 유래부터 독특했고, 황금매의 문장에 그림자 마법의 주문은 단 둘뿐이며 그 응용범위가 아주 넓다는 때문이었다.
‘아빈가의 요정이랑 다른 요정의 전승인가.’
고대(古代) 전승(傳乘)을 잇고 있는 어느 요정의 일족을 통해 겨우 세상에 남아 있는 마법이었으며, 그들과 특별한 사연을 지닌 마도사가 우연히 얻어낸 주문이라는 유래…….
처음 주문을 걸기 위해서는 꽤나 높은 마력과 복잡한 구성을 실현해야 하지만 일단 마법이 시작되고 나면, 아주 적은 마력을 주기적으로 채워 넣는 것만으로도 거의 반영구적으로 지속되는 특이성…….
마법에 대해서 얻어들은 소문이 고작인 투란에게도 뭔가 이상한 이야기였다.
주문을 시작하기 위해 들어간 마력의 용량이 제2 계층에 속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채워 넣어야 할 마력은 아케인 포스로 아주 잠깐 숨결을 고르는 정도면 충분하다니…… 효력이 사라진 주문을 다시 작용시키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하거나 아주 복잡하게 만든 시료(試料)를 사용해야 한다는 몬스터 헌터의 상식에서 꽤 벗어난 조건이었다.
‘희한한 감각이네, 이거.’
거기에 무엇보다 이 섀도우 베일을 지속시키는 과정에서 시전자, 주문을 시작하고 지속하는 주체가 되는 자는 그림자의 감각을 획득한다는 것이다. 배틀 그림모어가 주의 깊게 전하는 기록은 바로 그 그림자의 감각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 감각을 갖추고 나서야 황금매가 지닌 또 하나의 그림자 마법이 발동한다는 점도 있지만…… 다른 마법과 다르게 지속적으로 통상의 감각 범위를 넘는 영역까지 감지하는 능력이 되어주고, 집중할 경우에는 자기 자신을 통찰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고 말이다.
투란에게는 어째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데 집중까지 해야 하는지, ‘오버시어’의 주문으로도 넉넉하지 않은가 하는 의문부터 품어야 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 투란은 느끼고 있었다.
그림자의 감각―섀도우 센서라고 친절하게 배틀 그림모어가 마법사의 표현까지 동원해 가며 지적한 감지 능력이 어떻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지!
마그마 로드의 힘을 꺼낸 지금, 몸의 주변을 휘날리는 불티와 재, 입을 뿜어내듯이 해서 만들어낸 포식 방법 따위가 주변의 정황과 어떻게 엮이고 있는가를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마그마 로드의 거칠고 투박한 지각능력과 비교하면 꽤나 섬세했고, 아주 독립적이었다. 투란의 상태랑 무관하게 그림자의 감각이 주변을 통찰하게 해준다. 이는 자신이 보는 것이 아니라, 누가 본 것을 자신이 고스란히 바라보는 듯한 기묘한 느낌이었다.
덕분에 투란은 지금 살살 새 나가는 마그마 로드의 힘을 보다 더 세게 억누를 수 있었고, 지금 삼켜서 배 속으로 당겨 녹여버린 괴물이 몇 마리 더 기어오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투툭, 투득!
땅을 가르고 불쑥 튀어나온 두 마리가 벌레 같은 하반신을 한껏 펴고, 투란을 향해 입을 연 채로 두 손을 한껏 휘두르며 달려들고 있었다. 이빨이 드러난 입 위로 뚫린 구멍으로 은근히 콧물이 휘날리는 꼴이 어딘가 조금 전에 잡아먹힌 동족의 상태에 대해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뭐, 몬스터가 괜히 몬스터냐.’
투란도 신경 쓰지 않고 다시 가슴을 펴며 두 팔을 벌린 채로 또 입을 열었다.
느닷없이 투란의 입에서 이빨을 지닌 큰 대롱―거의 작은 동굴 구멍이라 할 형상이 튀어나왔고 다시 두 마리 괴물을 삼켰다.
화아아―!
이번에는 동굴 속의 열기가 처음보다 몇 배나 강했다.
대롱이 이빨을 맞물린 순간, 두 마리 괴물은 그대로 녹았다.
불타고 익혀지고, 숯이 되는 그런 과정과는 무관하게 그냥 녹아흐르는 상태로 마그마의 일부가 되어 투란의 배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투란은 이 녀석들이 벌레 모양의 반신을 흔들면서 뭔가 기묘한 울림을 일으키는 것을 느꼈다. 그림자의 감각에 미묘하게 걸려든 그 울림은 마치 누군가에게 호소하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목표가 딱 투란의 몸 안쪽으로 지정된 듯했다.
‘뭐지?’
투란은 갸웃했다.
막상 뭔가 배 속으로 스며들어서 문제를 일으켰다면 몰라도, 그냥 꼬리가 바르르 떨리다가 만 듯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이 녀석들은 마그마 로드의 배 속에 뭔가 저지를 정도는 아니라는 듯!
그림자 마법의 감각이 아니었다면 그런 울림이 있었는가도 모르고 넘어갔을 뻔했다. 하지만 알았다고 해서 별일이 없었으니, 투란이 더 관심을 둘 필요가 없잖은가?
게다가 그림자의 감각은 투란으로부터 대략 40여 미터 쪽으로 스며오는 땅울림을 새로 포착해주고 있었다. 그 땅울림으로 인해 주변이 부산해졌고, 조금 전에 투란에게 먹힌 것과 비슷한 기척을 가진 녀석들이 바로 멀리 달아나는 것도 함께…….
투란은 일단 몸을 낮추고, 거의 앉은 듯한 자세로 기다렸다.
저 땅울림은 점점 커지고 있었고, 그 방향은 투란의 앞쪽 10여 미터 간격을 둔 채로 스쳐 갈 뭔가가 다가오는 예고였다.
‘이 정도면 바인(Vine)도 쓸 수 있을까?’
문득 그림자 마법의 두 번째 주문, 황금매가 지닌 나머지 하나의 주문에 대해 떠올리면서 투란은 묵묵히 기다렸다. 그리 빠르지는 않지만 저 땅울림을 일으키는 것들은 하나가 아니었고 꽤 큰 덩치였다. 그런 것들에게 10여 미터는 생각보다 짧은 간격이었다. 그렇다면 섀도우 바인, 그림자를 통해 일시적으로 상대를 묶는 넝쿨 밧줄의 주문을 써서 잠깐 여유를 얻을 필요도 있잖을까?
다가오는 땅울림을 살피면서 투란은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마침내 땅울림을 일으키는 것들이 감각의 영역 안으로 뛰어드는 것을 알았다.
퍼어엉! 퍼억!
“엥?”
갑작스럽게 고요한 풍경을 깨뜨리듯이 일어난 폭발과 타격의 음향이 투란을 놀라게 했다. 저리 쿵쾅대는 녀석들이라면 굳이 그림자의 감각이 아니더라도 이미 소리를 듣거나 저 흔들거리는 숲과 늪 사이의 경계를 보며 알아야 했다.
그런데 그림자의 감각에 집중한 탓에 투란은 저걸 모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고 있다고 지금 놀란 것이다.
‘아, 이게 그 경고하던 상황이야?’
배틀 그림모어에서 그림자 감각에 지나치게 빠져들면, 실제 감각이 가끔 둔해질 때가 있다고 주의하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림자 감각이 환각처럼 작용해서 실제 감각을 혼란스럽게 한다고!
하지만 그런 환각 같은 부작용이 있다 하더라도, 일단 어느 거리 안쪽으로 들어온 상대에 대해서는 아주 정교하게 파악하는 능력이며 다른 원인의 환각을 배제해주는 효과도 있으니 적절히 사용하라고 말이다.
‘이런 건…… 겪지 않으면 뭔 소리인지 알 리가 없잖아.’
한숨을 쉬고 싶은 기분을 억누르며 투란은 느닷없이 그림자 감각의 영역으로 뛰어 들어온 덩치들, 아직은 나무 사이로 가려진 채인 녀석들을 살펴야 했다.
퍼억! 퍼엉!
찰싹거리는 소리가 몇 백 배로 부풀린 듯한 타격, 뒤이어 커다란 불꽃을 휘날리는 폭발이 나무를 박살내며 풍경을 지우듯이 울렸다.
‘파이로-칸? 어라, 저건 설마 왕도마뱀 일족…… 사우루스?’
투란은 눈앞에 드러난 두 괴물을 놓고 눈을 깜박거렸다.
하나는 이제 눈에 익은 듯한 파이로-칸이었다.
거기에 맞서는 다른 하나는 이야기로 많이 듣던 도마뱀을 확대하고 이리저리 부풀린 듯한 사우루스라고 분류되는 품종의 괴물이 분명했다. 저게 그저 덩치가 큰 정상적인 도마뱀 계통의 짐승일 리가 없는 것이, 파이로-칸의 폭발을 회피하면서도 결국 그 불길에 휩쓸려서 일그러지고 녹아가는 비늘이 잠깐 사이에 원래대로 복구되는 꼴이 괴물임을 증명하잖은가!
‘흉터도 남지 않는다면…… 마수가 아닌 진짜 몬스터 사우루스!’
그림자의 감각을 떨쳐버리고, 자신의 눈으로 열심히 관찰하면서 투란은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확인했다. 도마뱀의 비늘, 가죽 위로 스쳐 간 불길이 그 열기로 비늘을 녹이고 일그러뜨리지만 곧 비늘가죽은 다시 원상복구되고 있었다. 순식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였다.
보통 도마뱀이 잘려나간 꼬리를 회복한다면, 마수가 된 왕도마뱀은 네 다리 중 하나가 끊어진 것을 복구하거나 내장을 관통하며 몸을 뚫어버린 상처조차 복구하는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몬스터가 된 왕도마뱀은 여차하면 그 머리와 심장이 터져도 회복할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러니 가죽이 그을리는 정도는 저런 격전 속에서 회복을…….
‘할 리가 있냐! 대체 저놈 뭐 하는 사우루스야?’
당연하다는 듯이 연상(聯想)을 해나가던 투란은 곧 자신이 거의 망상에 가까운 착각을 하고 있다고 깨달았다. 왕도마뱀이라 일컬어지는 괴물은 샤오콴 마을에서도 종종 사냥된 채 실려 오고는 했다. 하지만 그놈들은 커봐야 3미터 안팎이었다. 그 꼬리를 길게 늘여 잰다고 해도 딱 저 파이로-칸과 비슷하거나 조금 작은 정도였다.
한데 지금 싸우는 놈은 누가 봐도 ‘나, 도마뱀! 가끔 두 발로 뛰고 네 발로도 뛰지!’ 하는 듯한 분위기로 굵고 긴 꼬리를 다섯 번째 발처럼 쓰는 몬스터는 파이로-칸을 내려다보기 위해 머리를 숙일 정도잖은가!
게다가 지금 파이로-칸이 내뿜고 있는 불길은 나무를 재로 휘날리기도 했고, 그 발에 닿은 늪을 순식간에 말라 비틀어진 흙덩이로 바꾸기도 했다. 돌이 바로 달아오른 채로 녹을까 말까를 갈등하게 보이게 하는 불길의 위력이 스쳐 가는데도 저 거대한 도마뱀의 비늘가죽은 그냥 일그러지면서 살짝 녹아 흐를 듯 말 듯한 정도에서 그치고 있다니…….
투란은 새삼 늪과 숲의 경계에서, 늪과 숲이 재가 되고 티끌이 되어 사라져가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그리고 저 녀석들이 얽히고설킨 채로 굴러오면 자기도 휩쓸리는 싸움이란 것도!
‘아니, 저건 저렇게 빠르면서 왜 계속 파이로-칸이랑 싸우지? 설마 저 불덩이를 잡아먹을 수 있다는 거야?’
복잡한 상황에 끌려들어 간다는 위기감을 품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한 호기심이 바로 투란을 사로잡았다.
저 사우루스는 투란이 아는 왕도마뱀 품종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은 몰상식한 괴물이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 파이로-칸, 어딘가 투란에게 낯익은 얼굴인 듯한 괴물이 지닌 화력(火力)이 그 몸의 회복능력을 분명히 압도하는 중이었다. 잡히거나 한번 제대로 얻어터지면…….
크으, 콰아아―!
혹은 저렇게 느닷없이 입을 열어젖히는, 거대하게 치솟은 불꽃으로 그려진 머리통으로 깨물거나 한다면 다리 하나가 뿌리째 끊어지고 몸통의 일부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얼레?’
난투극 끝에 파이로-칸이 기회를 잡고 보인 재간은 투란을 조금 민망하고 당황스럽게 했다. 저건 조금 전에 투란이 여기서 놀던 녀석들을 삼킨 것과 아주 닮은 짓거리였다.
크워어어!
한번 기회를 잡은 파이로-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확대했다.
바로 두 손에서 일어난 불길이 거대한 불꽃의 손을 그려냈고, 주먹을 쥔 채로 사우루스를 내려쳤고 움켜쥐었다. 주먹이 짓이기고 들어가면서 비늘과 살점이 그대로 녹아내렸고, 커다란 손가락이 움켜쥐며 눌린 곳이 그대로 끓어오르면서 녹아 흘렀다.
파이로-칸을 내려다볼 정도로 컸고, 엄청나게 빨라서 이곳까지 난투를 이어온 사우루스는 마침내 잘 녹아 흐르는 몰골이 되어 불길에 삼켜지고 말았다.
그리고 불길을 살갗 위로 거둔 파이로-칸의 붉고 큰 눈이 투란을 향했다.
‘음? 설마 쟤가 날 보고 있었나?’
꽤 엉뚱하다고 바로 내다버릴 생각이 아주 잠깐 투란의 뇌리를 스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