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2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23)
“몰라.”
시원한 드라고니아의 대답은 투란을 바로 열 받게 했다!
“야! 진정한 어쩌고 해놓고 뭐가 그리 간단해!”
피식, 웃는 것처럼 별빛이 찰랑이면서 여전히 시원한 대답이 나온다.
“아는 것은 그의 능력, 그가 남겨놓은 애매한 이름…… 우리가 받았던 은혜! 투란, 네가 묻는 것은 어디 사는 누구고, 지금 뭘 하고 있는가잖아. 그런 건 당연히 모르는 거다. 고대의 대마도사라고! 기록을 통해서 남긴 업적만 분명할 뿐이야.”
“쳇. 근데 너, 아직도 어딘가에 사는 사람처럼 이야기했거든? 뭐, 내가 고대의 대마도사를 찾아다닐 일은 없고…… 그래서, 저 파워 서클과 월드 가디언은 어떻게 되는 거야? 저쪽에 새겨놓은 그대로 놔둬도 되는 거야?”
“아, 그래 그건 그대로 둬도 된다. 이제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아니, 신경 써야 할지도 모르겠군.”
“어느 쪽인데? 신경 쓰란 거야, 말란 거야!”
투란은 버럭댔지만, 드라고니아의 대답은 한층 더 침착하게 나온다.
“주문 연계가 제대로 되었다면, 옴니앙이 우리 일족의 아칸 스펠을 정확하게 재현했다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옴니앙은 불완전한 옴니무스이지. 그러니, 점검할 필요는 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말이야. 한데 투란, 주문을 점검할 수 있겠냐?”
“으하― 핫! 몰라!”
이번에는 투란이 시원하게 대답해버렸다.
뭔지 모를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주문이 하나도 아니고, 셋이었다.
그런 걸 마법사도 아닌 투란이 어떻게 점검씩이나 하겠는가!
배틀 그림모어에 담긴 다양한 응용범위를 지닌 주문은 대부분 하위 계통이었고, 부작용 따위는 아예 걱정할 염려가 없는 것들뿐이다! 그런 주문도 조심해서 쓰며 노려보는 투란에게 세계를 파괴하는, 파괴할지도 모를 주문을 점검하라니!
그야말로 ‘되는 일을 시켜라!’라고 외치고 싶을 뿐이잖은가.
그리고 이번에는 투란 스스로가 이런 무능력에 대해 얼버무리고 싶어진 듯, 얼른 말머리를 돌릴 소리를 꺼낸다.
“그런데 말이야, 아바타만 파괴하는 주문인데…… 내가 아바타도 아닌데 위험할 수가 있었나?”
다소 엉뚱하게 나온 말은 곧장 드라고니아에게 쓴웃음 소리를 내게 했다.
“녀석의 마력이 새겨져 있잖아. 그 황금매…… 네가 황금의 마력이라 느끼는 것, 그 또한 연쇄추격의 대상이거든. 우선은 그 마력의 본체였던 아겔페스를, 현재 아겔페스가 또렷하게 유지하고 있는 아바타를 추격하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그 파편, 아겔페스로부터 비롯되어 세상에 유지되는 모든 것을 추격해 파괴하는 거다. 금색의 마도사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던 황금의 마력은 모조리 그 범위 내에 들어가니까.”
“젠장, 그래서 지금은 괜찮은 거 맞아?”
투덜거리면서 투란은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었다.
정말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마법사라는 듯…….
“점검해보는 게 좋겠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말이야.”
드라고니아는 이렇게 대답하고 있었다.
태연하게, 약 올리는 말투로!
“아, 진짜! 모른다고, 몰라!”
“내가 안다.”
“그래, 너야 알…… 어? 뭘 하려고?”
“싫어도 해야 하니까.”
“음, 그래? 그럼 해야지. 아, 그런데 마지막에 아겔페스가 건 주문, 그거 제대로 걸린 것 같던데…… 대체 뭐였지? 금세 효과가 사라진 것 같기도 한데…… 정말 사라진 건가?”
속삭이는 듯한 ‘악마의 심장’의 냉정한 지적을 투란은 조금 늦게 토해냈다.
이제는 그 마지막 주문을 외울 때의 아겔페스가 한 말이 조금 납득이 되고 있었다. 그러니 그 주문에 대한 염려도 살그머니 생겨난 탓에 나온 물음이었다.
“응? 아, 임플란트 마크와 마인드 스카 말이로군. 별거 아니다. 아바타가 없으면, 아무 의미 없어. 게다가…… 네가 품은 월드 가디언이 가장 먼저 추격해 처리할 일이니까…….”
“몰라도 되는 일이야?”
“이해하고 아는 일이어야 한다! 망할 놈! 그렇게 대충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지 말라고!”
왠지 헤벌쭉하게 근심 걱정 끊어내려는 듯한 투란의 말투를 느낀 듯, 드라고니아는 바로 울컥해서 벌컥거리는 으르렁거림을 토해내고 말았다.
“그럼, 뭔지 짧고 쉽게 설명이라도 좀 해주든가! 별거 아니라더니…….”
투덜투덜, 투란은 쫑알거렸다.
한숨처럼, 정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나직하게 드라고나아의 말이 흘러나온다.
“임플란트 마크는 너에게 표식을 찍어놓는 주문이다. 네 존재 안에 표식을 내재시켜 놓아서,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지우지 못하게도 상위의 마크 주문이지. 마인드 스카는 네 정신에 흔적을 남기는 주문인데…… 쉽게 말해서, 네가 아겔페스에 대해서 잊지 못하게 하고 잠을 잘 때도 관련된 악몽을 꾸게 만드는 주문이지. 그렇게 정신적인 고통이 강해지면, 임플란트 마크가 보다 강하게 반향하니 세상 어디서든…… 이 산맥의 깊은 곳에 있어도 널 찾아올 방법이 생기는 셈이지.”
“으흠?”
문득 투란은 아겔페스가 세란드라고 여기며 자신을 찾아온 것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이미 황금매에는 마크와 스카인가 하는 주문이 새겨진 것일까?
아겔페스는 굳이 겹쳐서 주문을 한 번 더 쓴 것일까?
드라고니아가 바로 여기에 답한다.
“널 찾아온 방법은 다른 거야. 황금매란 특이한 마법의 각인을 이용한 거지. 혼자 오지 않고 다른 자에게 다시 황금매를 새겨 넣어서 찾아온 까닭이 그 때문이다. 마법의 각인끼리는, 이 경우에는 미리 처리해놓은 부분도 있겠지만 동일한 종류라면 미묘하게 공명하는 현상이 있거든. 몬스터 엠블럼 역시 그런 면이 있다. 뭐, 상당히 미묘한 탓에 못 느끼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인 모양이지만…… 마법사라면 그 섬세한 공명을 이용해서 추적하는 데 이용할 수가 있어. 아겔페스는…… 한때 금색의 마도라라 일컬어질 정도로 섬세한 마법의 가공(加工)에 능했다. 이제 와서 그 솜씨가 녹슬지는 않았겠지.”
“으음…… 그 아바타인가 뭔가 제대로 끝장낸 거겠지?”
새삼 기분 나빠진 듯, 투란은 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점검해봐야 한다고!”
“젠장, 어떻게!”
투란이 울컥 되묻는 순간, 움찔하는 미묘한 별빛 무리의 반응과 한 박자 늦은 소리가 흘러나온다.
“흐음!”
이건 대답이 아니잖은가!
아니, 점검해야 한다고 해놓고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 생각하지도 않은 낌새가 역력한 증거잖은가!
“야!”
“문장이 꼬인 지금, 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어?”
재빨리 탈출구를 찾아 뚫은 듯한 말이 버럭 하는 투란의 소리에 대꾸해왔다.
그리고 이에 투란이 멈칫하는 순간, 번개처럼 생각을 끝낸 듯이 반짝거리는 별빛 무리 속에서 진지하고 신중한 말투로 이야기가 나온다.
“일단 네가 다시 이 풍경으로 돌아올 수는 있었다. 하지만 ‘천칭’을 몬스터 엠블럼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천칭’이 여전히 너의 문장으로서 기능하는지를 확인부터 해야지. 그게 먼저다. 그렇지?”
“아, 그래. 그러네.”
투란은 순순히 이 말을 받아들였다.
이는 투란도 한창 궁금해하며, 살짝 겁내고 있는 의혹이니까.
잠시 문장 속 풍경으로부터 마음을 거두고…….
* * *
‘튼튼하네.’
주변은 고요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온몸으로 느끼며…… 눈을 한두 번 껌벅이는 것보다도 짧은 시간 사이에 문장 속 풍경을 넘나들었다. 그 드나듦 사이에 황금매의 문장으로 주문을 걸고, 이제 ‘천칭’의 문장을 품은 채가 되었다.
가만히 가슴을 더듬으면서, 투란은 ‘천칭’을 느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자신의 가슴으로 돌아온 문장…… 키린에게 다른 누구에게도 없는 고유의 특이성을 지녔으니 함부로 밝히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던 ‘천칭’.
과연 문장의 풍경이 멀쩡하게 돌아온 것처럼, ‘천칭’도 제대로 돌아온 것일까?
투란은 몸을 휘감고 있는 황금매의 마법을 느끼면서, 이전과 분명히 다르게 작은 얼룩인 채로 전혀 힘을 내지 않고 있는 듯한 ‘천칭’에 집중했다.
이미 걸어놓은 황금매의 주문이 ‘천칭’과 어떤 식으로 엮일 것인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생각하면서도, 투란은 먼저 숨 고르기부터 했다. 이제부터 어떤 일이 벌어지든 간에 각오를 단단히 다지기 위해서!
하아아― 후웃!
“좋아, 시이이작!”
가장 먼저 투란이 선택한 것은, 가장 먼저 삼켰던 ‘악마의 심장’이었다.
‘천칭’의 풍경 속으로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그 풍경 속에서 투란의 생각과 기억을 도운 ‘악마의 심장’이 서서히 가슴 깊은 곳에서 작게 형성되는 것이 금방 느껴졌다. 짜릿하게, 심장을 쿡 찌르듯이 들어와 뭉클거리며 헤집고 차지하는 듯한 느낌 속에는 고통(苦痛)이 없었다. 부드럽고, 힘찬 심장의 맥동 속에 저절로 어울리는 느낌이 오히려 상쾌하고 기분 좋다!
곧이어 핏줄을 타고, 힘줄을 타고 뼛속을 누비듯이 ‘악마의 심장’ 줄기가 투란의 몸으로 번져 나갔다. 감각이 예리해졌고, 그 예리함은 투란에게 색다른 느낌으로 황금매의 마법을 ‘지각(知覺)’하게 해줬다.
‘아, 이거 건드리면 터지겠는데?’
마치 투명하게 부푼 가죽장식이 온몸을 틈새 없이 감싼 듯했다.
‘악마의 심장’은 황금매가 걸어놓은 주문, 마법의 형태를 그렇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그 형태를 파괴하지 않도록 어울리는 무늬를 찾아냈다. 주문을 구성하는 마력의 무늬, 그 빈 틈새로 스며들어 몬스터 로드의 고유 마력이 함께 어우러지며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사앗!
투란은 오른손을 들어 올렸고,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치솟는 샤벨투스의 이빨을 바라봤다. 살점 속에 짜인 채로 기다려온, 샤오콴 마을의 고목을 소재로 만들어진 가늘고 섬세한 실로 이어진 형태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살갗 속에 짜넣었고, 어지간한 일로는 항상 꺼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가, 문장이 뒤바뀐 꼴이 되고 나서는 어떻게 거기 버티고 있는가를 신기하게 여긴 샤벨투스의 이빨은 작은 단도처럼 투란의 손에 쥐어진 채로 두어 번 휘둘러졌다.
‘샤오덴 할배는 대체 무슨 재주로 이런 걸 만들어냈을까?’
새삼스럽게 투란은 어이없는 기분을 조금 느꼈다.
격변(激變)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을 꽤나 겪었는데, 몬스터 샤벨투스의 이빨로 만들어진 이 작은 것이 변함없이 투란의 곁에 머물고 있잖은가. 심지어 가슴에 새겨진 문장마저도 한때 사라진 듯했을 때도, 이 이빨은 투란의 손아귀 살갗 속에 깊이 박힌 채로 버텨줬다. 황금매를 통해 몸이 그리 격하게 변화할 때도…….
아무리 고유 마력에 의해 변하지 못한 몬스터 로드의 몸이 몬스터의 형상 속에서 안전하다고는 해도, 이 피를 마시고 커지는 작은 이빨이 버텨온 수준은 놀랍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투란이었다.
이쯤 되면 정말로 키린이 말한 것처럼 은근히 전설적인 샤오 할배일 거라는 이야기를 투란도 인정할 수밖에 없잖은가!
“으음, 으으…….”
돌연 곁에서 들려온 신음 소리에 투란은 재빠르게 반응했다.
시잇.
샤벨투스의 이빨을 다시 살갗 속으로 당겨 넣으면서, 투란은 살짝 숨을 골랐다. 그리고 느릿하니 고개를 돌려 시알라 남매 쪽을 바라봤다.
황금의 마력이 여전히 강력하게 맴도는 탓인지, 여전히 온몸에 여린 금빛 칠을 한 듯한 모습으로 뒤척이는 시알라가 보였다. 깨어날 듯하지는 않았고…… 깊은 잠에 빠져서 몸을 뒤척이다가 입으로 잠꼬대 비슷하게 소리를 낸 듯했다. 뭔가 좋지 않은 꿈이라도 꾸는 듯…….
다른 세 형제는 소리 없이, 고른 숨을 몰아쉬면서 뭔가 깊은 잠에 빠진 모습이었다. 처음 이 암반 위에 올려놨을 때 보였던 힘겨운 기색은 이제 거의 보이지 않았다.
‘힐링 팩터가 꽤 잘 먹히네.’
시알라 남매를 확인한 뒤, 투란은 다시 주변을 둘러보듯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다시 조금 전에 몰입하던 대로 자신을 점검했다..
‘악마의 심장’을 무사히 꺼냈고, 그 과정에서 ‘천칭’의 마력을 적절히 제어한다면 황금매의 주문이 유지되는 데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는 동시에 투란에게 주문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고유 마력을, 몬스터의 힘을 뿜어내는 방식에 따라서 아주 빠르게 적은 힘으로도 마법을 바로 깨뜨릴 수 있다는 점도 알게 해줬다.
물론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세차게 마구잡이로 몬스터 로드의 힘을 방출해도, 어느 정도 주문은 그냥 깨져나간다는 확인을 한 셈이기도 했다.
‘하위계통이나 어쩔 수 없나.’
약간 실망스러운 느낌도 조금 있기는 했다.
―특별한 처리를 하지 않는 한, 몬스터 로드는 마법과 사이가 나쁘다. 알고 있었잖아?
뭘 새삼 그러냐고 드라고니아가 들이대는 잔소리는 투란에게 쓴웃음 짓게 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건 주문인데도 그런가 싶은 미묘한 실망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뭐, 너도 제대로 내가 보고 듣는 것을 보고 듣는 모양이니…… 그럼, 제대로 해봐야겠지.’
투란은 천천히 허리를 문지르고, 옆구리에서 다리 쪽에 집중했다.
미묘하고 섬세하게, 엉덩이와 배꼽 아래의 살갗으로, 그 살점의 미세한 틈새로 잉크를 흘려내며 ‘소일 헛’과 엮여 시달린 흔적을 감추고 있는 그림모스의 가죽 속으로 흘려넣는다. 아직 투란의 고유 마력이 기대면서, 힘들게 버티고 있던 가죽 속의 잉크가 바로 새로 형성된 잉크에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