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33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34)
빛을 기둥처럼 뿜어 올리며 선 모습이 시작이었다.
시알라 남매는 검은 암반의 네 귀퉁이에서 빛을 품은 듯하다가, 하늘을 향해 길쭉하게 뿜어 올리고 있었다. 그 빛이 금빛 큐브와 섞이면서 방벽이 조금 더 두꺼워지고 넓어지는 듯이 보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네 귀퉁이가 조금 더 뾰족해지면서 빛이 평원을 향해 길게 번져 나 갔다.
마치 투란과 시알라 남매를 잇는 선이 더 멀리 뻗어나가는 것처럼, 혹은 투란이 새긴 파워 서클의 사본과 이어지는 선을 더 길게 확장하는 것처럼 낮게 깔리면서 포석처럼 빛이 뻗어나갔고 어느 정도에 이르자 물처럼 고이고 있었다.
투란으로서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몬스터 로드여야 할 시알라 남매가 어째서 불꽃놀이라든가 빛으로 그림 그리는 마법사의 흉내를 내고 있을까?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조금 전까지 몬스터 로드답게 그랑츄의 형상을 드러냈다 지웠다 하더니, 지금은 완전히 요술쟁이가 되어 빛을 이리저리 마구 뿜어대는 꼴이라니!
게다가 좀 더 이상한 광경이 바로 투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와, 저게 뭐야?’
저편에 고이고 있는 빛이 부풀더니, 기묘한 건물을 허공에 그리고 있었다.
투란이 본 적도 없는 모양의 집이 암반의 네 귀퉁이가 제각각 가리키는 곳에 환영으로 나타나는 셈이었다.
―세이프티 하우스(Safety House)…… 세란드가 준비한 아홉 번째 주문이잖아.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들썩대는 기분을 가라앉히려는 듯이 냉정하게 짚는 소리를 세게 쏟아냈다. 뇌리를 팡팡 두들겨대는 그 소리에 투란은 흠칫하다가 깨달았다.
‘지금…… 주문 연습하는 거였나?’
시알라 남매가 거침없이 뿜어내는 마법의 광채, 새로 새겨진 파워 서클의 사본으로부터 부여받는 큰 마력을 바탕으로 삼은 저 빛이 바로 주문을 생성하고 그 효과를 구현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큰 마력이 한꺼번에 부여된 탓에 시알라 남매의 황금매가 여분의 힘으로 아예 빛의 기둥을 세울 정도였던 것이다. 그 속에서 세란드가 준비해놓은 주문이 흘러넘치는 중이고…….
―대체 뭘 그렇게 신기해하는 거냐? 과도하게 흘러 들어간 마력이 황금매에 의해서 빛의 형상으로 걸러져 방출되는 현상일 뿐이라고. 어째서 그리…….
‘일루전 메이지! 나, 그거 아주 좋아하거든!’
―뭐?
‘어릴 때 잠깐 마을에 들른 적이 있던 마법사야. 다들 하찮은 요술이니 뭐니 했는데, 그 마법사가 빛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니까…… 모두 엄청나게 놀랐어! 꼭 그걸 보는 것 같거든! 딱 한 번 보고 다시는 못 봤는데!’
드라고니아는 너무 어이없다는 듯이 침묵했다.
투란은 그런 낌새보다는 저쪽에 새로 그려지고 있는 신기한 집―건축물을 궁금해하며 몸을 빙빙 돌리고 있었다. 한 방향도 아니고 네 방향에 제멋대로 올라가는, 닮은 구석이 전혀 없는 빛의 건축물이 넷이었으므로!
‘어째서 안전을 위한 집이 저렇게 생겨먹었지?’
투란에게는 정말 이상한 모양의 세이프티 하우스였다.
투란이 짓는다면, 이 검은 암반처럼 네모반듯하든가…… 둥글둥글한 움막이라든가…… 통나무를 박아 벽을 둘러친 모양이거나 할 터였다. 하지만 시알라 남매가 짓는 집들은 완전히 달랐다. 샤오콴 마을에서 제일 크고 이상하다는 샤오덴 할배의 나무둥치 집과도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세란드, 세란드! 저건 네 주문 탓에 저렇게 생긴 거야?’
투란은 강하게 세란드를 부르며 물었다.
세란드가 어리둥절해하며 되묻는다.
―뭐?
드라고니아와 다르게 투란의 기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듯, 동생들 탓에 몇 걸음 멀어진 듯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투란의 물음을 생각하려는 기척이 역력했다. 투란은 그런 세란드에게 강요하듯, 자신이 품은 황금매의 풍경 속을 쩌렁쩌렁 울리도록 다시 묻는다.
‘신기하게 생겼잖아! 저런 집들 처음 봐! 다들 다르게 짓고 있어!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새로 짜놓은 주문 때문이야? 와, 나도 그 주문을 품으면 저런 집을 짓는 거야?’
―아니…… 대체 뭐가 신기하다는 거지?
너무나 호기심 넘치는 투란의 기분이 겨우 전달된 듯, ‘세란드’가 괴물과 망령의 두 갈래 목소리를 동시에 울려내며 되묻고 있었다.
투란의 대답은 시원하고 빠르게 나온다.
‘저렇게 생긴 집들 처음 본다니까!’
―시알라는 여관을, 페란드는 대장간을, 제란드는 등대를, 멜란드는 땅굴 보금자리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 세이프티 하우스는 자신이 가장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집의 형태를 구현하니까. 그런데 그게 신기하다고?
정말 신기하냐고 다시 확인하듯, 세란드는 차분하게 투란에게 설명하며 묻고 있었다.
‘여관? 대장간? 등대가 뭐야? 아니, 땅굴이 안전하다니!’
투란은 한층 더 어리둥절한 채로, 어째서 세란드가 저 세이프티 하우스의 형태를 흔하게 여기는 듯한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되묻고 있었다.
이는 잠깐 세란드의 말문이 막히게 했고…….
그 사이에 투란은 세란드가 새로 구성한 주문을 빠르게 더듬어봤다.
혹시 그 주문을 차례대로, 세란드가 새롭게 짜놓은 대로 짚다 보면 투란 자신도 저런 신기한 집을 지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어디 보자, 그러니까 첫 번째가…….’
배틀 그림모어.
이전에 세란드가 망령으로서 희미해져 가면서, 자물쇠가 되며 전한 기록은 마법사의 보조를 받으며 춤추는 산맥을 돌아다닐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은 채였다. 그 때문에 언제나 마법사의 탐지를 기반으로 주문을 준비하고 몬스터와 싸우는 경우이거나, 몬스터의 형상을 이용해 싸우는 두 가지 경우로 나눠진 기록이기도 했다.
그에 따른 주문의 활용법은 단순했다.
필요한 주문을 미리 골라놓고 상황에 맞춰 사용한다.
하지만 마법사의 도움이 없이, 오로지 황금매만을 품은 채로 이 산맥을 헤맬 경우에는 그럴 수가 없다.
세란드 자신도 겪은 바였고, 투란이 다시 겪는 바를 지켜보며 확인한 부분이었다.
세란드는 동생들이 그렇게 되기를 원치 않았다.
아무 도움도 없는 상태에서, 급한 상황에 처해서 황금매에 새겨진 주문을 뒤적이며 필요한 것을 골라낸다…… 웬만한 경우가 아니라면 목숨이 달랑거리는 위험한 짓이었다.
무엇보다 숨쉬기가 곤란한 상황을 투란처럼 직접 겪는다면, 뭔가 생각하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이 명확했다.
세란드는 그런 상황에서 투란이 살아남는 것을 묵묵히 지켜봤고, 돕지는 않았지만 기억은 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삼아 시알라 남매에게 전하는 황금매의 주문에는 실행순위를 부여해놨다. 황금매를 품은 자가 거의 반사적으로 주문을 실행하고, 그 마법의 힘을 사용하도록!
그 첫 번째가 마력의 그릇, 아케인 포스를 몸에 두르는 것이었다.
오러 윌더가 오러를 휘두르듯, 황금매를 품은 자가 자연스럽게 형태를 갖추기 전의 순수한 마력을 휘둘러서 본능적인 방어를 갖추게 하는 것이 첫 번째 순위의 주문이었다.
오버시어를 실행해서 명쾌해진 생각으로 상황을 파악하느니 어쩌니 하는 것보다, 그야말로 가진 힘을 일단 뿜어내고 휘두르는 것이 먼저라 여긴 순위 매김이었다.
세란드의 이런 선택은 곧바로 두 번째로 이어졌다.
마법사라면 일단 상황 파악, 주변 환경의 간파를 그다음이라도 선택하겠지만…… 세란드는 막무가내로 환경에 적응해서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서바이벌 주문을 골랐다. 형태 없는 마력으로 몸을 지키는 것은 오래 갈 수가 없는 것이 분명하니, 마력의 그릇이 확보된 다음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마법의 힘을 발휘하기 위한 준비를 한 셈이었다.
그렇게 힐링 팩터를 중심으로 한 적응과 생존 이후, 세 번째로 세란드가 고른 순위의 주문은 치유(治癒)와 중화(中和), 재생(再生)……, 파괴되거나 손실된 몸의 구조, 기능을 복원시켜주는 마법이었다. 위험한 환경에 적응했다 해도,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끊어질 정도의 상황이라면 꼼짝없이 갇힌 채가 될 테니까…… 최소한의 형상을 복원시켜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고른 것이었다. 이 세 번째 선택은 네 번째와도 밀접했다.
네 번째인 장벽(障壁)과 방패(防牌)를 다루는 주문은 기어서라도 움직일 정도로 손상이 복원될 경우와 맞물린, 주변의 영향력을 최대한 막아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는 세란드가 투란과 처음 만났을 때의 일과 관계된 선택이기도 했다.
투란은 그렇게 몸이 갈기갈기 찢어진 상황에서 주변의 영향력을 배제한 채로 살아남았잖던가. 세란드로서는 어떻게 그렇게 했는가 알지 못했지만, 최소한 그러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뭔가는 알 수 있었다.
조각난 몸이 뭔가에 먹히거나 계속해서 영향을 받는다면, 적응해 살아남고 복원한다 해도 그저 먹잇감일 뿐이었다. 그러므로 주변과 자신을 확실하게 격리시켜 줄 수단으로서 장벽 혹은 방패가 필요하다!
이렇게 첫째로부터 넷째까지의 주문 순위는 모두 엄청난 타격과 위기 속에서 어떻게든 버티며 살아남는 쪽으로 짜여 있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삼은 다섯 번째는 강화(强化) 계통의 주문…… 몸의 힘, 빠르기, 반사행동 따위를 전체적으로 강화시켜 주는 인핸서(Enhancer)였다.
일단 살아남은 다음, 장벽을 두르고 방패를 갖춘 몸으로 최대한 빠르고 힘차게 움직여 도주를 선택할 수 있게 매겨진 순위였다.
다섯 번째 인핸서의 주문 속에는 오버시어까지 중첩되어 있기도 했다.
명쾌한 사고능력 또한 강화의 한 부분이라고!
그리고 여섯 번째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실행하는 주문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세란드가 투란이 ‘소일 커버’를 이용해서 갑주를 차려입고, 활이나 검, 창 쪽으로 슬쩍슬쩍 곁눈질한 것을 꽤 중요하게 본 듯한 선택이기도 했다.
무장(武裝)의 생성(生成), 메자이스 에테르(Magi’s Aether)를 이용해서 도구, 의복 따위를 만들어내는 것이 여섯 번째 순위의 주문이었다. 투란이 사용한 메테르 포밍보다 한 단계 수준 위이기도 한 이 주문은 원래 세란드의 황금매에는 없던 것이었고, 투란에게 전한 배틀 그림모어에도 기록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세란드는 동생들을 위해서, 투란이 메테르 포밍을 하며 느꼈던 아쉬움을 보완할 수 있는 주문을 옴니앙을 통해 찾아냈으니…… 보다 오래 지속되는 도구를 만들어내는 상급의 마법이었다.
여섯 번째 순위의 주문까지 빠르게 더듬어 도달하고는 바로 투란의 입술이 삐죽거렸다.
‘확실히 다르잖아, 이거! 앞의 힐링 팩터도 두 단계로 나눠진 더 좋은 거였고…… 견디는 게 아니라 독을 아예 없애는 주문도 섞여 있고…… 다 바꿨구만!’
이런 생각은 투란에게 보다 산뜻하게 속삭이는 유혹이었다.
세란드가 새로 구성한 주문의 순위계통을 따라가면…… 시알라 남매가 짓는 모양의 세이프티 하우스가 투란 자신에게서 나올 수도 있다는 달콤한 생각이 저절로 피어나게 하는 유혹이었다.
물론 세란드는 이런 투란의 생각에 당황한 듯했다.
―아니, 그게 그럴 리가…….
‘일곱 번째는……!’
투란은 더욱 집중해서 세란드가 구성한 주문의 순위목록을 더듬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투란의 기대에 부응하듯, 엘레멘탈 링이 일곱 번째를 차지하고 있기도 했다.
‘뭐야! 이거 하나면 물, 불, 바람, 흙의 성질을 다 쓸 수 있잖아! 아니, 이런 마법을 놔두고 뭘 하나씩 하나씩 따로 쓰게 해!’
투란이 받았던 배틀 그림모어의 기록에서는, 필요한 자연의 속성이 필요할 경우 그 속성을 갖춘 주문을 활용하라고 해놨다. 그리고 이것저것 다양한 속성의 주문을 따로 준비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엘레멘탈 링은 그것과 격이 달랐다.
일단 자연의 정령과 바로 반응할 수 있는 마력의 고리를 구성해놓으면…… 필요한 속성을 즉각적으로 다른 주문과 융합시켜 처리할 수 있는 상위의 주문이었다.
―아니, 그건! 그때는 몰랐다고!
세란드가 필사적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었고…….
―금색의 마도사가 고안해낸 독창적인 마법이다. 황금매의 마력이 아겔페스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는 동안에는 꺼낼 수 없는 주문이기도 했어. 어느 수준 이하에서는 확실하게 자연의 기초 속성을 주문과 융합해주지만…… 야, 듣고 있어?
드라고니아까지 설명을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투란은 거의 광분한 듯, 엘레멘탈 링을 활용하는 다양한 본보기에 집중할 뿐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투란은 찾아냈다.
빛으로 허공에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그다음에 바로 형체를 갖추는 마법을!
‘이걸로 그릴 수 있네! 그린 다음에 바로 돌과 흙을 채워 넣을 수도 있고! 그래, 이거야!’
뿌듯하게 투란은 시알라 남매 쪽을 주욱 돌아봤다.
세란드가 설명한 여관, 대장간, 등대…… 약간 기묘한 땅굴 보금자리가 아주 분명하게, 마력의 빛을 벗어던진 채로 나타나 있었다.
시알라 남매도 온몸에서 방출하던 빛의 기둥 모양에서 벗어난 듯, 이제는 희미하게 빛의 자취만이 남기는 검은 암반의 네 귀퉁이에서 자신들의 손발에 머물고 있는 마법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투란은 숨을 고르며 살짝 흥분을 가라앉혔고, 세란드가 여덟 번째로 지정해놓은 주문을 더듬었다.
‘고스트 핸드? 아, 모양을 좀 자세히 손질하는 건가?’
―아니거든!
세란드가 조금 더 세게 반발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