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3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39)
회오리가 조각조각 모아놓은 듯한 다양한 색채의 하늘, 정사각형의 단면을 드러내며 갈라져 있는 정팔면체의 위편을 바라보며 투란은 살짝 넋을 잃은 듯이 얼굴에 미묘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투란?
윌 라이트의 조금 또렷한 진동과 함께 드라고니아가 말을 걸어왔지만…….
“끄에엥! 뭐야, 뭐냐고! 대체 무슨 이상한 마법이냐고!”
투란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드라고니아의 물음보다는 하얀 괴물이 문장 속 풍경에서 보여준 괴상한 마법의 대한 분개(가 가득할 뿐이었다.
―설명해줘?
드라고니아는 아주 담담하고 조용하게 물어왔다.
‘해!’
이를 바득 갈면서, 소리 낼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이 투란이 소리 없이 외쳤다.
―오래된 마법의 전통 중에서…… 두 가지 주문이 하나로 엮이게 되면, 그 융합과 중첩의 과정에서 두 가지 주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상한 효과를 내놓는 경우가 있다. 그런 주문의 융합, 중첩은 오랫동안 기록되어 왔지만…… 독자적인 학파가 된 경우는 없어. 그럼에도 어느 학파에서나 귀중하게 취급하며, 비밀스럽게 다룰 수밖에 없는 마법의 지식이 되었다.
‘어이! 이보세요!’
투란은 이를 꽉 맞물린 채로 으르렁대는 기분을 전해야 했다.
설명을 해준다더니, 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옛날이야기 아닌가!
드라고니아는 투란의 재촉에 상관없다는 듯이 담담하고 조용한 말투를 유지한 채로 이야기를 이을 뿐이었다.
―다커 블랙, 섹스탄트 크로스는 그런 주문의 융합, 중첩의 기술 중에서도 오래된 것이야. 원래 악마의 지식으로 불리던 것이기도 하다.
‘악마?’
―그래. 고대 악마 아바타리안이 인간이 사용하는 두 가지 주문을 중첩시키고 융합해서 그 효과를 이용해 자신을 감추고 다녔다. 악마의 비술이 아닌, 순수한 인간의 마법을 이용해서…… 자신의 정체를 감췄어. 악마의 비술이 탐지되는 범위에서도 아바타리안은 자신을 숨길 수 있었던 것이 저 두 가지 주문이 융합되고, 중첩되어 나타나는 예상치 못한 효과 때문이다.
‘세란드…… 저 하얀 녀석이 왜, 어떻게 그 주문을……?’
투란은 이를 가는 것은 그만뒀지만 뭔가 걸리적거리고 꼬이는 기분이었다.
금색의 마도사 아겔페스, 그가 사용하는 아바타리안의 비술을 깨기 위해서 금기의 주문까지 끄집어낸 하얀 괴물이 어째서 아바타리안의 지식을 이용하려 드는가? 품고 있는 미움, 아겔페스에 대한 살의가 가득한 태도를 보면 관련된 것은 일단 부숴 버리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잠깐, 그 효과란 거, 대체 뭐야! 그게 지금 내가 녀석을 포착 못 하는 거랑 관계있나?’
―바로 그런 효과다.
‘어? 에, 뭔 효과?’
―인식(認識)의 범주(範疇)를 거의 다른 차원으로 바꿔버리는 효과라고!
‘음, 인식의 뭐? 아니, 인식이란 거는…… 보고 듣는 뭐, 그런 거 아냐? 내 마음속 풍경인데 보고 듣고를 따지기 전에 그냥 거기 있으면, 거기 있다고 알아야 하는 거 아냐?’
갸웃거리면서 투란은 머리를 긁적거려야 했다.
한숨처럼, 어쩔 수 없는 답답함이 치를 떠는 듯한 말투로 드라고니아가 대답한다.
―그렇게 아는 걸 막는다고! 저 주문 둘을 융합, 중첩시키면 그런 결과를 낳는 마법이 된단 말이다!
‘음, 그렇다면…… 다른 마법, 이를테면 마법의 눈이라든 귀라든가 그런 걸로…….’
―안 된다고! 그런 마법의 탐지로 찾아낼 수 있는 건, 두 가지 주문의 흔적뿐이고 그 결과뿐이다! 주문 둘이 엮여서 만들어낸 효과가 둘과 전혀 상관없는 효과를 발휘하니까 이상하다고 하는 거고! 애초에 마도사의 마법 지식조차 뛰어넘어버린 이상한 지식이라서 악마의 지식이라고 불리는 거라고!
‘으…… 그럼, 저걸 잡아서 하늘 구멍에다가 처박지 못한다는 거야…… 젠장…… 아, 잠깐 그러면 저 두 주문은 원래 무슨 마법이었는데?’
얼굴을 구기고 주저앉아서 두 손으로 머리를 박박 긁어대며 좌절하려던 투란은 문득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리면서 다시 기운차게 손목을 향해…… 윌 라이트를 통해 드라고니아에게 물었다.
―섹스탄트 크로스부터 말하자면, 그건 이정표(里程標)의 마법이다. 길에다가 교차목을 박아두고, 거기에 길이 향하는 곳에 대해서 써놓는 이정표라고 알지?
‘알아. 곧게 박아둔 나무에 옆으로 걸쳐둔 나무, 거기다가 마을 이름이라든가 마을이 나오려면 얼마나 가야 하나 거리를 기록해두기도 하는 거. 가끔 샤오콴 마을에서 만들어서 마을 바깥 먼 곳에 박으러 다니거든, 할배가…… 따라가 본 적은 없지만.’
―그걸 마법사들은 레이블 크로스라고 부르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지정해주는 길가의 표지로 만들기도 하고…… 연금술사도 가끔 그런 효과를 일으키는 도구를 만들어. 변하지 않는 지형이라면 그냥 적당한 깃발이나 표식을 새긴 판자 정도로 충분하겠지만…… 아무튼, 섹스탄트 크로스는 그런 이정표의 마법 중에서 상당히 상위에 속한다.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자신의 위치를 하늘의 별을 이용해서 정확하게 파악하는 마법이니까, 이 주문을 습득한 자는 결코 길을 잃지 않는 자가 된다고도 하지. 그리고 자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파악한 마법사는, 다른 사람의 위치까지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자신을 기준으로 상대방의 좌표를 지정하는 일이 가능해져. 그게 섹스탄트 크로스란 마법이고, 원래는 지도 그리는 일에 주로 사용되는 주문이야.
‘그게 뭐야? 굉장히 이상하잖아!’
투란은 어이없어했다.
듣고 보니 섹스탄트 크로스는 뭔가 숨기는 게 아니라 뭔가 드러내는 마법이잖은가.
다시 한숨처럼, 이제 겨우 절반을 넘어 다행이라는 듯이 드라고니아가 이야기를 이어 간다.
―다커 블랙, 깊은 어둠이 낳은 칠흑(漆黑)이란 뜻이다. 이 주문의 목적은…… 정적(靜寂), 고요함으로 주변을 채우고 자신의 집중력을 키우는 게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다른 존재로부터의 간섭을 막아내는 것이야. 원래 집중력이 모자란 마법의 입문자들에게 가르쳐서 외부로부터의 간섭을 견뎌내는 집중력을 키워줄 목적으로 짜인 주문이었어.
‘이게 이상한 건가? 간섭을 막아준다면서 견뎌내게 해준다는 거,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 아냐?’
―호오? 그걸 눈치챘나? 맞아, 원래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면 간섭 속에서 버텨내는 힘을 키워야지, 간섭을 차단한 채로는 그렇게 버텨내는 힘을 키울 수 없다. 그게 이 주문이 지닌 두 번째 효과가 특별한 까닭이다. 그 간섭을 막아내는 방식이 단순한 차단이 아니거든.
‘막아낸다면서 막지 않는 거야? 뭔가 환각처럼 속여?’
―환각처럼 속이는 것은 아니야. 변환시킨다. 모든 외부로터의 자극, 간섭을 어둠이라는 형태, 성질로 바꿔버려. 아주 시커멓게 칠해버리는 것처럼. 그러니까 다커 블랙을 마법을 사용한 자에게 자기 이외의 세상은 아주 시커멓거나, 덜 시커멓게 돼 버린다. 그 속에서 자신을 유지하려면, 자신에게 칠해져 오는 어둠 속에서 자신을 밝혀야 하지. 그 밝히기 위한 힘이 집중력이다. 자신에 대한 집중력, 자기에 대한 기초적인 신뢰…… 그걸로 짙고 옅은 칠흑 속에서 자신에 대한 확신을 얻는 것. 그게 다커 블랙의 원래 목적이었지. 하지만 다커 블랙은 지나치게 강력하게 구성된 탓에 약간 특이한 효과도 지닌 주문이 되었다.
‘에, 그게 중첩할 때 나오는……?’
―아니, 다커 블랙의 고유 효과라고 일컬어지는…… 초보 입문자를 위한 주문이 상위 마도사조차 애용하게 한 특별한 효과야. 다커 블랙의 변환 효과는 다가오는 모든 존재의 자극, 간섭에 적용된다. 창으로 찔러도, 불을 질러도, 모두 짙든 옅든 어둠의 형태와 색채로 변환되어 버려. 그 간섭이 마법일 때조차 적용되지.
‘설마 칼로 찔러도 불을 질러도 끄떡없게 된다는? 마법으로 번개나 얼음을 쏴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이야?’
―그래. 다커 블랙의 이런 특성을 연구하던 이들로부터 패스 아머(Path Armor)라는 특별한 형태의 마법이 태어나기도 했지. 하지만 새로운 마법이 생겨나든 말든, 다커 블랙은 여전히 특별한 주문으로 남아서 전승되고 있다.
‘음, 잘 모르겠지만 무시무시하고 대단하게 느껴져. 그런데…… 그러면 다커 블랙을 쓰는 마법사는 위치를 감추거나 그런 거는…….’
―없다. 주문을 외워도 겨냥하기 좋은 위치에 서서 멀뚱거린다면 누구나 쏴 맞출 수 있는 표지판 같은 꼴일 뿐이야. 하지만 이런 다커 블랙과…… 자신의 위치를 잡는 섹스탄트 크로스가 엮이게 되면…… 아주 기묘한 효과가 생겨나. 어느 누구도 그 위치를 제대로 포착할 수 없는, 그 존재를 특정(特定)할 수 없는 독특한 존재처럼 되는 거야. 눈앞에 있어 보이지만, 볼 수 없고 귀에 들려도 들을 수 없는 소리같이 된다고 할까? 고대 악마 아바타리안은 이 두 가지 주문을 융합하고 중첩해서 자신의 실체를 감추는 비밀스런 사용법을 찾아낸 셈이지.
‘그리고 그걸 지금 하얀 괴물이 된 세란드가 써먹고?’
―그렇지.
‘흐흠, 그런데 말이지…….’
투란은 고개를 들어 멀리 봤다.
궤적 끝에 뭔가 안개의 흐릿한 자취를 남기는 꼴로 날고 있는 바위, 단단한 땅을 긁다가 불티를 휘날리는 묘한 광경을 보이는 바위…… 삐죽한 타원형으로 골든 서클이 박힌 검은 암반, 그 상하를 덮고 있는 듯한 정팔면체의 두 부분을 수호하듯이 회오리의 궤도에 따라 날고 있는 풍경이었다.
사방 구석을 따라서 눈길을 돌려보면, 여관과 대장간, 등대와 묘한 땅굴 모양의 거처가 선명하게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주변의 풍경을 보면서 투란은 자신이 봤던 하얀 괴물의 풍경을, 그 변해버린 광경을 되새겼다. 다른 곳이 아닌 자신의 심상과 황금매가 엮이며 만들어낸 그 광경…….
제대로 커진 황금 새장 속에 시커먼 덩어리가 꽉 찬 채로, 작은 빛의 조각이 교차되어 만들어진 여섯 가닥의 크로스가 춤을 추는 광경이었다. 금빛 안개의 망령은 그 새장의 앞에 다시 자물쇠처럼 팔짱을 낀 채로 우뚝 서서 어지간하면 자신도 숨고 싶다는 듯한 태도였다.
‘벽에 박힌 새장 같은 꼴이 되었잖아, 그런데 그 새장 속이 꼭 밤하늘처럼 채워져 있고…… 거기서 나무가 아닌 빛으로 만든 교차형 조각이 반짝거리면서 둥실거리는 거는 별 같고 말이야. 뭔가 닮지 않았나 싶은데…… 네 생각은 어때, 드라코눔의 드라고니아?’
―닮아? 그, 글쎄……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
‘너도 숨어 있잖아! 그것도 다커 블랙이랑 그 섹탄 크로스인가 하는 주문이었냐! 아주 닮았는데, 똑같은 거 아냐?’
―똑같다니! 나는 드라코눔의 아칸으로서, 인간 수준에서 마법을 융합하고 중첩시켜야 하는 수작 따위는 부리지 않았어! 전혀 다르다!
‘효과는 같은 거 아니냐고!’
―같지 않아! 어, 조금 비슷한 부분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냥 살짝 닮은 것뿐이지, 주문의 격이 다르고 궁극적인 목적부터가 다르다!
‘목적? 숨는 거 말고 다른 목적도 있었냐!’
―어흠! 나는 너와 이렇게 대화하고 있잖나! 너의 소리를 잘 듣고, 내 소리도 잘 전하고! 격이 다르단 말이야! 단지 자신을 감추고 숨기는 목적이 아니라, 나는 이렇게 정확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네가 느끼는 바를 느끼고 너를 돕는 조언자로서의 위치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으아!’
투란은 고개를 쳐들다가 발라당 뒤로 누워버렸다.
정팔면체 위에서 회오리치는 기묘한 하늘의 풍경, 자신이 누워 바라보는 단정한 색채의 하늘의 풍경을 눈에 담은 채로 투란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 안에 악마가 있어! 못된 악마가 못된 짓을 하고 있어! 으아아!”
드라고니아는 침묵했다.
투란은 두 가지 주문에 대해서 알게 되면, 각각의 효과를 하나씩 지우는 방법을 찾아내면 둘이 합쳐져서 나오는 효과도 사라질 것인가 하는 기대가 완전히 좌절된 기분을 아낌없이 악악거리는 소리로 뿜어냈다.
그런 기대를 해서 열심히 두 가지 주문이 각각 어떤 효과인가 열심히 들었는데, 듣고 나니 마음속 풍경 속에서 지운다고 해도 별 의미 없는 짓이라는 점만 분명히 느낄 수 있잖은가.
무엇보다 드라고니아마저도 닮은꼴의 주문을 쓰고 있다면……!
하아아아.
“끼엑?”
갑작스럽게 뒹굴고 있던 투란의 귓가와 볼에 금빛 안개가 한숨처럼 몰아닥쳤고, 이에 투란은 짧고 간결한 비명으로 반응하고 말았다.
도대체 뭐가 다가와서 훅훅 입김을 불어대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하지만 그쪽으로 눈길을 돌린 투란은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급히 주변을 둘러봤지만, 여전히 투란 자신이 외운 주문 생텀에 의해 형성된 드라코눔의 풍경, 드라고니아가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고 아쉬워하는 것인지 다행으로 여기는 건지 모를 그 광경이 당당하게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광경만큼이나 분명하고, 선명하게 금빛 안개로 이뤄진 망령 세란드의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아주 또렷하게, 이 풍경 위에 금빛 안개로 이뤄진 사람의 형태로 서 있었다!
뒹굴던 투란은 발딱 일어섰고, 얼른 손을 내밀어 금빛 안개를 더듬어 보려 했다.
세란드가 다시 입을 열고, 금빛 안개와 함께 소리를 토해낸다.
“가디언의 주문이…… 정식은 아니더라도 유효하다고 했잖아. 게다가 파워 서클, 투란이 골든 서클이라 부르는 것 앞이잖아. 황금매의 마력으로, 가디언의 주문을 살짝 뒤틀면…… 이렇게 현실의 일부를 공유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내가 이렇…….”
“어흐흐! 꺼흑! 악마도 모자라서 이젠 유령까지 제대로 달라붙었어! 이게 뭐야, 엉엉! 어허엉!”
“야!”
고개를 돌리면서 우는 척하는 투란에게 금빛 안개가 뒤틀린 소리로 으르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