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4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42)
대체 무엇 때문에 드라고니아가 이렇게 신난 듯할까?
의심 가득해진 투란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거…… 뭔가 굉장히 이상한 효과가 많은 것 같은데? 비밀을 지키는 것 말고 또 뭘 하는 거야?’
어지럽게 토 나올 정도로 긴 명칭이었다.
절대로 단순하게 마음속의 비밀을 지키는 정도로 끝날 것이 아니란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밖에 없잖은가! 그 효과 속에 드라고니아를 신나게 하는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효과라…… 많다면 많겠지. 하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항마력(抗魔力)을 키운다고 할 수 있을 거야.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강인한 정신력을 기반으로 네게 닥쳐오는 마법 혹은 저주의 효과를 버텨내며 무효화시키고 이겨낸다는 거지만…….
‘저주를 이겨내?’
순간적으로 투란의 마음속에서 다른 생각이 사라졌다.
드라고니아가 그 격동을 느낀 듯, 단순해진 투란의 마음가짐을 깨달은 듯이 설명을 보탠다.
―처음 말했잖아, 방어술이라고. 그 방어술의 기반이 되는 것은 너의 정신력, 너의 의지를 기반으로 삼는 마력이라고 할 수 있다. 순수한 정신의 힘으로부터 파생되어 나와 마력과 같은 효과를 자아내는 힘을 키우는 것, 바로 드라코눔의 비술이다. 그 속에는 네가 원한 것처럼 비밀스러운 생…….
‘이미 걸린 저주도 없애주고, 그런 거야?’
불쑥 투란은 이어져 나오려는 드라고니아의 이야기를 끊으며 물었다.
잠깐 드라고니아가 침묵했다.
이번에는 투란이 무슨 생각을 하는가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듯…….
하지만 곧 드라고니아는 보다 신중하게 대답을 한다.
―조금 까다로운 경우가 있기는 하겠지. 하지만 그렇다, 아니다로 딱 잘라 말한다면…… 그래, 드라코눔의 비술은 이 세상의 어떤 저주도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투란 그건…….
‘없애는 게 아니라, 이긴다고? 그거, 굉장히 어렵게 들린다?’
―맞아, 어렵지. 가장 어려운 경우는 저주에 걸린 자가 이 비술을 익히려 할 때야. 저주가 걸리기 전의 자신을 모르기 때문에…… 정신적인 척도가 애매하기 때문에 한층 더 어려워지지. 그게 아니라면, 비술을 익히고자 하는 순간을 기억하고 그 명확한 척도를 지니게 된 다음부터는 아예 저주에 걸리지 않…….
‘어쨌든, 어렵기는 어렵지만 된다는 소리지?’
투란은 조급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확인하듯이 물었다.
그 기분을 느낀 드리고나아가 짧게 바로 답을 한다.
―맞아. 너, 혹시 무슨 저주에 걸려 있었나?
‘어? 내 안에서 아무것도 못 느꼈어? 나 어릴 때부터 줄곧 저주받았네 어쩌네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투란이 쪼금 뚱한 기색으로 소리 없이 칭얼대는 말을 했다.
―없다만? 딱히 너의 정신상태에 영향을 끼치는 외부요인이라든가…… 지속적으로 너에게 작용하는 외적인 힘의 경향 같은 것은 전혀 없었는데?
드라고니아는 보다 또박또박, 자신이 이미 투란의 정신을 점검했다는 것을 드러내듯이 대꾸하고 있었다. 이는 투란을 조금 주춤하게 했다.
‘그래? 무슨 보석에 얽힌 저주니 뭐니 하는 거 없었어? 흠…….’
―없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만…… 만약 그런 게 있다고 한다면…….
‘한다면?’
투란은 살짝 말을 흐리는 드라고니아를 재촉했다.
드라고니아는 조금 애매한 기분을 고스란히 투란에게 전하며 대답을 한다.
―너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닐 경우…… 혹은 지금은 그 영향력이 거의 사라진 경우라고 해야겠지.
이 말은 투란을 살짝 쓴웃음 짓게 했다.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잔뜩 하면서 뭔가 훼방 놓는 듯한 낌새가 가득했던 드라고니아인데, 정작 투란의 이전 정신 상태를 점검할 때 은근히 해로운 부분에 대해서만 따져보고 이로운 경우로 남는 것은 찾아볼 생각도 없이 그냥 넘어갔다는 말이잖은가.
그래서 투란은 들은 말의 뒷부분에 집중했다.
‘사라진 경우? 음, 몬스터 엠블럼은 박히는 순간에 마법도 많이 지우지?’
―아마도…….
‘그 비술, 거의 사라졌다가 다시 영향력이 나타나는 저주 같은 것에도 효과가 있겠지? 아예 무효화하거나 버티게 해주거나…… 어쨌든 다시 나타나면 바로 알아차리게 말이야.’
―그렇다.
‘좋아,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지금부터 바로 써먹었으면 좋겠어.’
―시작은 간단하다…… 당장은 작은 효과로 나타날 거야. 비밀을 지키는 부분만은 강하게 작용하겠지만…… 그러니까…….
세상이 멈춰진 듯한 풍경 속에서 투란은 윌 라이트로부터 세차게 맥동하며 흘러오는 드라고니아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 마법을 받아들여 품었다. 그리고 곧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비술이 주문이라든가 강한 마력을 필요로 하는 마법이 아닌, 순수한 정신…… 마음의 재간에 가깝다는 것을.
“허얼!”
입에서 나간 소리가 겨우 귓가에 들려오는 느낌 속에 투란은 주저앉았다.
폴싹 엉덩이를 축축해진 땅에 얹으면서 앉아버리는 투란을 따르듯, 금빛 안개가 무너져 내리듯이 낮아지면서 뭉클거리며 세란드의 얼굴을 바로 앞에 들이댄다.
“내 동생들!”
“잠깐, 조용히 좀 해봐! 세란드, 내가 계속 네 동생들이랑 함께 가다가 거짓말한 거 들통날 수도 있다는 거, 생각은 하는 거야?”
빠른 속삭임으로 투란이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
손짓 사이로 금빛 안개가 살짝 건드려진 채로 흐트러졌고, 그 사이에 세란드는 말을 못 했다. 하지만 곧 금빛 안개가 훌쩍 뒤로 맴돌면서 다시 세란드의 형상이 갖춰졌고, 조금 더 단단한 덩어리가 된 것처럼 또박또박한 말소리를 낸다.
“들키지 않게 조심해야지!”
“야!”
투란이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세란드의 금빛 안개 눈동자 속에 들이대며 꽥 소리를 질렀다.
거짓말쟁이들이 아주 쉽게 빠지는 함정이었다.
조심하면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는다, 라는.
세란드도 말하고 나서 조금 민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의견을 굽힐 낌새는 전혀 없다는 듯이 단호하게 말한다.
“내가 들통날 일은 없어! 그러니까 투란이 조심하면…….”
“아니, 가디언이 되어서 찰싹 달라붙은 채잖아! 가디언이면서 거짓말을…… 하는 거냐!”
“거짓말은 하지 않아. 다만…… 가디언의 맹약 속에 묶여 있는 내게는 기억이 없다. 우리 사이에 대한 부분은 누락되었지. 그저 좋은 추억으로, 내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 사람으로만 기억해. 그건…… 망령이면서도 괴물인…… 온전한 ‘나’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었다.”
“그게 뭐야?”
금빛 안개로 꿈틀거리는 세란드의 표정을 바라보며 투란은 인상을 구긴 채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묘한 웃음이 곧 세란드의 금빛 낯짝 위로 흘렀다.
“쉽게 말해서, 너와 나의 진실은 너와 나 사이에만 머문다. 나는…… 너와 함께 이야기하고 있을 때에만 완전한 진실을 아는 상태란 거야. 정확하게는, 가디언인 채로 내 동생들과 있는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인 거지. 중요한 것은 투란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라는 것뿐이라고 기억한다고. 그러니까, 내 이야기는 절대로 비밀이 지켜질 거야.”
“세란드, 네 이야기만?”
투란이 노골적으로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한숨을 금빛 안개로 흘리면서 세란드가 답한다.
“몬스터 로드로서, 네가 지닌 몬스터에 대한 것이라면…… 당연히 비밀이지! 네가 직접 애들 앞에서 몬스터를 꺼내보이지 않는 한, 저 애들은 너의 몬스터에 대해서 영원히 모를 거야. 도대체가…… 네가 보여주는 걸 잡겠다고 욕심부리는 꼴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잖아! 목숨이 몇 개도 아닌데!”
“야.”
뭔가 괴상한 이유로, 순전히 투란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이 동생들에 대해서 고려한 상황으로 떠드는 세란드를 보며 투란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곧 세란드의 금빛 눈동자 속에 기묘하게 흐르는 광채, 짙은 은색인 듯하면서도 갈라지는 듯한 눈동자처럼 피어나는 미묘한 광채를 보며 투란은 느낄 수 있었다.
세란드는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투란의 일에 대해 결코 누설할 수가 없게 되었다. 괴물이 되어 날뛴 자신의 비밀을 유일하게 간직한 투란이기에, 투란의 일을 이야기하려다가 자신의 비밀을 동생들에게 들키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세란드는 투란 앞이 아니면 투란에 대해 전혀 기억도 못 하는 망각을 지닐 지경이 된 셈이었다.
―처리 완료.
그에 대한 드라고니아의 짧고 간결한 확인까지 있었다.
투란으로서는 마법이 대체 어떻게, 비술이 어떤 식으로 작용했는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확신만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의심하지 않는 한, 원하고 있는 한 완전무결(完全無缺)하게 지켜질 결과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세란드의 낮고 선명한 목소리가 이어지며 투란의 귓가를, 마음을 두들긴다.
“미리 부탁하겠는데…… 그래, 미리 부탁하는 건데! 제발 그 활활 끓어오르는 바윗덩어리랑 질질 흐르는 용암의 괴물은 내 동생들 앞에서 보이지 않도록 해줘! 그딴 걸 삼키겠다고 하다가 애들 죽어나가는 꼴은 참을 수가 없다고!”
“그랑츄는 괜찮았고?”
삐딱하니 투란이 심술궂은 말투로 물었다.
세란드가 한숨을 쉬는 표정으로 답한다.
“황금매의 마법으로 그럭저럭 다룰 만한 것이라면, 잡기 쉬운 것이라면 보여줘도 내가 뭐라 할 일이 아니지! 그치만 지나친 욕심을 부리도록 유혹하는 짓은 관둬 달라는 소리야! 나는…… 그냥 저 애들이 안전하게, 평온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그러니까 이런 사람이 없는 곳에서 저 애들만 머물면서 외톨이처럼 지내는 꼴이 아니고, 사람 사는 곳에서 사람답게 살기를 바라는 거야!”
“음…… 사람 사는 곳이라…….”
투란은 흘깃 주변을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세란드의 동생들, 시알라 남매가 지어놓은 세이프티 하우스의 형태는 투란에게 여전히 낯설었다. 하지만 드라고니아에게서 끌어낸 드라코눔의 풍경은 낯선 정도를 넘어서서 분명히 이상했다!
사람 사는 곳에서는 있을 리가 없는 풍경과 사람이 사는 어딘가에 가면 볼 수 있을 거라 기대가 되는 집…… 상황은 꽤나 명확하게 느껴졌다.
“나도 나가긴 나가야 하는데…….”
따지고 보면, 투란도 이 산맥 밖으로 나가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었다.
이렇게 저렇게 자꾸 꼬이고 발목 잡힌 채일 뿐이지, 이 깊숙한 산맥 안쪽이 좋아서 뒹굴고 다닌 것은 아니다!
세란드는 슬그머니 투란이 보이는 이 낌새를 놓치지 않았다.
“아무리 강해도, 누군가 곁에서 도와주는 편이 더 좋은 거라고! 내 동생들, 몬스터 로드로서는 상당히 미숙할 수 있어. 겨우 삼킨 몬스터의 형상을 꺼내놓는 초보에 불과하겠지! 하지만 저 애들에게는 가디언인 내가 있다! 넷이나 있어! 가디언으로서 저 애들을 돕고, 저 애들은 황금매의 마법으로 너를 돕고! 다 같이 나가면 되잖아! 좋은 거라고, 투란!”
“함께 가다가 이상한 괴물이 나타나서 덥석 잡아먹으려고 하는데, 도울 방법이 없으면 버리고 가도 돼?”
슬그머니, 투란은 아무렇지도 않은 하찮은 이야기처럼 물었다.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뛰어들어서 용암으로 그 망할 놈을 짓이겨놓고 구해줘야지!”
세란드는 머뭇거림도 없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어이없어하는 투란에게 세란드가 얼른 덧붙여 말한다.
“무, 물론 그런 상황이 되지 않게 조심하는 게 먼저야. 하지만…… 난 죽어버린 동생보다는 조금 욕심부리는 동생을 다독이고 가르치는 쪽이 더 좋다고!”
“하아…… 뭔 소리인지 알겠습니다, 네, 네, 그러시겠죠.”
어쩔 수 없이 비꼬는 말투로 투란은 대꾸해야 했다.
아무래도 세란드가 비밀은 지키겠지만…… 뭔가 망령으로서의 미련을 완전히 버린 듯한 꼴은 아니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동생들의 위기에 투란을 던져넣을 낌새가 아주 또렷하잖은가!
‘아, 이놈을 어떻게 하면 좋냐고!’
무슨 몬스터를 낚거나 유인하는 미끼 노릇이 가는 길에 활짝 펼쳐진 듯하니 저절로 뭔가 암담한 기분이 투란의 마음을 물들이는 상황이었다. 그 과정에서 철저하게 투란의 몬스터를 우려먹듯이 이용하려 할 것이고!
“저기 세란드, 하얀 쪽의 너는…… 전혀 쓸모없는 거야?”
그냥 당하기는 너무 억울해서 뭔가 가느다란 이파리라도 잡겠다는 듯이 투란은 묻고 말았다. 열 몇 개나 되는 꼬리를 흔들고, 새하얀 팔뚝을 자랑하는 하얀 괴물의 힘을 조금이라도 망령으로서 끌어낼 수 없냐고 따지는 소리이기도 했다.
이 기분이 전해진 듯, 세란드의 형상을 이룬 금빛 안개가 뭉클거리며 반짝였다. 그리고 단정한 웃음과 함께 대답이 나온다.
“한 가지 쓸모가 있을 거야. 투란, 자주는 못 쓰겠지만…… 녀석의 도약 능력을 빌려 쓸 수 있어. 옴니앙의 마법 중에…… 몬스터의 능력을 아주 잠깐 차용하는, 전제조건이 아주 까다롭기는 하지만 빌려 쓸 수 있는 요술이 있거든.”
“뭐?”
투란은 진심으로, 반쯤 기겁해서 금빛 안개가 뭉클거리며 이뤄내는 세란드의 모습을 바라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