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4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43)
―이런.
드라고니아의 낮은 소리는 신음처럼 투란의 뇌리에 꽂혔다.
무엇인가 짐작하는 듯했고, 살짝 놀라는 듯했다.
세란드의 말에 놀라는 투란과 거의 똑같은 기분인 것처럼!
“세란드,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투란은 우선 침착하게 확인하듯 물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세란드 스스로가 알고 있는가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듯!
세란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명한 태도는 투란이 입을 다물게 했고, 드라고니아가 한층 더 놀라는 기척을 전하게 했다.
그리고 고갯짓에 따라 금빛 안개의 잔영이 허공에 흩날리는 광경 속에서 세란드는 분명하게 자신의 꺼낸 말을 이어나간다.
“요술(妖術)이라고 한 말 그대로야. 위치 포뮬라(Witch Formula)라고도 하는 비술이기도 하지. 요정의 숲을 몇 곳 거치면서…… 아직은 아겔이…… 아겔페스가 자신의 본색을 내게 들키지 않았을 무렵에 알게 된 거야. 물론 그때는 그저 그런 것이 있다는 소문만 들은 정도야. 하지만…… 옴니앙에 그 비술이 기재되어 있었다. 아겔페스로서는 쓸 수 없었던 비술이지만, 지금의 투란, 너에게는 조건이 갖춰져 있어.”
―역시 그거로군.
조금 어이없어하면서도, 안도하는 듯한 낌새로 드라고니아가 중얼거렸다.
이는 투란을 조금 더 긴장하게 했고, 세란드의 이어지는 말에 집중하게 했다.
“낯설고 이상해? 그렇겠지. 몬스터의 능력을 사용한다는 거는…… 몬스터 로드라는 위험을 감수한 경우에나 가능한 것이니까. 몬스터 로드로서 생각한다면, 아무런 부담도 없이 그럴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어이가 없고 짜증 나. 확실히 그래. 내가 그랬어. 투란은 다른가? 음, 그냥 수상쩍은 이야기 같아?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아겔페스는…… 황금매를, 몬스터 엠블럼을 만들어낸다고 날뛰던 마법사조차도 옴니앙을 이용해서 그 요술을 알고 있으면서도 쓰지 못했어. 조건이 굉장히 난해하고 까다로운 데다가…… 그 기원이 블랙 메이지(Black Mage)에게 있는 탓이라서…….”
“블랙……?”
투란이 갸웃했다.
세란드가 웃었다.
“흑(黑)의 마법, 우리가 아는 마법과는 많이 다른 마법의 종류라더군. 뒤틀린 로그 메이지조차도 쉽게 다가설 수 없는 마법이란 거야. 뭐, 인간성이 어두컴컴하니 어쩌니 하면서 그런 인간성의 마법사가 쓰는 마법이니까 시커먼 마법이네 뭐네 하는 그런 경우가 아니란 말이지. 그리고 쉽게 알려지지 않은 마법인 만큼, 여러 가지로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한 마법이고. 아무튼, 그런 마법의 비술…… 요술이라고 분류되는 방법을 이용해서 도약 능력을 아주 잠깐씩, 제한적이나마 쓸 수 있단 말이야. 어때, 알아듣겠어?”
“어.”
투란은 보다 간략하게 답했다.
결국 세란드의 장황한 이야기는 몬스터 로드의 방식과 다른 어떤 이상한 마법으로 몬스터의 능력을 잠깐씩 가져다 쓸 수 있다는 말이었다.
몬스터 로드로서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잖은가!
그래서 반짝거리기까지 하는 투란을 보며 세란드가 금빛 안개를 토해내며 나직하게 한 번 더 묻는다.
“투란, 내 동생들…… 여기서 무사히 사람 사는 곳까지 갈 수 있도록 도와줄 거지?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할 거니까. 요술도 알려주고 말이야.”
“교환이었냐!”
듣고 있던 투란이 울컥한 소리를 냈다.
길고 복잡하게, 아주 대단한 것에 대해 말해줄 듯하다가 어느새 세란드는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말머리를 확 돌려놓고 있었다. 뭔가 투란에게 보다 확실한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결코 말해주지 않겠다는 강인한 의지가 금빛 안개 속에서 무럭무럭 뿜어져 나오는 낌새가 느껴지잖는가!
―투란, 그냥 그런다고 하지그래?
드라고니아가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투란이 이것저것 짚는 것이 너무 쪼잔하다는 듯한 기척이었다.
어차피 도울 거라면 그냥 화끈하게 도우라는 것처럼…….
‘쯧, 거래의 기본이 안 되어 있구만!’
투란은 심호흡을 하며 세란드를 노려보는 채로, 착실하고 은밀하게 드라고니아를 향해 아주 뻔뻔한 말부터 흘렸다. 그리고 세란드를 향해서 또박또박 소리 내서 말한다.
“잠깐 확인 좀 하고 싶은데? 그거…… 나를 거치면 시알라라든가 페란드, 제란드, 멜란드에게도 쓰게 할 수 있는 거 아냐?”
“그건…… 음, 그럴 수도 있겠지. 좀 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
세란드가 살짝 움찔한 기척과 함께 대답을 하는데, 투란이 바로 그 말을 끊고 말한다.
“그래서 지금 그렇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거잖아! 내가 쓰는가 못 쓰는가가 아니고, 날 이용해서 그 요술을 전해주고 싶은 것뿐이잖아! 안 해! 싫어! 나 혼자 쓰는 거 아니면 절대로 안 해!”
혀까지 날름거리면서 거부하고 거절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투란이었다.
이는 바로 세란드를 당황스럽게 했다.
“아니, 어째서? 왜? 좋은 거야! 나눠 써도 부담이 가는 게 아니라고! 이 요술은…….”
“도약하는 거, 마법이 있을 텐데? 여기 있다가 저쪽에 번쩍거리며 나타나는 주문, 그런 마법도 있는데 굳이 몬스터의 능력을 이리저리 꼬아서 빌려 쓸 필요가 있어? 다른 문장도 아니고, 황금매의 문장인데? 대체 뭐가 문제야?”
세란드는 의외로 조리 있게 따져 묻는 투란을 보며 한층 더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설마 이렇게 눈치채고 따져 물을 줄은 몰랐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당황해서 잠시 말을 못 하는 세란드를 대신하듯,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뇌리에 속삭인다.
―마법으로 하는 거랑 몬스터의 능력을 이용하는 거랑 차이가 있지. 마법에는 다른 사람의 주문에 간섭하거나 망치는 수작이 아주 많거든. 그리고 대부분의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그런 능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고 말이야. 몬스터란 존재부터가 왜곡된 채라서,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마법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많다는 거, 알지? 물론 마법이 그냥 망가지지는 않지. 마법도 몬스터를 망가뜨리지만…… 아무튼, 세란드는 여기서 살아나가기 위해, 가능한 한 더 안전한 방법을 찾는 거야.
‘알아. 하지만 못된 수작을 부리잖아!’
투란은 드라고니아를 향해 단호하게 대꾸했다.
그리고 투란의 입은 바로 세란드를 향해 으르렁거림을 토해낸다.
“세란드, 몬스터 로드가 사용하는 몬스터의 능력은 자기가 삼킨 것이어야 한다고. 황금매가 특별하다고 해서, 그런 기본적인 일부터 무시하려고 들면 안 돼! 동생들을 바보로 만들 셈이야?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 지팡이를 휘두르다가 지옥에 떨어졌다는 마법사 이야기도 몰라?”
“알아.”
금빛 안개가 이지러지면서, 세란드가 조금 기죽은 소리를 냈다.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는 마법의 지팡이를 손에 넣은 철부지 마법사가 지옥 구경을 하겠다고 하다가, 지옥에 빨려들어 가버렸다는 이야기…… 마법이 만능일지라도 그 마법을 휘두를 자격이 없다면 자기 몸을, 자기 영혼을 망가뜨릴 뿐이라는 매우 당연하면서도 뻔한 교훈을 담은 이야기였다. 이는 상아탑의 어린 마법사들에게 가장 먼저 들려주는 이야기란 말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 틈엔가 상아탑 밖으로도 그 이야기가 전해졌고…….
어린 시절에 마을에 왔던 이야기꾼을 떠올리면서, 투란은 기운차게 목소리를 높여 말을 이어간다.
“자, 안다면…… 어떻게 하는 건지 말해봐. 나는 그 능력을 써도 되니까! 애초에 내가 삼킨 몬스터의 능력을 이상한 요술로 써야 한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지만, 내가 쓰는 거는 당연하잖아!”
잠깐 금빛 안개가 뭉클거리면서, 세란드가 지으려는 표정이 대체 무엇인가 모르겠다는 듯이 헝클어진 몰골을 보였다. 그리고 드라고니아도 그런 세란드의 기분에 동조한다는 듯, 이 상황에 한마디 던지고 말았다.
―야, 인마!
세란드도 겨우 다시 금빛 안개의 형상으로 입술을 그려내며, 빠르고 과격한 말투로 소리를 토해낸다.
“이봐, 투란! 그런……! 아니, 왜 같이 써도 되는 걸 혼자 쓰고 싶어서 그러는데!”
“어허, 특별한 몬스터를 삼키고 특별한 능력을 얻은 몬스터 로드가 그걸 어떻게 나눠?”
투란은 아주 뻔뻔하게 대답했다.
세란드는 더욱 발끈한 소리를 낸다.
“나눠쓸 방법이 있다니까!”
“싫다고. 내가 삼킨 몬스터라고, 나 혼자 쓰는 게 당연하지!”
“아, 그러셔? 그럼, 내가 알려주지 않겠다면?”
세란드는 삐딱한 투란을 보며 자신도 삐딱하게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듯 대꾸하고 있었다. 하지만 투란은 한층 더 삐딱하게 아예 눈길을 옆으로 돌리면서, 그저 지나가는 말이라는 듯이 지껄이니…….
“음, 뭐…… 시알라나 페란드나, 제란드, 멜란드가 위기의 순간이 닥쳤을 때…… 펄펄 끓으면서 바위도 싹싹 핥아 녹이는 뜨거운 마그마가 잽싸게 구해내다가…… 시알라나 페란드, 제란드, 멜란드의 몸을 화끈하게 데워주겠지. 음, 그러다 실수로 옷감을 좀 태우기는 하겠지만, 몸에 뜨거운 흔적이 좀 남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힐링 팩터도 있고, 굉장히 좋은 마법도 있으니까 죽을 리는 없겠지. 으흠, 그럴 때 휙 들어갔다가 휙 나올 수 있는 도약 능력이라도 있으면 참 좋겠다고…… 뭐, 나중에 많이 아쉬워하겠지.”
―어이!
“야……! 협박이잖아, 그거!”
기가 막혀서 드라고니아가 한 소리 울릴 때, 세란드는 전혀 모르면서도 합창하듯이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삐딱하게 뻔뻔해지기로 한 투란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태연자약한 태도로 담담한 척하며 덧붙여 말한다.
“뭐, 내가 틀린 말이라도?”
“그, 그건……!”
드라고니아는 이제 어이없어서 할 말이 없다는 기척만 흘렸고, 세란드는 막상 투란의 말에 대꾸할 말이 곤란한 듯이 더듬거렸다.
바람결이 흔들리고, 물소리가 맑게 주변을 울렸다.
살그머니 두 팔에 기대며 몸을 비스듬히 뒤로 기울이면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다리를 쭉 뻗는 자세를 꾸미며 투란이 조금 더 가라앉은 고요한 말투로 이야기한다.
“세란드, 몬스터의 능력을 이상한 요술로 사용하는 동생들을 보면…… 남들이 뭐라고 할까?”
“어? 무슨 이야기지?”
세란드는 갑자기 바뀐 투란의 분위기에 조금 의아해하며, 살짝 신중해진 태도로 되물었다. 아무래도 이제까지 얼렁뚱땅 욕심꾸러기라서 독차지하겠다는 모습과는 다른, 뭔가 깊은 까닭을 품었다는 분위기를 풍기니 어쩔 수가 없었다.
“몬스터 로드가 특별한 능력을 보인다는 거는, 특별한 몬스터를 삼켰다는 뜻이잖아. 게다가 이상하게 마법도 쓰고…… 거기에 마법으로도 까다롭다는 요술로 삼키지도 않은 몬스터의 능력까지 쓴다면…… 세상의 연금술사, 마법사, 몬스터 헌터, 몬스터 로드…… 그 밖에 우리가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뭐라고 할 것 같냐고.”
세란드가 입을 다물었다.
차분하게 흘러나오는 투란의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세란드는 돌연 깨달은 듯한 모습이었다.
투란은 그런 세란드의 기척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조용히 말을 이어나간다.
“몬스터가 날뛰는 이곳만이 위험한 거 아니잖아. 사냥하겠다고 꼬드겨서, 사냥터에서 데려간 사람을 사냥하는 놈들…… 그런 이야기 몰라? 그것만이 아니고,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에서는 남이 가진 금전이랑 좋은 옷을 빼앗기 위해서 덤벼드는 경우도 있다면서? 몬스터를 덮치는 것도, 짐승의 새끼나 알을 노리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면서 사람을 공격하는……. 뭐, 그래 봐야 결국 몬스터처럼 끔찍하지는 않겠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드라고니아가 잔잔한 소리로 투란의 말에 살짝 끼어들었다.
마치 사람의 흉악함이 몬스터를 뛰어넘을 때도 있다는 것처럼…….
하지만 투란은 이를 못 들은 척하고, 세란드를 향한 소리를 이어갔다.
“비전이 재앙이 된다는 말, 세란드는 들은 적 없어?”
“자주 들었다.”
한숨처럼 세란드가 답을 했다.
금빛 안개의 형상이 바람결을 품듯이 흔들렸고, 세란드의 표정이 조금 담담해지면서도 분명해졌다. 그 담담한 태도 속에서 평온한 소리로 세란드가 말한다.
“아겔페스와 함께 하면서…… 나는 황금매가 새로운 몬스터 엠블럼이란 것을 숨기고 다녔지. 나는 내 가슴에 박힌 것이 마법의 각인이며…… 그 각인을 통해 한두 가지 마법을 사용하는 스펠 캐스터(Spell Caster)로서…… 스펠 캐스터 치고는 조금 특별한 척했었어. 그때, 아겔페스가 종종 하던 말이다. 비전(秘傳)은 재앙(災殃)이 되기도 한다고…….”
투란이 입술을 일그러뜨리면서 쓴웃음을 구기는 얼굴이 되어 세란드의 모습을 바라봤다. 몬스터 로드 사이에서, 몬스터 헌터 사이에서 자주 오가는 말이라 가볍게 꺼냈는데 어째 그게 세란드가 괴물이 되어서라도 죽여야 했던 작자 입에서 잘 나오던 말이라니!
‘설득…… 실패했나.’
투란이 실망을 하려 할 때, 세란드의 말이 바로 이어 나온다.
“몇 번이나 봤다. 비전의 요술을 지닌 요정의 일족과 엇갈리면서, 그들이 세상에서 받는 무고한 핍박, 위협, 박해……. 그러면서도 나는…… 아겔페스가 미워서, 그 말에 담긴 진실을 무시하고 내 동생들에게 몹쓸 짓을 하려 했군.”
“응?”
투란은 눈을 깜박거렸다.
세란드의 표정은 굳건한데 나오는 말은 어째서 깊이 실망한 듯할까?
―설득 성공이다, 투란.
드라고니아는 왜 또 이런 소리를 태연하게 뇌리에 꽂아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