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50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51)
Chapter 51. 몬스터 로드의 여로 Ⅰ
―투란…… 오늘 일은 숨결 하나 놓치지 않고, 깨끗하게 기록해놓겠어! 나중에 너랑 저 녀석들이 얼마나 엉망진창이고 뒤죽박죽으로 동행을 결정하고…… 황당하게 여행을 시작했는지, 부끄러워하게 해주마!
‘음? 원래 자기 옛날이야기라는 게 다 그럴걸? 그리고 사람은 지금을 살아야지. 지난 일 따위는 오래 기억하는 거 아니래.’
기막혀하는 드라고니아에게 투란은 뻔뻔하게 답했다.
―뭐라고?
투란은 한층 더 기막혀하는 드라고니아를 모르는 척했다.
시알라, 페란드, 제란드, 멜란드 네 남매는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불길의 광란(狂亂)을, 그 속에서 깡충대는 투란을 보려고 눈을 껌벅여야 했다.
왜 저러는지가 궁금하지는 않았다.
붉은 그랑츄의 능력, 그것을 보여주겠노라고 말하고 뛰쳐나갔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서 보여주는 광경이란, 파이어워커라는 커다란 도마뱀을 쫓으면서 치솟는 불길 속을 뛰어 달리며 그 꼬리를 잡으려 하는 짓이었다. 불길은 담장처럼 치솟았고, 보라색 안개가 얼마나 빨리 점화되는가는 보기에도 섬뜩했다. 그런 속을 붉게 달아오른 살갗, 붉게 변한 머리카락과 털뭉치를 몸 이곳저곳에 붙인 듯한 모습인 붉은 그랑츄가 되어 투란이 날뛰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를 보면서 대체 뭐라 해야 하는가?
먼저 멜란드가 중얼거림을 토한다.
“어, 저 가죽 바지는…… 부서지지도 않고 버티네?”
“그렇군…… 그러고 보니 저건…… 마법으로 만든 옷이 아니었지? 처음부터 계속 끼고 있던 바지 같은데…… 특별한 가죽인가 보네.”
제란드가 동의하면서 추측했다.
둘의 말처럼 투란이 지금 몸에 걸친 차림새는 허리 아래와 무릎 위를 단단하고 두껍게 감싼 검은 가죽뿐이었다. 그랑츄의 체격으로 변모(變貌)하는 순간, 투란이 몸에 두른 옷가지는 모조리 찢기며 으스러져 떨어져 내리고 말았다. 붉은 그랑츄의 몸에 어울릴 수 없다는 듯, 버틸 수 없다는 듯이.
하지만 저 가죽 바지는 버티고 있었다.
붉은 그랑츄의 체격에도, 저 불길 속에서도!
페란드가 조금 신중한 말투로 소리 낸다.
“버티는 건지, 아무렇지도 않은 건지 알 수가 없어…….”
시알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누나와 형을 흘깃한 멜란드가 앞으로 나서며 이에 간단하게 대꾸한다.
“해보면 알겠지.”
우득, 콰드득!
멜란드의 몸에 걸친 가벼운 갑옷 차림새가 으스러졌다.
멜란드가 몸에 걸친 것은 오직 붉은 그랑츄의 터럭만 남은 몰골이 되었다.
제란드는 그 꼴을 보며 한숨을 쉬고 주문을 토해낸다.
“무장생성, 멜란드.”
대상의 지정과 마력의 발출은 즉각 붉은 그랑츄가 된 멜란드에게 다시 가죽 갑옷을 걸치게 했다. 페란드는 제란드가 입을 열고 반쯤 말했을 때, 한마디 하려고 했다. 하지만 멜란드가 붉은 그랑츄의 몸이면서 갑옷을 걸친 광경에 놀라면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으어…… 어흐! 큼큼! 아, 이제 말할 수 있네. 좋아, 그럼 내가 이 몸을 불길에 시험해볼 테니까…… 넋 놓고 있지 말고,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조심하면서 구경하라고!”
누나와 형들에게 잔소리하면서 멜란드가 뛰쳐나갔다.
쿵쿵거리는 발걸음, 2미터 40센티미터를 살짝 웃도는 체격은 은근히 사람을 압도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투란처럼 저쪽으로 멀리 뛰어나가면서 변한 것이 아니고 바로 앞에서 변한 다음에 쿵쾅거리며 발을 울린 탓에 그 느낌은 더 세게 시알라와 페란드, 제란드에게 스며왔다.
함께 손발을 변화시키면서 신기해하던 것과는 뭔가 가슴 깊이 다른 것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었다.
“음…… 형, 나가볼 거야? 난 구경만 하겠어.”
제란드는 페란드에게 말하며 아예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시늉까지 했다.
슬쩍 몸을 빼는 제란드의 말에 페란드는 씁쓸하게 대꾸한다.
“아니, 나도 구경만…… 누나는?”
시알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인상만 팍팍 쓰면서 저편에서 우당탕거리며 뒹굴고 뛰고 난리 치면서 투란과 멜란드가 파이어워커를 쫓는 광경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지켜보는 이들의 기분이 어떤지 상관없이, 투란과 멜란드는 보라색 안개를 뿜어내고 불을 지르는 도마뱀을 잡아 불에 지지고 구우면서 하나씩 모으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붉은 그랑츄의 발가락이 땅을 파고, 불길 사이에 빈틈을 만들어 구워진 도마뱀이 쌓이는 광경은…… 뭔가 기괴했다.
도대체 왜 저러고 있을까?
멜란드는 아무래도 투란 곁으로 뛰어나가면서 뭔가 듣고 따라 하는 듯한데…… 투란은 왜 저 파이어워커라는 마수를 불에 구워 쌓고 있을까?
“저거 그림 토템(Girm Totem)인가?”
문득 생각난 듯, 제란드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몬스터나 마수를 잡아 쌓아놓고 영역 표시를 하는 짓인데, 약한 몬스터나 마수를 겁주거나 해서 안전한 영역을 꾸밀 때나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곳에 저 도마뱀의 구워진 시체를 보고 겁먹는 놈이 있을까?
저 냄새를 맡고 먹겠다고 몰려드는 녀석이 더 많을 분위기 아닌가?
이 부근에 숨어 있던 파이어워커가 몇 마리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이미 투란과 멜란드가 서로 몰면서 움켜쥐고 팽개치고 불길에 던져 넣은 것만 수십 마리였다. 그럼에도 또 저쪽에서 불을 지르며 달아나는 놈이 있는 꼴로 봐서는, 거의 수백 마리 이상이 이 근처를 자신들의 둥지로 삼고 있다고 예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남은 무리를 노리고 저러는 것일까?
제란드가 꺼내놓고 추측하는 사이, 페란드가 말한다.
“그만하려나 보네, 부르고 있어.”
시알라는 뭐라 하지 않고 붉은 그랑츄인 채로 손짓하는 멜란드를 보며, 그 곁에서 흙을 파내며 주변의 불길을 재우는 투란을 보며 나아갔다. 곧 페란드도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면서 시알라의 뒤를 따랐다.
제란드는 슬그머니 단도 자루에 손을 얹은 채로 누나와 형의 뒤를 따랐다.
아무리 조심해도 부족한 일은 없는 곳, 오면서 겪은 바가 있기 때문에 불길과 난동으로 주변이 고요해진 듯해도 남매는 조심하고 있는 셈이었다.
“응, 다 왔네. 그럼, 다 같이 먹어요!”
투란이 따뜻한 흙을 발을 담그듯이 파고 후비면서, 아주 명랑하게 다가온 시알라 남매에게 말하고 있었다. 멜란드는 불길을 걷어낸 곳에 엉덩이를 대고 앉은 모습으로…… 차림새를 다시 사람답게 갖춘 채로 투란의 말을 듣고 있는 누나와 형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시알라는 눈을 껌벅였고, 페란드와 제란드는 멜란드를 바라봤다.
투란의 말이 무슨 뜻인가, 함께 날뛴 너는 알고 있겠지……라는 눈빛이었고 멜란드는 여기에 대해 뭐라 답해야 할 의무를 느끼고 입을 연다.
“누나랑 형들이 오면 같이 먹자고…… 기다렸어.”
시알라의 눈꼬리가 살짝 꿈틀했다.
멜란드는 재빨리 눈길을 돌려서, 불에 구워져 짙고 탁한 냄새를 풍기는 도마뱀의 모습…… 파이어워커의 잔해를 보는 시늉을 했다.
그런 막내의 모습에서 페란드와 제란드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이 녀석이……!’
‘기다리면서 먹자고 했더니, 다 함께 먹어야 한다고 발뺌하고 있었군!’
굳이 멜란드가 이런 이유는 묻지 않아도 명확했다.
딱히 누나와 형들을 배려해서가 아니었다.
붉은 그랑츄의 능력을 시험해보려고, 날뛰는 투란을 보면서 근질거리던 몸을 푼 것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마수를 잡아 구워놓고 먹자는 이야기에는 불안해진 것이다!
몬스터 헌터가 어지간해서는 마수라든가 몬스터를 뜯어먹지 않는 이유는 명확했다. 굽거나 삶는다고 안전한 음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몬스터와 마수가 서로를 뜯어먹고 사는 곳이라 해서, 사람이 함께 뜯어먹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람이 먹어도 되는 몬스터나 마수의 고기는 오히려 희귀한 셈이었다.
그런데 이 낯선 도마뱀, 제 몸을 태울 불길을 뒤로 흘리면서 뛰어다니는 파이어워커란 놈을 먹어도 되는가?
투란이 괜찮다고 하지만, 정말 괜찮을까?
시알라 남매는 투란에게 괜찮은 일이 자신들에게 괜찮다는 생각을 전혀 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혼자 이 산맥을 헤집고 다니면서 살아남은 몬스터 로드, 망령이 되면서 거의 죽어가던 세란드조차 의지했다는 몬스터 로드를 자신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는 없다!
조금 성급하고 경솔한 멜란드조차도, 먹자는 말에 누나와 형들 핑계를 대고 발뺌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투란이 할 수 있는 일이 쉽게 보이지 않았다.
특히나 먹자고 하는 고기에서 이 탁한 냄새는 대체 뭔가!
“이거…… 사람이 먹어도 되는 거예요?”
시알라는 대놓고 킁킁거리며 낯을 찌푸리는 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투란에게 확실하게 물었다.
투란은 잠깐 고개를 갸웃했다.
“응? 잘 구워졌는데? 아, 이걸 사람이 배 속에서 소화할 수 있냐고요? 그거야…… 당연히 힘들죠. 거의 중독된 거나 다름없는 꼴이 되어서 드러누울걸요.”
환하게 웃으며 나오는 소리는 시알라 남매로 하여금 가볍게 소름 끼치는 표정과 몸짓을 드러나게 했다.
먹고 중독된 거나 다름없는 몰골을 만드는 걸, 대체 왜 먹이려고 하는가!
설마 숨김없이 중독시켜 보겠다고, 죽나 사나 확인해보자고 하는 것인가!
어느새 울긋불긋하게 변하는 남매 넷의 표정을 보며 투란이 한층 더 방긋 웃음을 터뜨리며 말한다.
“헤헷, 하지만 황금매의 문장과 함께 세란드가 열심히 주문을 골라준 덕분에 우리는 중독 증상을 거의 일으키지 않고 먹을 수 있어요. 당연히 죽거나 몸이 상하는 일은 없지요. 물론 사람이 씹기에도 적당하지 않기는 하지만…… 후릅!”
말 사이로 돌연 투란의 혀가 날름 흘러나오며 흐르는 침을 낚아채는 광경을 보였다. 그런데 그 혀와 입매가 전혀 사람의 것이라 하기 힘든 붉은 살갗과 굵은 턱, 입술을 과시했으니…… 시알라 남매는 흠칫하면서도 깨달을 수 있었다.
투란이 다음에 꺼낸 말은 그런 남매의 깨달음을 확인시켜준다.
“그랑츄의 입과 배 속은 끄떡없어요. 이 질긴 도마뱀 고기라도 뼈까지 으스러뜨려서 삼킬 수 있죠. 흐흠, 설마 몬스터 로드가 손발만 몬스터의 능력을 빌린다고 생각하고 있던 거는 아니죠? 후후훗, 여기서 무사히 나가려면…… 몬스터의 배 속을…… 내장의 소화능력을 자주 발휘해야 해요. 불 피워서 뭔가 제대로 요리해 먹거나…… 맑은 물을 찾을 여유가 전혀 없을 수 있으니까요. 뭐, 마법 덕분에 이모저모로 편하기는 하겠지만…… 자, 어서 먹어요! 이러고 있는 사이에 냄새 맡고 어떤 놈이 올지 모르니까!”
줄줄이 늘어놓으면서, 투란은 이미 한 더미…… 한 마리인지 두 마리인지 모를 도마뱀의 몸통을 굵고 커진 두 손으로 하나씩 붙잡아 입에 대고 있었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는 듯, 그다음부터 투란은 먹는 모습을 보이며 턱짓과 눈짓으로 권할 뿐이었다.
그런 투란의 모습을 보면서, 시알라는 깨달았다.
애초에 몬스터 로드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마법을 파괴하는 쪽이었다.
황금매의 문장은 그런 상식을 거부하고 깨뜨리는 기이한 몬스터 엠블럼이었다.
하지만 투란은 세란드와 엮이기 전에 황금매를 품지 않았다고 했다.
안전한 방벽이 돼 줄 것 따위는 없이, 이곳을 마법이 없는 몬스터 엠블럼만으로 혼자 돌파하고 있었다.
과연 무엇을 먹고, 마시면서 버텼을까.
숨 쉬는 것만도 곤란한 곳이 널려 있는 이 깊은 곳에서…….
“으께에에!”
멜란드의 괴성, 당황한 탓에 나온 비명이 시알라와 페란드, 제란드를 깜짝 놀라게 했다. 모든 생각이 한순간에 끊어졌고, 잔뜩 긴장한 눈길이 바로 멜란드를 향하는데………….
“어?”
“야!”
“뭔!”
가슴과 배가 잔뜩 부풀어 오르는 채로, 팔다리가 덕분에 조그마해진 듯한 꼴로 뒤뚱거리다가 푹 쓰러지는 멜란드의 모습은 누나와 형들을 어이없게 했고, 확실하게 당황시키는 황당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투란은 고기를 삼키면서 큰 소리로 웃으며 외친다.
“멜란드, 그러다 죽어요. 어깨와 팔도 함께 키워요.”
“끄에에!”
멜란드는 조금 더 비명을 질렀고, 곧 어깨와 허벅지가 굵어지면서 헉헉대는 숨결을 토해내며 겨우 몸을 다시 일으켜 앉힐 수 있었다. 어느새인가 멜란드는 다시 그랑츄의 체격을 갖춘 채로, 홀랑 벗은 몰골이 되어 있었다.
“꾸엑.”
속에 뭐가 걸린 사람처럼 신물을 토하는 시늉을 하면서 멜란드가 힘겨운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향해 투란이 으적으적 고기를 씹으면서 소리 내 말한다.
“몬스터의 형상을 꺼낼 때, 그 원래 크기와 다르게 조절하는 거……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아요…… 음, 하지만…… 되거든요. 그러니까…… 연습해요. 그럼, 지금 나처럼 할 수 있어요.”
와작, 으적, 우직.
고기와 뼈가 씹히는 소리가 투란의 말 틈틈이 끼어들고 있었다.
그 와중에 투란의 입매, 턱, 목 언저리는 붉은 살갗을 띠기는 했지만 그랑츄의 형상이 아닌 사람의 형상에 맞춰진 것이 네 남매에게 훤히 보였다.
이제 남매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한 과제가 주어진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