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5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52)
단단한 벽돌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벽에 자리 잡은 화로에서 쇠를 녹일 수 있는 불길이 날름거렸다. 그 열기와 불꽃의 붉은 빛이 바닥에 드리워졌고, 투란은 그 앞에서 붉은 살갗의 손을 내밀면서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헤에, 이런 대장간이라니.’
마을에서 샤오덴 할배가 꾸며놓은 대장간은 한쪽 구석에는 침대가 있고, 한쪽 구석에는 창고로 쓰는 방이 있는 데다가, 거대한 나무뿌리 한쪽에 기댄 몰골이라서 문이 달려 있어야 할 벽도 없이 훤히 트인 광경을 품은 채였다.
페란드가 ‘세이프티 하우스’로 꾸민 대장간은 확실하게 크고 넓은 벽 한 면을 문짝으로 가득 채운 채이기는 했지만, 열고 닫을 수 있었다. 지금은 완전히 닫혀서, 화로의 열기가 실내를 맴돌게 하는 중이었고, 투란이 드러낸 붉은 그랑츄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투란, 이제 답해봐라. 정말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나?
‘응? 끈질기긴…….’
어두워진 밤, 안전한 마법의 집에서 투란이 혼자 되기를 기다렸다가 묻는 드라고니아였다. 낮에 한창 도마뱀을 잡고, 먹고, 다시 걷고 하는 사이에는 투란이 들리지 않는 척하고 대답할 시늉도 하지 않았으니까. 지금이라도 물었던 바에 대한 대답을 듣겠다는 드라고니아의 반복되는 물음이었다.
이쯤 되면 투란도 소리 내지 않더라도 대답을 해줘야 했다.
아무래도 그냥 넘어갈 낌새가 아니니까.
‘어차피 알게 될 일이라고. 나랑 같이 가는 동안 내 모습을 보면서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빠르든지 늦든지 알아차릴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미리 알려준 건데, 왜 그러는데?’
투란은 몬스터의 형상을 다루는 법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시알라 남매에게 일러준 바에 대해 드라고니아가 왜 이리 민감하게 구는가를 말끝에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낮부터 계속, 밤인 지금까지 물어서 확인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투란, 몬스터 로드가 몬스터의 능력과 힘을 사용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 바로 몬스터의 형상을 드러내는 거야. 몬스터의 형상을 갖췄기 때문에 그 능력을, 그 힘을 사용한다는 말이다. 한데 네가 가르치는 것은…… 사람이라는 그릇, 형상 속에서 몬스터의 능력,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알려준 거다. 네 경험으로 얻은 지식이라고 해서 그게 별거 없을 거란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몬스터 로드의 비전이란 것은 그렇게 각자가 겪은 바를 토대로 하는 것이란 말이다. 스스로 겪고 느껴서 안다고 하더라도 거의 중급 이상의 몬스터 로드가 된 다음일 터인데, 그런 것을 함부로 알려줘서는…….
‘중급? 흠…… 그거 혹시 키린이 왕궁에 있던 시절 이야기야?’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거냐?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라고? 그럴 리는 없지! 저들은 분명히 모르고 있었다, 네가 알려줄 때까지!
‘아, 그거야…… 황금매라서 부적이 없잖아. 몬스터의 형상을 자유롭게 다루기 위해서는 강력한 부적이 필요하다고, 요새는 그래. 부적이 효과가 크면 클수록 더 큰 힘을 끌어내고…… 가능한 한 사람의 모습인 채로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어. 물론 몬스터의 형상을 갖추는 쪽이 훨씬 낫기는 하지. 그래도, 사람의 형상인 채로 몬스터의 힘을 전혀 못 쓰는 거는 아니라고. 뭐, 황금매가 어느 정도나 될지 모르니까, 아마 오면서 해봐서 안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을 수도 있고…… 아무튼, 가는 길에 계속 나랑 함께이고, 나를 보고 짐작할 일이야. 미리 알려주는 게 훨씬 착한 사람 같잖아. 안 그래?’
화륵, 화로 안에 단정하게 깔린 검은 질료(質料)가 거세게 타오르면서 보다 세찬 열기를 뿜어냈다. 새로운 바람이 불어와 그 길을 따라 나아가겠다는 듯했고, 이는 투란이 드라고니아에게 열심히 설명하던 와중에 느낀 기척을 불길이 먼저 알아차린 듯한 광경이었다.
“뜨끈해서 좋은데…… 페란드, 잠이 안 와요?”
투란은 살짝 돌아보면서, 자신이 느낀 기척이 페란드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묻고 있었다.
페란드가 어색한 웃음과 함께 다가와 앉으며 대답한다.
“아직 잠들기에는 이른 시간이니까요.”
“응? 다들 캄캄해져서 자러 간 거 아니었어요?”
투란이 갸웃하며 다시 물었다.
페란드의 어색한 웃음이 바로 쓴웃음으로 바뀌었다.
어두워지자마자, 시알라부터 걸음을 멈추고 안전한 잠자리를 마련해서 얼른 쉬기를 제안했었다. 제란드나 멜란드도 바로 찬성했고, 페란드 자신도 반대하지 못했다. 네 남매가 더 길을 가기에는 너무나 지쳐 있고, 예민해져 있는 데다가 날카로워져 있는 탓이었다.
그 원인은 바로 투란이 내놓은 과제 탓이었다.
뭔가 쉽게 알 수 없는 것을 알려줬기 때문에 나름대로 고마워하며, 네 남매는 붉은 그랑츄의 내장을 갖추고, 사람이라면 먹고 반쯤 죽을 고기를…… 맛이 없어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한 고기를 씹어 삼켜서 배를 채웠다.
그게 얼마나 까다롭고 힘든 일인가를 알아차린 것은 배를 채운 다음이었다.
소화가 끝날 때까지, 그랑츄의 내장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투란은 당연하게 여겼고 네 남매는 배가 부른 다음에야 깨달았다!
멜란드부터 파리하게 질렸고, 제란드나 시알라는 더듬거리며 할 말을 잃었다.
페란드는 간신히 물었다.
―그랑츄가 먹은 것을 다 소화해내는 데…… 얼마나 걸리죠?
투란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어, 정확하게 재보지는 않았지만…… 음, 한 반나절? 하루는 안 넘겼을걸요.
그 대답을 듣는 순간부터 네 남매는 반쯤 미친 상태가 되었다.
황금매가 대단하고 굉장해서 부적 따위를 쓰지 않는 몬스터 엠블럼인 것이야…… 세란드가 지닌 모습을 봤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불완전한지 어떤지를 떠나서, 정말 굉장했었고 대단했었다.
하지만 그 굉장하고 대단한 부분은 마법을 쓸 수 있고, 엄청나게 비싼 부적을 따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결코 몬스터의 형상을 지속하는 시간에 관계된 부분이 아니었다!
형상의 유지, 지속의 시간에 관련해서는…… 황금매도 다른 몬스터 엠블럼이랑 별 차이가 없었다. 오직 문장을 새긴 자가 스스로의 기량을, 역량을 키우고 단련해야 하는 것이 바로 지속 시간을 늘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단련을 억지로 하는 경우는 없었다.
근성으로 악을 쓰면서 노력한다고 하는 경우야 있겠지만, 배 속에 독이 될 고기를 삼킨 다음에 버티는 이야기는 네 남매가 정말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그걸 권한 투란은 ‘황금매잖아요, 쉬워요.’라든가 ‘그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어요.’라는 선량한 눈빛으로 자신의 비전에 가까운 지식을 아낌없이 알려준 장본인!
그 비전을 당장 실행에 옮길 수가 없었기 때문에 다들 커다랗게 변한 덩치로 대체 옷차림을 왜 제대로 갖췄을까 하는 의혹을 애써 접으면서 일단 몬스터의 배 속을 이용해 뭔가 먹는 일에 나섰는데, 왜 느닷없이 강제로 지속시간을 확장시키는 단련을 시작해야 했을까?
그 부분에 대해서 제란드가 아주 작게 속삭인 바가 있었다.
―달라, 기준이 우리랑 달라!
투란의 기준으로는 어렵지 않은 쉬운 일이 맞을 터였다.
똑같이 먹고, 아무 탈 없고 힘든 낌새조차 보이지 않으니까!
설마 예전에 자기가 고생해서 ‘한번 당해보셔!’라는 심술을 부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아주 잠깐 네 남매의 뇌리에 스쳐 가기는 했지만, 금세 지워졌다.
그런 심술을 부리기에는 투란의 눈빛이, 너무 순수하고 선량하잖은가!
지금도 딱 그런 눈빛으로 보고 있었으니, 페란드는 한숨을 억누르면서 계속 ‘자러 간 게 아니었나?’라고 궁금해하는 투란에게 답을 해야 했다.
“밤길이 힘들고 무서워서가 아니고…… 실은 지쳐서 쉬자고 한 거예요. 다들…… 음, 몬스터의 형상을 이렇게 오래 유지하고 버틴 적이 없어서…… 굉장히 피곤해하거든요.”
“어? 아, 그랬군요. 어라? 그러면 그냥 형상을 풀어버리지 왜……?”
투란은 새삼 순수한 호기심이 드러난 눈빛으로 궁금해하고 있었다.
페란드로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에? 아니, 그러면 소화가…….”
“음? 소화야…… 그냥 시원하게 싸버리면 될 텐데요? 황금매의 생존 주문이랑, 치유 주문이랑 꽤 좋으니까 소화 안 되는 거는 아마 그냥 싸고 나면 흔적도 안 남을걸요?”
투란이 시원하게 하는 늘어놓는 말은 페란드의 표정을 어둑하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부담스러우면 몬스터의 형상을 지속할 필요가 없이 그냥 배 속에서 문제가 되는 것을 퍼질러 내놓으면 된다는 소리인데, 그러면 지속시간을 단련시키고자 한 것이 아니었단 말이잖은가!
문득 오면서 몬스터의 형상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의지를 쥐어짜내면서 받은 고통이 되새겨지는 것을 느끼며 페란드는 물어야 했다.
“투란, 혹시 고기를 소화시킬 정도의 유지시간을 획득해야 하니까…… 이번 기회에 단련까지 겸하라고 먹인 거 아니었어요?”
“음? 단련? 아, 몬스터를 지속하는 거요? 아니, 그거야 몬스터를 자주 쓰다 보면 알아서 죽죽 늘어날 텐데…… 뭘 억지로 단련까지…….”
투란이 완전히 놀랐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며 답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는 페란드만이 아니고, 대장간 안쪽으로 이어진 문턱 너머에서 듣던 세 남매에게도 큰 충격을 준 모양이었다.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일어났고, 시알라의 비명인 듯하고 고함인 듯한 소리가 터져 나온다.
“제란드! 네가 먼저 들어가다니! 멜란드, 어디 가냐!”
멜란드가 바로 문턱을 넘어 뛰어나왔고, 대장간의 화로 앞 풍경을 둘러보면서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곧장 닫힌 대장간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뛰쳐나갔다. 멜라드가 갖춘 붉은 그랑츄의 발이 밖의 땅에 닿자마자 흙을 차올렸고 긁어내며 길쭉한 구덩이를 만들었다. 그다음, 멜란드는 고개를 홱 돌리면서 페란드와 투란을 보고 짧게 한마디 한다.
“보지 마!”
페란드는 설마 하는 표정을 지어야 했고, 투란은 ‘어? 뭘?’이라며 의아한 낯빛부터 띠었다.
콰직!
살을 째고 내장을 찢어 내는 듯한 굉장한 소리를 내면서 멜란드는 구덩이 위에 앉아 엉덩이 아래로 질펀하게…….
“멜란드! 야, 이!”
페란드는 난데없는 막내의 배설(排泄) 광경에 자신의 상태를 잠시 잊고 버럭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친형이 봐도 난감한 저 광경을 핏줄이 아닌 투란이 보면 대체 무슨 생각을…….
“우앗! 멜란드, 왜 그런 위험한 짓을!”
하기는 하는 모양인데, 페란드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투란은 바로 화로 안에 붉은 살갗의 손을 밀어넣었고 두툼하게 본격적으로 커진 손바닥에 타오르는 불덩이를 잔뜩 집어 들고는 바로 배설의 황홀감에 젖어 들려는 멜란드에게 뛰어나가고 있었다.
페란드로서는 이를 말려야 하는지, 그냥 봐야 하는지 애매했다. 투란이 꺼낸 소리는 결코 멜란드가 더러운 짓을 한다거나 추잡하게 군다고 구박하려는 쪽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위험? 위험이라니…… 여기가 원래 위험한 곳…… 아!’
연거푸 이어진 생각은 페란드에게 깨닫게 해줬다.
멜란드는 비명을 질렀다.
“끼엑? 자, 잠깐만! 투란, 설마 내 머리에 그걸……!”
투란이 불덩이를 들고 뛰어온 것을 뒤늦게 알고 놀라는 멜란드였지만, 불덩이는 멜란드의 머리가 아니라 배설을 위해 파놓은 구덩이 위로 깔리듯이 던져졌다. 멜란드는 엉덩이에 불꽃이 튈까 앞으로 엎어지는 동작으로 기어 나가야 했다.
치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배설물과 불덩이가 만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투란은 주변을 둘러봤고, 가볍게 혀를 찼다.
“이런…… 벌써 쫓아왔었구나. 쳇…… 멜란드, 안으로 들어가요. 페란드, 문 닫아걸고…… 아침까지 열지 말아요. 지금은 무리하지 않아도 되니까, 쉬고 있어요.”
멜란드는 엉덩이를 깐 채로, 앞으로 엎어진 자세 그대로 투란의 말을 들으면서 저 멀리서 부스럭거리는 것들이 누런 광채를 금덩이처럼 드러내며 껌벅거리는 광경을 봤다.
이런 멜란드에게 투란은 두말하지 않았다.
바로 멜란드의 목덜미를 잡았고, 페란드에게 던져줬다.
“어으? 히익!”
목덜미에 닿는 굵직한 손톱과 털이 살랑이는 가죽의 촉감에 멜란드가 놀란 소리를 냈다. 하지만 날아가며 아랫도리를 고스란히 드러낸 멜란드는 그냥 페란드 앞에 등부터 떨어지면서 거꾸로 구르고 말았다.
페란드는 한 바퀴 돌고 더 돌려는 멜란드의 등을 한 손으로 잡아주면서, 투란의 변한 모습에 놀라야 했다.
하얀 털, 누런 광채의 눈알, 손발이 굵게 변하면서 네 발로 뛰어야 할 짐승이 두 발로 선 듯한 형상은…….
“히엔나?”
어떻게 봐도 페란드에게 들짐승인 히엔나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그 소리에 곧 투란이 대꾸한다.
“아, 그냥 히엔나는 아니고…… 트리니티 히엔나에요. 특별하다니까요!”
안심하라는 듯한 천연덕스러운 말투가 페란드의 입에서 한마디 더 꺼내게 한다.
“몬스터 히엔나!”
멜란드가 바로 여기에 호응하듯 말한다.
“맞아! 그거야! 저기 숨어 있는 것들이…… 엥? 투란?”
페란드는 막내를 보며 눈을 깜박여야 했다.
투란이 그런 둘을 보다가 자기 손으로 열린 대장간의 문을 닫아버렸다.
그 사이에 대장간 안쪽에서는 시알라의 보다 큰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왜 똥간이 하나뿐이냐고! 페란드, 이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