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53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54)
“페란드, 뭘 굽는 거야?”
시알라는 애써 관심을 돌리기 위한, 아침의 화제를 꺼내기로 했다.
하지만 페란드 대신에 투란이 대답한다.
“간밤에 먹을 만한 사슴 떼랑도 만났거든요. 그래서 적당히 잡아왔지요. 그런데 와서 보니, 우와아! 대체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어요?”
화제가 다시 제자리로 돌려지는 물음이 겹쳐져 있잖은가!
시알라가 어떻게든 이를 다시 피하려 하는데, 페란드가 퉁명스럽게 던지는 소리가 귓가에 쟁쟁거리며 울려온다.
“그래, 정말 어떻게 내 거실 속에서 다시 집을 올릴 생각을 했어?”
바로 시알라의 낯빛이 부끄러움의 붉은 색채에서 성난 불꽃의 이글거리는 붉은 색채로 변모했다! 험악한 말투가 가득 채워진 소리가 바로 시알라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너 때문이잖아! 똥 쌀 곳을 한구석만 만들어 뒀으니까!”
페란드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번뜩거리는 누나의 눈빛이 더 대꾸하면 머리부터 똥 구덩이에 박아주겠다는 듯하잖은가! 그러므로, 페란드는 더 따지는 대신에 아침의 용건으로 말머리를 돌리기로 했다.
“사슴 다 구워진 것 같으니…… 식사나 할까?”
잠깐 시알라는 속에서 뭐가 치밀어 올라오는 느낌에 욱하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곧 시알라의 속은 진정되었다. 어제 일은 어제 일이고, 오늘은 또 새로 시작하는 날이므로…… 어제 쌌다고 오늘 먹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먹어도 되는 거예요, 투란?”
멜란드가 진지하게 묻는 소리를 심각하게 꺼내고 있었다.
시알라도 진지하게, 소리 없이 같은 궁금함을 품어냈다는 눈빛을 확실하게 투란에게 쏘아보냈다. 하지만 페란드는 슬쩍 몸을 돌리면서 별로 궁금하지 않다는 태도를 말없이 분명히 했다.
투란은 방긋 웃는 얼굴로 대답한다.
“먹어도 돼요, 이미 페란드가 확인했으니까 안심하라고요.”
날 믿지 않더라고 페란드는 믿으라는 듯한 말투였다.
그리고 이는 시알라와 멜란드에게 미묘하게 움찔하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페란드…….”
시알라가 부르는 소리를 냈지만, 페란드는 빠르게 멀어지면서 고개를 들어 높은 등대를 향해 외칠 뿐이었다.
“제란드! 일어났으면 내려와!”
덥석!
못 들은 척하는 페란드의 어깨를 시알라가 뒤에서 세게 잡았다. 그리고 또박또박 묻는 소리를 낸다.
“페란드. 어떤 사슴이었지?”
“사슴 맞다니까.”
페란드는 어깨를 살짝 빼려 하면서 슬쩍 얼버무리는 대꾸를 했다.
시알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 그러니까 어떤 사슴?”
“투란이 잡아온 사슴.”
페란드의 대답은 보다 간략하고 분명해졌다.
하지만 결코 자신이 구워놓은 사슴의 정체에 대한 설명은 아니잖은가!
시알라가 입꼬리를 떨 때, 멜란드가 기운차게 스쳐 가면서 한마디 한다.
“누나도 참…… 보고 나서 물어도 되는걸.”
이 소리는 시알라가 손에서 힘을 빼게 했다.
듣고 보니 그렇기는 하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은 확인해야 했다.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토막 내 놨으면, 예전에 쓰레기통에서 꺼내온 고기를 씻어 갈아 끓인 것처럼 하지 않았기를 바랄게, 페란드.”
“먹을 수 있는 거면 되는 거지! 뭘 그런 걸…….”
페란드가 불끈한 소리를 냈지만, 시알라도 그 곁을 스쳐 가며 멜란드처럼 우선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뒷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투란이 스윽 페란드의 곁에 서면서 낮은 소리로 묻는다.
“잘게 토막 내 놓더니…… 옛날에 무슨 사고 쳐서 그런 거였어요?”
페란드는 입술을 벙긋거렸지만, 대답을 하지 못했다.
옛날, 세란드가 아직 황금매를 품기 전에…… 작은 도시의 남매 다섯은 끼니를 걱정하며 살았다. 세란드는 맏이로서 그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 조금 위험하다는 몬스터 헌터의 짐꾼 노릇까지 하던 중이었고, 제때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누나가 동생들을 다독이는 모습을 보며 형제 중의 둘째인 페란드는 자신이 나설 때라고 결정했고…… 상한 고기라고 누가 쓰레기통에 버린 것을 주워왔다. 상했더라도 잘 썰고 나눠서 세게 끓이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세란드 곁에 있던 대범한 몬스터 헌터가 하던 말을 믿은 페란드였기에…… 그 상한 고기는 엄청나게 자르고 끓여서 누나와 동생들에게 먹일 수 있었다.
늦게 돌아온 세란드는 동생들이 몽땅 배탈이 나서 죽기 직전까지 골골거리는 광경을 봐야 했고…… 페란드는 상한 고기란 것이 잘라내고 끓이고 해도 먹고 죽을 수 있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나서 세란드는 자신이 열여섯이 넘었다면서 몬스터 로드가 되겠다고 했다. 진작에 그 나이를 넘긴 주제에 꽤 늦게 말한 셈이었지만…… 페란드가 저지른 일은 세란드에게 결심할 계기를 준 셈이었다.
하지만 부적을 구할 돈이 없었기 때문에, 몬스터 엠블럼을 공짜로 전이시켜주는 작자도 없었기 때문에 세란드는 부적이 필요 없는 몬스터 엠블럼, 황금매를 전이시켜주겠다는 마법사의 수상한 제안을 받아들였다.
“깼어! 뭘 굽고 있어?”
제란드의 목소리가 위에서 우렁차게 터져 나오며 페란드를 과거의 기억에서 끄집어냈다. 위로 고개를 들면서 페란드는 손짓하며 대답한다.
“내려와! 보면 알아!”
“내려갈게.”
제란드가 먼 곳에서도 아주 잘 보일 정도로 수상한 표정을 지었고, 떨떠름한 말투로 대답하며 사라졌다.
그 꼴을 보며 페란드는 조금 억울한 듯이 중얼거린다.
“일부러 얼굴을 확 찌푸리다니…… 그러지 않아도 시력이 강화돼서 잘 보인다 말이야, 멍청이.”
그 곁에서 투란이 큭큭거리며 웃었다.
아무래도 답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페란드가 대체 뭔 짓을 했었는가 궁금하다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반짝이는 투란이었다. 물론 그런다고 옛날에 어쩌고저쩌고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페란드였기에 그냥 빠르게 시알라와 멜란드가 떠들고 있는 화로 쪽으로 움직였다.
한데 거기서는…….
“이 조각이랑 거기 조각이 맞을 것 같은데?”
“음, 뿔조각인데 뿔이 아닌 거야?”
“어, 누나 이거 꼭 무슨 상체 갑옷 같지 않아?”
“뿔이 아니라 몸에 갑옷을 입은 사슴이라고?”
멜란드와 시알라가 한구석에 치워놓은 사슴의 뿔조각들을 다시 맞추면서 그 형상을 추측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그리고 페란드의 모습이 보이자, 바로 시알라의 물음이 나온다.
“가죽째로 구운 거는 아닌 모양인데, 가죽 어딨어? 어디 숨겼어?”
페란드가 얼굴을 구기고 말았다.
잘라놓은 뿔을 통해 형체를 파악하려다 어려워 보이니 그냥 원래 형상대로 벗겨놨을 짐승의 가죽을 내놓으란다! 도대체 이 누나랑 막내가 페란드를 어디까지 의심하려고 하는 것인가!
이쯤 되면 페란드도 곱게 대꾸할 수는 없잖은가!
“가죽은…… 투란이 벗겨왔어. 글쎄, 어디 있냐고 묻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시알라와 멜란드가 구석에 쌓여 있던 조각을 맞추던 일을 멈추며 고개를 들어 페란드를 노려봤다. 당연히 페란드도 마주 봐 주면서 ‘난 몰라!’라는 표정을 유지했다. 잠깐 노려보던 남매는 곧 눈길을 돌렸고…… 시알라와 멜란드는 조각 맞추기에, 페란드는 구워진 고기를 잘라서 나누는 일에 몰두하는 태도를 보였다.
페란드보다 한 걸음 늦게 들어온 투란이 그 광경을 보고 한마디 한다.
“아, 사슴 가죽이라면…… 저기 방 안에…….”
시알라와 멜란드가 조각 맞추기를 멈추고 발딱 일어섰다.
그러고 보니 공방 안쪽의 거실과 이어진 문이 닫혀 있었다.
간밤의 냄새 때문에 닫아걸어 놓은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아예 열 생각을 못 했는데 그 허점을 노리다니, 하는 표정으로 시알라가 페란드를 한 번 노려봤고, 그 사이에 멜란드가 얼른 다가가 문을 열었다.
“으엑?”
바로 짧게 경악하는 소리가 멜란드 입에서 터져 나왔다.
시알라는 재빨리 그 곁으로 갔고, 비슷한 신음을 짧게 토해야 했다.
“저거…… 히엔나?”
대장간 거실 안에는 벗겨놓은 가죽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피가 굳어진 색채가 훤한 가죽 위에 히엔나의 시체까지 서넛이나 얹힌 채였다. 거실 안에 히엔나를 두기 위해서 가죽을 깔개로 사용한 듯했다.
“아, 한꺼번에 가져오려다 보니까 가죽 포대가 필요해서 사슴 가죽을 썼죠.”
투란이 태연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페란드는 못 들은 척, 못 보는 척하며 대장간 화로 앞에 어디서 났는가 알 수 없는 접시를 늘어놓으면서 썰어낸 고깃덩이를 척척 올려놓을 뿐이었다.
그 꼴을 보며 시알라는 알아차렸다.
‘이 녀석! 설명 들었구나!’
시알라와 멜란드가 영문을 몰라 놀라는 와중에 페란드가 완전히 모르는 척하는 까닭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터였다. 그리고 조금 전에 옛날 일 들추면서 의심스러워했더니, 삐졌다!
살짝 시알라가 발끈하는 기분을 느낄 때, 멜란드는 서둘러서 묻는 소리부터 꺼낸다.
“투란, 저걸 대체 뭐에 쓰려고요?”
“응? 뭐에 쓰다니, 몬스터 로드가 몬스터를 어디에 쓸 것 같은데요?”
투란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음에 물음으로 답하고 있었다.
너무 당연한 일을 왜 묻냐는 듯한 투란의 태도에 멜란드가 조금 갸웃하면서 다시 묻는다.
“어, 그러니까…… 어젯밤에 투란을 보니까, 이미 히엔나를 삼켰던 거 아니었어요? 음, 트리니티? 암튼 그렇게 좀 특별한 걸로요. 그러니까 이건 필요가…….”
뭐가 어떻게 궁금한지 자신의 생각을 골라내면서 멜란드가 늘어놓는 이야기는 투란을 한층 더 갸웃하게 한 듯했다.
“나야 트리니티 히엔나를 완성시켰죠. 하지만 멜란드나 시알라, 페란드, 제란드는 없잖아요?”
“어?”
멜란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달그락.
살짝 큰 소리로 마지막 접시에 고기를 채워놓으면서, 놀라는 시알라와 멜란드를 향해 페란드가 말한다.
“투란이 간밤에 히엔나의 재미있는 재주를 발견했대. 그래서 우리에게 나눠주려고 골라온 몬스터야. 몇 마리 되는 까닭은 히엔나가 몬스터의 성질을 드러낼 때, 조금씩 다른 에센스를 만들어내는 탓이래. 자, 더 자세한 이야기는 먹고 나서 하자고. 먼 길을 가야 한다는 거, 잊지 않았지?”
말을 끝낸 페란드는 바로 앉아서 자기 몫의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투란도 냉큼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고기를 먹었다.
“음, 구운 고기 맛은 역시 다르네.”
뭔가 피비린내가 살짝 풍기는 소리를 하며, 투란은 바쁘게 먹는 모습이었다.
시알라와 멜란드는 잠시 투란을 보고, 열린 문 너머를 봤다.
끼익.
문이 닫혔고, 시알라와 멜란드도 결국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고 나니 제란드가 불쑥 공방 안으로 들어오며 묻는 소리를 낸다.
“어, 이건 무슨 고기야?”
“늦었잖아! 뭘 그리 천천히 걸어 내려와! 꼭대기에서 잤으면, 깨어났을 때는 그냥 뛰어내려도 되잖아!”
시알라가 뭔가 납득하기 힘든 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제란드로서는 한층 더 어처구니가 없게 들렸는지…….
“뛰, 뛰어내리라니! 내 등대 높이가 이십 미터를 넘거든?”
반발하는 대꾸를 꺼내고 말았다.
하지만 고기를 집어 올리는 시알라의 말투는 보다 날카롭게, 낮춰진 목소리로 제란드의 반박을 뭉개고 있었다.
“안 죽어. 이제 그 정도로는…… 우리 안 죽어.”
이는 제란드의 얼굴에 살짝 파리하니 질린 표정을 떠올리게 했다.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시알라는 더 대꾸 없이 고기를 먹기 시작했고, 제란드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빈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으적, 쩝, 쩝.
“투란, 그랑츄는 높은 곳에서…… 한 이십이나 삼십 미터 정도에서 떨어지면 어때요? 어디 부러지거나, 기절해요? 아니면 그냥 툴툴 털고 일어나요?”
잠시 후에 멜란드가 ‘이십 미터.’라고 웅얼대다가 불쑥 묻는 소리였다.
투란은 씹던 고기를 삼키면서 고개를 갸웃하고는 답한다.
“음, 글쎄…… 높은 곳은 애매한데…… 멀리서 본 적이 있는데 붉은 그랑츄가 수십 미터를 날려가서 한참 구르고 나서도 발딱 일어나서 다시 싸우려 하던데…… 에, 그게 상처가 없어서 그런 건지, 그냥 몬스터라 미쳐 날뛴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수십 미터…….”
멜란드는 새롭게 웅얼거리는 소리를 시작했고, 페란드가 진지하게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나서 묻는다.
“흠! 붉은 그랑츄가 수십 미터를 날아갔다고요?”
“어, 맞아요. 아주 세게 걷어차여서 그랬죠. 차여 죽나 싶었는데, 꽤 튼튼하더라고요.”
투란은 손에 남겨진 사슴 뼈를 내려놓으면서, 새 고기를 들어 올리며 가볍게 답했다. 하지만 듣는 남매들 사이에서는 그런 가벼운 분위기가 아닌 무거운 기분이 우울한 낌새로 번져 나왔다.
2미터 40센티에서 2미터 60센티까지 편차가 좀 있는 그랑츄의 체중은 가볍게 2백 킬로그램이 넘으며, 3백 킬로그램에 닿을 정도였다. 뼈와 살의 밀도, 중량이 품종마다 다르지만 대강 그랑츄라면 그 정도는 된다. 심할 경우에는 같은 체격이라도 더 무거운 놈들도 있다!
한데 그걸 어떤 놈이 차서 수십 미터를 날렸다고, 투란이 그런 광경을 봤다고 아주 가볍게 말하고 있다! 즉, 붉은 그랑츄라 할지라도 여기서는 발에 차여 굴러다니는 꼴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