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56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57)
고블린 무리가 수천이 되어서 몰려다니게 되면, 그 속에서는 여러 가지로 역할과 특성이 나눠지게 된다. 어떤 놈은 타고난 독손톱으로 할퀴고 긁는 짓에 만족하고 계속 할퀴고 긁으려 하고, 어떤 놈은 독손톱에 의지하지 않거나 독손톱이 없어서 그냥 맨손을 휘두른다. 그리고 어떤 놈들은 자신들을 막아서는 것들…… 특히나 그 대규모 무리를 가장 빠르게 막아서는 인간의 군단을 보며, 뭐든 손에 드는 법을 익힌다!
그런 과정 속에서 고블린 중에서는 돌을 들고 찍는 놈, 돌을 집어 던지는 놈, 날카롭고 뾰족한 것을 찾아 들고 찌르는 놈 따위로 서서히 성격이 바뀌어가게 되고, 그 바뀐 성격에 따라 반복되는 몸짓은 고블린의 몸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그 변화가 거의 끝에 도달하게 되었을 때, 고블린은 이전과 다른 능력을 지닌 몬스터로서 완성되는 것이다. 때로는 끔찍하고, 때로는 하찮게!
투석 고블린은 그중에서 자신의 기능을 돌을 던지는 쪽에 완전히 몰아넣는 경우였고, 그 던져내는 돌은 철갑옷을 우그러뜨릴 정도로 강력했다.
독손톱이고 뭐고 필요 없이 뭐든 집어 던지는 것만으로 쇠를 확실하게 구기는 괴력, 그것이 투석 고블린이란 몬스터가 지닌 능력이었다. 그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꽤나 강력한…….
투란이 제란드를 보니, 그렇지 않아도 뭔가 던지는 계통의 무기를 선호하고 있는 낌새가 역력했다. 그렇다면 투석 고블린의 선택 역시도 명확하게 자신의 성격에 맞게 스스로 판단한 결과인 모양이었다.
“헤에…… 그렇다면, 다들?”
투란은 제란드의 말에 한층 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시알라와 페란드, 멜란드를 바라봤다. 처음의 아기 손이 튀어나오는 미니언 고블린이야 황금매가 일단 몬스터 엠블럼이니까 받아들였다 해도, 두 번째나 세 번째는 과연 어땠을까? 이미 물었던 것이 한층 더 궁금해지는 듯한 투란이었다.
멜란드가 짧고 세게 얼른 답한다.
“난 고블린 싫었어!”
뭔가 누나와 형에게 반항하는 말투였고, 누나와 형들이 잠깐 노려보는 눈치에 멜란드는 얼른 투란만 보인다는 듯한 태도로 말을 이어간다.
“그러니까 군단병이 전투하는 건, 고블린뿐이 아니잖아요! 딴 놈들이랑도 크게 전쟁을 하고, 뭐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것들이 여기저기에 막 팔려나온다고요. 굳이 고블린을 골라야 할 이유가 없잖아!”
“그래서 얘는 사티로스의 다리를 얻었어요.”
페란드가 길어지려는 말을 자르듯이 간략하게 말했다.
투란은 ‘아, 산양 다리!’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멜란드는 칫, 하는 소리를 내고 말한다.
“뭐, 일단 몬스터의 다리라서 사람보다 빨리 뛰고, 걷어차는 힘도 꽤 강한 좋은 놈이었어요. 나름 좋은 거래였는데…….”
지난 일을 생각하면서 멜란드의 말소리가 흐려졌다.
투란이 보니 아무래도 이제 사티로스의 다리가 없어진 것이 아쉬운 모양이었다. 한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뭔가 투란을 갸웃하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면, 삼킨 것은…… 사냥해서 잡은 것이 아니었어요?”
멜란드가 사냥감을 골랐다고 하지 않았다.
거래라고 했다면, 누군가 사냥한 것을 얻었다는 뜻인데…….
“에, 그랬죠. 황금매는…… 주문만으로도 강력하니까, 굳이 몬스터로 변하는 데 몰두할 필요가 없다고 해서…….”
시알라가 돌이켜 생각하니, 그 말을 믿었던 것이 멍청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듯이 한숨을 섞어 대답했다.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너무나 많은 본보기를 보여주던 마법사였기 때문에 그 호의를 의심하거나 할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가 시알라 남매를 이끌어온 과정은 의심할 여지를 주지 않기도 했다. 철저하게 남매를 안전하게 이끌며, 이 산맥 깊숙이 들어왔으니까. 그 이전에도 남매가 마법사의 말을 따르면 정말 모든 상황에서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을 자주 확인하게도 해줬고…….
“흐흠, 과연 그런 식으로 속일 수도 있었겠네요. 그래서, 시알라는 그냥 미니언 고블린 이후로 다른 뭘 삼키지 않았던 거예요? 페란드는?”
시알라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고개를 반쯤 끄덕였다.
그 애매한 태도를 페란드가 말로 설명한다.
“다른 것은 아니지만, 고블린은 틈나는 대로 구해 삼켰어요. 누나의 경우는…… 어쨌든 삼킬수록 기본적인 마력이 강해지는 거였으니까, 스펠캐스터로서 이모저모로 마력을 키우기 위해 삼킬 필요가 있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가능한 한 말썽 부릴 여지가 없는 고블린을, 같은 미니언 고블린을 꽤 삼켰죠. 누나는요. 내 경우에는…… 조금 더 튼튼하고 강한 맷집이 필요해서…….”
말꼬리가 흐려졌고, 쉽게 이어질 듯하지 않았다.
멜란드가 그런 형을 흘깃하며 빠르게 대신 말한다.
“블루 베어를 삼켰잖아, 잡는 데 시간 오래 걸린 놈이라고…… 정말 맷집만 좋은 놈이라고 싸게 나온 거…….”
“블루 베어? 그게 몬스터였어요?”
투란이 조금 의아해져서 묻고 말았다.
온몸에 털이 기묘할 정도로 시퍼런 블루 베어는 비정상적으로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기는 하지만, 몬스터라기보다는 마수라고 알고 있었다. 한데 삼켰다면, 블루 베어가 몬스터란 뜻이다.
페란드가 멜란드를 흘깃하고 체념한 듯이 말한다.
“마수인 블루 베어 중에서, 몬스터로 변이한 경우였어요. 잡으려고 너무 패다 보니까, 마수가 몬스터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블루 베어가 원래 맷집이 좋았던 탓인지,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엄청나게 잘 버티는 뚝심이 있기도 해서…… 잘 써먹었죠.”
“헤에…… 그럴 수도 있구나.”
투란은 묘한 상황에 감탄했다.
몬스터에 이른 마수, 그걸 사냥한 이들이 뭔가 기대하지 않은 결과에 놀라면서도 팔아치웠을 광경이 투란의 눈에 훤히 보이는 듯했다.
샤오콴 마을에서도 간혹 있던 일이었다.
마수라고 사냥했는데, 어쩌다 보니 몬스터가 된 경우…….
마수 사냥꾼에게는 굉장히 안 좋은 일이었다.
마수의 잔유물이랑 몬스터의 잔유물은 상당히 다른 성질을 드러내기 때문에 자신들이 평소 거래하던 길이 막히는 셈이 되므로.
페란드가 싸게 샀다는 이유는 아마 그런 탓일 터였다.
―아겔페스가 상당히 신경을 써서 몬스터의 획득을 막은 모양이군.
조용히 듣던 드라고니아가 꺼낸 말을 투란은 금방 납득했다.
불완전했어도 세란드는 황금매로 몬스터를 삼키고 강해져서, 결국 마법사의 화신 하나를 박살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겔퍼라는 이름을 쓰면서 아겔페스가 이모저모로 남매에게 주의를 기울인 결과일 터였다.
그리고 이런 지난 이야기는 투란에게 문득 깨닫게 해줬다.
‘아, 맙소사. 그러면 그랑츄는 상상도 못 했겠네!’
완성된 새로운 황금매를 전하기 위해 투란이 사용한 몬스터, 붉은 그랑츄는 이 남매에게 정말 뜻밖이었을 터였다.
그랑츄는 흔한 듯하면서도 몬스터 로드에게는 어느 수준을 넘어섰다는 증명처럼 통하는 몬스터였으므로…… 몬스터 로드가 제 몫을 능숙하게 해낼 때, 잡아 삼키려 하는 사냥감이었다.
투란은 남매에게 미니언 고블린이라든가, 사티로스라든가 하는 대규모 토벌에서 나온 것이나 잡고 보니 마수가 몬스터가 된 경우 따위랑은 질적으로 다른 상황을 겪게 해준 셈이다.
“고생했네요.”
일단 투란은 이렇게 꺼낸 소리를 이어나갔다.
시알라나 페란드, 제란드는 고생이란 말에 움찔하며 지난날을 되새기다 떠는 듯한 낌새를 보였고, 멜란드는 ‘힘들었죠, 진짜.’라고 대놓고 웅얼거렸다.
그 광경을 보며 투란이 재빠르게 말한다.
“이제는 진짜 쓸모가 많은 놈을 삼킨다고 뭐라 할 마법사도 없으니까, 기뻐해요! 히엔나, 트리니티 히엔나를 완성시키자고요. 미니언 고블린보다 훨씬 좋을 거예요. 아, 물론 히엔나는 히엔나라서 싸움질은 그랑츄보다 좀 못하겠지만…… 정말 쓸모가 많으니까!”
주르륵 늘어놓은 이 소리에 네 남매는 퍼뜩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어느새 옆방에서 밀려오는 퀴퀴하고 썩어가는 듯한 냄새가 짙어진 것도 잊고 있었잖은가!
멜란드가 그 와중에 묻는다.
“어, 그런데…… 트리니티가 뭐에요?”
“음? 트리니티 히엔나를 몰라요? 몬스터 로드의 비전 중에서 유명한데!”
활짝 웃으면서 투란은 큰소리쳤고, 네 남매는 ‘엥?’ 하면서 한층 더 어리둥절해졌다. 비전이라면서 유명하다니…… 뭔가 어긋난 느낌이잖은가?
이런 모습에 더욱 신이 난 듯, 본격적으로 투란은 트리니티 히엔나에 대해 떠들었고…….
스읏!
파팍, 파앙!
잿빛 털이 스치고, 흰털이 날리면서 빠른 속도와 함께 허공을 찢고 패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으앗! 굉장한데! 이거 사티로스 다리만큼 재빨라!”
멜란드는 좌우로 뛰면서, 바닥에서 흙먼지를 높이 튀게 하며 감탄하는 소리를 터뜨렸다. 입으로 떠들지는 않고 있었지만 제란드나 페란드도 손발을 움직이면서, 그 빠르기와 힘에 꽤 놀라는 눈치를 보이고 있었다.
시알라는 조용히 손발을 바라보면서 콧등을 찡긋, 귀를 쫑긋하면서 몬스터의 후각, 청각이 황금매로 강화된 것과 전혀 다른 느낌으로 선명해진 것에 놀라고 있었다. 덕분에 자신의 얼굴에 털이 돋고, 어딘가 히엔나의 형상처럼 변한 것도 잊은 듯했다.
투란은 아직 정오도 오지 않은 짧은 시간, 설명을 해주고 몬스터 에센스를 나눠 삼키기까지 고작 두어 시간 사이에 남매가 모두 트리니티 히엔나를 형성하고 적응하는 광경에 더욱 짙은 웃음을 띤 채였다.
그렇게 남매가 자신들의 새로운 몬스터를 확인하는 광경을 보다가 투란이 큰 소리로 외친다.
“자, 몸의 기본적인 감각에 익숙해졌어요? 그러면, 이제 이걸 봐요!”
남매는 바로 투란에게 주의를 기울였고, 투란은 온몸에 히엔나의 털이 돋은 모습으로 변했다. 팔다리, 머리, 어깨까지 촘촘하게 털이 돋은 채가 된 투란이 대체 무엇을 하려는가?
네 남매가 한층 더 집중하는 순간, 투란이 데굴거리며 구르기 시작했다.
땅바닥에 몸을 잔뜩 밀착시키는 모습으로 왼편으로 굴렀다가 오른편으로 굴렀다가…… 무슨 침대 위에서 잠들어 몸부림치는 꼴이 딱 저럴 듯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는 네 남매를 당황시키고 말았다.
뭔가 트리니티 히엔나를 얻어서 느끼고 있는 뛰어오를 듯한 기분이 투란이 굴러가는 모습과 함께 땅바닥에 떨어져 구르는 듯하다!
히엔나가 개를 닮았다고, 개처럼 구르는 것일까?
‘대체 뭘 보라는 거지?’
‘골고루 흙을 바르는 재주?’
털이 돋은 몸으로 흙투성이가 되어 가는 투란을 보면서, 네 남매는 뭐라 해야 할지 할 말을 잃은 채로 멀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몇 바퀴 더 구른 투란이 벌떡 일어서며 외칠 때…….
“봐요, 어때요!”
정말 네 남매는 할 말이 없었다.
굳이 한마디 하자면, ‘흙투성이’인데 투란이 이걸 물어보는 것 같지는 않잖은가?
트리니티 히엔나의 비전을, 잡아온 몬스터의 잔해를 잘라주기까지 하며 전해준 다음에 한 명씩 트리니티 히엔나의 모습을 갖추도록 도왔고, 그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아주 진지했었다.
그런데 막판에 이 무슨 짓인가?
다시 한 번 네 남매가 투란의 마지막 흙투성이 모습에 곤혹스러워하는데, 투란이 ‘어?’ 하며 넷의 모습을 보고 갸웃하다가 크게 웃는다.
“아하핫, 이렇게 서 있으면 역시 잘 모르겠구나! 자, 그럼 잘 봐요!”
네 남매는 말없이 계속해서 잘 볼 수밖에 없었다.
투란은 그 앞에서 엎드렸다.
땅에 배를 쭉 깔고, 보다 찰싹 달라붙는 모습으로!
‘아, 강아지다.’
‘사냥개가 낮잠 잘 때인가.’
투란의 모습을 보면서 시알라는 철없는 강아지를, 형제들은 만족한 사냥 후에 이를 드러낸 채로 엎어져 자려는 사나운 개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런 남매를 향해, 투란이 다시 외친다.
“다른 데 보지 말고, 정말 잘 보고 있어야 해요!”
물론 말없이 남매는 눈을 살짝 치켜뜨면서, 이 황당한 광경에 대한 그럴듯한 변명을 자신에게 하기 위해서 열심히 봤다.
때문에 투란의 모습이 윤곽을 감춘 것은 넷의 눈을 완전히 부릅뜨게 했다.
“어?”
“아니, 이게 무슨…….”
“보이는데, 안 보여?”
“카밀 도마뱀?”
이런저런 놀라는 소리 끝에 멜란드가 퍼뜩 생각난 듯한 생물 한 가지의 이름을 웅얼거렸다. 막내의 한마디는 곧바로 누나와 형들에게 깨닫게 해줬다.
투란이 번개처럼 어디 간 것이 아니고, 완전히 흙과 같은 색으로 위장해버린 이 광경, 카밀 도마뱀이 주변과 어우러지면서 살갗의 색채를 변화시키는 것과 닮아 있었다.
“은폐색……!”
투란이 지금 보여주는 것이 뭔가, 겨우 남매는 알아차린 셈이었다.
페란드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는 투란을 일어나게 했다.
“맞아요, 은폐색! 아하핫, 그런데 이게…… 그냥 갖춰진 능력이 아니고, 나름대로 신경 써야 하는 재주에요! 히엔나가 이럴 수 있는 줄은 몰랐는데, 간밤에 온 놈들을 따라갔다가 알아냈어요! 하핫!”
말과 함께 투란이 물에 젖은 강아지처럼 몸을 떨었고, 물방울을 대신해서 티끌과 먼지가 휘날리며 떨어져 내렸다. 이런 모습은 남매에게 확실하게 느끼게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