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6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63)
콰아!
송곳처럼 휘말린 불길이 검은 소의 뿔에서 두 가닥으로 뿜어져 나와 투란의 가슴을 관통하려 했다. 바위든 뭐든 그 불꽃의 날카로움과 열기에 닿으면 그대로 뚫을 것이라는 검은 소, 플레임 불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상황이었다.
‘이게……!’
투란에게는 보다 더 거슬리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검은 소의 뿔, 거기서 흘러나온 불꽃의 송곳은 투란의 기분 따위는 아랑곳없이 살갗을 짓이기며 찢고, 파고들며 이 불꽃에 바위가 어떻게 녹아 관통되는가를 자랑하는 듯했을 뿐이다.
음메에헷!
불꽃이 투란의 가슴을 붉게 물들이고 녹여 좔좔 흐르게 하는 채로 스며드는 광경을 검은 소가 핏발 선 눈동자에 담으며 좋다는 듯한 소리로 울었다. 하지만 이 기분 좋은 울음소리는 곧 그쳤다.
투란의 몸이 녹아 흐르기는 하는데, 그 흐름이 확산되고 있었다.
불꽃이 번져가며 시뻘겋게 달아오른 투란의 몸은 부풀어올랐고, 치솟으며 붉은 물결처럼 퍼져 두꺼워지고 있었다. 그 불길이 가득 담긴 붉은 물결 속에서 검은 조각들이 둥실거리며 나타났고…….
후읏, 콰아아!
검은 소가 더 거세고 강렬한 불을 토해내면서 뒷걸음질 쳤다.
불길이 붉은 장막이 되어 출렁이는 투란과 닿으며 쏟아져내렸고, 장막은 둥글고 높게 펼쳐지면서 검은 소를 향해 기울어지고 조여드는 광경을 만들어냈다. 장막이 닿은 땅이 검게 물들었고, 그 속에서 붉은 줄기가 꿈틀거리며 번져갔다.
붉은 줄기가닥에 닿은 땅바닥의 돌이 달아올랐고, 붉게 물들다가 녹아 뭉개졌다.
음메에?
검은 소는 자신의 불길이 일으키는 현상과 다른 광경을 금세 깨달은 듯, 이게 뭐냐는 듯이 좋아라 하던 때와 다른 울음소리를 흘렸다.
꾸물거리는 붉은 줄기가 더 빠르게 경계를 만들 듯이 좌우로 퍼져 나가면서 장막이 더 넓고 부드럽게 찰랑이며 검은 소를 둘러싸려 했다.
주춤거리며 더 뒤로 물러서려던 검은 소의 뒷발이 붉게 달아올라 녹는 돌과 만났고, 검은 소는 곧바로 자지러지는 비명을 터뜨렸다. 사람의 귀에 잘 들리지 않는 그 비명 속에서 검은 소의 입에서는 침방울이 터져 나오는 것처럼 불덩이가 쏘아져 나왔지만…… 장막에 닿아 붉게 달아오르는 기척만을 남긴 채로 사라질 뿐이었다. 그 사라진 자리에는 붉은 줄기가 매듭처럼 생겨났다가 사라졌고!
검은 소의 머리가 흔들렸고, 핏대선 눈동자는 주변을 둘러봤다.
어느 틈엔가, 사방에 녹아흐르는 돌이 작은 샘처럼 생겨나 있고 검은 소는 자신이 그 중심에 포위된 채란 것을 금방 깨달았다. 고작해야 네 발로 버티고 선 자리, 주변으로는 몸길이만도 못한 짧은 거리만이 발 디딜 수 있는 곳이 돼 버렸다!
저 녹아내린 돌의 붉은 샘과 닿으면 고통스럽다는 것도 명확했고, 이는 검은 소의 입에서 새로운 소리가 나게 했다.
음― 므흣! 푸륵!
―어라? 겁먹지 않고 화난 모양인데?
드라고니아가 중얼거렸다.
붉은 줄기의 맥동과 섞인 윌 라이트의 범위도 어느새 검은 소를 감싼 듯이 확장된 채인지라 투란에게 이 중얼거림은 마치 온몸으로 듣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투란은 여기에 대꾸하지 않았다.
‘저게…… 뭐 하는 거야?’
검은 소, 몬스터 플레임 불이 빠득거리며 이를 가는 소리를 냈고 그 이 가는 소리에 맞추듯이 불길과 섞인 듯한 침이 두꺼운 소 입술 사이로 질질 새고 있었다. 거친 숨결, 콧김과 콧물이 그 침과 섞이면서 새로운 불길이 뭉클거리며 치솟기도 했다. 더불어 두 가닥 뿔이 앞으로 휘어지며 그 끝으로 장막의 중심을 이루는 투란을…… 검은 암석을 거칠게 깎아내서 어렴풋이 사람의 형상을 한 듯한 투란을 겨냥하고 있었다.
뒷발을 데이고, 사방이 포위된 채인데 검은 소는 오히려 한층 더 포악하게 이런 짓을 자신에게 한 투란을 응징하려 하는 듯한 모습이다!
―글쎄…… 저게 뭘 할 수 있…… 엥?
‘응?’
드라고니아가 말을 끊으며 놀란 기척을 냈을 때, 투란도 알아차렸다.
검은 소도 자신이 보여주려는 바를 확실히 하려는 듯, 뒷다리를 굽히며 엉덩이를 낮췄고 고개를 젖히며 높은 하늘을 향하듯이 입을 열고 있었다. 때문에 드라고니아가 놀라고 투란이 의아해한 부분이 더욱 분명하게 노출되고 있었다.
우물거리는 검은 소의 입안, 불꽃이 붉은색에서 푸르스름한 색채로 변해 있었고 몇 조각으로 나눈 것처럼 꿈틀거리는 채였다. 한데 그 조각이 뒤엉기며 만들어내는 틈새 사이로 퍼릇한 빛이 꿈틀거리며 생겨나며 흘러나온다!
저게 뭔가 하고 투란이 검은 소의 이상한 짓거리에 더욱 두껍고 높은 장막을 두르기 시작할 때, 드라고니아가 빠르게 말해온다.
―방전(放電) 유도(誘導)다! 투란, 벼락 떨어진다!
‘뭐? 방……? 벼락?’
투란은 드라고니아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다음에 검은 소가 저지른 짓은 보고 느끼고, 알 수밖에 없다!
스아앗, 콰르르릉!
검은 소의 입에서 흘러나온 퍼릇한 빛의 가닥이 공중으로 번져 나가고, 위로 뻗은 가닥이 사그라진다 싶은 순간, 사방에서 번개가 몰려오며 굉음을 울려냈다!
위에서 곧장 떨어져 내리는 벼락은 사라져가는 퍼릇한 빛과 엮였고, 느닷없이 공중을 가로지르며 나타난 번개도 꺼져가는 퍼릇한 빛에 올라타듯이 섞였다. 그리고 그 벼락과 번개의 다발이 장막의 중심에 박힌 검은 암석인 투란에게 한꺼번에 몰려든다!
‘불을 다룬다며!’
어이없어서, 드라고니아에게 한마디 따져보는 투란이었다.
―파이로키네틱의 응용기술이다! 불꽃을 응축(凝縮), 어느 정도 한계를 넘어선 고온(高溫)과 고열(高熱)…… 초열(焦熱) 현상이라고 하는 정도를 유지하면서 그 범위를 좁혀 온도의 편차가 심한 틈새를 만들어내고, 열량(熱量)까지 제어하게 되면…… 바람의 성질에 간섭해서 뇌전(雷電) 계통의 현상을 일으킬 수가 있어! 저건 몬스터의 능력이 아니라, 저놈이 그 능력을 갈고닦아 터득한 기술이란 말이야!
‘너도 할 줄 아는 거야?’
자세하고 신속한 설명에 투란이 툭 한마디 던졌다.
그 사이에 벼락 다발은 곧바로 투란의 몸, 검은 암석을 두들겼고 달아오르게 했으며 충격으로 펼쳐놓은 두꺼운 장막을 출렁이게 했다. 폭음과 이어진 충격 속에서 장막에는 붉은 줄기의 매듭이 연이어 피어났고, 퍼져가며 서로 엮였다.
―투란? 괘, 괜찮은 거냐?
한 가닥 굵은 벼락이 내리꽂히면 그을린 바위가 쪼개지고, 맨땅에 구덩이가 파일 정도의 충격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런 벼락 수십 가닥이 꼬여 압축되어 몰려온 것을 전부 뒤집어쓴 채인 투란이 뭔가 너무 태평하잖은가!
‘응? 몸이 좀 풀린 느낌인데? 그보다 너도 할 줄 아냐고!’
―왜 괜찮은데! 젠장, 해본 적은 없어도 이론(理論)은 알고 있다!
으므에에에!
검은 소가 허공을 향해 푸르스름한 불덩이를 뱉어내며 울부짖었다.
아프거나 괴롭다는 느낌보다 자신의 뒷발을 데게 하고 까부는 놈에게 제대로 무서운 꼴을 보여줬다고 과시하는 느낌의 울부짖음이었다. 그리고 검은 소는 마지막 한 방이라는 듯, 자신이 뱉어낸 푸르스름한 불덩이를 그대로 쏘았다.
뿔 사이에서 맴돌며 더 응축되고 더 퍼릇한 빛의 잔해를 흘리는 채로, 불덩이는 새로운 번개와 벼락을 휘감은 꼴로…… 으스러지고 깨진 채로 넘실거리는 장막의 붉은 매듭 사이로 흘러가는 듯한 검은 조각이 된 투란을 향해 날아들었다.
―저건 피해! 저건 물질구성의 한계선을 깨버리는……?
부글!
붉은 매듭 속에서 붉은빛을 뿜어내며 달아오른 마그마의 파문이 거품을 피워올렸고, 검게 갈라진 조각들은 검은 재를 휘날리며 마그마 속으로 잠겼다가 떠올랐다를 반복하며 엷었던 장막이 두꺼운 절벽처럼 더 높이 치솟았다.
검은 소를 둘러싼 장막은 이제 하늘을 향해 작은 구멍만을 남긴 지붕처럼 굽어지고 내려다보는 형상이 되었고, 더 이상 장막이라 부르기도 힘든, 암석의 공동(空洞)처럼 꾸며졌다. 이제 검은 소는 사방이 막히고, 주변이 펄펄 끓는 마그마로 채워진 암석 속에서 높은 하늘을 살짝 드러내는 작은 구멍만이 내려다보는 동굴 구덩이에 빠진 꼴이 된 셈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푸르스름하고 퍼릇한 불덩이와 번개의 매듭이 한쪽 두꺼운 조각이 맴도는 벽을 친 광경이 펼쳐졌지만…… 시커먼 암석은 금이 가고 패이면서 붉게 달아오르다가 꿈틀거리고 꾸물거리는 용암(鎔巖)으로 변해버릴 뿐이었다.
마치 불꽃이든 벼락이든 상관없이 그 열기와 충격을 모두 집어삼키는 듯한 광경이었다.
―어째서?
드라고니아가 혼란스럽다는 듯, 당황하는 기척을 드러냈다.
검은 소의 형상을 한 플레임 불은 파이로키네틱의 묘기(妙技)를 보였고, 그 묘기의 근간(根幹)이 된 초열의 불덩이를 내뿜었다. 그 불덩이의 열기는 통상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물질을 완전히 연소(燃燒)시키고 증발(蒸發)하게 만들 수준이었다.
한데 마그마 로드의 검은 결정(結晶)은 이를 흡수해서 확장하고 있었다.
마그마라는 현상과 실체를 자유롭게 다루는 강대한 몬스터라 할지라도, 저 정도면 분명히 그 일부는 확실히 연소, 증발당해야 할 터였는데…… 투란의 마그마 로드는 이를 완전히 무시한 채로 불덩이를 집어삼키고, 보다 강해진 듯했다.
그리고 이는 드라고니아에게 아주 심각한 의문을 품게 한 것이다.
너무 짙은 그 의문에 투란은 조금 귀찮다는 듯이 일단 대꾸를 한다.
‘뭐가 어째서야? 블랙 애시도 아니고, 마그마 로드라고. 자기가 일으킨 불꽃을 견디지 못한 채로 흩어지면 블랙 애시, 그 불꽃을 견디고 잡아서 뭉치면 마그마 로드잖아. 그래서 둘이 한 가지 에센스이면서도 전혀 다른 상태였고. 뭐, 마그마 로드 쪽은 하나둘인 블랙 애시가 아니기도 하지만……. 어쨌든 당연한 거 아냐? 뜨겁든 억세든 말든, 불이잖아. 그걸 잡아서 돌을 녹이고 뭉쳐 넓은 용암 호수도 만드는데……. 요놈 제법 귀엽네?’
드라고니아가 어이없어하면서도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기척을 드러낼 무렵, 투란은 늘어놓던 이야기를 멈추고 검은 소에게 관심을 돌렸다.
검은 암벽의 동굴, 지름이 대략 십 오륙 정도인 채로 둥글게 형성된 굴속에 서 있는 자리를 중심으로 한 사, 오 미터 정도의 검게 물든 땅 위에서 주변에 흩어진 용암의 물결에 꼼짝도 못 한 몰골인 검은 소, 플레임 불은 지금 아주 당황하는 중이었다.
가닥가닥, 가늘고 긴 용암 줄기가 치솟거나 떨어져 내리면서 툭툭 몸을 스치려 하는 상황에서 움츠리고 배배 꼬는 짓으로 어떻게든 피해보려 하는 검은 소의 모습에 투란은 불쑥 ‘귀엽다’고 한 것이다.
정작 검은 소의 몸통은 몸길이가 3미터를 살짝 넘고 몸 높이는 2미터에 살짝 못 미치는 크기로 무릎 아래까지 쳐진 엄청난 살덩이와 털뭉치를 과시하는 모습이지만…….
‘어라?’
툭툭 내지르는 가는 용암 줄기가 허공에서 휘어지며 검은 소의 털가죽에 닿지 않는 광경이 투란을 새삼스럽게 했다. 옆으로 닿지 않고 스쳐 가게 했을 때야 당연히 닿지 않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그 끝으로 바늘처럼 쿡쿡 찌르려 했다.
그런데 검은 소가 머리를 흔들고 몸부림치며 털을 빳빳이 세우는 짓을 하자, 가느다란 용암의 붉은 가닥이 옆으로 휘어지며 멀리 돌아가 버린다?
―파이로키네틱이다. 용암 속에 담긴 불의 성질에 간섭하는 거지. 단순히 불꽃의 형상인 것만을 간섭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 제어능력이니까, 방전 유도라든가 하는 짓도 할 수 있는 거야.
어느새 생각이 정리된 듯한 드라고니아가 설명하고 있었다.
‘흠? 넌 이제 괜찮은가 보다?’
―젠장! 그 망할 놈의 각주(脚注)가! 무슨 그럴듯한 시구(詩句)라도 달아서 멋 부리는 줄 알았는데! 그게 마그마 로드의 본질(本質)을 적시(敵視)한 것이었다니!
‘너 아직 괜찮지가 않구나.’
한숨처럼 투란은 드라고니아에게 중얼거리고는 검은 소의 형상을 향해 살짝 집중했다. 이제 막 녀석은 네 발굽으로 땅을 구르면서, 검게 변한 땅을 박차며 맴도는 몸짓으로 주변의 암벽 장막 중에 약한 곳을 탐색하는 꼴을 보이고 있었다. 어떻게든 단숨에 힘을 모아 돌파하겠다는 듯한 자세였다.
콰드득, 키이잉.
돌이 마찰하고 억지 부르듯이 굽어지는 괴이한 음향이 울려 퍼졌다.
갑작스러운 소리가 신경을 긁고 거슬린 탓인 듯, 검은 소가 움찔하며 멈칫했다.
그 순간에 뻗어나간 네 가닥의 시커먼 암석이 네 개의 손을 펼치며 검은 소의 네 발목을 잡아채며…… 압도적인 힘으로 당겨버렸다.
퍼억!
검은 소는 네발짐승의 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네 다리를 사방으로 뻗으며 엎드린 꼴이 되고 말았다. 강제로 당겨진 탓에 사람으로 치면, 어깨와 엉덩이인 부분에서 거세게 뼈가 뒤틀리는 소리도 살짝 났다.
음메에!
구슬픈 울음이 울려 퍼졌다.
―연금술적인 표현이라고? 그딴 소리를 덧붙여 놓으니까 헷갈리잖아! ‘화염(火焰)을 삼키는 대지(大地)가 흐른다.’라니! 그냥 ‘흐르는 것’이라고 해놓기만 했어도 내가 헷갈릴 리가 없잖아!
드라고니아는 여전히 옛날을 추억하며 그리 괜찮지 않은 소리를 터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