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63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64)
콕, 콕.
음메에에에 에엣!
쿡, 쿡.
―므에에엣!
―지금 뭐 하는 거냐?
검게 번들거리며 붉은 매듭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천장 한편에서 흘러나와 엎어진 검은 소 형상의 위를 지나는 꼴로 드리워진 굵고 긴 대들보, 혹은 누워 있는 기둥처럼 여겨지는 검은 암석으로부터 흘러나온 가지, 가시가 살짝 돋아나 길어진 듯한 가지에서 다시 가시가 돋아 가지가 되어 끝이 긴 송곳, 혹은 그저 커다란 바늘처럼 보이는 것이 검은 소의 몸을 찌르며 더듬고 있는 광경을 놓고, 잠깐 넋 나간 듯한 소리를 중얼거리던 드라고니아가 정신을 차린 듯한 말투로 묻고 있었다.
네 발을 사방으로 쭉쭉 뻗은 채, 배를 깐 채로 띠룩거리며 등과 옆구리에 출렁이는 살을 펼쳐놓은 검은 소의 구슬픈 울음소리는 그러지 말라고 하는 듯하지만, 마그마 로드의 검은 결정체를 움직이며 더듬는 투란에게는 소가 하는 말 따위는 알아들을 리가 없다는 듯한 무책임한 낌새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신기하잖아, 이거.’
그리고 장난치는 아이 같은 대꾸.
드라고니아는 어이없어하며 잠시 침묵해야 했다.
당하는 검은 소, 플레임 불은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머리를 흔들고, 높이 치솟고 뻣뻣하게 펼쳐진 두 가닥 뿔을 흔들면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검은 소의 모습은 뭔가 애처롭게 보이기도 했다. 그 애처로운 느낌을 증명하는 증거라는 듯, 검은 소의 털이 뻣뻣해지고 있었고 털가죽을 흠뻑 적시는 듯한 땀방울이 물컹거리며 배어나오는 중이기도 했는데…….
‘이봐, 이거! 저게 대체 뭔데 저렇게 꿀렁거리며 새 나오지? 살이 녹아 나오는 건가? 엄청 띠룩거리던 녀석이 날씬해지고 있다고!’
투란에게는 한층 더 신기한 광경일 뿐이었다!
드라고니아 역시도 이에 대해서는 조금 의아한 기척을 전하며 중얼거린다.
―체내 지방(脂肪)을 방출하는 건데? 이건 또 무슨 재주지?
‘응? 체내……? 침이랑 같아 보이는데?’
투란이 드라고니아의 말에 재빠르게 반응했다.
이는 드라고니아에게도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 모양이었다.
―침? 어라? 이 자식 설마……!
‘뭔데?’
콕, 코콕!
음미에에에에엣! 푸흐앗!
한층 더 플레임 불을 보채듯이 투란이 들이던 검은 암석의 가시가 검은 소의 네 다리를 사방에서 건드리고 불룩 솟은 등판과 옆구리도 마구 긁적였다. 그 검은 가시 끝에 걸쭉하고 끈적한 채로 검은 소의 몸에서 배어나오는 체액이 늘어지는 광경이 기괴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그 체액은 투란이 지적한 대로, 검은 소가 입가에서 질질 거품처럼 흘리는 침과 아주 닮아 보였고 단지 거품이 모자란 것처럼만 보였다. 바닥에 흘러내린 침을 바닥에서 솟아난 작은 가시가 긁어당기고 찍으면 몸에서 돋아나는 체액과 구분이 안 될 지경이었다.
이 현상에 대해 드라고니아가 추측을 말로 드러내기 전, 검은 소가 이를 갈며 코로 재채기를 하는 듯한 묘한 짓을 했다.
므에엣! 빠득! 킁, 크킁!
화륵.
침에 불이 붙었고, 불은 곧바로 검은 소의 볼에 가득 차오른 끈적한 땀방울을 타고 번져갔다. 검은 소의 가죽을 타고 흐르는 불은 물결처럼 출렁였고, 두껍게 쌓이며 불꽃의 장막, 외투처럼 덮였다.
―연료(燃料)로 사용하는군. 체내에 축적시킨 지방을 녹여서 땀과 털 구멍의 틈새로 내보낸 다음에 점화시킨 거야. 불꽃을 뿜어내는 마수나 몬스터 중에 저런 식으로 체내 연료를 축적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만…… 얘가 이럴 줄은 몰랐네.
‘우핫! 불꽃의 갑옷이야! 이제 찔러도 털에도 안 닿네! 아하핫, 이거 이제는 완전히 불꽃 소라고 해도 되겠는데?’
투란은 신기해하고 있었다.
플레임 불을 덮고 있는 불꽃의 파문(波紋)은 완전히 또 한 겹의 가죽처럼 검은 소의 형상을 덮은 채로 검은 암석의 가시를 차단하며…… 찰랑거리며 뻗어나가는 용암의 가닥조차도 그 가죽 위에 고이며 미끄러지게 하고 있었다.
‘이것도 파이로키네틱?’
―맞다. 정말 한 가지 능력으로 갖가지 재주를 보이는군. 저렇게 온몸을 덮는 형체를 만들고 유지하면서…… 밀도를 높여 갑옷처럼 부릴 수 있으려면 집중해야 하고, 그 집중이 흩어지면 안 된다. 한데…… 해내는군.
‘아하핫, 그러니까 저러면 내가 더 못 찌를 거라고 안심하는 건가? 이 녀석, 뭔가 풀어진 표정을 짓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풀어져? 지금 네 눈알을 보고 잔뜩 긴장하며 궁리하는 모습인데?
드라고니아가 퉁명스럽게 투란의 현재 상태에 대해 지적했고, 이는 비로소 투란에게 자신이 지금 어떤 시점에서 플레임 불을 보고 있는가를 다시 짚어보게 했다.
벽에 돋아난 크고 붉은 덩어리…… 검은 소의 머리통보다 커 보이는 마그마의 눈알이 데굴거리면서 바라보는 중이었다. 언제라도 눈알 속에서 마그마가 뿜어져 나갈 분위기로!
플레임 불이 자신의 네 다리를 잡은 검은 암석의 손길보다 먼저 마그마의 눈알이 보내는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었다.
살짝 쓴웃음을 띤 낌새를 흘리고, 투란은 곧 불꽃을 두른 소, 검은 소라기보다는 그냥 불꽃으로 이뤄진 듯한 소를 향해 웅얼거린다.
“아직 덜 무섭지? 밟아줄게.”
암벽을 울리고 검게 변한 단단한 땅바닥을 울리는 소리였다.
소를 덮은 불꽃이 더욱 선명한 색채를 띠며 유동(流動)했다.
드라고니아는 플레임 불을 대신하듯 한소리하고 말았다.
―잔뜩 무서워하는 것 같다만!
투란은 이 소리에 대꾸하지 않고, 꺼낸 말을 실행하고 있었으니…….
와지근! 뻐걱, 우득!
가늘고 긴 가지를 뻗어내던 암석 대들보에서 굵게 늘어나온 사람 다리가…… 하나도 아닌 여러 다리가 발바닥을 활짝 펼치면서 힘차게 불꽃을 두른 소의 형상을 내리찍었다. 밟는다는 말 그대로!
음미에에!
단말마(斷末魔)의 비명과 함께 소의 형상이던 불꽃이 부풀어 올랐다.
부푼 불꽃은 곧바로 거품처럼 터지며 거센 질풍을 뿜어냈다.
출렁거리는 용암의 작은 샘이 벽까지 밀려났고, 질풍의 결을 따라 피어난 불길이 투란이 세운 검은 암벽의 안쪽을 가득 채우듯이 퍼졌다. 그 압력은 길고 가는 암석의 가지는 거침없이 휘청이게 하다가 부러뜨린 것이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플레임 불의 검은 소 형상은 선명해졌고, 그 주변으로는 한 점의 불꽃도 없는 기묘한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마치 검은 소가 암석의 손과 발에 붙들리고 짓밟힌 채로 피만 토한 채로 죽은 듯한 풍경이었다.
‘헤에, 역시 몬스터! 마지막 한 가지 수작을 부렸어! 혼자 죽지 않는다, 이거지?’
한 박자 늦은 낌새로 투란이 드라고니아를 향해 옹알대는 말을 흘렸다.
드라고니아는 그 늦은 한 박자를 통해 알아차린 바를 그대로 토해낸다.
―뜻밖이었냐? 저거 이제 완전히 죽었네? 더 찌르고 놀 수 없네?
‘놀다니! 저 마지막 수작을 맨몸으로 받았다가는 뼈와 살이 한꺼번에 으스러지고 불타버렸을걸!’
―뼈와 살? 누구 뼈와 누구 살?
‘흥! 조심해서 나쁠 것 없잖아! 진짜 더 못 움직이나 제대로 확인해야지!’
삐진 듯한 말을 하고 나서, 투란은 자신의 시점을 조절했다.
마그마의 눈알로부터 보던 관점이 곧 뭉툭하고 투박한 나무 인형처럼 두툼하게 부푼 채로 바닥에 꽂힌 기둥처럼 된 원래 몸쪽으로 옮겨졌다. 그래 봐야 사람 눈알 크기의 마그마 구슬이 얼굴 쪽에서 데굴거리는 꼴이 된 것은 마찬가지였다.
크륵, 스으윽.
처음에는 거친 소리를, 다음에는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소리를 내면서 사람 크기의 검은 암석이 늘어진 검은 소의 형체를 향해 밀려나갔다. 나가면서 점차 암석의 모양이 다듬어졌고 손발을 꼼짝도 않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투란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가슴에서는 세모꼴로 길쭉하게 돋아나오는 얇은 석판이 튀어나오는 중이기도 했다.
크고 긴 세모꼴이 칼끝처럼 피를 토하며 늘어진 검은 소머리를 쿡 찌르려 했다.
음멧! 콰아아!
검은 소가 머리에 세모꼴 검은 석판의 날카로운 끝이 박히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고개를 쳐들며 피를 흘리던 입을 열고 시퍼런 섬광 같은 불꽃의 창을 뱉어냈다.
소리도 없이, 그저 붉게 달아오른 윤곽을 지닌 구멍이 암석으로 꾸며진 투란의 모습, 가슴팍에 생겨났다. 그 구멍을 지난 채로 커다란 마그마의 눈알 사이까지 이어지는 불꽃의 창은 곧 으스러지며 사라졌다. 마그마의 눈알이 데굴거리는 장벽은 그저 붉은 매듭이 솟구쳤다가 불끈거리다가 옆으로 흐르는 줄기가 되어 지워졌을 뿐이었는데…….
검은 소는 푸륵거리는 콧김을 토하며 혀를 늘어뜨린 채로 다시 머리를 떨궜다. 붉게 핏대가 올라 붉어진 눈알을 번들거리던 소의 눈꺼풀은 그제야 감기고 있었다. 뭔가 만족한 듯, 할 만큼 했다는 듯한 여유로운 마지막 숨결이 콧김과 함께 새 나왔고, 흩어졌다.
―진짜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군.
드라고니아가 슬그머니, 살짝 민망한 낌새를 담은 속삭임을 흘렸다.
투란은 이에 대답하지 않고, 가슴이 뚫린 형체 그대로…… 가슴에서 솟아난 세모꼴 석판을 좀 더 길고 넓은 칼날처럼 가다듬은 뒤, 바로 검은 소의 머리통부터 목뼈, 등뼈로 이어지는 선을 긋듯이 내리찍었다.
석판이 둘로 갈라지면서 검은 소의 머리와 몸통을 좌우로 가르는 틈새를 만들어냈다. 뼈와 살, 핏방울이 뭉클거리면서 돋아났고 세모꼴 석판은 바닥에서 올라온 검은 가지와 맞물리며 틈새를 유지했다.
뒤이어 위에서 내리꽂힌 긴 창 같은 바위 꼬챙이 몇 개가 검은 소의 몸통을 이리저리 관통했고, 소의 형상을 완전히 바닥에 고정시켰다.
‘음, 이 정도면 적당하지? 한 번 더 확인할까?’
드라고니아는 투란의 중얼거림에 어이없다는 기척을 잠시 드러냈지만, 조금 전의 상황 탓인지 뭐라 하지 않았다.
만약 조금 전에 투란이 사람의 모습으로 완전히 되돌아간 채였다면, 지금 가슴이 통째로 날아가서 죽은 채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완전히 숨통이 끊어졌고, 심장의 고동조차 없던 플레임 불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그런 최후의 일격을 준비해놓은 것이다.
검은 소의 옆구리 쪽에서 슬그머니 돋아난 가시로 된 듯한 손의 형상이 쿡쿡 소의 옆구리를 찔렀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 가시 끝이 살짝 붉은 빛을 띠며 다시 슬쩍 긁자, 털에 붙이 붙었다! 곧 가시 손이 그 불을 끄기 위해 두툼한 손바닥으로 변하며 덮었는데, 바로 검은 소의 옆구리 가죽과 살이 뚝 떨어져 나온다! 아무런 저항도, 반응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약간 민망해진 낌새가 맴돌았다.
이건 너무 조심하는 꼴이잖은가.
‘그런데 얘가 어떻게 그랬지? 숨결 한 모금 남겨뒀다가 그렇게 한 것도 파이로키네틱?’
기분과 생각을 돌리는 투란의 물음에 드라고니아는 잠시 생각하는 기척을 보였다.
―다른 능력은 없는 놈이니까…… 파이로키네틱을 이용한 것일 수밖에 없기는 하지. 하지만 방전 유도처럼 난해한 기술이기는 마찬가지야. 거의 요술(妖術)이나 주술(呪術)의 수준에 가깝다. 이놈은 어쩌면…… 옛날 불꽃의 데몬 일족이 부렸다던 오리지널 파이어 옥스였거나, 겨우 삼, 사 세대 후손일지도 모르겠군.
‘그래?’
설명을 듣는 사이, 투란의 가슴에 뚫린 구멍이 마그마로 채워지며 복구되었다.
그러고 나서 투란의 암석 상태였던 몸은 서서히 사람의 맨살로 돌아갔고…… 그에 따라 발과 등으로 이어져 있던 검은 결정이 투란에게서 분리되었다. 이는 설명을 하던 드라고니아의 관심을 끌었다.
―투란? 뭐냐, 뭐 하는 거야?
‘궁금해. 이 플레임 불은 대체 또 뭘 할 수 있는지…… 그러니까, 앞으로 계속 더 보고 싶다고. 더 자세히 알고 싶어.’
―그런데, 왜 마그마 로드를 분리시켜! 저거 지금 독립한 거 아니냐! 맞구만! 아니, 뭘 하려…….
‘그야 당연하지. 이걸 삼키는 동안 안전해야지! 황금매의 마법만 믿고 방심할 수는 없잖아?’
스윽, 두 손을 내밀며 가슴에는 황금매가 작은 머리를 툭 내민 꼴로 투란은 갈라진 검은 소의 머리 틈새를 향해 다가갔다. 황금의 발톱 무늬가 새겨진 손바닥이 바로 소의 뼈와 살, 피가 맺힌 단면(斷面)으로 파고들었고, 황금매의 부리에서는 금빛 숨결이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뭉클거리는 금빛의 바람결은 투란의 가슴에서, 팔을 타고 손으로 옮겨졌고 검은 소로 번져갔다.
장벽에 박힌 마그마의 눈알이 데굴거리며 움직였고, 투란을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려는 듯이 살짝 부풀어 올랐다.
―마그마 로드가 호기심이 아주 많은데!
드라고니아는 여차하면 몬스터 로드에게서 독립한 몬스터 꼴이 된 마그마 로드가 덮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셈으로 말한 것이나, 투란은 이를 귓가로 흘리는 듯한 웃음으로 넘기며 플레임 불의 에센스를 삼키는 일에 몰입했다.
금빛 바람결은 검은 소의 털 한 가닥, 가죽 한 점까지 모조리 물들이며 번지는 듯했고 물든 자리는 투명한 형상으로 바꿔버렸다. 끝까지 물들지 않은 부분은 뿔과 머리뼈, 이빨이 박힌 몇 곳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