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73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74)
“에잇, 잡아봐야겠다! 아무리 봐도 팔이나 다리 한 짝 크기밖에 안 되는데! 큰 놈이 숨어 있는지 작은 놈을 잡아보면 알겠지!”
후다닥!
갑자기 소리 높여 중얼거리고 투란이 뛰어나갔다.
“엉? 그게 무슨…….”
뭐라 따지려 하던 시알라의 목소리가 매듭짓기도 전에 이미 투란은 쇠비늘이 번뜩거리며 튀어 오르는 물줄기 쪽에 붙어 있었으니!
“굉장히 심심했나.”
멜란드가 이리 중얼거린 소리가 왠지 납득이 갈 지경이었다.
때문에 페란드와 제란드는 곧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잔뜩 긴장은 했지만 꽤 안전한 상황이 지속되니, 뭔가 맥이 풀리는 느낌이 없을 수가 없었다. 긴장한 탓에 힘은 힘대로 소모되는데 정작 어딘가로 시원하게 방출해낼 수 없는 답답함…… 확실히 가슴속에 알게 모르게 피로와 함께 불평,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잠시 쉴 틈을 타서 투란이 저리 호기심을 채우려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가 없다.
“큰일 나지는 않겠지?”
제란드의 낮은 목소리는 곧 페란드와 시알라를 긴장시켰다.
멜란드도 ‘흠?’ 했지만 금세 늘어진 말투로 대꾸한다.
“투란이 위험하지는 않을걸.”
“우린 위험할 수 있겠구나.”
긴장을 다시 불러일으킨 이 말은 페란드의 입에서 나왔다.
그래서 결국 남매는 조용히 주변을 경계하며 투란이 하는 짓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아, 기억이 가물거려! 안 되겠다, 천칭으로 옮겨가야겠어.’
투란은 자신의 손목을 쥐면서 드라고니아에게 소리 없이 말했다.
―황금매의 주문은 모두 인계(引繼) 상태다. 황금매의 형태를 그대로 갖춘 위장(僞裝)도 완성된 채야. 지금 옮겨가도 아무도 모를 거야. 하지만 투란, 명심해라. 정말 위협을 앞둔 채로 몬스터 엠블럼을 전환시키는 것은 네 목숨이 위태로운 짓이야.
‘알아! 자, 간다!’
드라고니아의 잔소리를 가슴에 새겨둔다는 기분으로, 투란은 마음을 모았다.
온몸에 퍼져 있던 황금매의 마력이 거둬졌고, 황금매의 풍경은 투란의 마음속에서 작게 반짝이며 사라졌다. 대신 잠깐 심연의 검은 통로가 투란의 마음에 새로운 풍경을 보여줬고, 곧 ‘천칭’의 풍경이 도도하게 투란의 마음을 채운다.
이 과정에서 잠깐 투란은 몸에 대한 감각이 미묘하게 단절되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고, 황금매가 품은 몬스터의 형상이 정교한 황금의 조상(彫像)이 되어 풍경 속에 장식된 기억을 간직한 채로 ‘천칭’의 힘이 새롭게 몸을 일깨우는 과정을 겪었다.
처음과 다르게, 이러한 문장의 전환을 몇 번 되풀이하면서 투란과 드라고니아는 이 짧은 사이에 훤히 드러나는 몬스터 로드의 약점을 명확하게 깨닫고 있었다. 몬스터 로드가 몬스터의 형상과 힘을 잠깐이라도 멈추고 그저 사람의 몸인 채가 되는 약점이었다.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한쪽 몬스터의 능력을 봉쇄하고 거둬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쪽의 몬스터를 끌어낼 때까지, 투란은 본래 지닌 사람의 형상과 능력만을 쓸 수 있는데…… 정신을 전환에 집중시킨 탓에 아주 부주의하게 덜렁거리는 몸가짐이라 이 또한 제대로 쓰지 못하는 꼴이었다.
그래서 투란은 궁리했고, 드라고니아가 호응해서 나온 결과는 그 짧은 전환의 틈새를 윌 라이트에 황금매의 주문을 인계시킴으로써 버티기로 한 것이었다. 가능하다면 안전한 장소에서 위협받지 않고 전환시키는 것을 권하면서도 드라고니아는 이런 방식을 인정하고 받아준 셈이었다.
그리고 그저 심심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지금, 투란에게 잔소리도 하는 것이고…….
후우읏.
‘역시 그때 그 물고기야. 드레이크가 좋아하던 구워 먹던 녀석! 한데 이렇게 작은 이유가 뭐지?’
살짝 물줄기에 손을 담그면서, 모처럼 깨어난 ‘악마의 심장’이 새롭게 바닷물 맛을 보게 하면서 투란은 떼로 지나가는 쇠비늘 물고기에 대한 선명한 기억을 되살리며 궁금해했다.
‘악마의 심장’은 투란이 예전에 만났던, 지금 떼로 내려오는 녀석들보다 훨씬 더 컸던 쇠비늘 물고기에 대한 기억, 그 맛을 선명하게 지금 당장 느낄 정도로 되살려줬다. 그리고 곧 투란의 입안에 침이 슬쩍 고인다.
‘그렇지, 지금 잡아먹어도 되기는 하지.’
체내의 영양을 점검하고, ‘악마의 심장’ 속에서 냉정하게 ‘투란’은 생각하고 있었다.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온갖 것을 들이마시고 삼키는 것도 ‘악마의 심장’에는 적절한 양분이 되겠지만, 사람의 몸에 공급할 영양으로는 역시 저 물고기 살이 좋다는 듯한 결론인 셈이었다.
그리고 저 녀석들을 낚는 데는…….
투란의 손이 굵어졌다.
팔뚝도 덩달아 굵어졌다.
체격이 사람의 한계를 벗어나 그랑츄의 형상 쪽으로 물들여지는 것처럼 변해갔다.
하지만 새끼손가락이 엄지처럼 굵어진 것을 제외하면, 사람의 모습이 마냥 부풀어 오른 것만으로 보일 뿐이었다. 덤으로 보다 짙게, 커진 만큼 짙게 냄새가 세차게 뿌려질 뿐이었다.
촤앙, 촤아앙!
쇠비늘이 떨리고, 물살이 쪼개지는 소리가 세차게 울리면서 물줄기를 타던 몇 마리가 방향을 곧장 투란에게 돌리며 튀어올랐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로, 거침없이 물장구를 치며 날아오른 물고기 몇 마리는 그대로 자신들을 유혹한 먹잇감…… 투란의 옆구리, 팔다리, 어깨를 물었다.
그리고 물어버린 그대로 물 밖으로 끌려나왔다.
“이럴 줄 알았지!”
투란은 의기양양하게 외치며 얼른 몇 걸음 더 흐르는 물줄기에서 멀리 디디면서 돌아섰다. ‘악마의 심장’을 이용해서 더 짙게 냄새를 흘리고, 속살은 보다 단단하게 조여놔서 한번 문 물고기가 쉽게 살점을 뜯어내지 못하게, 오히려 속살이 물고기의 입을 안으로부터 움켜쥔 듯한 꼴로 낚시에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 낚은 물고기를 남매에게 자랑할 일이 남았는데…….
“이거! 으헤헷, 물고기를 잡았어!”
투란의 이 큰소리를 들은 넷의 표정과 태도가 뭔가 좀 이상했다?
시알라는 입을 벙긋거리다가 꽉 다물면서 엄청나게 불평하고 싶은 것을 참는다는 듯이 볼이 빵빵해진 상태였고, 제란드는 두 손에 쇠살을 가득 쥔 채로 엉거주춤한 모습이며 페란드는 이미 팔뚝에 두툼한 갑주를 채운 모습으로 투란 쪽을 향해 서너 걸음 내디딘 상태였다. 그리고 멜란드는 맨 뒤, 투란에게서 제일 먼 곳이었지만 두 다리가 이미 랩티어의 형상이라 뛴다면 가장 먼저 닿을 듯했다.
그런 넷에게서 슬그머니 드러나는 공통적인 모습은 히엔나의 미묘한 흔적이었다. 지금 멈추고 거둔 탓인 듯, 조금 더 힘주고 나섰으면 팔은 전부 히엔나로 변할 참이었던 듯 보였다.
“어?”
투란으로서는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왜들 저러나?
‘누가 누굴 잡아!’
시알라는 이 말을 삼키고 참아야 했다.
확실히 물고기가 거침없이 물줄기를 가르며 튀어나와 쇠비늘이 쇳소리를 내며 투란을 물었을 때는 ‘물고기가 투란을 잡아먹는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사납고 흉악해 보이던 물고기는 지금 미끼에 걸린 채로 파닥대다가 지쳐서 얌전해지는 몰골이었다. ‘투란이 물고기를 잡은’ 것이다.
시알라뿐 아니라 세 형제도 모두 놀라서 움직이려다가 쾌활한 투란의 말에 멈칫하고 만 것이 지금 모습이다.
그런데 투란은 지금 ‘왜? 물고기 잡았는데?’라는 표정을 짓고 네 남매의 모습에 갸우뚱하다니!
페란드가 한숨과 함께 한마디 하고 만다.
“투란, 말 좀 하고 그러라고요. 깜짝 놀랐잖아요.”
가능한 한 점잖게, 가능한 한 부드럽게 한 말이었다.
그제야 투란도 알아차린 듯, 아핫 하는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응? 아, 아핫. 미안. 놀라게 한 모양이네?”
페란드는 바로 말을 돌리기로 했다.
딱히 투란이 무리한 짓을 한 경우는 아니었다. 저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 당황한 쪽은 투란이 아니라 남매 쪽이잖은가.
“그거 구워 먹자고요?”
“응! 꽤 맛있어. 바싹 구워야 하니까, 아, 우선 한 마리 받아! 힘 좋은 놈부터 굽자고!”
투란은 경쾌하게 말하며, 옆구리에 들러붙은 날렵하게 생긴 놈 하나를 잡아 뜯어서 페란드에게 던져줬다. 거의 사람 다리 한 짝 정도는 될 듯하면서도 다른 녀석들보다 선이 살짝 가는 놈이었다.
페란드는 여기에 나름대로 대비하며 두 팔로 받아 꽉 안으려 했는데…….
채앵, 차리링! 콰직!
“윽?”
쇠비늘이 울렸고, 페란드의 팔뚝 갑주가 부서져 나가며 가슴팍까지 물고기가 구르듯이 몸을 튕겨 부딪쳤다. 그 순간, 페란드의 가슴팍을 보호하는 돌덮개가 깨져나갔고 페란드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누이면서 물고기의 몸부림을 피해야 했다.
“어? 엥!”
투란이 놀란 소리를 냈을 때, 허공으로 풀려나 물고기는 물속을 헤엄치듯이 몸부림을 치면서 자세를 잡고서는 땅으로 떨어졌고…… 곧 세찬 쇳소리와 함께 튀어 오르며 시알라를 향해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여기에 시알라가 반응하기 전, 제란드가 손에 쥔 쇠살을 내던지고 바로 단도까지 꺼내서 스쳐 가는 물고기를 후려쳐갔다.
치잉, 채챙. 째앵!
쇠살은 모조리 튕겨져 버렸고, 단도는 쇳소리를 더욱 크게 울리며 깨져버렸다.
제란드의 얼굴이 붉어지고 힘줄이 돋는 순간, 멜란드의 외침이 머리 위에서 울린다.
“뭐야, 이거!”
콰악, 차앙!
멜란드의 발에 밟혀 눌리고서야 물고기는 다시 바닥에 내리꽂혔다. 쇠비늘이 울리는 소리가 동시에 강렬하게 퍼졌고, 갈라진 땅의 굳은 바닥이 쇠비늘에 파여 흙먼지를 피워 올렸다.
시알라는 서너 걸음 가볍게 뒤로 뛰고 나서 벌어지는 광경에 대한 느낌을 겨우 표정으로 드러내는 중이었다.
페란드의 돌갑주도, 제란드의 칼에도 흠집 하나 없는 쇠비늘을 곤두세운 물고기라니! 투란에게 가볍게 걸려든 놈이 보통이 아니잖은가! 게다가…….
“우어? 이 자식, 힘이 왜 이리 좋아!”
멜란드가 두 발로, 랩티어의 형상을 한 두 발로 물고기를 밟고 있음에도 물고기는 요동치면서 팔딱거렸고, 거의 1미터가량을 솟구치고 있었다. 그 광경은 마치 멜란드가 물고기를 발로 붙들고 껑충대는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페란드가 뒤로 한 바퀴 굴러 일어났고, 멜란드에게 밟힌 채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를 확인하고는 외친다.
“주둥이를 내게로 돌려!”
“어? 알았어!”
멜란드는 두 다리에 힘을 줬고, 팔딱거리며 튀어 오르는 물고기의 주둥이를 강제로 비틀면서 어떻게든 페란드 쪽을 향하게 했다. 두어 번 더 튀어 오른 다음에야 물고기 머리가 페란드를 향해 입을 쩍 벌린 꼴이 되었는데…… 그 사이에 페란드는 망가진 갑주를 복원시키는 대신에 바닥에 두 손을 나란히 대고 단단한 돌기둥 같은 창을 들어 올려 쥐고 있었다. 그리고…….
푹! 채애앵!
돌창이 물고기의 입속으로 들어가 그대로 몸을 관통하듯이 박혔다.
창의 끝이 꼬리를 꿰고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단지 물고기가 파르르 떨면서 조금 전처럼 과격한 몸통 도약이라든가 요동은 칠 수 없는 꼴이 되었다. 아무래도 목구멍을 관통해서 깊이 박힌 장대 같은 돌창에서는 벗어날 수가 없는 듯했다.
페란드는 돌창을 세워, 물고기를 공중에 꿰고 걸어놓은 꼴이 되게 한 다음 땅에 창대를 박아넣었다. 단단히 고정시키려고 아예 바닥 깊이 찔러넣으며 마력으로 보조까지 하는 모습이었다.
제란드가 그런 페란드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급히 묻는다.
“형, 상처는…….”
페란드의 팔과 가슴, 돌을 걸친 듯한 모양의 갑주는 깨져 있었고 맨살까지 확실히 긁힌 흔적이 남겨진 채였다.
“낫고 있어. 금방 나을 거야.”
페란드는 간단히 대답을 한 채로, 거의 자신의 눈높이랑 비슷한 자리에 놓인 물고리의 눈알을 바라봤다. 창백하고, 동공이 없이 푸르스름한 광택이 맴도는 눈알이 데굴거렸고, 쇠비늘이 차링거리면서 창에 꿰인 상태에서도 여전히 생명력이 넘쳐나는 물고기였다.
시알라가 다가오면서 살피다가, 투란에게 눈길을 던지며 묻는다.
“투란, 정말 괜찮아?”
“에…… 괘, 괜찮은데…….”
투란이 여전히 팔다리, 어깨를 물린 채로 대답하고 있었다.
제란드는 페란드의 살이 빠르게 아물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한숨처럼 투란에게 묻는다.
“투란, 정말 이거 먹을 수 있는 거야?”
“어, 먹는 건데.”
어정쩡하니, 투란이 여전히 당혹스럽게 답했다.
멜란드가 그런 투란을 보고 재미있어하면서 말한다.
“이거 먹으면 이렇게 기운차게 팔딱거릴 수 있어? 체격에 비해서 엄청 힘 좋은 놈이잖아?”
투란은 어색한 웃음을 흘렸고, 페란드가 대신 대답을 꺼내고 있었다.
“그렇지, 이놈을 삼키면 이놈이 지닌 체력, 강인함, 그리고 이 쇠보다 단단한 비늘을 확실히 얻을 수 있겠지. 이게…… 마수가 아니라면 말이야.”
“응? 형?”
멜란드는 자신이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다른 색의 대답을 하는 페란드를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잠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한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