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74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75)
톡, 폭.
페란드의 손끝이 꿈틀거리는 물고기의 눈알을 건드리는가 싶더니, 바로 손가락이 깊이 스며들면서 눈알이 튀어나왔다.
“으겍? 형!”
난데없이 대롱거리는 눈알을 손바닥에 굴리는 페란드를 보며 멜란드가 놀란 소리를 냈다. 페란드는 고기를 얻기 위한 사냥에서도 가능한 한 빠르게 사냥감의 숨통을 끊어놓고 나서야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뜯어내는 작업을 하고는 했었다. 이렇게 꿰인 채로도 팔딱대는 싱싱한 물고기의 눈알을 바로 뽑아내는 짓 따위는 전혀 하지 않을 성격이었다.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에 멜란드가 놀란 소리를 냈을 때, 제란드와 시알라도 페란드를 보며 혹시 어디 잘못되었나 하는 눈길을 잠시 보내야 했다.
하지만 뭔가 깊이 몰입하고 집중해버린 듯한 페란드는 그런 누나와 동생들의 걱정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듯, 새로 돌단도 하나를 만들어내서는 그대로 물고리의 입에 쑤셔넣고 있었다. 입이 더 멀어지게, 목구멍이 더 크게 열리게, 그 쑤셔댄 칼끝을 통해 물고기의 체액이 터져 나오게!
가만히 다가온, 팔딱대는 물고기 몇 마리에 여전히 물린 채로 투란이 이런 페란드의 상황에 대해 한마디 한다.
“몬스터면 삼키려고?”
“아…… 몬스터다.”
손바닥에 물고기의 체액, 어딘가 투명하면서도 불그스름해서 피인가 아닌가 애매한 체액을 받으며, 눈알에 이어진 핏줄기에서도 비슷한 체액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둘을 섞으려는 듯한 손짓을 보이며 페란드가 대답하고 있었다.
멜란드는 눈을 껌벅거렸고, 비로소 페란드가 이 쇠비늘 물고기 괴물에게 집중한 채인 것을 알아차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동시에 멜란드는 약간 의아해하는 중이기도 했다. 팔딱대는 힘이 세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랑츄의 괴력보다 뛰어난 것은 아니었고, 유연하다고 해도 트리니티 히엔나보다 별로 나아 보이지 않았다. 별종으로 보이던 도마뱀의 발로 밟고 두들겨서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어 보였으니, 정말 그리 내키는 종류는 아니라고 느껴지는데…… 페란드는 이놈에게 완전히 혹한 모습이잖은가?
제란드가 비슷한 의문을 품은 듯이 묻는다.
“페란드, 삼킬 거야?”
“아, 몬스터니까.”
이미 페란드의 손은 물고기의 체액을 바른 눈알을 가슴으로 옮기고 있었다.
너무나 집중한 그 모습에 시알라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곧 두어 걸음 물러서면서 제란드와 멜란드에게 손짓했다.
“경계. 투란, 페란드 좀 봐 줘.”
“응? 어.”
투란은 시알라와 제란드, 멜란드가 간격을 둔 채로 주변 경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페란드에게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맡기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으로 투란은 페란드의 태도가 신기했다.
‘바로 마음에 든 모양인데…… 왜일까?’
갸웃하면서도 투란의 움직임은 빨라졌다.
먼저 가볍게 윌 라이트의 마법을 불러내면서 발끝으로 땅을 찍었고, 동굴의 석순처럼 바닥에서 높이 길게 솟구쳐 올라오는 돌창을 여럿 만들어냈다. 그리고 거기에 몸을 물고 퍼덕대는 물고기를 한 마리씩 꿰어 얹었다. 페란드가 이미 한 것처럼…….
페란드는 그 사이에 괴물 물고기의 정수를 끌어모으는 과정으로 넘어갔고, 황금빛이 작은 조각이 실그물 같은 빛의 가닥을 흘리며 쇠비늘의 틈새로, 물고기의 배 속으로 헤집으며 번져가는 광경이 펼쳐졌다.
검푸른 물고기의 내장이 입으로부터 쏟아져 내렸고, 비늘의 절반 정도와 몸통을 덮은 껍질이 완연하게 투명한 형체가 되었지만 사라지지 않고 남았다. 물고기의 살점은 거의 사라졌고 뼈대는 일부가 투명해진 채로 남겨지면서 돌창에 걸려 너울거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를 보면서 투란은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손바닥에 ‘패러블랙 잉크’를 한 움큼 형성시켜서 자신이 꿰어놓은 물고기의 눈알을 덮었다. 자연스럽게, 팔딱거리는 물고기의 머리를 마법으로 만든 돌창에 더 단단히 고정시키듯…… 그렇게 해서 물고기의 눈알과 속살, 가죽의 구성을 ‘패러블랙 잉크’가 섭취하도록 했다.
‘윽, 역시…….’
물고기의 가죽은 두꺼웠지만 여렸고, 오직 쇠비늘을 키워내고 두르는 것에 집중된 기능이었다. 물속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물 밖에서는 찰그랑거리는 쇠조각을 몸에 잔뜩 두른 정도에 불과할 뿐인 것으로 느껴졌다. 눈알은 살짝 손아귀 속에 만들어 보니, 보이는 모든 것이 그저 희뿌옇게 번져가는 색채의 뒤엉킨 꼴이 된 듯했다.
‘뭐가 마음에 든 거지?’
다시 투란이 갸웃할 때, 페란드는 이를 악물고 끙끙거리는 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몬스터의 제어를 조금 힘들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치 멜란드가 그랬던 것처럼…….
‘아, 이거 도울 수 있다고 하잖았어?’
투란은 문득 오면서 드라고니아가 늘어놓았던 길고 길었던 잔소리 몇 토막을 기억해냈고, 물었다.
―황금매는 마력으로 몬스터를 제어하니까, 충분한 마력만 갖춘다면 어지간한 몬스터는 문장 속에서 바로 제압해서 다룰 수 있다고 했잖아. 그 충분한 마력은 파워…… 너의 골든 서클과의 동조를 통해서 쉽게 획득할 수 있고!
‘으흠, 그 기초단계로 마력 회수에 대한 것을 알려줬었지.’
―그래. 파워 서클의 고유 능력 중의 한 가지니까. 마력의 자취를 쫓고, 자신이 흘린 마력이라면 그 자취를 거둬들여서 세상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 파워 서클과 공명, 동조하는 마법사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까.
‘그랬지. 그러니까, 어떻게 좀 해봐. 난 지금 천칭을 품은 채이고, 마법에 관해서는 윌 라이트, 너에게 몽땅 맡긴 셈이잖아.’
―어떻게 했는가를 말해줄 테니, 기억해둬라. 뭘 어찌했냐고 물어볼 때, 그냥 어떻게라고 대답하지 말고! 알았지?
‘네, 네! 그러지욧! 아, 페란드는 대체 왜 이 물고기를 탐내서 나까지 잔소리를 듣게 하는 거야!’
―애초에 네가 시작했잖아! 뜬금없이 낯익다고 물고기를 잡겠다고 한 건 너야! 페란드에게는 흥미로운 대상이 분명하잖아.
‘엥? 너, 페란드가 왜 저 물고기에게 관심이 있나 알아!’
투란은 드라고니아의 말 속에서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아는 듯한 부분을 듣고 느끼며 놀랐다. 페란드는 한참 몸에서 우둘투둘한 비늘을 솟구쳤다가 가라앉혔다가 하며 고생하는 중인데, 어째서 사람인 투란 자신보다 드라고니아가 먼저 알아차린단 말인가!
―이 바보가…… 페란드의 세이프티 하우스는 대장간이었잖아. 강철을 두드리고 굽히고 모양을 만드는 공방이지. 그리고 페란드가 마법의 무장을 생성할 때, 가장 공을 들이고 집중하는 부분은 몸을 감싸는 갑옷! 그 돌을 두른 듯한 갑옷을 저 물고기가 한번이 몸부림으로 박살냈잖아. 아직도 몰라? 페란드는 강철의 무장을, 돌처럼 단단한 무장을 원한다. 거기에 호응하는 쇠비늘이라고, 저 물고기가 지닌 괴물의 능력은!
‘어? 그런 건가? 어, 야! 그렇다 치고 얼른 좀 돕자고! 팔다리가 지느러미가 되려는 거는 아니잖아, 네 말대로면!’
―아케인 포스, 파워 서클로부터 직접 추출한 가장 순수한 마력을 쏟아붓는다. 저 남매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범위로…… 그러면 다음에는 스스로 알아서 할 수도 있으니까.
페란드가 쇠비늘 물고기의 형상에 삼켜지는 듯한 광경을 놓고 투란이 급히 한 말에 드라고니아는 보다 침착하게 답했다. 그리고 그 답이 마무리되기 전에 투란은 오른쪽 손목에서 맥동하며 손을 타고 흘러내려오는 마력을 느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투란의 오른손이 바로 페란드를 향했고, 여린 바람처럼 부드럽지만 끈끈하고 두꺼운 마력이 바로 페란드를 덮쳐갔다.
우득, 차르륵, 채앵!
비늘로 변해가던 손이 확실하게 주먹을 쥐는 형상이 되었고, 가슴을 두드렸다. 다리가 다시 힘차게 땅을 디뎠고, 흐르는 듯한 비늘의 떨림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렇게 페란드는 두 다리로 우뚝 선 다음에 두 손을 마주치다가 허리를 굽히며 비틀거렸다.
투란이 얼른 곁으로 가서, 그래도 손발이 닿지 않을 간격은 둔 채로 말한다.
“페란드, 마력을 이용해! 다른 것은 필요 없잖아? 집중하라고!”
이데 페란드가 부들거리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힘겹게 대꾸하는데…….
“물…… 물이…… 필요……해.”
“어? 물?”
투란에게는 다소 뜬금없는 말이었다.
물고기를 삼켰다고 갑자기 목이 마르다는 소리인가?
드라고니아가 끙하며 한숨을 쉬는 소리를 투란의 뇌리에 박아넣었고, 주변을 경계하던 시알라는 이 오가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다가 바로 반응했다.
촤악, 콰아앗!
시알라의 손짓에 따라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바로 물을 한 움큼 퍼올리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큰 덩어리의 물은 가차 없이 투란과 페란드의 머리 위로 옮겨져서 떨어져 내렸다.
“아, 고스트 핸…… 우엑! 짜!”
투란은 시알라의 마법을 느끼면서, 새삼 시알라가 놀라울 정도로 경쾌하게 고스트 핸드를 사용한다 여기고 감탄하다가 퍼부어진 짜디짠 물에 기겁했다. 하지만 그 순간 투란의 손바닥에서 흐릿하게 번지는 풍경을 보던 물고기 눈알은 더없이 선명하게 세상 풍경을 잡아 보여줬다!
‘어?’
입으로 퉤퉤거리면서도 투란은 퍼뜩 페란드를 바라봤고, 페란드의 눈동자…… 물고기의 창백하고 푸릇한 구슬 같은 눈동자가 짙은 광택 속에서도 단정하게 시야를 잡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며 페란드의 몸에서 바들거리던 쇠비늘이 일제히 결을 맞추듯이 정돈되는 것을 확인했다.
페란드는 후욱거리고 숨을 들이쉬었고, 무릎까지 접으면서 굽혔던 몸을 다시 반듯하게 일으키다가 두 주먹으로 힘차게 땅을 내리찍었다.
쿠웅! 쿠쿵!
찰캉거리는 느낌으로 페란드의 몸에서 쇠비늘이 기분 좋다는 듯한 떨림소리를 연주해내기도 했다.
곧 무릎까지 펴면서 다시 두 다리로 선 페란드는 발도 굴렀고, 힘찬 울림을 한 번 더 퍼뜨렸다.
쿠웅!
손발의 차이만큼이나 발구름의 음향에는 무게감이 달랐다.
‘우와! 물 좀 끼얹었다고 이렇게 달라지나? 물고기란 게 원래 이런가!’
투란은 페란드의 모습에서, 그리고 자신의 손바닥에서 느닷없이 활발하고 생기가 넘쳐나는 시각을 과시하는 눈알에 놀라고 있었다.
―물고기라서가 아니라, 몬스터라서 더한 거겠지. 물고기도 물속과 물 밖이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저렇게까지 격렬한 변화는 아니다.
드라고니아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리고 투란은 페란드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불쑥 말한다.
“음, 기왕이면 모양도 좀 다듬어보지? 페란드, 마력은 넉넉하잖아?”
페란드가 팔다리를, 손발을 꿈지럭거리다가 이 소리에 잠깐 멈칫했다. 그러면서 다시 자신의 몸을 둘러본 페란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묘한 쇳소리로 대답한다.
“그렇군. 이건 그냥 알몸에 비늘만 덧씌운 꼴이군. 이 정도 마력을 받아 제어하면서 이러는 거는 너무 꼴사납기는 하네.”
“응? 아니, 마력 때문은 아니고…… 홀랑 벗겨놓은 채로 비늘만 덧붙이고 발라놓았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드러내놓고 다닐 일은 아니다 싶어서…….”
투란이 살짝 멋쩍고 민망하다는 듯이 힐끔거리며 페란드의 배꼽 아래쪽을 눈짓하며 한 말이었다.
페란드도 잠깐 자신의 아랫도리를 내려다봤다.
“음. 확실히 노출이 좋아 죽겠다는 미친놈으로 보이긴 하네. 정리해야겠지.”
차르릉, 채챙.
페란드의 몸에 갖춰진 쇠비늘이 일제히 사라졌다가 다시 드러났다.
이번에는 물고기의 형상처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흘러내린 형태가 아니라, 사람의 몸이 지닌 굴곡, 윤곽, 형태와 구조에 따라서 갑옷처럼 쇠비늘이 채워지고 갖춰졌다. 이를 보며 투란은 신기해하면서도 한소리 더한다.
“충분한 거야, 페란드? 에센스가 모자라든가 하면…….”
말과 함께 투란이 가볍게 주변을 눈짓해 보이니 페란드도 바닥에서 솟아난 돌창에 꿰여 퍼덕거리는 몇 마리 물고기를 둘러봤다. 모두 새로 물을 뒤집어쓴 탓인지, 보다 생기 넘치는 광택을 비늘마다 띄웠고 펄떡임이 보다 잘고 강해 보였다.
페란드는 가만히 그런 물고기의 상태를 살피고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충분해. 느낄 수 있어. 이 녀석은 겹쳐서 계속 삼킨다고 에센스가 강해지는 것 같지 않군. 한 마리로, 제대로 완전히 삼킨 한 마리로 충분해.”
“그래? 그러면 나머지는…… 음흣, 구워볼까?”
투란이 경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페란드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며 다가오던 멜란드가 이 소리에 바로 한마디 한다.
“진짜 구워 먹으려고!”
물고기라고 했을 때는 그러려니 했고, 쇠비늘을 지닌 채로 맹렬하게 팔딱일 때는 마수일 수도 있겠거니 했다. 한데 지금 페란드가 삼킴으로써 확실하게 몬스터라는 것을 증명한 물고기였다.
정말로 투란이 몬스터를 잡아먹자고 하는 것인가?
“먹을 수 있을걸?”
투란은 태평하게 대답하면서, 두 손을 모으고 비비댔다.
손바닥에서 모락모락 불꽃이 길게 피어올랐고, 꿰어 있는 물고기 한 마리의 입속으로 돌창을 따라 스며들어 갔다.
이 광경을 보면서 페란드는 자신이 정수를 삼키고 남은 잔해를 잠깐 가늠하는 눈길을 보내다가 중얼거린다.
“저건 그냥 먹을 것도 못 되는군.”
멜란드가 이 소리에 좀 더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시알라와 제란드를 둘러봤다.
둘은 다가오며 이 모든 소리를 듣고서도 그냥 어깨를 으쓱하는 중이었다.
몬스터 에센스가 고스란히 담긴 고기를 뜯어먹자는데, 대체 어찌 이리 태평하냐고 멜라드는 큰 소리로 따지고 싶었다!
그리고 투란이 구워낸 물고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