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8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82)
‘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나 자는 동안 일이 어떻게 돌아간 건지 몰라?’
투란은 잠을 자는 동안 깨어 있던 자신이 생명을 위협할 듯한 상황이 아니면 주변 일에 대해서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리면서 드라고니아에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란드가 회복되고 깨어난 것은 반나절 뒤, 너는 하루를 잠들어 있었다. 그 사이에 저 셋은…… 열흘 동안 하던 짓을 계속하는 모습이었지. 제란드는 그런 모습에 좀 놀란 듯했고, 놀라는 제란드를 보고 시알라가 조금 더 안정될 때까지 쉬라고 하면서 저 도마뱀 구이를 권했다. 제란드는…… 저 먹는 모습에 뭔가 식욕을 잃은 것처럼 그냥 침대에서 쉬겠다고 했지. 그뿐이야.
침착하게 흘러나온 설명은 투란을 전혀 만족시키지 못했다.
드라고니아는 이 상황이 흘러온 과정을 그대로 짚어줬지만, 투란이 궁금해하는 점을 짚어주지는 않았으므로.
‘제란드가 미로 안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시알라나 멜란드, 페란드에게 말하지 않았어? 셋이 묻지도 않고?’
―음? 셋이 묻기는 했다만, 제란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너에게 한 말처럼 이야기를 꺼낸 것은 셋이 저 미로를 보고 듣고 겪은 것에 대해서 말하고, 네가 벗어날 때의 모습에 대해서까지 들은 다음이었어. 자신의 일에 대해서 뭐라 하기 전에 제란드는 지금까지의 일에 대해서 먼저 들은 셈이었지.
‘미로 안에서의 일은 말하지 않았다고?’
―그래, 감각에 큰 손상을 입은 채로 워낙 혼란스러워서 자신이 뭘 봤는지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만…… 왜?
‘아, 그럴 수도 있겠군. 그렇기도 하겠어.’
투란은 제란드의 상태에 대해서, 제란드가 품은 생각에 대해서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알라, 페란드, 멜란드의 상황에 대해서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몬스터를 상대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었고, 그런 이들이야말로 투란이 샤오콴 마을에서 가장 많이 보던 사람들이었다. 사람으로서 그곳까지 이르러야 했던 이들에게는 하나같이 입 밖에 낼 수 없는 사연이란 것이 있었고, 그들이 지닌 힘은 모두 그 사연과 연관이 되어 있었다.
그런 사연이 얽히고 엮인 이야기는 서로 묻지 않고 떠들지 않는다.
몬스터 헌터 사이에서 말없이 지켜지는 작은 규칙인 셈이었다.
세란드를 찾아 나선 네 남매는 그 규칙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제란드는 자신이 기억하는 바를 말하지 않기로, 세 남매는 제란드의 그런 결정을 확실하게 존중해주기로.
그러니까 이제부터 할 일은…….
―투란?
드라고니아는 투란이 품은 생각, 감정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는 듯했다. 그래서 막 물어보려 하는 낌새를 보이는데…….
“제란드, 저거 맛있어 보여!”
투란은 문턱을 손으로 짚으며, 소리를 막아주던 바람의 벽을 없애면서 외치고 있었다. 그 외침의 여운이 아직 맴돌 때, 투란은 날렵하게 페란드와 멜란드 사이로 한자리 차지하듯이 끼어들며 앉았고 구워진 고기를 손으로 집어 올렸다.
으적, 냠, 냠…….
“우엣? 이거 덜 구워졌어!”
입안에 잔뜩 배어 물었던 고기를 그대로 입 밖으로 흘려내리면서 투란이 투덜거렸다. 맛은 분명히 흙도마뱀이었는데, 그 속에 살짝 담긴 피비린내, 미묘하게 질긴 살의 이어진 부분이 입속에서 그물처럼 번지는 것이 완전히 익지 않은 상태였다.
투란이 부르는 소리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침대를 떠나 나오던 제란드가 이 꼴을 보고 듣더니, 바로 한마디 한다.
“역시!”
멜란드는 그런 제란드의 말에 뚱하니 꼬리를 붙인다.
“날것도 먹는 판인데 조금 덜 구워진 걸 왜 안 먹어?”
제란드가 낯을 살짝 구겼다.
형제가 그렇게 툭탁대는 꼴을 보면서 투란은 손에 든 흙도마뱀의 고기를 내려다봤고, 드라고니아에게 부탁해야 했다.
‘얘, 정말 굽기 힘들어! 어떻게 해줄 수 없어? 이젠 마법도 있는데…….’
너무 세게 구우면 탄내가 역겨울 정도로 올라와서 감각을 억제한 채 먹어야 한다, 투란이 예전에 그래 봤잖은가! 하지만 남매가 구워놓은 경우는 너무 덜 익혀놔서 히엔나의 입과 내장을 써야 먹을 수 있다!
어떻게 키린처럼 딱 맞게 익힐 수 없을까?
투란으로서는 이렇게 저렇게 실험하기 전에 먼저 드라고니아에게 묻는 지혜를 발휘해본 셈이었다.
―바보냐? 간 보면서 불조절하면 되잖아!
‘딱 맞출 수 있잖아, 넌!’
―잔꾀를 부리는 거였냐! 하아…… 엘레멘탈 링의 불꽃을 유사(類似) 정령으로 변이시켜서 고기를 입에 물고 정령의 불꽃으로 맛이 맞을 때까지 익혀.
‘뭡니까, 그 복잡한 설명은! 그냥 여기 놓인 것을 한 방에 구워줄 수 없어?’
―순서대로 알려주마. 먼저 불꽃에 이름을 붙여봐. 불로 된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준다고 생각하고.
‘어? 이름……? 어…… 파이로?’
갑작스러운 이름짓기에 투란은 조금 당황했다.
불에다가 이름을 붙이라니…… 대체 왜?
하지만 순서대로 하라는 말이 먼저 붙어 있었으니, 불에 어울리는 이름을 생각하려 노력해봐야 했다. 그 결과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은…….
―왜, 파이로-칸이라고 하고 싶냐? 하아…… 아무렇게나 해라. 다음은 엘레멘탈 링의 불꽃을 불러내고…… 마력을 부여하며 이름을 불러. 소리 내는 편이 더 확실할 거야.
투란은 숨을 고르고, 손을 내밀면서 입술 사이로 소리를 내뱉었다.
“파이로.”
손끝에서 작은 고리가 피어올랐고, 불꽃이 고리의 형태를 따라 번졌다.
불꽃이 고리의 안쪽을 채우면서, 투란의 손끝에 횃불이 피어오른 듯했다.
투란은 손끝을 까닥거렸고, 조그마한 횃불이 횃대 없이 공중에 매달린 것처럼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흙도마뱀의 적절하게 익혔을 때의 맛을 떠올리고, 그걸 그대로 ‘파이로’에게 전하겠다고…… 심상을 집중시켜. ‘파이로’에게 저 고기가 그 맛이 날 때까지 깊이 만져주라고 마음먹는 거야.
드라고니아의 설명을 듣고 투란은 주의 깊게 집중했다.
춤추는 작은 횃불의 형체가 구멍 속의 화덕으로 옮겨갔고, 날름거리는 불길이 높이 치솟았다. 구멍 속에서 숯과 돌이 달궈지며 뿜어내던 열기가 순식간에 불의 형상을 띤 듯했다.
“우앗!”
“읏!”
“투란?”
“허?”
네 남매가 저마다 작은 소리를 내면서, 조금 전까지 오가던 소소한 말다툼을 멈췄다. 날고기라도 먹을 수 있는데 그럭저럭 구운 것을 왜 먹지 않겠냐고 따지던 소리도, 차라리 날고기가 낫다며 어중간하게 불에 그을린 탓에 이상한 맛만 난다고 대꾸하던 소리도, 아픈 녀석이 닥치고 먹지 뭘 따지냐고 하던 소리도, 아프니까 입맛 좀 고려해 주면 안 되겠냐던 소리도, 뚝 그쳤다.
그 모든 소리를 멈추고 나온 작은 소리, 놀란 소리와 함께 네 남매의 눈길은 투란과 불길에 모여들었다.
불길이 혀를 날름거리듯이 치솟으면서 고기를 휘감았고, 잠깐 껍질처럼 둘러싸다가 흩어졌다. 작은 횃불이 숯과 돌의 화덕 구멍에서 툭 튀어올라 투란의 손등 위로 올라섰다.
“커졌네?”
투란이 중얼거렸고…….
―불을 삼켰으니까, 불완전하지만 이런 성장은 진짜 정령보다 빠르지.
드라고니아는 투란에게만 들리는 말로 답했다.
투란은 다시 작은 횃불이 올라서지 않은 손을 내밀어 흙도마뱀의 고기를 집어서 입에 넣었다.
아작, 아작.
“오, 잘 익었어!”
꿀꺽 삼키자마자 꺼내는 투란의 말에 네 남매는 말없이 손을 내밀었고, 히엔나의 형상을 치운 채로 사람의 입으로 고기를 맛보고 씹었다. 곧 모두 맛있다라는 표정을 띠었고, 그다음에는 말없이 흙도마뱀의 고기를 먹었다. 전부 구워서 뼈만 남을 때까지…….
“어쩌다 잡은 거야? 한두 마리가 아닌데?”
뼈를 으적 깨물어 아삭거리는 소리를 내며 씹다가 투란이 불쑥 물었다.
흙도마뱀이나 날도마뱀은 이렇게 몇 마리씩 잡을 수 있는 사냥감이 아니었다.
무리를 짓지 않고, 따로 노는 놈들이다. 비록 키린과 만났을 때에는 워낙 기묘한 곳이라 떼로 몰려다니면서 무리 짓는 채로 잔뜩 있었지만.
“음? 얘는 뚱뚱하고 땅속에서 기어다니는 탓인지 꽤 있더라고.”
멜란드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페란드는 그 소리에 혀를 차며 보태 말한다.
“크기로 봐서는 우리가 아는 흙도마뱀과 닮았지만 습성이 다른 종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한 무리가 이 근처의 땅속, 나무뿌리가 닿는 곳에 서식하는 모양이니까.”
투란은 갸웃했다.
“용케 찾아냈네? 알아서 나오나?”
땅속을 기어다니는 놈은 어지간해서는 잡아내기 힘들었다.
땅 위로 기척을 드러내거나 뭔 일이 있어서 기어 나오지 않는 한, 거기 있는 줄도 모르는 것이 보통이니까.
시알라가 쓴웃음을 머금은 채로 대답한다.
“뿔비비…… 머리가죽이 반쯤 벗겨진 채로 우릴 공격하던 녀석이 이걸 잡아먹고 살아. 나무뿌리 근처를 맴돌다가 그 손으로 땅을 두들기면 이 뚱뚱한 도마뱀이 불끈거리면서 기어 나오거든. 그러면 그걸 잡아먹더라고.”
“그런 수가 있었어?”
투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감탄했다.
페란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흙도마뱀인지 아닌지 더 애매했지. 어쨌든 지금은 이게 뭔 품종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었고…….”
“먹을 수 있는 거니까, 우리도 뿔비비처럼 사냥하려고 했거든! 그리고 그놈이랑 싸움이 시작되었어!”
멜란드가 페란드의 말을 얼른 이어받듯이 말하고 있었다.
투란은 잠깐 눈을 끔벅였고, 곧 기억을 더듬어 물었다.
“녀석의 사냥터를 이용했어?”
마수든, 몬스터든 자신의 사냥터를 정한 놈은 침입자를 용납하려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니까 시알라 남매가 그 녀석이 뚱뚱한 도마뱀을 잡는 꼴을 보고, 그 녀석이 하던 자리에서 흉내 내려 했다면 사냥터를 지키기 위해서 녀석이 성질을 부리는 것도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하지만 페란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녀석이 가지 않는 곳부터 두들겨봤지. 그랑츄의 발로 밟으니까 나무뿌리 근처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도 금방 나오더군. 숲 안쪽으로는 가지 않았어. 그런데 녀석은 이 근처의 모든 도마뱀이 자기 거라고 생각하나 봐. 우리가 머무는 숲 바깥쪽까지 달려나와서 성질을 부렸지.”
“흠…… 그래서 며칠 동안 계속 싸우고 있었다고?”
투란이 고개를 갸웃했다.
시알라가 두 손을 펴며 대답한다.
“열흘. 처음 여기 쉼터를 만들던 날, 녀석이 사냥하는 법을 봤고 녀석의 영역을 대강 가늠해본 다음에 우리도 따라 했어. 그랬더니, 녀석이 뛰쳐나와 덤비더라고.”
투란은 이 대답에 물끄러미 시알라를 보고, 페란드를 본 다음에 멜란드를 바라봤다. 제란드가 그 눈길에 담긴 의미를 안다는 듯이 입을 연다.
“그래서…… 셋이서 뿔비비 한 마리랑 열흘씩이나 싸웠다고? 그랑츄가 셋이나 되는데, 뿔비비 한 마리를 못 이겼다고?”
비비나비라 불리는 몬스터 중에서 뿔이 돋았다고 해서 뿔비비로 꼽히는 녀석이지만, 비록 비비나비보다 더 힘이 좋다고는 하지만 그랑츄를 압도하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붉은 그랑츄 셋이면 오히려 뿔비비를 잡고도 남을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한데 황금매의 문장을 지닌, 붉은 그랑츄의 형상을 언제라도 뿜어낼 수 있는 셋이서 열흘 동안 고작 몬스터 한 마리랑 툭탁거리고 있었다?
제란드 역시도 투란처럼 의문을 품었던 일이다.
멜란드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시알라와 페란드를 흘깃하며 답을 한다.
“저거 이상한 놈이야. 분명히 뿔비비거든. 우리 전에 한 번 봤었잖아, 그래서 별걱정 없었는데…… 저건 손톱에 독이 있는 데다가 웬만큼 몸통이 뚫려도 죽질 않더라고.”
“엥?”
“뭐?”
투란부터 엉뚱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놀랐고, 제란드는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황당해했다.
페란드가 놀라는 둘을 향해 더 놀라게 해주겠다는 듯이 말한다.
“멜란드가 얻은 다리보다 빠르게 두 팔을 움직이기도 하더군. 그 덕분에 잔뜩 할큄당해서 놈의 손톱에 독이 있는 줄도 알았지. 녀석의 팔 힘은 확실히 그랑츄보다 못하지 않기도 해.”
“뿔비비가 조금 세다고는 하지만…… 그랑츄만큼 힘이 세고…… 빠르다고?”
투란이 호기심 가득한 되뇜을 흘렸다.
시알라가 그런 투란을 향해, 멜란드를 흘깃하며 말한다.
“목을 반쯤 잘라도 봤고, 가슴에서 등까지 꿰뚫어도 봤어. 웬만해서는 즉사할 중상이지만 죽질 않아. 그런 데다가 그 지경으로 억지 부리듯이 도망까지 치고…… 다시 만날 때는 우리가 입힌 상처가 없어진 채야.”
“뭐래, 그게?”
투란은 조금 어이없어하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세 남매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보였고, 제란드는 황당하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과연, 여기 사는 놈이니까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건가…….”
멜란드가 이 말에 재빠르게 호응하며 얼른 말한다.
“응! 그러니까, 저런 놈을 잡을 기회는 여기서 만난 지금뿐이라는 거지!”
“응? 뭐라고?”
제란드가 멜란드를 향해 되물었고, 투란은 하핫 하며 묻는다.
“멜란드, 그 녀석을 잡아 삼키려고?”
“이 다리랑, 그놈의 팔!”
도마뱀의 발목을 드러내면서 멜란드는 즉각 대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