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83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84)
“역시 잡는 거지!”
발랄한 멜란드의 외침에 바로 시알라와 페란드가 눈을 부릅뜨며 흘겨대는 표정부터 지어 보였다. 지금 뭘 그리 좋아하느냐는 듯!
제란드는 한숨을 쉬었고, 투란은 히히 웃음을 흘리며 답한다.
“응, 잡아야지. 가는 길을 막든, 뒤를 쫓아오든…… 일단 저건 치워놔야 할 상대니까. 자, 그러면…… 우선 왔던 길에 대해서 말해줘.”
멜란드는 슬쩍 볼을 두 손으로 덮으면서 세수하듯 문지르며 누나와 형들의 눈초리를 피하는 시늉을 했고, 시알라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투란에게 말해준다.
“땅이 무너지는 통에 숲의 이쪽에 도달한 것뿐이야. 우리는 숲의 저쪽에 도착해서, 갈라진 땅을 꼬불거리며 지난 다음에 건넜어.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길은 숲 너머에 있다는 거지.”
페란드가 이 말에 이어 보탠다.
“길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암벽의 아래쪽을 빙 도는 정도야. 암벽의 옆을 타고 움직이는 셈이지. 오면서 가로질러 넘는 길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겔퍼…… 마법사가 한 말은 저 암벽 위에 뭐가 있는지 만나고 싶지 않을 거라고 했어. 그때도 간혹 불꽃이 높은 곳에서 흐느적거리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꽤나 겁을 준 데다 그럴 만한 곳이니까 더 묻지도 못했지.”
투란이 갸웃거리다가 묻는다.
“그러면…… 저 숲 너머의 길은 그냥 암벽을 따라서 옆으로 빙빙 도는 길인 거라고?”
“그렇지.”
페란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투란의 낯이 살짝 구겨졌고, 시알라가 그 의미를 바로 알았다는 듯이 말한다.
“이 암벽을 옆으로 도는 데 걸린 시간은 두 달을 넘어서 거의 세 달 가까이 되었을걸. 정확한 날짜는 세다가 잊어버렸고.”
“흠…….”
투란이 얼굴을 펴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말을 듣다 보니 암벽을 도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져서 뭔가 불편했는데, 정말 그 느낌대로 돌아가는 길은 아주 먼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우선 잡을 놈부터 잡자고.”
투란은 간략하게 말했고, 멜란드는 잔뜩 기대한 표정을 지었다.
제란드가 여기에 한마디 한다.
“잡아서 정말 멜란드에게 삼키게 하려고? 감당할 수 있을까?”
“으어? 형!”
멜란드가 설마 제란드가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다는 듯이 서운한 소리를 바로 내고 말았다. 제란드는 멜란드의 기분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이 투란을 가만히 바라봤고, 투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다리랑 짝이 맞는다잖아. 이렇게 짝이 맞는 경우를 보기도 힘드니까…… 어쩌면 멜란드에게 정말 딱 맞을지도 몰라.”
멜란드의 얼굴에 좋아라 하는 표정이 떠올랐고, 그 꼴을 본 시알라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짧게 중얼거린다.
“그 뿔비비 머리가 단단해서 전혀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게 딱 어울리기는 하지.”
“누나아아―!”
멜란드는 결국 두고 보자는 듯이 형들과 누나를 향해 눈을 흘겼다.
그리고 투란은 히히거리면서 사냥의 계획을 늘어놓았고…….
둥, 두둥, 두두둥.
땅을 밟는 소리가 북을 치는 것처럼 울려 퍼졌다.
페란드와 시알라가 두 발을 붉은 그랑츄의 형상으로 변화시킨 채로 높이 뛰었다 내리찍는 동작으로 땅을 밟고 있었다. 숲 가까운 곳이었고,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려 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가까운 숲의 풍경을 고요한 분위기로 이끌고 있었다.
뭔가 위험한 것이 숲에 달라붙었다는 것만으로 숲에서 웅성대던 것들이 소리로부터 멀어지려는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한 녀석은 그런 분위기와 정반대로 움직였다.
머리껍질이 살짝 벗겨진 채로, 부러진 뿔과 머리뼈가 고스란히 돌출된 기묘한 상처를 입은 뿔비비…… 녀석은 누군가 땅을 두드리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듯이 나무를 타고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입을 열어 포효했다.
꿰에에에―! 꿰꿱!
페란드는 흘깃 나무 위를 노려봤고, 시알라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더 세차게 땅을 내리밟았다. 나무뿌리가 반복적인 소리에 꿈틀거리는 듯했고, 뭔가가 뿌리를 땅속에서 밀어올리면서 기어 나왔다.
둘에게서 꽤 떨어진 곳에서, 투란이 이를 보며 어이없어한다.
“정말 저 뚱뚱한 흙도마뱀은 저러면 기어 나오네!”
멜란드가 투란처럼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제란드를 흘깃하며 대꾸한다.
“어. 그러니까 우리도 저놈 흉내를 내서 쉽게 잡을 수 있었어. 뭐, 그것 때문에 저게 더 성질을 부리면서 저러고 있으면 바로 와서 저렇게 악악거리는 거지만…….”
제란드는 ‘그런가.’ 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바로 멜란드를 향해 손에 든 것을 내밀었다.
“준비해라.”
“응.”
멜란드는 제란드가 내민 것을 받아 들면서 숨을 골랐다.
숲을 내려다보는 암벽, 그 틈새에서 투란과 함께 제란드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제란드는 둘을 향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준비한 밧줄을 움켜쥐었다. 밧줄의 한쪽은 멜란드가 쥐고 있는 검은 꼬챙이…… 끝에 확실한 갈고리를 지닌 작살에 이어진 채였다.
투란은 멜라드의 갈고리 작살을 흘깃하면서 자신의 손에 쥐어진 투창을 들어 올렸다. 검게 번들거리며 쇠가 아닌 돌로 이뤄진 투창이 아래편을 겨냥했고, 멜란드도 박자를 맞추듯이 손을 들어 작살을 어깨 위에 옮겨 겨냥하는 자세가 되었다.
제란드가 밧줄을 향해 주문을 토해낸다.
“가이드.”
검은 광택을 번들거리는 창과 작살이 곧 공중을 가로질렀고…….
꿰에에!
우렁찬 비명이 아래에서 바로 터져 나왔다.
아래를 보다가 느닷없이 위에서 날아든 창과 작살에 뿔비비가 꿰어진 채로 터뜨린 비명이었다. 잠시 나무를 잡으며 뿔비비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손짓발짓하며 몸부림쳐봤지만…….
“으라아―!”
멜란드가 뿔비비의 몸을 밟아 찍어 눌렀다.
꿰엣!
느닷없는 멜란드의 강하(降下)에 뿔비비가 다시 괴성을 질렀다.
이번에는 비명이 아니라 ‘또 네놈이냐!’라고 따지는 듯했다.
그리고 그런 뿔비비의 몸통, 배와 가슴, 허벅지, 팔죽지를 검은 광택의 투창이 연이어 꿰뚫고 있었다. 뿔비비는 그 투창에 밀리고 멜란드의 발에 거푸 밟히는 채로 땅에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시알라가 즉각 손을 휘저었고, 땅거죽이 흔들거리며 길고 두꺼운 밧줄을 토해냈다. 밧줄은 바로 뿔비비의 몸에 박힌 투창과 작살을 휘감았고, 뿔비비까지 한꺼번에 말아버렸다.
몸을 관통당하고 느닷없이 끈적거리는 흙투성이 밧줄에 덧씌워지듯 말린 뿔비비는 땅바닥을 굴러야 했다. 그 구르는 틈틈이 멜란드가 계속 뿔비비를 밟고 한쪽으로 몰아갔다.
페란드는 곧장 몸에 쇠비늘을 돋우면서 멜란드가 몰아오는 뿔비비가 다른 방향으로 틀지 못하게 막아갔다.
“와, 진짜 대단하네! 저렇게 꿰이고서 정말 구르잖아!”
투란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멜란드가 씩씩거리면서 계속 밧줄에 감겨가는 뿔비비를 한쪽으로 몰아 걷어차며 대꾸하여 외친다.
“이게 자기 몸 튼튼하고 빨리 낫는 걸 알아서 그래!”
“똑똑하네! 페란드, 구멍!”
투란이 칭찬과 함께 신호했다.
멜란드가 뿔비비를, 페란드를 향해 세게 걷어찼고, 페란드는 순간 굴러오는 뿔비비를 몸으로 막듯이 버텼다. 밧줄에 감기고 투창에 꿰였지만 그 틈새로 내민 손톱, 발톱으로 뿔비비는 멜란드를 긁으면서 돌출된 투창의 끄트머리도 함께 휘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카앗, 카칵.
“디거!”
쇠비늘이 거칠게 버텼고, 제란드의 목소리가 공중에서 울렸다.
뿔비비의 몸이 땅속으로 푹 꺼져내렸다.
어느새 뿔비비가 몸부림치던 땅이 깊은 구멍이 되어 가라앉은 탓이었다.
“웃차.”
투란이 그 구멍 가에 섰다.
멜란드도 그 곁에 섰다.
몸이 묶이고 꿰였지만 뿔비비는 구멍 깊은 곳이라도 상관없다는 듯이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음, 정말 저거 안 부러지네.”
멜란드가 새삼 놀랐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마법으로 만든 창, 쇠보다 못할 리가 없는 창을 쑤셔박았지만 저 뿔비비는 그걸 모두 부러뜨리고 뽑아냈다. 그다음에 저절로 회복되는 몸통…… 정말 뭔가 꿰뚫고 어쩌고 해서 소용없다는 것을 보여준 능력이었다.
투란이 부러지지 않는 꼬챙이라고, 작살과 투창 여러 개를 몸에서 죽죽 뽑아내는 광경에 깜짝 놀랐지만…… 정말로 뿔비비의 괴력에 부러지지 않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투창과 작살에 엮인 밧줄 더미와 함께 떨어진 구덩이는 다른 어떤 쇠창살과도 다르게 확실하게 뿔비비를 감금시켰다!
비록 뿔비비는 몸부림치고 전혀 주눅 들지 않은 모습이지만.
꿰에에!
페란드와 시알라가 구멍 가에서 뿔비비의 괴성에 눈살을 찌푸렸다.
제란드가 암벽에서 내려와 밧줄을 구멍 속에 던져 넣었다.
뿔비비는 밧줄과 자신을 관통하고 있는 투창, 작살의 얽힘 속에서 더욱 심하게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좋아, 그러면…….”
투란이 입을 열었고, 곧 등에서부터 6, 7미터는 될 듯한 가늘고 긴 꼬챙이, 양 끝이 모두 삐죽한 긴 창이라 할 수밖에 없는 것을 뽑아냈다.
네 남매는 검은 수정처럼 광택을 머금은 투란의 등과 허리, 팔다리를 보면서 입을 다문 채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의 능력을 이용해 만들어낸 검은 수정의 창,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는데…… 대체 어떤 몬스터로 저런 짓을 하는 것인지 짐작이 되질 않았다. 그저 이전에 플레임 불을 상대할 때 잠깐 보여줬던 것과 같은 것이 아닌가 추측하며, 투란이 비장의 한 수로 간직한 것이라 여기고 입을 다물고 묻는 것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투란은 네 남매의 그런 태도를 보면서도 긴 설명을 하지 않았고, 네 개의 긴 창을 꺼내서 내밀었다.
“팔, 다리 하나씩 맡아서…… 난 목을 노릴게.”
곧 밧줄에 꿰이고 허우적거리는 뿔비비를 향해 다섯 자루의 검은 수정창이 쿡쿡 쑤셔졌고, 파고들었다.
꿰에엣!
뿔비비는 어떻게든 몸을 감은 밧줄을 찢어내고 허우적거리는 상태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 몸에 꽂혀 있는 투창, 작살은 그 움직임을 심하게 방해했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겨우 밧줄 더미를 벗어나 내민 팔, 다리…… 목 줄기를 아주 길고 가늘면서 부러지지 않는 수정창이 관통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어지간하면 세게 쳐낼 테지만…… 붉은 그랑츄의 괴력이 수정창을 쥐고 움직인 때문이었다.
“으아, 저놈 죽질 않아!”
멜란드는 땅속 깊이 팔다리, 목 줄기를 꿰인 꼴에도 뿔비비가 눈알을 굴리며 몸을 꿈지럭대는 광경을 보며 놀란 소리를 냈다.
투란이 그런 멜란드의 등짝을 쳐서 구멍으로 밀며 말한다.
“못 움직이니까 괜찮아. 자, 그럼 어서 시작하라고.”
“엑? 산 채로!”
“당연하지!”
허우적거리며 구멍 가를 붙잡으려 하는 멜란드의 엉덩이를 발로 밀면서 투란은 간단하게 답했다.
시알라, 페란드, 제란드가 잠깐 당황한 표정을 띤 채로 서로를 마주 봤다. 순간적으로 소리 없이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다.
‘산 채로 삼켜?’
‘움직이지는 않잖아?’
‘괜찮겠지?’
멜란드가 위험할지 안전할지 잠깐 고민하는 눈빛들이 오갔지만, 곧 셋의 눈길은 투란을 향했고…… 투란이 구멍 가에 쪼그리고 앉아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멜란드, 겁먹지 마! 몬스터 엠블럼은 몬스터가 죽었든 살았든 상관없어! 닿으면 바로 쭉쭉 빨아낼 테니까, 해치워!”
멜란드가 아래에서 투덜거리는 말투로 바로 답한다.
“알았다고!”
전혀 물러날 기색이 없는 태도였다.
시알라는 한숨을 쉬고, 페란드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제란드는 구멍 가에서 한 걸음 물러서면서 주변의 숲, 조금 전까지 숨어 있던 암벽 언저리를 주욱 둘러봤다.
“기운 내! 좋아, 과감하게!”
투란이 구멍 아래를 향해 떠들었고, 시알라와 페란드는 구멍 속 광경을 조금 더 자세히 내려다보기 위해 몸을 굽히기까지 했다. 구멍 속에서는 나름대로 순조롭게…… 뿔비비의 으르렁거림이 간간이 울리면서도 상황은 진행되는 듯했다.
이런 소동에 호응하듯, 숲과 암벽 쪽에서 은은한 움직임이 있었다.
“투란.”
제란드는 숲이 더 고요해지는 상황과 암벽 위쪽에서 불꽃이 너울거리며 내려오는 광경을 파악하고 바로 짧게 소리 냈다.
“응?”
투란은 멜란드를 응원하며 지켜보다가 제란드를 봤고, 제란드의 눈길이 향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암벽 높은 곳에서 흘러내리듯이 너울거리며 불꽃 몇이 움직이고 있었다.
“흐흠…… 저게…….”
투란의 말은 흐려졌다.
하지만 귀를 쫑긋하고 있던 시알라, 페란드는 느낄 수 있었다.
투란은 저 불꽃이 뭔가 짐작하고 있다!
제란드가 투란을 바라보며 되뇌듯이 묻는다.
“저게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