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8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86)
Chapter 58. 헬 임프의 정원 Ⅱ
숯과 다이아몬드.
‘카보닉’이라는 몬스터를 상징하는 두 가지 위상(位相) 형태였다.
숯에 깃들어서 다이아몬드의 핵을 결성하고, 결국 다이아몬드의 가루, 더스트라고 할 수 있는 잔해, 재를 흘리기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주먹만 한 다이아몬드까지 성장하는 괴물.
‘카보닉’의 이런 성질에 대해 듣는 이들은 이게 무슨 문제냐고 어리둥절하기 쉽다. 특히나 보석(寶石)을 좋아하는 성격들이라면 다이아몬드가 마구 자란다고 횡재했다고 착각하는 것이 당연한 성질!
인간 중에서 그런 착각을 하는 녀석들이 넘쳐나서 ‘카보닉’의 재앙은 주로 인간을 중심으로 퍼졌다.
‘카보닉’은 숯에만 깃들이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을 때, ‘카보닉’을 가까이했던 인간 중 다아이몬드의 인형(人形)으로 변하지 않은 이들은 거의 없다고 했다.
생물이든 뭐든, ‘카보닉’은 깃들고 그 속에서 숯이란 위상 형태를 먼저 취한 다음 서서히 자신을 견고(堅固)하게 불려나가며 다음 단계로 다이아몬드의 위상 형태로 변해가는 것이다.
기생(寄生) 형 몬스터로서 ‘카보닉’은 그렇게 전염(傳染)을 통해 증식(增殖)하며…… 온 세상을 모조리 다이아몬드로 바꿀 때까지 멈출 리가 없다.
그리고 기타 등등…….
투란은 그 모든 이야기를 전부 듣는 것은 일단 뒤로 미뤘다.
드라고니아는 모두 이야기하고 싶은 듯하지만, 모두 이야기해서 이 상황의 심각함을 뼛속 깊이…… 정신 깊숙이 새겨놓고 싶은 듯하지만 더 들을 필요가 없이 상황의 심각함은 이미 투란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었다.
물론 ‘악마의 심장’이 차분하게 투란의 가슴속에서 두근댈 뿐이라서, 그런 마음의 동요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면, 다이아몬드만 만들어내고 몬스터 에센스를 싹 뽑아내면……!’
보석은 비싼 것인데, 그 비싼 것을 맨손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는 얼룩이 지금 멜란드의 가슴에서 그런 추측이나 짐작도 할 수 없는 검푸른 색채로 반질거리고 있는 중인가!
―야, 이 멍텅구리야! 말 제대로 들어! 그 다이아몬드가 몬스터라고! 만지면 전염된다고! 광물(鑛物)…… 돌이란 말이다, 돌! 전염되면 반짝거리는 돌이 된 채로 죽는다고!
‘어?’
―혼자 죽는 게 아냐! 주변에 옮겨붙어서 다 같이 반짝거리는 돌이 되게 한다고!
‘뿔비비는…… 저 뿔을 지닌 녀석은 전혀 반짝이지 않았는데?’
투란은 마음의 두근거림이 가라앉는 것을 느끼면서…… 다이아몬드인 채로 죽는 것이나 그냥 바위나 돌이 되어 죽는 거나 결국 마찬가지라는 깨달음에 미묘하게 실망하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기생체에 대한 저항, 몸의 재생능력으로 버틴 거야!
‘헐!’
투란의 눈길이 다시 멜란드의 뿔을 향했다.
두 가지 에센스가 분리되는 순간, 꽤나 그럴듯하게 형성된 멜란드의 뿔비비는 다이아몬드의 저주를 마침내 떨쳐버리고 본래 있어야 할 모습이 된 셈이 아닌가!
그리고 뿔비비에 달라붙었던 ‘카보닉’의 에센스는 어떻게든 다시 그 뿔비비의 형상에 깃들려 하는 것이고.
“음, 멜란드…….”
투란은 일단 입을 열어야 했다.
멜란드가 한창 ‘이게 뭐지?’라면서 가슴의 얼룩이 돼 버린 몬스터의 에센스가 어떤 능력을 지녔는가 궁금해하며 누나와 형들에게 만져보라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시알라나 페란드, 제란드는 뭔지 정체를 모를 괴물의 정수가 형체를 갖췄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있기에 막내의 그런 제안을 싹 외면한 채로 한 걸음씩 물러서서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중이었다.
이는 괜한 것을 건드려서 좋을 일 없다고 분명하게 경계하는 태도였다.
그리고 페란드는 멜란드를 향해 다시 확인하듯이 묻기도 한다.
“멜란드, 그거 자꾸 번지는 것 같은데? 다룰 수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응? 에, 그게…….”
멜란드는 다시 정신을 집중하는 듯했고,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면서 진지한 태도를 보이다가 조금 곤란하고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말았다.
이런 멜란드의 태도, 표정의 변화는 바로 페란드를 시작으로 시알라, 제란드의 경계심을 끌어올리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투란은 다시 흠흠거리면서 소리를 조금 더 크게 냈다.
“멜란드, 그거 있잖아…… 아무래도 꽤 위험한 녀석인 것 같은데…….”
“뭐?”
멜란드보다 먼저 시알라가 놀란 소리를 냈다.
페란드와 제란드도 조금 창백해진 낯빛으로 투란을 바라봤고, 멜란드가 가장 늦게 ‘응? 어? 뭐?’ 하는 소리를 연달아 흘렸다.
그런 네 남매를 보면서 투란은 잠깐 뭐라 설명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 자신도 모르던 ‘카보닉’이란 몬스터에 대해서 갑자기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꽤나 멍청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내 안에 제멋대로 떠들어대는 드라고니아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키린의 일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가 될 터인데, 그건 키린이 주의하라고 뇌리에 강제로 심어놓은 가르침에 확실하게 어긋나는 짓거리!
‘에이, 모르겠다. 그냥 보여주면 되겠지.’
결국 투란은 간단하게 결정했다.
드라고니아가 흠칫하는 낌새가 있기는 했지만, 뇌리 한쪽으로 치우면서 투란은 멜란드의 가슴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한다.
“그러니까 무슨 말인가 하면…….”
설명을 할 듯하면서 내미는 손길이었기에 멜란드는 뭔가 하며 바라봤고, 곧 투란이 주의 깊게 내민 왼손으로 멜란드의 가슴을 쓱쓱 문질렀다. 그다음 투란은 왼손을 활짝 펼치니, 검푸른 얼룩이 투란의 왼쪽 손바닥에 번져 있었다.
“멜란드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어도 이렇게 번지거든. 조금 전에 내 손으로 옮기려는 생각을 하거나 하지 않았잖아, 그렇지?”
이런 투란의 물음에 멜란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뭘 하는가 봤을 뿐이었는데, 가슴팍의 얼룩이 무슨 잉크나 마른 물감 부스러기처럼 투란의 손으로 번졌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뭔가 당연해 보이는 광경이었지만…….
“잠깐, 그게 왜 옮겨지지?”
제란드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눈을 부릅뜨면서 묻고 있었다.
페란드도 ‘왜?’ 하는 소리를 짧게 냈고, 시알라는 멜란드를 향해 다그치는 말을 쏟아낸다.
“너, 정말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저렇게 얼룩이 번진 거야? 그게 무슨 곰팡이냐!”
이 소리에 멜란드도 겨우 상황을 깨달은 듯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분명히 몬스터 엠블럼에 의해 형성된 몬스터의 형상이었다.
뿔비비의 에센스와 섞여 있기는 했지만, 분명히 뭔가 다른 몬스터가 형성된 것이 바로 이 얼룩이었다. 그런데 이를 형성한 몬스터 로드인 멜란드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번지다니!
“뭐, 뭐야 이거?”
멜란드는 결국 놀란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 몬스터는 무슨 짓을 저지르는 녀석일까!
투란이 천천히 왼손을 꼬물거리면서 손바닥의 얼룩을 손가락 사이로 차분하게 옮기는 동작을 보였다.
“그러니까, 이게 말이지…….”
입을 열어 설명하는 척하면서, 투란은 온전한 사람의 손안으로 스며오는 ‘카보닉’의 형질을 느끼면서 기다렸고, 관찰했다. 하지만 드라고니아가 열심히 말했던 변화가 바로 보일 낌새가 없었다.
‘이거 오래 걸려?’
―한 달이나 두 달 정도?
‘야!’
뺨을 살짝 실룩하면서 투란은 마음에 찾아온 동요를 억눌렀다.
이를 놀리는 듯한 말투로 드라고니아는 바로 말한다.
―강한 생명력, 혹은 마력에 자극을 받으면 빠른 속도로 증식하고 변화하지. 그러면 한 사나흘 만에 숯과 다이아몬드의 재가 나타나기도 해. 물론 지금 사나흘 정도 그러고 손을 조몰락거릴 마음은 없지? 그러면…… 피를 섞어. 카보닉은 피와 반응하면 거의 즉각적으로 몸 안으로 번지면서 변이(變移)를 시작할 테니까. 하지만 보통은 카보닉이 직접 혈관 안으로 스며드는 경우가 없다는 걸 명심해라. 그런 격렬한 변이는 카보닉이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고.
‘알았어.’
투란은 마음속으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한창 설명을 할 때, 슬쩍 넘어가려 한 태도에 대해서 드라고니아가 울컥한 낌새잖은가.
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고 바라보는 네 남매에게 보여줄 때였다.
그래서 투란은 손에 집중했고…… ‘악마의 심장’이 혈관을 타고 잔가지를 뻗어 손바닥에 닿게 한 다음, 혈관을 살짝 열어 살갗 안쪽에서 피와 닿게 했다. 그다음…….
“우앗!”
바로 멜란드가 놀란 소리를 냈고 시알라나 페란드, 제란드 역시도 흠칫하며 투란의 손을 더욱 자세하게 바라봤다.
손바닥의 검푸른 얼룩이 살갗 안쪽으로 번지며 힘줄과 핏줄이 두드러지면서 검푸른 색채로 변해가는 광경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굵은 가닥으로 드러난 핏줄은 금세 검게 변해갔고, 살갗 위로 번지는 검은색을 드웠다.
한데 이렇게 손과 손목, 팔뚝으로 이어지는 변화는 투란을 새롭게 자극하기도 했으니…….
‘응?’
투란은 ‘작은 늪’이 반응하며 늪의 근원인 심장 속의 작은 돌을 향해 바로 번져가는 ‘카보닉’을 옮겨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작은 늪’이 오랜만에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수를 만나기가 무섭게 그 대응책으로 자신의 근원을 더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작은 돌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그 반응을 통해 투란은 깨달았다.
‘카보닉’이 지닌 늪의 성질…….
뭔가 닿으면 옮겨가며 스며들고, 결국은 자신이 결성한 형태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다음, 삼킨 것을 완전히 자신의 일부로 변화시키는 것!
흐르는 물의 모양과는 완연히 다른, 재와 돌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카보닉’은 분명하게 그런 늪의 속성(屬性)을 간직한 몬스터였다. 게다가 피에 아주 격렬하게 반응하며 그 속성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낸다!
‘호오…… 이러면 쉽지!’
―투란?
드라고니아가 놀라는 사이, 투란은 곧바로 작은 돌의 능력으로 마음을 뻗었다.
이미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있던 탓에 작은 돌은 순식간에 투란의 마음에 호응하고 있었다.
작은 돌, 투란이 까마득한 저 깊은 곳의 산맥을 넘을 때 삼켰던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돌의 몬스터는 ‘카보닉’을 섭취했고, 다시 투란의 핏줄 속을 맴도는 ‘작은 늪’처럼 새로운 성질을 부여해서 생성(生成)했다!
투란은 그 새로운 ‘카보닉’을 느꼈고, 그 안에 새로 부여된 힘을 끌어냈다.
‘좋아, 이렇게 해서…….’
투란의 왼손이 멈춤 없이 계속 조몰락거렸고, 그 사이에 엄지가 새끼손가락을 살짝 눌렀다. 새끼손가락이 뿌리마디부터 끊어졌고, 시커멓게 변한 채로 투란의 손바닥에 놓였다.
“어?”
놀란 척하면서 투란이 왼손을 조금 더 들어 올렸고, 네 남매가 똑똑히 보게 했다.
숯이 된 왼쪽 새끼손가락이 엄지에 눌리면서 바스러지고, 그 속에서 투명하게 반짝거리는 작고 뾰족해 보이는 조각이 나타났다.
투란은 그 조각이 더 잘 보이게 왼손을 활짝 펼치면서 멜란드에게 묻는다.
“멜란드, 내 손의 얼룩이 느껴져? 이게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겠어?”
멜란드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투란이 시알라와 페란드, 제란드를 보며 말을 잇는다.
“분명히 멜란드가 생성한 얼룩이지만, 일단 옮겨가면 전혀 다룰 수가 없게 되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숯조각이 되거나…… 음, 조금 반짝거리는 조각만 남기는데…….”
“다이아몬드?”
시알라가 투란의 말을 듣다가, 그 손바닥을 내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페란드, 제란드가 ‘엥?’ 소리를 냈고, 멜란드는 ‘헉?’ 하며 놀라고 있었다.
투란은 오른손의 검지와 엄지로 살짝 왼쪽 새끼손가락이 바스러진 속에서 나온 조각을 들어 올렸고…… 아직 색이 변하지 않은 왼쪽 팔뚝을 그었다. 날카로운 조각의 끝이 살갗을 갈랐고 핏방울이 솟구치는 순간, 바로 검게 물들어버렸다.
“숯이든 다이아몬드든 몬스터인 채야. 그리고 멜란드는 전혀 다룰 수가 없는 상태지. 아예 느끼지도 못하는 채로 전염되는 상황이라고.”
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그다음은 투란이 굳이 더 자세한 설명을 할 필요는 없는 듯했다.
바로 멜란드에게서 페란드, 제란드가 한 걸음씩 물러서고 있잖은가!
그리고 그 모습에 시알라가 혀를 차는 소리를 낸다.
“뭐 하는 거야?”
이는 바로 멜란드에게서도 한마디를 끌어낸다.
“누나가 제일 많이 도망갔잖아! 형들, 한 걸음 가는 사이에 뭘 세 걸음씩이나 가!”
“닥치고 그 얼룩 어서 치우지 못해!”
시알라는 씩씩하고 당당하게 멜란드를 꾸짖었다.
제란드도 여기에 한소리 보탠다.
“그걸 어쩌지 못하면 정말 널 여기 두고 갈 수밖에 없다고, 멜란드.”
“엥? 아니, 형! 그런 매정한 소리를……!”
멜란드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따지려 했지만, 페란드의 침착한 목소리도 바로 제란드와 시알라의 말을 강조하고 있었다.
“앞으로 만나는 사람한테 ‘숯이 아니면 다이아몬드가 되시겠어요?’라고 인사라도 하면서 다닐래? 우선 치우라고, 그 얼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