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86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87)
“어, 안 되는데?”
간단한 말이었다.
그러나 듣는 이들에게는 그렇게 간단하게 ‘어, 안 되는구나.’라면서 하하호호 웃을 일이 아니었다.
시알라가 바로 외친다.
“멜란드, 일단 몬스터의 모습을 지워.”
“어? 응…….”
멜란드는 말썽을 일으키는 검푸른 얼룩에만 집중하는 것을 그만두고, 뿔비비의 모습까지 모두 거둬들이려 했다. 그러나 뿔과 털, 굵어졌던 팔이 원래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어도 가슴의 얼룩무늬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바로 제란드가 찌푸린 눈살로 말한다.
“멜란드, 뭐 하는 거야? 지금 장난할 때가…….”
“없어지지 않아!”
당황한 소리로 멜란드가 말을 끊으면서 대꾸했다.
제란드가 말이 막힌 표정을 지었고, 시알라와 페란드가 화들짝 놀랐다.
투란이 재빨리 말한다.
“멜란드, 겁먹지 마. 겁내면 더욱 날뛰거든…… 삼킨 몬스터가 더 제멋대로 굴려고 할 테니까. 우선 침착해.”
“으헛?”
멜란드가 더욱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투란의 표정이 구겨졌다.
겁먹지 말라고 했더니, 오히려 더 겁을 먹으면서 당황해한다!
덕분에 멜란드의 가슴에서 검푸른 얼룩이 조금 더 짙어졌고, 어깨와 허리를 향해 죽죽 뻗으면서 번지고 있잖은가!
“미안. 놀라게 해버렸네?”
벅벅 머리를 긁적이면서 투란은 키득거리고 웃는 모습으로 왼손을 살짝 멜란드 앞으로 내밀었다. 부러진 손가락, 숯이 되고 다이아몬드 조각이 올려진 채로 팔뚝의 힘줄, 핏줄이 검게 물든 채로 튀어나온 광경은 멜란드가 잠깐 숨을 멈춘 채로 놀란 표정을 굳히게 했다. 하지만 그 손 너머로 투란이 웃는 모습은 멜란드의 눈가를 치켜올리게 했고, 곧바로 으르렁거리게 했다.
“투란! 겁주지 마!”
강한 외침과 함께 번져가던 검푸른 얼룩이 주춤했고, 멜란드의 가슴 한복판에 크로스 무늬의 형태로 다시 뭉쳐들었다.
이 상황에 페란드와 제란드는 살짝 안도하는 한숨을 쉬었고, 시알라는 눈을 가늘게 하면서 멜란드의 가슴을 노려봤다. 멜란드의 가슴 무늬는 어느새 잔뜩 짙어진 숯빛깔이었고, 그 반짝임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
“뭐야, 다이아몬드 돋는 거야?”
시알라의 놀란 소리는 낮고 깊게 울렸다.
페란드와 제란드가 흠칫해서 멜란드를 자세히 살펴봤고, 투란은 멜란드의 가슴을 향해 검게 물든 왼손의 검지를 억지로 펴는 듯한 동작으로 눌렀다.
검은 손가락 끝으로 멜란드의 가슴에서 반짝임이 살짝 옮겨오는 듯했다.
그 광경을 보면서 투란이 묻는다.
“그래도 닿으면 어느 정도 느껴져?”
“잘 모르겠어.”
멜란드가 주눅 들고 기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면서 멜란드의 눈길은 슬그머니 누나와 형들을 흘깃거리기도 했다.
이대로라면 정말로 홀로 남겨지거나 할 수밖에 없었다.
멋대로 번지면서 제어되지 않는 몬스터라니…… 입이 튀어나갈 때처럼 조심해서 피하고 어쩌고 할 상태가 아니란 것을, 멜란드는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지금은 가슴에 맺혀진 얼룩이지만 무엇인가에 자극을 받으면…… 투란이 손끝으로 누를 때 바로 묻어나간 것보다 더 요란스럽게 터지면서 주변을 물들일 참이란 것!
몬스터 로드에게 이런 상황이란 어딘가 한적한 곳, 가능하면 짐승이나 벌레조차도 가까이하지 않을 곳을 찾아 이 상태를 스스로 해결할 때까지 나오지 말아야 할 처지인 셈이었다. 이런 면에서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금 있는 회색 암벽을 올려다보는 이곳이 이미 그런 조건을 모두 갖췄다는 것이고…… 그저 멜란드만 남기고 떠나면 되는 상황이란 점이었다.
파슷.
“어라, 거참…… 다이아몬드가 나오는데 숯은 자꾸 부서지네?”
투란이 자신의 손끝을 보면서 중얼거렸고, 이 광경은 네 남매를 기겁하게 했다.
투란의 구부러진 검지와 중지 끝이 손바닥을 향해 부서지며 손톱조각이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되어 떨어지고 있잖은가!
먼저 바로 앞에서 멜란드가 묻는다.
“그, 그거 괜찮아?”
손바닥에 묻은 검은 얼룩이 손가락을 모두 숯이 되게 하고 부서지게 하는 상태인데 투란이 너무 태연했다. 처음에는 투란이니까 뭔가 괜찮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쯤 되고 나니 멜란드로서는 그냥 그러려니 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이대로 투란이, 숯이 되어 부서질 경우도 있을 수 있잖은가!
투란이 너무 태연해서 그럴 리가 없다고 믿고 생각하면서도, 문득 세상에는 ‘어라? 나 죽네? 아하핫.’ 하고 죽어버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나니 멜란드에게는 가슴 한구석이 덜컹 내려앉는 불안함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음? 어, 뭐…….”
가볍게 대답하면서 투란이 검게 물든 왼손을 가슴팍에 갖다 붙였다.
황금색 광채가 살짝 투란의 가슴에서 번뜩이는 듯했다.
이는 멜란드부터 어리둥절하게 했고, 시알라나 페란드도 무슨 일인가 해서 투란을 바라봤다. 제란드는 아예 묻는 말을 꺼낸다.
“투란……? 방금 그거……?”
“흠, 역시 되는 것 같네.”
간단하게 답하면서, 투란은 왼손을 탈탈 터는 시늉을 하다가 쑥 뻗었다.
멜란드가 그 뻗은 방향을 향해 눈길을 돌렸고, 곧바로 시알라와 페란드, 제란드의 가슴팍에 검게 뿌려지는 숯가루를 봤다.
“어?”
멜란드는 그게 뭔가 잠시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시알라와 페란드도 뭐가 달라붙었나 하면서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며 뭐가 묻었는가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제란드가 한숨을 쉬었고, 투란을 향해 중얼거린다.
“미리 말을 하라고, 말을.”
그러면서 제란드는 가만히 숨을 고르고 눈을 감는 듯했는데, 곧바로 제란드의 가슴에서 금빛의 얼룩이 번들거렸다.
“응?”
페란드가 그런 제란드를 보고, 자신의 손에 닿은 검은 얼룩을 봤다.
시일라는 ‘헤?’ 하는,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다시 멜란드가 ‘어?’ 하며 조금 놀란 소리를 울릴 때, 투란이 방글거리는 표정을 지으면서, 명랑하게 말한다.
“문제가 있을 때 고민은 다 같이 하면, 금방 답을 찾을 수 있다잖아!”
“자, 잠깐! 투, 투란! 지금 누나랑 형들한테 이 얼룩을 번지게 한 거야!”
멜란드가 겨우 생각이 정리된 듯, 바로 투란의 두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여차하면 목이라도 조를 듯한 태도로 묻고 있었다. 투란은 그 손길에 고개가 까닥여진다는 듯한 모습으로 밝게 답한다.
“응. 멜란드 몸에서 일단 떨어지면, 이거 그냥 몬스터 엠블럼에 삼켜지잖아. 그러니까, 다 같이 삼키고 궁리해보면 어떻게든 이걸 다루는 방법을 빨리 찾지 않겠어? 혼자 낑낑거리는 것보다 훨씬 좋잖아?”
“뭔 소리야, 그게!”
멜란드는 완전히 당황하고 말았다.
제란드가 숨을 몰아내쉬면서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확실히 삼켜지는군. 이런 몬스터가 있을 줄은 몰랐어. 몬스터 로드에게서 생겨난 것인데, 그 몸에서 떨어지니까 그냥 몬스터라니.”
“하하, 그렇지? 어때, 제란드. 다루기 어려워?”
투란이 히죽 웃으면서 물었다.
제란드는 눈매를 좁히면서, 가늘게 자신의 안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을 띠다가 잠시 뒤에 답한다.
“어려워. 쉽게 감이 잡히지 않는걸. 이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야. 거기 있기는 한데, 그냥 있을 뿐이라고 해야 하나?”
말하고 나서 제란드의 눈길이 시알라와 페란드를 향했다.
마치 둘은 어떠냐고 묻는 듯한 눈길이었는데, 시알라는 볼을 파르르 떠는 중이었고 페란드는 조금 멍하니 자기 손에 묻은 검은 얼룩을 보는 중이었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몸에 끼얹어진 재앙에 어이없어하면서도 할 말을 잃은 표정인 셈인데…….
“뭐냐고, 왜 그랬어!”
멜란드가 파들거리면서 투란의 어깨를 꽉 잡고 자신을 똑바로 마주 보게 세우면서 격하게 묻고 있었다.
“응? 왜냐니? 그야 같이 해결하자고…….”
“잘 안 되면! 해결 못 하면! 나만 남으면 될 일인데!”
멜란드는 투란의 어깨를 쥔 두 손을 당겼다 폈다 하면서, 마구 투란을 흔들면서 더욱 격렬하게 외치고 있었다. 그래서 투란은 머리를 앞뒤로 격하게 까닥이다가 멜란드의 두 볼을 두 손으로 잡았다.
순간 멜란드는 오른쪽 뺨에 닿은 투란의 손이 꽤 뜨겁다는 것을 느끼면서 흠칫했다. 저절로 눈길이 투란의 왼손을 향하니, 어느 틈엔가 투란의 어깨에 붉은 가닥의 핏줄과 힘줄이 돋아나서 굵게 팔을 타고 흐르며 검은 살갗이 드러난 채였다.
그 검은 살갗은 멜란드에게서 번진 검푸른 얼룩과는 전혀 다른 질감이었다. 전혀 부스러지거나 흩어질 낌새가 없는, 부드러운 감촉이 눈에 보이는 듯했고 그만큼 견고한 느낌이 흡사 흑요석(黑曜石)으로 팔을 만든 것이라 해도 믿길 지경이었다.
더불어 멜란드는 볼에 닿은 투란의 손가락을 따듯하게 느끼면서 분명히 셀 수 있었다. 조금 전에 숯이 되면서 다이아몬드 조각을 내민 채로 부서졌던 손가락의 느낌이 전혀 아니었다.
‘아, 역시.’
잠깐 멜란드의 가슴에 기묘한 안도감이 찾아들었다.
가슴의 이 얼룩이 얼마나 기묘하든 간에 역시 투란은 멀쩡하다.!
그러나 곧 멜란드의 눈동자는 불안함으로 물들어서 누나와 형들을 향했다.
멍해 보이던 페란드가 한숨을 쉬면서 손을 가슴팍에 대고 문지르는 중이었고, 역시 황금빛 얼룩이 번뜩이는 것이 흘깃 보였다. 시알라는 완전히 입을 꼭 다물고 볼을 볼록거리면서 화난 표정이었는데…… 어째서인가 그 눈길은 딱 멜란드에게 고정된 채였다.
투란의 목소리가 딸랑거리는 방울처럼 끊어지듯 울리면서 멜란드에게 들려왔다.
“진정하라고, 진정하고 침착하게. 겁먹지 말고.”
이 소리는 곧바로 멜란드의 머릿속에서 뭔가를 뚝 끊어버리는 듯했다.
대체 지금 진정할 수가 있게 해놓고 이런 소리를 하는가, 하는 격분이 바로 멜란드의 입을 열게 하며 거친 소리를 토해내게 한다.
“침착하라니! 뭘 진정해! 누나랑 형들까지 휘말렸잖아! 어떻게 진정해! 이거 전혀 감이 안 잡히고, 완전히 꼬인 건데!”
징징대면서도 멜란드는 가슴의 검푸른 얼룩을 어떻게든 느껴보고 지우려 했지만, 오히려 더 꼬인 느낌이 가시가 흔적도 없이 박힌 것을 더듬으려 하는 것처럼 어려웠다. 때문에 더욱 나오는 말은 징징거리는 소리로 바뀌었으니…….
“나 혼자 남으면 되는데!”
멜란드의 입에서 다시 이 말이 나오는 순간, 멜란드의 정강이에서도 경쾌한 타격음이 울렸다.
빠악!
“꾸엑?”
징징대던 멜란드가 바로 비명을 질렀고, 누가 걷어찼나 하며 내려다보고 걷어찬 다리를 쫓아 올려다보니 시알라가 발끈한 표정 그대로 노려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다시 투란의 느긋하면서도 명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거 쓸모없는 소리잖아, 멜란드. 혼자서 해결 못 한다고 두고 갈 리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다 같이 고민하자고 한 건데 말이야…….”
“으흑, 어?”
정강이의 통증에 낑낑대려던 멜란드가 움찔했다.
슬그머니 멜란드의 눈길이 돌아갔고, 시알라가 가슴팍에서 황금빛 색채를 번뜩이면서 얼룩을 삼키는 광경을 봤다. 그리고 그 너머로 페란드와 제란드가 아예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서 신중한 표정으로 자기 안을 더듬는 모습이 보였다.
투란은 가만히 어깨를 딛은 멜란드의 두 손을 떼어놓으면서 말한다.
“그래도 제일 먼저 삼켰으니까, 제일 먼저 그 성질을 밝혀내야지 않겠어? 시알라가 꼴찌인데…… 제일 먼저 그 얼룩의 성질을 알아내면 멜란드, 많이 맞을 것 같은걸?”
놀리는 소리가 분명했지만 멜란드는 이를 따지지 못했다.
시알라가 말없이 돌아서서 페란드 곁에 자리를 잡고 털썩 앉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멜란드의 입이 저절로 닫힌 듯했다.
투란이 멜란드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말을 잇는다.
“얼룩에 집중하라고. 뿔비비랑 꼬인 부분을 얼른 풀어서…… 지금도 멜란드 귓가에 뿔비비 털이 남아 있어. 아무래도 이 얼룩이 남겨진 동안에는 뿔비비도 완전히 챙겨넣지 못하는 모양이라고. 둘을 완전히 갈라서 한꺼번에 나오지 않게 하든가, 아니면 같이 나와도 얼룩이 따로 번지지 않게 할 방법을 찾아내, 멜란드. 집중하라고.”
“어.”
멜란드는 시무룩하니 대답하면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누나나 형들처럼 자리를 가다듬고 어쩌고 할 생각도 없는 듯, 멜란드는 단단한 바닥에 엉덩이를 눌러 붙이면서 자신의 문장 속으로 집중해가는 모습이었다.
투란도 곧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뇌리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드라고니아의 성난 소리에 겨우 마음을 쓰게 시작했다.
―야, 이 자식아! 이게 뭔 짓이야! 카보닉을 퍼뜨리면 어떻게 해! 한 놈만 죽이면 되는 일을! 왜 다 죽일 작정이냐고, 갑자기! 몬스터 로드가 그렇게 쉽게 다룰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라고, 내가 하는 말을 왜 듣질 않아!
‘그래, 그거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봐. 너, 그거 어떻게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