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90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91)
Chapter 59. 헬 임프의 정원 Ⅲ
―왜 데리고 올라가려는 거냐, 투란?
올라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와중에 드라고니아는 꽤나 이상하고 답답한 상황이라는 듯이 묻고 있었다. 투란은 그에 대해 우선 쓴웃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드라고니아가 품은 생각, 이모저모로 하나씩 상황을 검토하고 따져보며 묻는 까닭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고 투란으로서는 이 의문이 매우 냉정하며 이치에 맞는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었다.
‘나를 팀 멤버로 생각하니까. 그렇게 느끼니까 함께 가려고 하는 거야.’
―무슨 뜻이지?
‘세란드를 찾아 여기까지 왔잖아, 넷이 함께. 자신들이 세란드보다 강해졌다고 생각해서 찾아온 게 아니라고. 아무 소식도 없으면 없어졌구나 하고 그냥 그런가 보구나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리고 그냥 살던 대로 사는 게 아니야. 팀은…… 가족이 행방불명되었다고 꼭 찾으려 하는 사람은 없어. 하지만 팀은 그렇지 않아. 반드시 찾아내려 하고, 사라진 이유를 들어야 하는 거지. 나 혼자 가는 편이 번거롭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어. 나만 아는 게 아니고, 시알라도, 페란드도, 제란드도…… 멜란드도 지금 팔과 다리가 강해졌다고 해도 그렇게 큰 도움이 아니란 건 느끼고 있다고. 그래도 나 혼자 두고 볼 수는 없는 거야. 내가 자기네보다 강하니까 안심하고 그냥 다녀오라고 손짓하며 기다릴 수가 없다고. 음…… 조금 더 설명해줘야 해?’
―아니, 무슨 말인지 알겠다. 합리적이라고 칭찬해줄 수는 없다만……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합리적? 그거 엄청나게 따지고 생각해서 알맞은 짓만 하는 그런 거잖아? 근데 너도 별로 그렇지 않잖아?’
투란은 입술을 삐죽했고, 드라고니아는 찔끔하면서 더 묻지 않았다.
여기서 더 따지려고 하면 투란이 기회를 잡아 드라고니아에게 키린과의 일을 물어볼 낌새가 역력하게 뿜어져 나간 때문이었다. 그 침묵은 투란을 살짝 아쉽게 하기는 했지만 투란에게는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해서 페란드가 신중하게 묻고 있기도 했다.
“어떻게 올라갈 거야? 그냥 손으로 잡고 올라가나? 아니면 먼저 올라간 사람이 줄을 내려주는 식으로 올라가나?”
“흠…….”
잠깐 궁리하는 표정으로 투란을 위를 올려다봤다.
트리니티 히엔나의 손톱, 발톱과 힘이라면 어렵지 않게 저 암벽의 울퉁불퉁함을 이용해서 쭉쭉 올라갈 수 있는 듯이 보이기는 했다. 위에서 아래쪽에 흥미를 잃은 헬 임프가 뭘 던지지 않는다면 아무 어려움도 없을 터였다. 지금은 그렇게 흥미가 없는 듯이 헬 임프의 모습도 보이지 않으니, 첫 번째 선택으로는 트리니티 히엔나의 형상을 이용하는 것이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오르다가 헬 임프가 다시 아래에 흥미를 품는다면 어찌 될 것인가? 매달린 채로 던져지는 돌덩이를 받아내기 쉬울까?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중간에 쉴 수 있는 틈새, 위에서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암벽의 틈새를 미리 봐두는 편이 좋을까?
복잡해져 가는 생각은 문득 투란의 눈매를 찡그리게 했고, 드라고니아에게 묻는 말을 저절로 떠오르게 했다.
‘이럴 때 뭐 좋은 방법 없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면 된다. 너의 날개라면 사람 넷 정도는 가볍지.
‘야!’
투란은 살짝 짜증을 냈다.
아직 보여줄 생각이 없는 드레이크의 날개를 거론하는 이유가 뭔가!
드라고니아는 퉁명스럽고 뻔뻔하게 보태 말한다.
―인간의 암벽 등반은…… 날개를 달고 사는 우리 입장에서는 대체 뭔 짓인지 쉽게 이해할 수가 없는 영역의 행동이다. 떨어지면 바로 죽을 정도의 위험한 곳도 대책 없이 오르는 경우가 많더군.
‘으이…… 알았어! 그만 입 다물어!’
미묘한 한숨과 함께 투란이 고민을 할 때, 시알라가 가볍게 몸을 푸는 동작을 끝냈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자, 그러면! 멜란드, 뛰어.”
“에? 누나?”
멜란드가 놀란 소리를 내며 누나의 말에 의아해할 때, 시알라는 보다 더 빠르고 가볍게 말한다.
“네 다리, 도마뱀이잖아. 벽도 못 타는 도마뱀을 본 적이 있어? 저런 암벽 정도는 도마뱀 다리면 금세 올라가잖아. 달랑 두 다리뿐이기는 하지만…… 나무나 암벽 타는 재주는 뿔비비의 팔이면 금방 할 수 있을걸. 어서 올라가. 아, 올라갈 때 밧줄 쥐는 것도 잊지 말고. 음, 밧줄은 페란드, 제란드가 만들어봐. 얼른!”
페란드와 제란드는 눈을 껌벅였지만 시알라의 말에 다른 소리를 꺼내지 않았다. 그냥 묵묵히 마법을 통해, 흙더미 속에서 밧줄을 짜올렸고 그 끝자락을 멜란드에게 내밀 뿐이었다.
투란으로서는 갑자기 진행되는 일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듣고 보니 시알라의 의견이 꽤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느껴지잖는가!
그렇게 해서 멜란드는 밧줄을 잡은 채로 암벽을 뛰어오르기 시작했고, 시알라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투란에게 말한다.
“투란, 멜란드 뒤를 바로 쫓아갈 수 있지? 저 위에서 뭐가 날아오면, 멜란드가 못 당할 것 같으면 맡아주겠어?”
미묘하게 낮은 목소리였고 역시나 타당한 의견이었다.
“어, 그럼 나도 바로 올라갈게.”
투란은 대답하면서 바로 멜란드의 뒤를 따라서, 강화된 힘을 지닌 팔다리를 움직이며 올라갔다. 딱히 몬스터의 형상을 꺼내지 않고, 단지 두 손과 두 발만을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꽤 빠른 모습이었다.
시알라는 그 모습을 보고 다시 페란드와 제란드에게 말한다.
“밧줄을 걸 고리를 준비해. 우리는 그걸 박으면서 올라가자고. 중간에 그럴듯한 발판이 나오면 거기 작은 쉼터를 만들고…… 징검다리로 꾸미면서 올라가는 거야. 멜라드나 투란이 위에서 밀려 내려오면 바로 받아 덮어줄 수 있게.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알았어.”
페란드가 고개를 끄덕였고, 제란드도 ‘그렇군.’ 하며 찬성했다.
아무래도 시알라는 열흘 동안 숲을 지나지 않고 암벽을 오를 경우에 대비해서 이것저것 생각해둔 모습이었다. 그 궁리를 기회를 잡아 바로 터뜨리는 중이고…….
페란드와 제란드는 몸에 밧줄의 반대편 끝을 감고 이으면서 바로 시알라가 밧줄의 중간을 잡은 채로 오르는 뒤를 따랐다. 서로를 잇는 밧줄은 혹여나 예상 밖의 상황을 만났을 때에는 실낱같은 희망의 끈이 되어 줄 수도 있다는 점에 말없이 따르는 태도였다.
그리고…….
“윽, 저것들이 또!”
멜란드가 한소리 뱉은 것은 위로 오르기 시작한 다음, 아래의 풍경이 어느새 까마득하게 보일 무렵이었다. 어디론가 가서 보이지 않던 불타는 머리통이 다시 빼꼼하게 암벽 위편에 나타났고, 가벼운 소란 같은 낌새가 아련하게 느껴지는가 싶더니만 바로 또 뭔가 떨어지고 있었다.
한창 고요하게 탈 없이 끝까지 오를 듯했는데 이렇게 되면…….
“멜란드, 왼쪽 위에 틈이 있어! 그리로!”
투란의 말은 멜란드를 바로 움직이게 했다. 하지만 바로 투란이 말한 암벽의 틈새에 달라붙으면서 멜란드는 아래편을 보고 꽥 소리를 질러야 했다.
“옆으로! 이리로!”
휘청 흔들거리는 밧줄의 중간을 잡은 채로 시알라는 꽤 빠르지만, 상당히 처진 듯이 오르고 있었고 그 아래편에는 보다 느릿하게 페란드와 제란드가 따르고 있었다. 이대로 멜란드와 투란이 비켜선 채로라면 위에서 저것들이 던지는 것은 아래쪽에 그대로 맞을 듯하니, 멜란드로서는 일단 소리쳐야 했다.
하지만 곧 멜란드는 자신이 소리치는 사이에 곁에 와 있어야 하는 투란이 오지 않은 것부터 알아차려야 했다.
“투란!”
부르며 보니, 투란은 멜란드에게 피하라고 한 틈새로 오지 않고 계속 오르고 있잖은가!
어느새 떨어진 돌덩이는 투란에게 부딪혔고…… 저 멀리로 튕겨 나갔다.
멜란드는 그 광경에 퍼뜩 알아차렸다.
투란이 저렇게 돌을 튕겨내면서 이 틈새에서 멀어지는 중이라면, 그 사이에 누나와 형들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은 멜란드의 일이다.
“아, 젠장! 말이나 하든가!”
스스로 할 일을 깨달았지만, 멜란드의 입에서는 투덜거림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멜란드의 두 다리가 굵은 발톱으로 강하게 바닥을 움켜쥐었고, 억센 두 팔이 밧줄을 세게 움켜쥐며 당겨 올렸다.
이런 상황을 알아차린 듯, 아래쪽에서 시알라와 페란드, 제란드가 보다 빠르게 암벽을 잡고 밟아 내달리듯이 밧줄을 이용하여 위로 튀어올랐다. 투란이 움직이는 반대방향으로 빠르게 오르는 모습이었는데, 곧 위에서 그런 남매를 노린 듯한 돌덩이도 떨어져 내렸다.
멜란드는 그 돌덩이들을 보고 빠르게 외쳤다.
“누나!”
시알라가 한 손으로 밧줄을 잡고 한 손을 휘젓는 광경은 멜란드에게 조금 낯설었다. 하지만 그 손짓에 따라 시알라를 향하던 돌덩이가 옆으로 튕겨지는 광경은 금세 멜란드를 깨닫게 했다.
고스트 핸드, 시알라는 이미 그 마법을 사용할 작정을 했고 써먹고 있다!
그 아래편에서 페란드와 제란드는 아예 네 발로 절벽을 달려 올라오는 듯한 모습인 채로 가속하는 중이었으니, 이런 상황을 뒤늦게 느끼고 깨달은 것은 단지 멜란드뿐인 듯하잖은가.
멜란드의 입에서 바로 투덜거림이 나온다.
“미리 좀 말을 해달라고!”
괜한 걱정과 급한 생각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는 듯한 말이었다.
그렇게 입으로 내뱉는 투덜거림과는 또 다르게 멜란드는 재빨리 페란드와 제란드가 몸에 밧줄을 감은 광경을 봤고, 시알라가 여전히 히엔나의 손아귀를 이용해서 밧줄을 꽉 움켜쥔 것도 봤다. 멜란드는 보다 빠르게 밧줄을 감아올리면서 암벽 틈새의 좁은 발판에서 버티는 기둥 노릇이 자신의 할 일임을 금방 알아차렸고, 머뭇거림 없이 바로 실행에 옮겼다.
곧 시알라가 멜란드 곁으로 올라섰고, 뒤이어 겁 없이 암반을 내달린 페란드와 제란드가 바로 나타났다. 그다음 멜란드가 밧줄 끝을 다시 손목에 감으며 투란을 찾아 뛰어나가려 하는데, 먼저 시알라의 손이 멜란드의 어깨를 짚어 눌렀다. 그리고 페란드와 제란드가 동시에 합창하는 소리가 울린다.
“세이프티…….”
“하우스.”
멜란드에게는 여기서 이게 뭔가 싶은 마법의 주문이었지만, 그 효과는 금세 나타나며 상황을 설명하는 듯했다.
폭이 30센티미터 안팎으로 겨우 발을 딛고 서 암벽의 틈새, 그 속살을 파내듯이 널찍한 사각의 방이 생겨나며 속에 단단해 보이는 침대까지 만들어지고 있었다. 몇 층으로 되어 있거나 문짝이 달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암벽의 틈새에 꽂힌 듯한 방은 여럿이 드러누웠다가 앉았다가 하면서 오락가락 맴돌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확실히 갖춘 꼴이었다.
더불어 이 방의 안쪽은 단단히 다져지고 굳어져서 암벽 속에서 뭔가 뚫고 나올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를 했다는 것을 멜란드는 금세 느꼈다. 그저 발만 올려놓을 듯한 틈새에 순식간에 안전지대로서의 쉼터를 만든 셈이었다.
시알라는 멜란드가 놀라면서 납득하는 모습을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는 듯, 멜란드가 대충 당기며 말아놓은 밧줄부터 잡아채서 내던지고 있었다. 느닷없이 누나가 자신이 감으려는 밧줄을 채갔지만, 멜란드는 그 밧줄이 던져지는 방향을 보면서 호기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 저렇게 던져서 투란에게 닿을까?
던져 닿지 않을 것 같아서 멜란드가 손에 감아쥐고 뛰려 했는데…….
“투란!”
시알라는 멜란드의 어깨를 한 손으로 잡으면서 몸을 기울여 내밀면서 다른 한 손을 움직이는 채로 외치고 있었다. 그 손짓에 따라 내던졌던 밧줄이 살아서 허공을 누비는 뱀처럼 꿈틀거리는 광경은 바로 멜란드에게 상황을 납득시켰다.
이 또한 고스트 핸드를 이용한 밧줄의 활용 아닌가…… 여기서 필요한 것은 밧줄의 길이가 넉넉하느냐와 투란이 저걸 잡은 다음인데…….
“멜란드, 당겨!”
시알라는 다시 멜란드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밧줄 가닥을 내밀면서 말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멜란드도 깊이 생각하거나 살피지 않고 바로 그 밧줄 가닥을 잡고 굵어진 뿔비비의 팔, 괴물 도마뱀의 다리에 힘을 주며 세차게 당겼다.
밧줄은 금세 팽팽해졌고, 암벽에서 튀어나가려는 듯이 길게 펼쳐지는데…… 그 끝에 투란이 매달린 채로 날 듯이 밧줄과 함께 휘둘려지는 모습이 보였다. 시알라가 던진 밧줄을 잡고 암벽을 박찬 채로 뛰어버린 듯했다.
멜란드는 즉시 숨을 고르고, 두 다리에 힘을 준 채로 두 손을 아주 빠르게 움직이며 밧줄을 낚아채듯이 당겼다. 멀어지려던 투란이 홱 당겨지는 모습으로 밧줄과 함께 다가왔고, 멜란드의 동작은 두어 번 되풀이되었다.
밧줄과 투란이 암벽에 생긴 방 안으로 곧 날아들었다.
바닥을 두어 바퀴 구르면서 안쪽 벽과 침대에 닿은 투란은 바로 일어섰고…….
“와핫! 이거 재밌어!”
밖에서 쏟아져 내리는 돌무더기의 요란스러움과는 꽤나 다른 소리를 태평스럽게 떠들고 있었다.
그런 투란을 향해 남매는 굳이 어디 다친 데 없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런 말 대신에 제란드가 돌무더기를 흘깃하면서 중얼거린다.
“저것도 얼룩이 묻었는데…… 저 아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투란이 쪼르르 달려서 암벽 아래를 내려다보는 자세가 되며 말한다.
“흠, 뭐 저래 봐야…… 뿔비비가 숲에서 헤매며 퍼뜨린 정도가 고작 아닐까? 멜란드가 삼키기 전에 뿔비비가 얼마나 숲에서 비비적거렸을지 모르지만, 저 숲이 딱히 이상해 보이지는 않잖아? 여기서 저 얼룩이 딱히 뭔 짓을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시알라도 아래를 향해 살짝 고개를 내밀다가 중얼거린다.
“그렇겠지. 그런데 저 얼룩, 대체 뭘까?”
이 소리에 투란은 슬쩍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