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9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96)
Chapter 60. 게이트 키퍼
‘그래서, 뭐 짐작 가는 거는 있어?’
투란은 세 형제가 삼킨 몬스터의 정수에 집중하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저쪽에서 둠 고그와 어우러진 시알라를 흘깃거리며, 한편으로는 흩어진 헬 임프라든가 다른 뭔가가 가까이 다가오려는 움직임이 있는가를 관측하면서, 동시에 드라고니아에게 묻고 있었다.
동시에 다양한 부분에 신경을 쓰면서도 여유롭게 드라고니아가 살짝 드러냈던 부분에 대해서 확인하려는 것이었고, 이는 드라고니아에게 미묘한 감탄을 부르게 했다.
―제법이군. 악마의 심장과 마법을 병용해서 한꺼번에 여러 가지 심상을 다루는 건가. 그 정도면 마법사라고 해도 괜찮을 듯싶은데?
‘야, 말 돌리지 말고.’
―아니, 지금 해 두어야 할 말이니까 한 거다. 그런 상태를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고 들어야 할 때인 것 같으니까, 투란 지금 하고 짓을 다중사고(多重思考)라고 한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는 뜻이지. 마법사에게는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마인드 트릭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기억해라. 지금 하고 있는 짓을. 그리고 들어. 둠 고그는 헬 임프가 변이해서 나타난다. 하지만 헬 임프가 잘 먹고 잘 자라서 둠 고그가 되는 게 아니야. 그에 필요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헬 임프를 둠 고그로 변이시키는 계기는, 다른 변이도 일으킬 수 있어.
‘이를테면 저기 오는 저런 거?’
투란은 둠 고그가 나온 곳이 아닌, 거의 방향으로 보면 둠 고그의 맞은 편에서 나오는 것을 보며 묻고 있었다.
커다란 불꽃의 날개를 어깨에 기대놓고 등에 걸쳐 늘어놓은 듯한 모습, 불타오르는 머리카락…… 기본적인 상태를 말해놓고 보면 헬 임프랑 비슷하지만 어린아이의 체격이라든가 꼬마가 아니었다. 길게 뻗은 다리, 불룩한 가슴, 잘록한 허리…… 새로 등장한 녀석은 ‘놈’이라고 하면 어색하고 ‘년’이라고 불러야 할 체형(體形)을 하고 있었다. 만약 저것이 몬스터가 아니라면 그저 여자가 불타는 날개를 달고 머리카락까지 불태우고 있다고 해도 납득할 정도였다. 다만 그 살갗은 헬 임프처럼 불그스름한 기색이 가득 담긴 가죽으로 보이는 것이 어떻게 봐도 사람의 살결에서는 벗어난 듯이 보였다.
―레이디로군.
‘뭐?’
드라고니아의 속삭임에 투란이 갸웃했다.
확실히 기본적인 체형이 인간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름까지도 뭔 레이디였을 줄이야!
―인간 마법사들이 다크 레이디라고 부르는 몬스터야. 둠 고그처럼 헬 임프로부터 변이된 것이지. 둠 고그가 오우거 스타일의 변이를 했다면, 저건 인간계통의 변이를 한 셈이다. 성장한 인간 여성이 저런 모습이잖은가?
‘응? 성장한? 아니,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투란은 갸웃했다.
샤오콴 마을에서 오가는 이들 속에 섞인 여자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확실히 여자의 모습이기는 해도 과연 저렇게 잘록한 허리라든가 불룩한 가슴 살덩이를 지닌 경우가 있는가 의심스러워서 드라고니아가 말한 것처럼 보통 여자의 모습과는 꽤 거리가 있어 보이는 다크 레이디였다.
그렇다고 투란이 꼭 집어서 어디가 어떻게 다르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분명한 여자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 듯하고…….
‘옷을 입혀놓으면 비슷하려나?’
붉은빛이 잔뜩 맴도는 가죽 살갗의 분위기가 뭔가 입고 있다기보다는 털 없는 가죽을 그대로 드러낸 것처럼 이질적인 탓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투란은 깊이 파고들 수가 없었다.
다크 레이디는 달랑 하나가 나타났지만, 그 가늘고 길어 보이는 손가락에는 그냥 대충 봐도 날카로운 손톱이 삐죽거리며 손가락 길이만큼이나 솟아난 채였고, 얄팍하고 붉은 입술 사이로 파란 혀를 날름거리면서 둠 고그와 시알라가 난투를 벌이는 쪽으로 다가서는 중이었다.
시알라가 일방적으로 둠 고그의 머리통을 뽑아 내팽개치는 중이기는 했지만, 과연 저 다크 레이디가 끼어들면 어찌 될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드라고니아는 아직 중요한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었으니…….
“우앗, 저게 뭐야!”
멜란드가 어느새 몸을 반쯤 일으켜 세운 채로, 언제라도 뛰어나갈 듯한 자세로 나지막하게 외치고 있었다. 굳이 입을 열 필요는 없는 듯했지만, 아무래도 페란드나 제란드를 자극하려 소리를 낸 모양이었다. 덕분에 페란드와 제란드도 아직 완전히 헬 임프의 정수를 가다듬지 못한 채로 가늘게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그 사이에 투란의 뇌리로는 드라고니아의 설명이 빠르게 처박히는 중이었다.
―다크 레이디는 헬 임프보다 강한 화염(火焰)을 품고 있기 때문에 일단 불로 어떻게 할 수는 없다. 얼리는 것도 까다로워. 화염을 노골적으로 뿜어내지는 않지만, 그 살갗조차도 쉽게 얼지 않는다. 헤엄도 잘 친다는 소문이 있기는 하지만, 딱히 물을 좋아하는 성질은 아닌지 물가에서 보인 적은 없다. 저 손톱이 말하자면 주로 쓰는 흉기인데, 어지간한 바위는 그냥 가르고 지나가지. 아, 샤벨투스처럼 막무가내로 이것저것 절단하는 능력은 없다. 그저 바위를 가를 정도로 날카로워. 저 날개가 펼쳐지면, 헬 임프처럼 적당히 날 수도 있고, 작정하면 꽤 빠른 속도로 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 음, 그리고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것은…….
‘꼬리?’
드라고니아는 굉장히 빠르게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눈에 훤히 보이는 광경 속에서 대놓고 사뿐거리며 걷는 다크 레이디 쪽이 훨씬 빠르게 그 주의해야 할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늘어뜨린 날개 사이에 숨어 있는 꼬리가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가르듯이 치솟아 올랐고, 반은 불타고 반은 붉은색이 짙은 가죽인 형상을 자랑하면서 휘둘러지고 있었다. 꼬리는 먼저 바닥을 찍었고, 쓸어내면서 둠 고그와 시알라를 향해 아직 널려 있는 헬 임프와 둠 고그의 몸통 하나를 날려보내는 괴력을 드러냈다.
―화염의 꼬리, 가끔 너무 빠르게 움직여서 다크 레이디를 만난 녀석들 중에는 숨겨놓은 채찍을 불태워서 휘두른다는 말도 나오게 한다. 뭐, 지금은 저리 대놓고 휘두르지만.
설명이 이어지는 사이에 시알라 주변에서 맴돌던 둠 고그가 날려 오는 동족의 머리 없는 몸통을 쳐내다가 꼬리에 목이 감기는 상황이 벌어졌다. 둠 고그는 그 꼬리를 바로 붙들었고, 팔다리에서 불길을 뿜어내며 잡아당기려 했다. 그대로 끌어당겨 어디든 팽개치려는 동작이었는데, 다크 레이디는 그 움직임을 따라 몸을 날렸고 그대로 자기 꼬리를 잡으려는 둠 고그의 머리를 손톱으로 그었다.
바아아아―!
할퀸 자국에서 불길을 뿜어내면서, 시알라를 노리던 둠 고그는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다크 레이디 쪽으로 돌아섰고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자신을 상처입힌 쪽을 공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듯한 행동이었다.
다크 레이디의 날개가 펼쳐졌고, 머리 위로 튀어나갔던 꼬리가 다리 사이를 지나면서 둠 고그의 몸을 후려쳤다.
‘우와, 빠르네?’
투란은 둠 고그의 목을 감았던 꼬리가 순식간에 자취도 없이 풀린 채로 다시 머리에서 가랑이 사이로 움직여 공격해가는 광경에 놀랐다. 과연 날개 사이에서 툭 튀어나와 휘둘러졌다가 감춰지고 하는 저런 꼴을 본다면 숨겨놓은 채찍이 어쩌고 하는 소리를 할 만하잖은가.
위에 뚫린 구멍에서 훤히 비춰오는 빛살 사이로 붉은 가죽살갗이 번들거렸고, 둠 고그의 거친 불길이 멋대로 뿜어지는 과정 속에서 가속한 손발이 공중에 거뭇한 자취를 남겼다.
그리고 시알라가 내던진 둠 고그의 몸통이 격투 중인 둘을 향해 덮치듯 떨어졌다.
하지만 다크 레이디도, 그에 맞서던 할퀴어진 둠 고그도 떨어지는 머리 없는 몸통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순간에 주먹과 손톱, 꼬리에 휘둘려진 둠 고그의 몸통이 거칠게 뜯기고 찢어지며 저편 벽으로 날아갈 뿐이었다.
퍼억!
시알라의 고함은 저쪽 벽과 돔고그의 잔해가 격돌하는 순간 튀어나온다.
“넌 또 뭐야! 망할 년! 어디서 홀랑 벗고 몸매 자랑이냐!”
이 소리는 바로 세 형제의 표정에 그늘을 드리웠다.
도대체 지금 누나가 뭔 소리를 하고 있냐고 따지고 싶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기에 참는다는 듯…….
투란이 킥하는 웃음을 흘리면서 굽힌 몸을 이끌 듯이 한 걸음 내디디며 말한다.
“조심해. 작은 것들도 눈치 보고 있으니까.”
멜란드가 재깍 주변을 둘러봤고, 얼른 대꾸한다.
“저게 덤비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어.”
손바닥을 펼치면서 하는 말이었고, 그 손금을 따라 작은 불길이 그어지는 광경을 보이는 채였다.
투란은 고개를 끄덕여주고 페란드와 제란드에게 말한다.
“아직 움직이기 힘들면, 일단 멜란드에게 경계를 맡기고 집중해. 저쪽은…… 내게 맡기고.”
말과 함께 투란의 손이 움직였고, 페란드와 제란드 주변으로 엷게 티끌이 치솟으며 둥글고 투명한 장막을 꾸몄다. 둘은 자신들을 감싸는 장막을 보며 지그시 눈을 감았고, 보다 더 자신의 심상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태도를 보였다. 멜란드는 이 광경을 보면서 바로 주먹을 꾹 쥐어 보이면서 투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투란은 바로 앞으로 나아갔고, 드라고니아는 묻는다.
―어째서 멜란드가 가장 먼저 에센스를 안정시킨 거지?
‘응? 아, 그야…… 경험 때문이겠지. 여러 가지 몬스터를 삼키다 보면, 색다른 성질을 이것저것 다루게 되고 그 경험은 몬스터 로드가 삼킨 몬스터를 더 빠르게 진정시킬 수 있도록 돕거든.’
―멜란드의 경험이라고 해봐야…….
‘랩티드의 다리, 왕관뿔비비의 팔. 넷 중에서는 거의 두 배나 가까운 경험을 했잖아. 그동안 그만큼 시달리고 구박도 받았는 데다가 조금 전에 직접 불꽃에 데인 경험도 했잖아. 그런저런 것을 겪다 보면 저렇게 빠르게 다룰 줄 알게 된다고. 자, 그럼!’
대답을 맺으면서 투란은 조금 더 빠르게 걸음을 옮겼고, 가늠했다.
시알라는 거침없이 자기 주변의 둠 고그들을 후려치고 제쳐 놓으면서 다크 레이디와 둠 고그 둘이 겨루는 곳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어떻게 봐도 그리 좋은 선택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뭔가 머리에 피가 솟구쳐서 날뛰는 시알라가 그런 것을 따지고 생각한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투란에게는 그 모습이 어딘가 납득이 되었다.
한창 몬스터의 본능에 젖어들고 어느 정도 스스로를 느낄 수 있는 상태라면, 일단 그 본능에 한없이 빠져들고 싶어진다. 그 감각은 자신의 의지와 몬스터의 본능, 그 경계를 거침없이 무너뜨릴 테니까!
문제는 저 다크 레이디가 둠 고그와 달리 그런 시알라에게 무너질 듯이 보이지 않았다. 여러 마리의 둠 고그, 그 둠 고그 떼와 싸우는 시알라의 모습에도 거침없이 나타나서 혀를 날름대며 입맛을 다시는 꼴로 다가왔으니…….
히이아아아―!
돌연 다크 레이디의 입에서 색다른 괴성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둠 고그 몇 마리가 입을 열었고, 특히나 다크 레이디와 맞서는 놈은 더 크게 입을 열며 아주 우렁찬 괴성이 합창하듯이 울려 퍼진다.
바앗, 바아아―!
거기에 시알라가 지르는 굵은 목소리가 겹쳐진다.
“시끄럿! 닥쳐!”
어째서인가 투란은 이 상황에 자기 입가에 알 수 없는 웃음이 번지는 것을 느꼈지만, 걸음을 늦추거나 하지 않았다. 적절히 간격을 재며, ‘악마의 심장’을 통해 아주 냉정하게 가늠하며 멈추지 않고 걷는다!
곧 투란이 바라보는 광경이 괴성과 포효, 그 애매모호한 경계를 넘나드는 음향의 결말을 맺고 있었다.
다크 레이디는 자신이 할퀴던 둠 고그의 목을 두 손으로 마구 후려쳤고, 그 마구잡이 같은 손짓은 철저하게 손톱의 날카로움이 파고들게 했다. 둠 고그의 목이 난자된 채로 끊어진 것은 아주 잠깐 사이였다. 그렇게 끊어진 둠 고그의 머리는 바로 다크 레이디의 품에 안긴 꼴이 되었다.
시알라가 머리를 잃고 기울어지는 둠 고그의 몸통을 걷어차는 순간, 다크 레이디의 꼬리가 시알라의 붉고 굵은 목을 휘감았다.
그랑츄의 붉은 살갗, 다크 레이디의 기묘한 붉은 가죽은 같은 계통의 색채였지만 확연히 구분이 되었다. 다크 레이디 쪽이 어딘가 그늘지고 어두운 붉은 색인데 시알라가 이룬 붉은 그랑츄의 살갗은 빗살 족에 은근히 광택을 뿜어내고 있었으므로.
투란은 발에 힘을 줬고, 냅다 내달리면서 바닥의 돌 하나를 긁어 올려 내던졌다.
잔뜩 부푼 투란의 근육, 은근히 강화된 팔의 힘은 다크 레이디의 머리통에 돌이 꽂히면 그냥 툭 치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렇게 겨냥해 내던진 돌은 다크 레이디의 꼬리에 가로막혀 튕겨지고 말았다.
“쳇.”
투란은 다크 레이디가 시알라의 목을 감은 채로 꼬리를 움직여 돌을 막는 광경에 혀를 차고 말았다. 하지만 어떻든 이미 시알라와 간격은 줄인 셈이었고, 더 머뭇거릴 필요가 없었다.
곧장 투란의 발목이 부풀고 튕겨졌고, 투란의 손은 붉은 살결을 드러내면서 다크 레이디의 꼬리를 움켜쥐었다. 시알라는 이미 자신의 목에 감긴 것을 풀어내기 위해서 온 힘을 다 끌어낸 듯이 두 팔을 불끈불끈하는 채로 그 꼬리를 잡아 떼어내려는 중이었다.
‘으흥, 과연 이놈의 꼬리 대단하네!’
투란의 감탄은 드라고니아에게도 명백하게 상황을 전했다.
―이거 잘라도 다시 바로 자라날 거야. 불을 이용한 섬유질이다. 헬 임프 계열의 몬스터 고유의 특성을 지닌 몸이야. 머리카락도, 날개도 이렇게 불을 머금은 부분은 훼손시키기도 어렵지만, 회복과 재생도 거침없다.
‘그래? 그렇다면…….’
투란의 손아귀가 새로운 형상을 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