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297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298)
‘뭔 소리인지…… 일단 설명을 하라고!’
마음속을 향해 물으면서 투란은 내달렸다.
다크 레이디와 시알라가 격돌하고, 그 아래에서 헬 임프 떼가 비명을 지르는 한복판을 향해!
―이 암벽 어딘가에 이 세상과 다른 세상으로 이어지는 문이 열렸다. 그 다른 세상은 보통…… 신전에서 사제들이 불타는 지옥, 간단하게 연옥이라 불리는 곳이지. 헬 임프는 이 세상에 나타나면서 연옥의 영향에서 많이 벗어나게 된다. 때문에 임프인 채로 더 이상 다른 변이를 일으킬 수가 없어. 하지만 그 연옥과 통하는 문이 열리고, 연옥의 힘에 영향을 받으면…… 변한다. 둠 고그가 되기도 하고, 다크 레이디가 되기도 하지.
와지끈! 퍼억!
발에 밟혀서 으스러지는 헬 임프를 느끼면서 투란은 ‘호오? 이 작은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손을 뻗어 시알라를 받아내려 했다.
씨이―!
뭔가 허공을 가르는 소리를 냈고, 투란의 한 손이 바로 내밀어졌다.
투란의 손목이 꼬리에 감겼고, 세차게 당겨졌다.
투란이 시알라의 몸을 다른 한 손으로 받아내니, 시알라는 팽팽하게 당겨지려는 꼬리를 발로 내리찍듯이 잡았다. 손가락 대신 발가락이 꼬리를 잡았고, 꼬리에서 피어난 불길은 얇고 여리게 그랑츄의 굵고 두꺼운 발 위로 번져갔다.
‘복잡하게도 얽혔네!’
다크 레이디와 시알라의 격돌, 그 반발로 튕겨나가는 시알라를 받기 위해 뛰었던 투란은 주변을 파악하며 소리 없이 투덜거렸다. 헬 임프들을 밟으며 손 내밀러 왔더니, 먼저 날아온 것이 다크 레이디의 꼬리였고 시알라는 공중에서 몸을 돌리며 그 꼬리를 밟은 채로 다시 발길질을 하려 뛰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투란이 할 일은 일단 손목에 감긴 다크 레이디의 꼬리를 꽉 잡아당겨서 시알라가 넉넉히 뛸 수 있는 발판이 되게 해주는 것이고…….
―연옥으로 이어지는 문이 열린 상황에서 다크 레이디나 둠 고그는 더 강하고, 더 질긴 생명력을 발휘한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일단 그 문이 지금 열린 채는 아닌 모양이다. 머리를 뽑는다고 둠 고그가 죽어버리고 있고, 다크 레이디가 날개로 주변을 후려치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어?’
투란은 시알라가 발길질을 하고 다크 레이디가 마주 걷어차며 날갯짓하는 광경을 보며 뛰어들려다가 멈칫했다. 드라고니아의 말은 지금 둠 고그나 다크 레이디가 더 강하고 난폭해질 수 있다는 뜻이잖은가!
쿠앙!
요란한 소리가 바로 투란을 다시 움직이게 했다.
다크 레이디는 불티가 휘날리는 날개를 늘어뜨린 채로 위로 솟구치고 있었고, 시알라는 바닥에 내리꽂히듯이 떨어졌다. 시알라가 거칠고 날카롭게 다크 레이디의 배를 후려쳤고, 그 반격으로 다크 레이디의 발에 내리찍힌 결과였다.
투란은 다시 윌 라이트에 집중했고, 아케인 포스를 끌어내 시알라에게 마력을 몰아넣으려 했다. 어쨌든 황금매는 마력을 소모하고, 소모한 만큼 위력을 발휘하니 저렇게 처박혀도 마력만 충분하다면 시알라는 완전회복할 테니…….
하지만 투란의 손이 닿기 전에 시알라가 벌떡 일어서며 외친다.
“저걸 잡아, 투란!”
말과 함께 시알라는 손을 뻗었고, 투란은 그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스트 핸드를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크 레이디 또한 이를 느낀 듯, 날갯짓했고 불길과 함께 고스트 핸드의 보이지 않는 형상이 드러나며 걷어차였다.
파앙!
불길로 그려지던 고스트 핸드의 형상이 터지듯이 사라졌다.
‘응? 뭐야, 마법이 깨진 거야?’
―아니, 힘을 뿌리친 거다. 고스트 핸드는 애초에 마력을 기반으로 물체에 직접 작용하는 힘을 형성하는 주문이니까. 그 형성된 힘에 반발하는 힘이 충분히 가해지면 고스트 핸드의 형체가 흩어질 수밖에 없지. 하지만 마력이 유지되는 한, 고스트 핸드는 계속 발휘된다. 저렇게…….
드라고니아의 말처럼 시알라는 다시 손을 휘둘렀고 이번에는 잡는다기보다는 길게 뻗고 돌아서 다크 레이디의 날개를 짓누르려는 불을 두른 주먹이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다크 레이디의 꼬리에 날카롭게 베어지며 흩어졌다.
‘불로 덮어 보이게 해서 계속 두들겨 패는 건가? 좋은 방법이네.’
투란은 다크 레이디가 과연 눈으로 보지 않으면 고스트 핸드를 느끼지 못하는가 의아했지만, 어쨌든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은 거의 그런 듯이 보였다.
시알라가 포효했다.
“촐랑촐랑! 날파리도 아닌 것이 이리 내려오지 못해!”
이 굵직한 목소리는 마치 시알라가 다시 그랑츄의 본능에 마음을 떠맡기는 듯한 낌새가 가득했다. 시알라의 눈빛도 슬슬 치밀어 오르는 그랑츄의 분노에 물드는 것처럼 보였고……!
히아아아아아―!
다크 레이디 또한 입을 크게 열고 듬성듬성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시알라에게 괴성을 지르고 있기는 했다.
투란은 잠시 생각해야 했다.
불타는 날개를 펄럭이며 꽤 쉽게 날고 있기는 했지만, 다크 레이디는 별로 높이 날고 있지는 않았다. 날고 있어도 딱히 저 위로 뚫린 구멍을 통해 달아날 낌새가 없다고 해도 좋았다. 여차하면 내리꽂혀 주먹질 발길질에 꼬리패기로 이쪽을 짓이기고 싶어 하는 낌새라면 넘쳐났고…… 어느새 투란과 시알라 주변에서 도망친 듯한 헬 임프 떼가 그 주변에서 팔락거리며 힘겹게 날고 있는 광경은 덤처럼 보였다.
움직일 수 있는 둠 고그들은 이미 이 자리에서 사라진 채였으니, 이제 남은 것은 다크 레이디와 헬 임프 떼…….
과연 저걸 어떻게 끌어내려 잡을 것인가?
―뭘 고민하는 거냐?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오락가락하는 생각을 느낀 듯이 물었다.
‘아니, 이것저것 방법은 많은데…… 시알라가 잡게 둬야 하나, 내가 때려눕혀야 하나…… 어쩌지?’
―…….
뭔가 드라고니아가 어이없어서 말문이 막힌 듯한 낌새가 느껴졌다.
그리고 시알라는 바닥에서 둠 고그의 머리 없는 시체를 들어 올려 내던지고 있었다.
“내려와!”
자기 몸보다 더 굵고 커 보이는 둠 고그의 몸을 냅다 던지는 광경이었고, 투란은 새삼 생각을 멈추고 그 괴력에 감탄했다! 붉은 그랑츄라기보다는 거의 파이로-칸의 불타는 괴력이 발휘되는 듯했으니!
거의 십여 미터 위에서 둥실거리는 다크 레이디는 자기 발아래로 세차게 날려오는 둠 고그의 몸통을 꼬리 끝으로 쿡 찌르는 것만으로 다시 떨구고 있어서, 날려보낸 괴력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바로 보여줬고…….
시알라와 투란이, 떨어지는 둠 고그의 몸통을 살짝 피해냈다.
쿠웅, 콰아아앙!
“엥?”
투란이 의아한 소리를 바로 냈고, 시알라도 눈살을 찌푸렸다.
둠 고그의 머리 없는 시체가 약 3미터의 두꺼운 체격이기는 하지만, 지금 이 음향은 그 근원을 달리하고 있었다. 바닥을 울리는 강렬한 진동은 흡사 땅이 우는 듯했고, 암벽 내부를 전부 휘젓듯이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거대한 음향보다 더 이상한 것을 보여준다는 듯, 헬 임프 떼가 일제히 다크 레이디를 거쳐 위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파닥대는 꼴이 아주 급한 듯했고 다크 레이디 또한 날카로운 소리를 흘리면서 그 뒤를 따른다?
금세 높은 구멍까지의 공중이 텅 비었고, 훤한 바닥에는 조금 전에 벌어졌던 격돌과 난투의 흔적인 듯이 몬스터의 잔해만 즐비하고 고요하게 남겨진 꼴이 되었다. 그 위로 흩어지는 거친 숨소리는 구경하는 몬스터 로드의 것이었고…….
“저것들이 지금 도망치는 건가?”
시알라가 의아한 듯이 중얼거렸다.
여전히 굵고 낮은 소리였지만, 그 말투는 ‘그럴 리가 없다.’라는 확신을 품은 채였다. 투란 또한 그 확신에 찬성할 수 있었다.
“뭔지 몰라도 저 녀석들에게 뭘 시킬 수 있는 놈이 따로 있나 보네. 일단…… 시알라, 이것 좀 챙겨서 멜란드 곁으로 가자.”
“응?”
시알라는 잠깐 투란이 몸을 낮추고 하는 짓을 바라봤다.
둠 고그의 발목을 두꺼운 손으로 쥐고, 헬 임프의 잔해를 그 위에 올리면서 질질 끌어가는 투란의 모습은 시알라에게 조금 더 의아하게 보였지만…… 멜란드가 저쪽에서 외치는 소리가 곧 시알라를 움직이게 했다.
“누나, 괜찮아?”
“아, 괜찮아.”
걸음을 옮기면서 대답을 했지만 시알라는 자신이 갑자기 멍해졌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난투가 끝나는 순간, 눈앞에서 ‘적’이 사라지는 그 순간 이상한 기분이 깊이 찾아왔고, 모든 것이 귀찮아졌다!
하지만 어쨌든 시알라는 자신이 동생들 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거운 걸음을 옮기는데…….
―투란? 지금 뭘 하려는 거냐?
‘위장, 얼른 위장!’
어깨에 헬 임프의 몸통 두엇을 걸머지고, 그 숯처럼 흐릿한 살점을 질질 흘려 팔뚝과 가슴을 가리면서 투란이 소리 없이 외치고 있었다. 드라고니아가 지금 자신이 하려는 짓을 눈치챘으니 얼른 도우라고 재촉하듯!
그래서 드라고니아는 일단 돕기는 했다.
숯조각이 흘러내리는 사이로 투명한 잔해가 얇게 흩어지며 불티처럼 퍼지는 것은 투란의 팔뚝에 감긴 다크 레이디의 꼬리가 자연스럽게 스러지는 듯이 보였고, 결코 그 에센스를 몬스터 엠블럼에 흡수당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 꼬리만으로 뭘 어쩌려고? 거의 아무것도 없잖아!
‘쳇.’
문장 속 풍경을 살피면서 투란도 실망했다.
풍경 속에서 다크 레이디의 꼬리는 확실하게 형체를 갖추고 있었지만, 그냥 꼬리일 뿐이었다. 투란이 본 것처럼 등골로 이어지는 부분도 없었다. 그냥 잘린 부분부터 흐느적거리면서 늘어진 형상만이 풍경 속에 나타나고 있었다.
―꼬리만 꿀꺽해서 다크 레이디를 통째로 먹으려 했냐!
뭔가 욱한 듯한 말투로 드라고니아가 으르렁거렸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어렵게 할 필요가 뭐 있어?’
투란은 날렵하게 대답하면서 한 발로 둠 고그의 다른 몸통을 잡아 질질 끌며 멜란드 쪽으로 다가갔다. 이는 허탈한 기분 속에서도 시알라가 곁에 다가서며 한마디 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투란, 발로 끌지 마. 내가 끌고 갈 테니까.”
이 소리에 투란은 상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한다.
“두어 마리 더 포개서 가져오면 안 될까? 시알라, 많이 잡아놨거든. 아, 조그만 녀석들도 잊지 말고.”
투란이 발로 끌던 둠 고그에게 손을 내밀던 시알라가 그랑츄의 형상이 짙은 얼굴을 구겼다. 어딘가 지금 투란의 말이 쪼잔하게 들리는 까닭이 뭔가 생각하듯…… 하지만 시알라는 다른 말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러니까 그 발 치우라고.”
“어? 어…….”
투란은 곧 발로 끌던 놈을 놓고, 손으로 잡은 둠 고그의 발목을 당기면서 헬 임프의 잔해를 몇 더 집어 올려놓으며 멜란드 쪽으로 움직였다. 별로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 사이에 수북이 쌓인 몬스터의 잔해는 멜란드를 살짝 질리게 했다.
“에, 투란? 우리 조그만 녀석들은 이미 삼켰잖아?”
“조금 더 짙게 해야지. 짙을수록 쓸 때, 강해진다고. 음, 그리고 삼킨 만큼 강해지지. 어, 페란드 끝냈어?”
투란이 몬스터의 잔해를 내려놓고 몸에서 털어내는 시늉을 하며 ‘소일 헛’에서 몸을 꿈틀거리며 일어서는 페란드에게 한마디 던졌다.
페란드는 기지개를 켜듯 완전히 일어나며 선 채로 주변을 둘러보기부터 했다. 작은 몬스터의 정수를 삼키고 잠깐 안정시키는 동안에 주변의 풍경은…… 엉망진창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괴상해져 있었다.
“누나도 끝낸 모양이네.”
결국 페란드의 눈길이 큰 몬스터 두어 마리를 겹친 채로 질질 끌고 오는 시알라의 굵고 듬직한 팔뚝과 다리를 향한 채로 살짝 떨리는 목소리가 나왔다. 투란이 그 눈길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멜란드가 중얼거린다.
“응, 우리 누나 엄청 센데…….”
투란은 이 말투의 미묘함이 멜란드를 흘깃했다.
세서 좋다는 것인지, 세서 무섭다는 것인지…… 멜란드가 좋아하는 것인지 꺼리는 것인지 참으로 애매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페란드에게서도 슬쩍 엿보이는 중이었다.
물론 둠 고그의 머리 없는 시체를 겹쳐서 끌고 온 시알라는 동생들의 그런 눈길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듯한 태도였고, 사람의 형상을 되찾으면서 다시 몸에 제대로 된 차림새를 갖추며 말하고 있었다.
“구경 끝났으면 이거 좀 나눠 놔봐. 투란, 주변을 조금 둘러봐야 하지 않나? 아까 땅울림을 일으킨 녀석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잖아.”
“그렇지. 그 전에 제란드가 진정하는 것부터 봐두고.”
투란은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소일 헛’의 안쪽을 바라봤다.
제란드는 꽤나 곤혹스러운 표정을 한 채로 자기 안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간간이 그 머리카락 사이로 불꽃의 가닥이 치솟고, 목덜미가 붉어지는 듯한 기척이 맴돌고 있었다.
시알라가 이를 보다가 문득 생각난 듯이 말한다.
“마력을…… 보태주면 더 쉬워질까?”
멜란드가 바로 여기에 찬성했다.
“아, 그러네! 마력이 넉넉하다면 금세 억눌러지니까. 음, 내가 마력을…….”
투란은 손을 저으면서 ‘소일 헛’으로 들어가려는 멜란드를 말렸다.
“아니, 지금 제란드는 마력이 부족하지 않아. 잠시 그냥 두는 편이 좋을 거야.”
“응? 부족하지 않아? 그런데 왜…….”
시알라와 멜란드가 의아한 기색을 띠었고, 페란드가 이에 답하듯 속삭인다.
“뭘 해보려는 모양이네.”
투란도 이 말에 보탠다.
“같은 몬스터를 나눠 삼켜도 사람마다 달라진다고. 일단 두고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