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00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01)
Chapter 61. 스크림
―림이다!
‘뭐?’
투란은 희미한 말꼬리를 붙잡으면서 잠시 당황했다.
광장의 풍경이 일그러진 채 보였고, 저 멀리 벽에서 몸을 뜯어내 일어선 듯하던 데몬, 문지기가 바로 앞에서 우람한 바위 근육을 꿈틀거리며 거인의 주먹으로 보이는 큰 손에 길고 굵으면서 넓은 돌기둥을 꽉 쥔 채로 내리찍는 자세를 하고 있었다.
돌기둥이 내리찍는 자리에는 바로 투란 자신이 멀뚱거리며 선 채이고!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아주 잠깐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나 그 상황 속에서 투란은 팔뚝을 내밀면서 바로 되새김을 시작했다. 드라고니아의 격렬한 외침이 뇌리에 새겨지는 것도 함께 느끼면서.
―헬 스크림(Hell Scream)이라고! 멍청히 서 있지 말라고!
‘그래, 알았어.’
투란의 마음은 고요하게 울렸고,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까닭인가를 명확하게 기억해낼 수 있었다.
헬 스크림, ‘지옥(地獄)의 절규(絶叫)’라고도 한다는 설명이 붙은 데몬의 포효(咆哮)가 시작이었다. 온몸을 몬스터의 형상으로 무장한 듯한 꼴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방어능력을 믿고 온전하게 사람의 감각을 살려둔 채였던 투란에게 저 악마의 외침은 아주 큰 효과를 발휘했다.
이는 한순간에 사람의 모든 감각, 골수 깊은 곳의 지각(知覺)이라든가, 생각하기 위한 뇌수(腦髓)의 활동까지 모조리 정지시켜 버리는 효과였다.
이를 고스한히 당한 탓에 투란은 잠시 기절한 것처럼 주변의 상황에서 도려내진 것처럼 데몬이 무슨 짓을 했는지, 이 광장에 어떤 움직임이 있었는지를 전혀 알 수가 없는 공백(空白)의 순간을 경험해야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악마의 심장’ 속에서 새로운 ‘투란’이 깨어났고, 이 상황을 정밀하게 검토하며 흥미롭게 관찰했다. 그다음에야 투란은 다시 사람의 모든 감각, 사고능력을 회복하며…… 이제는 ‘악마의 심장’과 몬스터 엠블럼에 의해 보호받는 감각능력으로 상황을 다시 바라보게 된 셈이었다.
드라고니아는 그 공백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고, 그저 투란이 멀뚱거리면서 데몬 문지기가 크앙거리면서 다가오는 것을 구경하는 모양이라고 여긴 모양이었다. 그래서 방심하지 말고, 저 외침에도 보다 주의하라고 외치면서 이것저것 설명했는데…… 정작 투란이 느닷없이 맹하니 ‘뭐?’라고 하자 짜증을 낸 셈이었다.
이렇게 투란이 상황을 다시 파악하기를 마치는 순간, 돌기둥이 팔뚝에 마주쳤다.
쩌어엉!
‘응?’
투란은 자신의 팔뚝을 감싼 검은 살갗이 살짝 금이 가는 것을 느꼈고, 발아래가 미묘하게 파여 들어가는 것을 알아차렸다. 돌기둥은 투란의 팔뚝과 닿은 부분이 깨져나가면서 반쯤 부서진 꼴이었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팔뚝에 금이 가게 했다는 점이 투란에게 더 놀라운 상황이었다.
이는 투란으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이 데몬 문지기가 어떻게 돌기둥을 들게 했는가를 되새겨 보게 했다. ‘악마의 심장’이 관측한 바로는…….
‘몸에서 뿜어낸 노르스름하고 불그스름한 불길로 그림을 그렸고, 뽑아냈지? 그때 드라고니아가 한 말은…….’
―인페르노. 연옥의 불꽃을 이용하는 거다. 저렇게 암석(巖石)의 형태를 정하고, 불꽃으로 그 핵(核)을 만들어 심어놓으면 저건 그냥 돌덩이가 아니라 연옥의 병기라고 할 수 있어.
이런 설명을 받쳐주듯이 바닥에서 들어 올린 돌기둥에는 은은하게 노랗고 붉은 선으로 이뤄진 무늬, 문지기가 박혀 있던 저쪽 벽에 새겨진 것과 닮은 무늬가 맴돌고 있었다.
‘그게 마그마 로드의 껍질에 금이 가게 할 정도라는 거야? 헤에…….’
마음 한편으로 느긋하게 기억을 더듬는 투란이었다.
하지만 이런 느긋함과 전혀 다르게, 투란의 발을 빠르게 움직였고 문지기가 다시 휘두르는 돌기둥을 살짝 피해내고 있었다.
콰앙!
바닥을 찍었지만, 그 중간부분이 반쯤 패인 채인 돌기둥이 부러지는 일은 없었다. 이 바닥은 투란의 팔뚝처럼 연옥의 불꽃에 의해 형태가 잡힌 돌기둥에 전혀 타격을 입히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반쯤 후벼 파였으면 부러질 만도 한데!’
투란은 새삼 돌기둥을 맴도는 무늬, 연옥의 불꽃이 지닌 힘에 감탄했다.
몽둥이가 뭘로 만들어졌든, 그 가운데 부분이 반쯤 파이게 되면 너덜거리면서 다음에 무엇이랑 충돌하든 부러지는 것이 당연하잖은가. 한데 이 문지기가 휘두르는 돌기둥은 아예 처음부터 그런 모양이라서 끄떡없다는 듯이 버틴다!
샤오덴 할배가 엄청나게 신경 써서 만든 쇠몽둥이도 이렇게 깨진 채로는 그 강인함을 발휘할 수 없을 텐데…… 이 자리에서 바로 바위 바닥에 연옥의 불꽃으로 그려내고 뽑아낸 돌기둥 주제에 너무 튼튼하잖은가.
“할배가 보면 화를 낼 정도네!”
―뭐?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느닷없는 외침에 의아함을 뿜어냈다.
데몬 문지기는 울화를 터뜨렸다.
워!
그 포효의 시작은 대충 사람 귀로 짐승 같다고 느낄 수 있었지만, 이어지는 ‘지옥의 절규’는 사람의 귀로 멀쩡하게 들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헬 스크림과 함께 꽂혀 들어오는 돌기둥!
콰쾅!
옆으로 쓸어내듯이 움직인 돌기둥에 돌바닥이 파여 나갔다.
투란은 높이 뛰어올랐고, 그대로 문지기의 외뿔을 걷어차 버렸다.
쩌엉!
‘으캭!’
발등에 다시 금이 가는 느낌이 투란을 놀라게 했다.
돌기둥이야 무기로 뽑아낸 것이니 그렇다 쳐도, 어째서 문지기의 뿔 따위조차 이리 강인하단 말인가!
놀라는 투란을 향해 한숨 쉬는 듯한 드라고니아의 말이 전해온다.
―저 몸뚱어리는 연옥의 불꽃을 담는 그릇이다. 돌로 된 큰 칼은 자기 몸을 흉내 내서 형성한 것뿐이라고! 당연히 저놈의 몸통이 지금 막 뽑아낸 칼보다.
‘칼?’
투란은 다른 것보다 드라고니아가 돌기둥을 칼이라고 하는 말에 움찔했고, 어이가 없어서 다시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굵고 크고…… 넓으면서 살짝 퍼진 꼴이기는 한데…… 사람의 입장에서 저걸 칼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콰아아앙!
돌기둥이든 거대한 돌칼이든, 데몬은 자신의 작품을 휘둘렀고 바닥의 파편이 투란을 향해 몰려왔다. 빗자루로 휩쓸어낸 먼지처럼 날려졌지만, 그 파편은 사람 주먹이나 머리통만 한 돌덩이들이었다.
외뿔을 걷어찬 투란이 다시 바닥에 발을 딛는 순간을 노린 공세였다.
‘허? 이게!’
그 순간에 투란은 문지기라 불리는 데몬이 자신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가를 느꼈다. 촐랑거리면서 뛰어다니는 벌레, 쪼그만 녀석이 생각보다 단단해서 조금 더 세게 후려 패야 하는 상황!
데몬 문지기는 투란을 딱 그렇게 여기고 있었고, 그 발걸음은 그런 벌레를 잡기 위한 꼴이다!
“까불고 있네!”
객관적으로 검토하자면 문지기의 문짝은 거의 3미터 높이였고, 폭도 2미터를 훨씬 넘는 채인지라 그걸 등에 짊어진 듯한 몰골인 문지기가 6, 7미터의 키를 자랑하고 바위로 이뤄진 팔다리의 울퉁불퉁한 근육 형상이 거대함을 과시하는 것이기는 했지만…… 투란에게는 처음부터 그 정도 체격은 그리 크지 않다고 느껴질 뿐이었다.
때문에 투란은 ‘까불지 마! 쪼그만 게 누군데!’라는 소리를 연이어 터뜨리면서, 몰아닥치는 굵은 돌무더기를 피하지 않고 앞으로 힘차게 한 걸음 내디뎠다.
콰르르― 쿠웅!
검은 광택이 번들거리는 살갗…… 시커먼 보석(寶石)의 질감이 뚜렷한 몸에 돌무더기가 부딪혀 흩어졌고, 2미터도 되지 않던 그 몸은 한순간에 3미터를 훌쩍 넘는 높이와 그에 어울리는 체격을 과시하면서 데몬 앞으로 세찬 발걸음을 딛고 있었다.
문지기가 느닷없는 이 변화에 살짝 놀란 듯, 발을 끌며 외뿔을 갸웃거리는 모습을 보였고…… 투란은 여전히 자신을 내려다보는 문지리를 붉은 구슬처럼 데굴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당황하고 있었다.
‘어라, 왜 이러지?’
원래 투란이 예상한 체격은 문지기를, 이 데몬을 내려다볼 정도로 큰 모습이었다. 한데 마그마 로드의 형상이 잔뜩 부풀어 오르다가 느닷없이 멈추고 있었다. 마치 불길이 치솟다가 땔깜이 부족해서 사그라드는 이상한 상태로!
광대한 마그마의 호수를 통째로 삼켰고, 그 크기를 줄이기 위해 그토록 애썼던 투란이었다. 모처럼 그 우람한 마그마의 체격을 좀 뽐내 보려는데, 어째서 이렇게 멈칫하며 멈추는가? 마치 그런 경험 없다는 듯한 이 상황은 대체…….
‘아, 앗차!’
금세 투란은 깨달았다.
몬스터 엠블럼, ‘천칭’이 울리면서 현재 투란이 끌어낼 수 있는 마그마 로드의 형상, 순수한 그 에센스의 크기는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냉정하게 가늠해낸 순간이었다. ‘천칭’은 마그마 호수를 삼킨 적이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투란은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천칭’은 마그마 로드를 거대하게 형성해서 키운 적도 없다!
두 가지 몬스터 엠블럼, 두 개의 문장을 투란은 분명히 지니고 있지만 둘은 완전히 독립된 것처럼 각자의 몬스터 에센스를 별개로 다룬다!
‘천칭’의 마그마 로드는 정교하고 섬세하지만, 덩치는 3미터를 넘게 키울 수 있지만 4미터를 넘기는 힘든 것이다. 그래서 3미터를 넘으면서 어중간하게 체격이 커지는 것이 멈췄다!
―투란?
드라고니아가 경고했고, 투란은 그보다 더 빠르게 반응했다.
문지기는 투란의 갑작스런 변화에 잠깐 놀랬지만, 곧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작은 놈일 뿐이라는 상태를 깨달았다는 듯이 손에 든 돌기둥―굵고 두툼한 돌칼을 내리찍고 있었다.
그 휘둘러지는 궤도 안으로 투란이 파고들었고, 부풀어 오른 검은 보석의 손아귀가 바위 팔뚝을 움켜쥐었다.
우지끈!
후워!
쿠우웅.
문지기가 세차게 발을 디디면서 물러섰다.
투란은 자신의 손아귀에 쥐어진 채로, 너무 쉽게 부서져 내리는 문지기의 바위 팔뚝을 보면서 의아해 했다. 바위 팔뚝과 이어진 손에서는 돌칼이 떨구지려 했고, 투란의 빈손이 이를 바로 낚아챘다.
‘확실히…… 칼이긴 칼이네. 그런데 왜 저놈 팔뚝이…….’
2미터도 안 되는 체격으로 바라볼 때는 그냥 한쪽이 조금 얇은 돌기둥일 뿐이지만, 3미터를 넘고 4미터에 모자란 체격으로 바라보니 꽤 두껍고 투박하기는 해도 그럭저럭 칼의 모양을 갖추고 있기는 했다. 손잡이라든가 하는 세심한 부분은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그런데 어째서 이 돌칼보다도 저 바위 팔뚝이 쉽게 부서지는 것일까?
투란은 의문을 품은 채로 데몬, 문지기를 바라봤고 금세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투란에게 잡혀서 부서져 버린 바위 팔뚝의 거친 단면(斷面), 거기서 노랗고 붉은 광채가 피어올랐고 문지기는 그 팔뚝의 단면을 바닥에 내리찍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바위근육을 움찔거리며 어깨를 돌리고 팔을 들어 올렸을 때, 바위 팔뚝에는 큰 바위손이 멀쩡하게 붙어 있다!
―그렇게 붙잡힌 채로는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여긴 거야. 그러니까, 도마뱀이 꼬리를 끊어내듯 팔뚝을 끊어내고 간격을 두기 위해 물러선 거지.
드라고니아가 차분하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는 투란에게 그리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생각할 줄 아는 놈이라, 이거지?’
분명히 조금 전에 팔뚝을 붙들린 채로 몸부림치려 버티려 했다면, 다음에 이어질 투란의 주먹질에 저 몸통이 연이어 두들겨 맞고 꽤나 충격을 받았을 터다. 문지기는 그런 상황을 일단 눈치 빠르게 피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냉정한 관점에서 투란에게 새로운 점을 깨닫게도 해줬다.
‘그러니까 팔다리는 떼어낼 수 있어도 저 몸에 충격받는 것은 곤란하다, 이거네?’
―그렇지.
드라고니아가 순순히 동의해줬다.
투란은 곧바로 발을 거칠게 내디디면서 문지기 쪽으로 다가갔다.
한 손에는 문지기가 뽑아내고, 투란이 작은 몸집으로 반쯤 파낸 돌칼을 쥔 채로 키득거리는 괴상한 표정을 뿜어내면서!
4미터도 안 되는 체격이지만, 7미터에 가까운 문지기를 위협하는 태도였다.
이런 투란의 모습에 문지기는 확실히 위협을 느끼는 듯이 뒷걸음질 쳤다.
부웅!
보다 세게 돌칼을 휘두르며…… 땅에 세워놓으면 지금 체격으로도 거의 목까지 닿을 듯한 돌기둥 같은 것을 휘저으면서 투란은 조금 더 걸음을 빨리했다. 문지기는 투란보다 느리게 뒷걸음질을 치는 중이지만, 보폭은 거의 두 배를 훌쩍 넘기 때문에 뭔가 잰걸음을 해야 할 판이었으므로!
―투란, 생각이 있는 놈이라고! 뭔가 노리고 있는 거야!
드라고니아가 경고했고, 투란은 흘깃 문지기의 어깨 너머를 바라봤다.
문지기의 움직임은 확실하게 위협적인 태도에 반응하는 듯했지만, 그 외뿔 아래에서 번들거리는 데몬의 눈동자는 딱히 겁을 먹거나 움츠리는 기색이 없었다. 마치 자신 있으면 계속해 보라는 듯한 재촉이 가득할 뿐이다.
하지만 정작 문지기 주변에 뭔가 있지는 않다. 그렇다면 문지기가 박혀 있던 저 벽에는 뭔가 있는 것일까?
투란이 여기까지 생각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붉은 구슬처럼 데굴거리는 눈알이 저 벽을 포착하며 노려보는 그 순간 문지기가 뒤로 힘차게 뛰었다.
빠르게, 멀리…….
문지기는 다시 벽에 몸을 박아 넣고 있었다.
이번에는 등짝을, 짊어진 문을 박아 넣는 자세로.
그리고 격진(激震)이 광장을 채웠다.
쿠르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