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0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06)
Chapter 62. 격진(激震) 속에서
쿠르륵! 콰아아앙!
흐릿한 하늘 아래에서 높디높은 암벽이 격렬한 울음을 토해냈다.
단단한 바위벽이 금이 갔고, 갈라졌다.
거대한 암반이 수없이 쪼개지는 듯한 광경은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봐야 겨우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쪼개진 암반 중 일부는 가라앉고 일부는 치솟는데, 마치 바위기둥이 뭉쳐 있다가 흩어져서 제각각 상하로 이동하는 듯한 광경이었다.
콰쾃, 콰아아!
넓게 펼쳐진 암반이 쪼개지는 와중에 기울어지고 서로 겹쳐지기도 했으니, 평평했던 암반의 상층부가 어느 틈에 울퉁불퉁하고 삐죽거리는 꼴로 변해갔다.
이런 격렬한 변화는 ‘임프의 정원’이라 불리는 암벽 지대 전체를 휩쓸었다.
때문에 암벽 안팎으로 커다란 소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평소라면 어두운 밤에나, 눈에 불덩이를 박아 넣은 듯이 기어 나올 헬 임프 떼가 흐릿한 날이 다행이라는 듯이 튀어나와 날갯짓을 했고, 그런 헬 임프를 꼬리로 후려치고 손으로 잡아 찢으면서 다크 레이디가 날아올랐다. 그 사이로 간혹 바윗돌을 내던지며 무겁고 두꺼운 체격의 둠고그가 퍼덕대며 기어 나오는 꼴도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몬스터의 형상과 그 모습이 살짝 닮았지만, 그 움직이는 방식이 완연하게 다른 네 남매가 있었으니…….
“바위야!”
“부숴!”
“너무 커!”
“일단 부숴!”
콰앙!
“으읏! 파편이……!”
“거스트(Gust)!”
“누나, 우리까지 날려가잖아!”
“바람에 올라타!”
휘이이이!
울퉁불퉁한 둠고그의 모습이었다가, 오그라들 듯이 헬 임프와 닮은…… 어린아이의 체격은 아니지만 헬 임프의 날개와 살갗을 고스란히 지닌 넷이 세찬 돌풍(突風)에 몸을 싣고 으깨진 바위가 쏟아져 내리는 틈새에서 뛰쳐나왔다.
쿠릉거리며 사방이 들쑥날쑥한 꼴은 힘차게 헬 임프의 날개를 퍼덕거리는 넷에게 금세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안전한 곳이 없잖아!”
붉은 비늘의 도마뱀 다리를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면서 멜란드가 외쳤다.
“밟히는 대로 일단 뛰어!”
시알라가 그런 멜란드에게 소리쳤다.
“밧줄 잡고!”
페란드는 자신의 팔에 둘둘 말고 있는 밧줄 가닥을 내던지며 말하고 있었다.
멜란드가 팔을 휘저었고, 등 뒤의 날개를 퍼덕거리며 한 방향으로 튕겨지듯이 날았다. 그쪽에는 격한 마찰음과 함께 슬그머니 치솟는 바위기둥이 있었다. 멜란드는 발이 닿자마자 세차게 긁어대며 바위기둥의 정상으로 내달렸다. 그러면서 쥐고 있는 밧줄의 가닥을 팔에 재빠르게 감아 당겼다.
페란드는 멜란드의 움직임을 보면서 팽팽해지는 밧줄을 더 단단하게 한 팔에 감고 시알라와 제란드에게 외친다.
“잡아!”
시알라는 날개를 조금 더 세차게 펄럭이면서 페란드의 어깨 위로 발을 디뎠고, 제란드는 아래를 흘깃거리면서 둥실거려다가 페란드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어깨와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느끼면서 페란드는 살짝 눈매를 찌푸렸지만, 내밀었던 손을 거둬 팽팽한 밧줄을 꽉 쥐어 당기는 일에 재빨리 집중했다.
멜란드는 이미 치솟는 바위기둥의 꼭대기에 올라섰고, 붉은 비늘 다리에 힘을 주고 도마뱀의 발톱을 한껏 드러내며 누나와 형들을 매달고 있는 밧줄을 쥔 두 손에 힘을 쓰고 있었다. 허연 털이 멜란드의 팔과 손에 가득 치솟았고 불끈거리는 왕관 모양의 뿔이 멜란드의 이마 언저리에서 솟구쳤다.
나름대로 날갯짓을 하는 셋이 멜란드의 괴력에 당겨진 밧줄을 타고 순식간에 바위기둥 위로 올라섰다.
치솟는 바위기둥은 살짝 기울어졌고, 네 남매는 그 정상에 재빨리 달라붙는 몸짓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다 무너지고 있어!”
신음하는 듯한 말투로 멜란드가 중얼거렸다.
사방의 시끄러운 소리 속에서도 이는 선명하게 남매 사이에 울렸고, 시알라와 페란드는 동의하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저 아래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투란은 무사할까?”
이런 누나, 형, 동생의 말에 대해 제란드가 느릿하게 반박하는 듯한 말을 꺼낸 것은 조금 뒤였다.
“저기는 무너지는 낌새가 없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투란은 무사할 테니까, 일단은 저리로 가자고.”
셋은 제란드를 돌아봤고, 곧 제란드가 자신들과 전혀 다른 방향을 살피고 있는 모습을 알아차렸다. 거의 셋이 보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제란드는 등을 진 모습을 한 채로 말하고 있는 중인데, 투란에 대한 묘한 확신은 제쳐놓는다고 해도 제란드가 보는 풍경 속에서 정말 멀쩡해 보이는 부분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이 거대한 암반이 넓게 펼쳐진 정상 풍경 속에서, 거의 그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자리한 분지(盆地), 높이 솟은 바위기둥에 달라붙어 바라보는 탓인지 조금 낮게 가라앉은 듯이 보이는 그 분지에는 풀빛과 물빛이 맴돌았고 이 소동 속에서 뭔가 평온한 분위기가 한껏 맴돌고 있었다.
“어, 저 녀석들도 저쪽으로 가는데?”
문득 알아차렸다는 듯이 멜란드가 중얼거렸다.
시알라와 페란드도 곧 멜란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둠고그, 헬 임프와 다크 레이디의 무리 중 일부가 제란드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움직이는 광경이 확실히 보였다. 그 녀석들 역시 이 소란 속에서 유일한 안식처를 찾아낸 듯이 꽤나 바쁜 모습이었다.
“가자.”
시알라가 조금 더 주변을 둘러본 다음, 확실하게 결정을 내렸다.
제란드는 그 소리가 신호라는 듯이 바로 앞으로 뛰쳐나갔고, 작고 가늘면서도 긴 날개를 한껏 뽑아내며 펄럭거렸다. 페란드는 제란드가 나아가며 길게 늘어뜨린 가는 밧줄을 냉큼 잡아 올리면서 말해야 했다.
“흩어져서 갈라지지 않게 조심해! 멜란드, 너도 얼른 뛰어!”
멜란드가 세차게 바위를 박차고 날아올랐고, 순식간에 제란드를 지나쳤다.
시알라는 멜란드가 여전히 쥐고 있는 밧줄에 새로운 밧줄을 걸고 팔에 감아쥐면서 내달리듯이 바위기둥의 경사를 밟아 내려가다가 뛰었다. 저편에 닿은 멜란드가 이미 힘을 주어 밧줄을 당기고 있는 광경을 보면서.
페란드는 누나와 동생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다가 잠깐 눈길을 돌려서 자신들이 빠져나온 깊은 바위 틈새를 내려다봤다. 제란드가 꽤나 자신 있게 투란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는 듯이 말하기는 했지만, 과연 이 거대한 붕괴(崩壞) 속에서 그런 장담을 하는 근거가 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면서 무작정 투란을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은 분명했다.
약속했던 닷새도 이미 이틀이나 지나쳤고…….
한숨을 입가에 머금은 채로 페란드는 당겨지는 밧줄에 몸을 떠맡기듯이 뛰어야 했다. 일단은 이 무너져 내리는 곳에서 벗어나야 했다. 투란의 행방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네 남매마저 서로를 잃은 채로 헤맬 수는 없으니까.
콰직, 퍼억!
“젠장, 위에 또 있잖아!”
투란은 투덜거리면서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후려쳐서 밀어버린 바윗돌이 뒤를 따라 떨어지는 또 하나의 바윗돌이 그 손에 막혀서 옆으로 튕겨나갔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드라고니아가 투덜거리는 투란을 향해 바로 탓하는 소리를 쩌렁쩌렁 질렀다.
투란도 이 소리를 얌전히 듣고 있지는 않았다. 버럭, 무너지는 바윗돌 틈새를 가르겠다는 듯이 소리를 질러댄다!
“진정시킨다며! 왜 전혀 진정이 되지 않는 거냐고, 이거!”
―시간이 걸린다고 했잖아! 애초에 저질러놓은 게 누구야!
“저지르긴! 그냥 그 미로 속에 있는 것만 징징거렸잖아! 네가 진정시키려고 한 짓 때문에 무너지는 거잖아!”
―그 징징거림이 다른 곳에 무슨 짓을 저지르기 전에 진정시키자고 한 거잖아! 당연히 그 힘을 이쪽으로 유도해서 처리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면 여길 다 부숴 놓을 거란 말은 왜 빼놨는데!”
―투란, 네가 끝마무리를 완전히 하지 않고 손을 뺀 탓이라고!
“다 끝났다면서! 슬슬 손 떼도 된다며!”
―슬슬 손 뗀 게 아니잖아! 느닷없이 확 떼버렸잖아!
“그 상황에서 계속 손대고 있으라고! 아오옷!”
투란은 다시 떨어져 바윗돌을 옆으로 밀치면서 짜증을 냈다. 검고 반짝거리는 결정질의 거대한 손은 바윗돌을 가벼운 모래알처럼 튕겨냈기 때문에 별 타격은 없었지만, 그런 손을 유지하기 위해서 형성하고 있는 거대한 거인의 체격은 떨어지는 바윗돌 무더기를 헤치고 위로 올라가기 쉽지가 않았다. 덕분에 계속 바닥에서 허우적대는 꼴이었고, 이것이 투란의 짜증을 계속 부추기는 듯한데…….
―마그마 로드의 몸통이었잖아! 그딴 파동(波動)의 역류(逆流)에 좀 부서지고 금이 가봐야 아무 상관 없었잖아! 그 역류를 그냥 받아들였어도 되는데 왜 느닷없이 손을 떼서 암반에 다 몰아넣냐고!
“크앗!”
투란은 목청을 울렸다.
검은 수정으로 이뤄진 거인의 몸, 그중에서 얼굴과 목, 가슴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사람의 형상을 이룬 채라 소리를 내서 떠드는 데 상관이 없었지만, 바윗돌 무더기와 함께 쏟아져 내리는 티끌과 먼지를 고스란히 숨쉬기는 쉽지 않았다.
이는 곧바로 드라고니아로 하여금 새롭게 빈정대는 소리를 꺼내게 했으니…….
―대체 목구멍이랑 숨구멍은 또 왜 그 꼴을 하고 있는 건데! 여기서 벗어나고 나서 숨통을 트이면 될 것을 왜 미리 사람의 모습으로…… 그렇게 크고 굵은 목 줄기를 하고 있으니 먼지를 덩어리째로 삼키겠구만!
‘시꺼! 숨도 쉬지 않는 마그마 로드의 형상을 하고 있으면 나가기 싫단 말이야! 처음에 방향을 잘못 잡아서 아래로 파고들기부터 했잖아! 이 갈라지는 틈새에서 바람결을 느끼고 위로 올라가려면 숨이라도 쉬어야 한다니까!’
굵게 쏟아져 내리는 먼지…… 이제는 먼지라기보다는 돌가루에 가까운 것이 코와 입에 닿는 탓에 투란은 소리 내지 못하고 뇌리의 생각만으로 반박해야 했다. 이런 생각은 확실하게 투란으로 하여금 이 붕괴의 원인이 된 상황을 되새기기도 했으니…….
* * *
아련하게 울리는 느낌은 바로 앞에 우뚝 선 마그마 로드의 정수를 통해 나오고 있었지만 ‘광야의 미로’ 안쪽 아주 깊은 곳에서 웅장하게 스며나오는 것을 선명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웅장함은 투란에게 기묘한 쾌감을 주는데…….
―이 미친! 하지 마! 미로 안쪽을 헤집어 놓는단 말이다! 이런 망할!
드라고니아로 하여금 격렬한 경악을 토해내게 했다.
‘헤집어놔?’
투란으로서는 당연히 그게 뭔 소리인가 싶었고…….
―미로 안에서 이 울림을 따라 기어 나올 놈들도 있단 말이다!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돼!
‘마그마 로드를 더듬어서 나온다고? 스톤 가드가 휘젓는 곳에서?’
투란은 한층 더 어이없어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자리에 열린 구멍을 막으며 채운 마그마 로드의 파편이야 본체이자 근원인 투란을 만나 얌전하게 수정처럼 굳어진 모양을 하고 있지만, 저 안에서 투란의 외침에 호응한 파편과 가닥은 전혀 아니었다. 마그마를 분출시키면서 닿는 곳을 불 지르고 녹여 삼키는 포악한 몬스터의 성질을 있는 대로 드러내는 것이 투란 자신의 외침에 호응하듯이 되돌아오는 느낌 속에 또렷하게 파악되고 있었으므로!
―탈출구가 없는 곳에서 유일한 탈출구가 생겼다! 용암이고 뭐고 그딴 거 따질 여유가 있을 것 같아? 벗어나지 못하면 차라리 용암에 빠져 죽을 각오를 하는 놈이 더 많을걸!
드라고니아는 투란의 생각에 바로 울컥하는 설명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는 확실하게 투란에게 뜨끔한 말이었다.
뭐가 되었든, 마그마의 열기와 파괴적인 흐름조차 무시하고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면 정말 가볍게 대할 수가 없잖은가. 하지만…….
‘에, 그래서 어쩌라고?’
투란으로서는 뚱하니 이렇게 되물어야 할 상황이었다.
이미 소리는 질러놨고, 마그마 로드의 파편과 가닥은 저 미로의 깊은 곳에서 신난다고 메아리를 되돌려 보내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뭘 어찌할 수 있다는 것인가?
드라고니아도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히는 듯, 잠시 침묵했다.
이 침묵은 그저 말문이 막힌 탓에 당황한 것은 아니었다.
―파워 서클. 여기에 파워 서클, 너의 골든 서클의 새로운 분기(分岐)를 만들어두자. 그러면 마그마 로드가 미로 안에서 활동하는 부분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 수 있어. 더불어 안에서 기어 나올 놈이 세상의 섭리에서 어긋난 것이라면 바로 걸러낼 수 있도록도 할 수 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투란에게는 정말로 느닷없고 뜬금없는 제안이었다.
여기에 파워 서클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