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23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24)
콰아, 촤아아!
거센 물결이 허공에 떠오른 야수 바위를 향해 쏘아져 흘렀다.
3, 4미터의 길이와 폭이 멋대로 엉긴 듯한 크기의 야수 바위였지만, 물결이 단숨에 야수 바위를 관통하며 휘감는 물웅덩이처럼 허공을 향해 밀려나가는 광경이었다.
“우에― 으헛?”
투란이 혀가 꼬인 듯한 놀란 소리를 내고 말았다.
―이런 망할…….
드라고니아도 흠칫한 듯, 투란과 느낌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놀란 기척을 보였다.
야수 바위는 돌무더기로 이뤄진 형체가 완전히 물결에 휘말려 버린 꼴이었고, 그 안에 잔뜩 담고 있던 자갈 사이의 부스러기로 보였던 잔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허공으로 솟구친 거대한 물줄기, 커다란 손아귀 형상을 이루는 소용돌이가 이뤄낸 모양이었다. 그 소용돌이의 뿌리는 투란의 왼팔, 어깨에서 팔뚝으로 흘러가며 완연히 물로 변해 있는 손이었다.
그야말로 맨손을 내질러서 큰 바위 한 덩이를 공중에서 움켜쥐는 소용돌이의 손아귀를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는 광경이었다.
전혀 이런 상황을 상상하지 못한 탓에 투란은 놀랐고, 드라고니아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 상황에 황당해하면서도 살짝 분개하는 낌새를 보이는 중이었다.
하지만 놀라는 것과 별개로 투란은 냉정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야수 바위를 이루는 자갈, 돌의 무더기는 계속 소용돌이치는 물줄기에 밀려 위로 더 높이 치솟았다. 그런데 그 속에 짓이겨지고 있던 부스러기, 피와 살이 엉킨 뼈조각 잔해는 물줄기에 휩쓸려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그러면서 투란은 바로 묻는 것도 잊지 않았다.
‘뭐야, 정령수라는 게 이렇게 엄청나게 날뛰는 거였어?’
―당연히 아니지! 몬스터 로드의 고유 마력이 지닌 특성이랑 엮인 탓이다! 몬스터 에센스를 삼키고 문장의 주인을 전혀 다른 상태로 변환(變換), 상태(狀態)까지 전이(轉移)시키는 마력이 네게 깃든 정령수에게 영향을 끼친 거야!
‘좋다는 거야, 나쁘다는 거야?’
투란은 드라고니아가 은근히 성질 부리는 낌새를 알아차리면서 되물어야 했다.
―너, 대체 지금 뭐 하는 거냐?
드라고니아는 대답보다 먼저 투란이 보이는 행동에 대해 묻고 있었다.
묻고 답하는 중이었지만, 투란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물줄기로 변해 커다랗게 소용돌이치고 있는 투란의 왼팔은 야수 바위를 더 높이, 야수 바위가 그 자갈 무더기로 이뤄진 내장(內臟) 속에 담고 있던 잔해는 바닥으로 끌어내려 쌓고 있었다.
맞물린 채로 한 덩이가 된 듯이 맴돌고 있는 소용돌이였지만, 방향이 전혀 다른 흐름을 간직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상황이었다. 마치 소용돌이로 이뤄진 팔은 이렇게 짜여 있어야 한다는 듯한…….
‘뭘 하냐니? 당연히, 음…… 당연한 거까지는 아닌가. 암튼, 저게 삼킨 걸 주우려 하는 거지.’
―뭐? 왜?
‘어? 에, 시체줍기라고 하는 건데?’
―헬 임프의 잔해잖아!
‘그래, 딱 그렇게 보여.’
소용돌이가 굽이쳤고, 팔꿈치처럼 굽은 모양에서 돌돌 말리고 뭉쳐진 잔해가 툭툭 떨어져 내렸다.
물기가 맴도는 잔해…… 찢긴 살점 조각 사이로 은은하게 피어나는 붉은 빛깔은 핏빛이라기보다는 달아오른 불덩이 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 불그스름하니 조각난 살가죽도 피가 번져 나온 느낌보다는 숯불 속에서 막 꺼낸 듯했다.
문득 투란은 주변이 꽤나 메마른 채란 것을 깨달았다.
야수 바위가 물과 땅의 경계에서 뛰어놀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는데, 물가가 눈에 바로 와닿는 곳인데도 이 땅은 메마른 채로 돌과 흙이 퍼져 있었다.
드라고니아가 다시 뭐라 잔소리하려는 듯한 것을 투란은 느낄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 흘려버리면서 높이 뜬 야수 바위를 바라보면서 물줄기가 된 팔의 감각에 집중했다.
‘오러…… 볼텍스…… 내 팔…….’
‘악마의 심장’을 통해 기억하고 익숙해진 오러의 흐름, 그 흐름을 받아들인 정령수 휘드라곤이 투란의 팔에 깃든 채로 이런 변신을 하게 해줬다. 물줄기가 되었음에도 이 팔은 여전히 투란 자신의 팔이며 오러의 흐름과 감각을 그대로 지녔다!
‘라고 한다면.’
―응? 야, 뭘 하려고?
투란이 뭔가 이상한 생각을 한다는 것을 눈치챈 드라고니아가 잠깐 멈춰보려 했지만, 투란은 이미 마음에 떠오른 대로 하고 있었다.
‘천칭’을 중심으로 삼은 오러가 짙어졌고, 투란의 왼팔은 몬스터 로드의 왼팔답게 몬스터의 형상을 드러내기 시작하니…… 검붉은 재가 물줄기 속에 섞여 소용돌이 안에 퍼져 나갔고, 엉키고, 단단해지면서 이글거리는 붉은 용암의 흐름이 드러났다.
야수 바위는 물의 소용돌이에서 순식간에 용암의 소용돌이치는 형상에 밀어 올려진 꼴이 되었다. 흡사 용암의 손아귀에 쥐어진 것처럼!
곧 용암의 손아귀가 검고 단단한 결정을 살갗처럼 두르며 야수 바위를 움켜쥐고 땅바닥에 내리찍었다.
쿵!
바위가 마르고 단단한 땅과 충돌하며 격한 소리가 울렸다.
그 울림이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것을 느끼며 투란은 웃었다.
‘되네?’
―이게 무슨?
물로 변해 있던 팔, 이를 다시 원래 형상으로 되돌리는 과정 없이 투란은 바로 자신의 오러를 이용해 몬스터 엠블럼의 고유 마력을 이끌어냈고, 곧장 마그마 로드의 형상으로 전이시켰다.
드라고니아가 상상한 적이 없는, 결코 생략할 수 없을 듯했던 변화가 순식간에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투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버둥거리는 야수 바위를 억누르는 손아귀, 시커먼 껍질 사이로 붉은 가닥이 질주했고 톱니를 지닌 원을 그려냈다. 투란의 가슴에서 자리 잡고 있었던 작은 핏빛의 고리가 검은 돌의 살갗을 두른 용암의 손아귀에 나타난 듯했다.
그리고 야수 바위를 찍어 누르고, 녹이며 조이니…… 야수 바위는 마그마의 열기에 녹아 그대로 삼켜지는 듯하다가 투명한 광채를 뿌리며 티끌처럼 흩어졌다.
―어?
이번에는 드라고니아가 생각조차 멈춘 듯, 멍한 울림을 투란의 뇌리에 흘려넣고 말았다.
‘어. 이것도 되네.’
투란은 그 멍한 반응에 즐겁게 응해줬다.
소용돌이치는 팔이 오그라들었다.
야수 바위의 흔적이 사라졌다.
마른 땅에는 야수 바위가 토해낸 듯한 잔해만이 남았다.
투란은 천천히 숨을 몰아내쉬면서 그 잔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손을 덮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뒤늦게 정신이 돌아온 듯한 낌새로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골을 망치로 두들기는 듯한 외침을 터뜨렸다.
‘야, 머리 울리게 하지 마. 집중력 떨어진다고.’
―너, 알고 한 짓이냐?
조금 침착해진 듯한 물음이었다.
‘어? 그야…… 짐작했다고 해야겠지.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차분하게 대답하면서 투란은 투명하게 티끌이 되어 사라져가는 잔해를 지켜봤다. 몬스터 에센스가 확실하게 남아 있는 잔해였다. 그리고 여러 가지가 기묘하게 뒤섞인 듯한 나머지…….
그 느낌이 투란에게 새로운 웃음을 머금게 했다.
‘야수 바위도 이것저것 잘 집어 먹는구만.’
‘천칭’의 풍경 속에서 헬 임프, 다크 레이디의 반쪽 형상, 둠고그의 기묘한 팔뚝이 차례대로 등장하고 있었다. 야수 바위가 전부 잡아먹은 것인지, 아니면 돌아다니다가 땅에 굴러다니는 것을 집어 먹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투란은 조용히 티끌이 되어 사라지지 않고 남은 것들을 뒤적여봤다.
얼마 되지 않지만, 그 안에는 단단한 가죽, 껍질의 파편이 있었다.
헬 임프 계통과는 전혀 다른 잔해였고, 몬스터 에센스조차 없는…….
이를 잠시 뒤척이는 투란의 손끝에는 검은 일렁임이 잠깐 맴돌았고, 눈가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난 일렁거림 속에서는 작은 눈알이 툭툭 불거지면서 구르는 듯한 모습도 드러났다.
“여기, 생각보다 재밌는 게 많은 모양이네?”
투란은 입을 열고 소리 내서 중얼거린 다음, 바로 땅을 박차고 활짝 열린 시야에 잡힌 것을 향해 뛰었다. 카프리곤의 강인한 다리는 암석의 소질을 드러내는 단단한 땅바닥조차 파내며 기묘한 발톱 자국을 남겼다.
투란이 바라본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듯, 드라고니아가 급히 외친다.
―너무 가까이 가지 마라! 저건 몬스터 휠 스네이크야!
‘뱀?’
눈에 보이는 것, 드라고니아가 확인해주는 것을 보던 투란은 갸웃했다.
분명히 한쪽은 뱀의 머리와 몸통인데, 길게 이어지는 뱀의 몸꼬리 부분이 세 가닥으로 갈라져 있었다. 그 세 가닥을 삼각 지지대로 삼아 땅에서 우뚝 선 듯한 꼴로 고개를 빳빳하게 높이 쳐들고 있으니, 저게 과연 뱀인가?
헬 임프 몇 마리에게 둘러싸인 채로 쉭쉭거리고 있는 꼴이 심상찮다!
심지어 머리가 납작해서 쟁반처럼 좌악 펼쳐진 꼴이기도 하잖은가!
저 쟁반머리를 휘둘러서 헬 임프 몇 마리를 이미 토막 낸 듯한 분위기는 또 뭔가!
―너, 코브라라는 품종의 뱀에 대해서 몰라?
‘몰라. 그런 뱀도 있나? 머리가 쟁반처럼 생겼다는 뜻이야?’
―머리가 아니다. 잘 봐, 목덜미가 펼쳐진 거야. 독을 뱉는 뱀이고, 몸통도 제법 커서 독사이면서도 구렁이이기도 한 독특한 품종의 뱀이지.
‘몬스터라며? 그냥 뱀이야? 꼬리도 세 가닥인데?’
투란은 거리를 둔 채로, 휠 스네이크인지 코브라인지 아리송한 소리를 하는 드라고니아에게 따졌다. 독을 뱉는지 어떤지는 나중 일이고, 세 가닥 꼬리로 버티고 선 채로 목인지 머리인지를 쟁반처럼 펼친 휠 스네이크는 다가서는 헬 임프를 베어넘길 자세로 시익대고 있었다.
―휠 스네이크, 혹은 휠 서펜트라고 일컫는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뱀의 형태를 바탕 삼아 생겨난 것들이야. 정상적인 뱀과 다른 점이라면, 꼬리가 세 가닥이고 저렇게 삼각 지지대로 활용하면서 발딱 일어선 채로 머리와 몸통으로 적을 두들겨 패는 짓을 한다는 거?
‘그게 어디가 뱀이냐! 뱀이랑 닮은꼴일 뿐이잖아!’
―그런 짓 말고는 뱀의 습성을 그대로 잇고 있거든. 그래서 저렇게 서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뱀과 마찬가지로 대처하는 게 좋다. 다만 저렇게 서게 되면…….
드라고니아의 설명을 더 들을 필요가 없었다.
헬 임프가 앞뒤로 휠 스네이크를 움켜쥐겠다고 작은 날개를 펄럭이며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휠 스네이크 코브라의 쟁반 같은 머리부분이 사방을 향해 휘둘러지는 도끼처럼 움직였다.
그 광경 속에서 투란은 예상하지 못한 것을 보고 흠칫했다.
‘어? 저거 껍질이…….’
뱀의 비늘 사이로 수정의 광채가 보이나 싶더니, 정말 수정의 껍질이 휠 스네이크의 몸에 돋아나면서 날카로운 음향이 허공에 울려 퍼졌다. 앞뒤로 달려들던 헬 임프가 베이고 잘린 채로 땅바닥에 뒹굴었다.
―결정화 능력까지 갖췄나. 대부분 그저 조금 단단해지는 정도인데, 역시 이곳에 사는 놈답게 제대로 된 괴물의 능력이 있군.
‘결정화?’
―크리스털 애시랑 비슷한 능력이다. 몸의 일부를…… 저 녀석은 아마 껍질에 한정해서 크리스털 상태로 변신시킬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해서 헬 임프를 베어낼 정도의 예리한 강도(剛度)를 확보했겠지.
‘흐흠, 그렇단 말이지.’
투란은 베였지만 완전히 토막 나지 않은 채로 간신히 살아서 허겁지겁 도망치는 헬 임프를 흘깃하고, 오른손을 휘저었다.
사앗.
투란의 오른손에 작은 이빨이 쥐어졌다.
―야, 또 뭘 하려고?
‘응? 당연히 사냥이지.’
―헐?
투란의 대꾸에 드라고니아가 어처구니없어했지만, 투란은 이미 손발을 재빠르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헬 임프가 떠난 빈자리를 차지하듯 휠 스네이크의 회전반경 속으로 뛰어들었고…….
시잇, 쉬이잉!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처럼 날아드는 뱀의 목덜미가 얄팍한 칼날 같은 광경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투란은 그 궤적을 피하듯 몸을 누이고 그 아래로 미끄러져 갔지만, 오른손은 그 궤적에 맞서는 궤도를 타고 움직였다. 투란의 오른손에서 샤벨투스의 이빨이 길게 솟구쳤다.
카칵, 싹둑.
예리하고 날카롭게, 단단하게 변해 있던 휠 스네이크의 목이 그대로 잘리며 나뒹굴었다.
“언젠가…… 기어코 샤벨투스를 사냥하겠어!”
잘린 휠 스네이크, 코브라 타입의 몬스터가 번들거리는 비늘 사이로 피를 쏟으며 쓰러지는 광경을 보며 투란이 중얼거렸다. 그러는 사이, 투란의 오른손에서는 샤벨투스의 이빨이 다시 얄팍하고 작게 변해 감춰졌다.
헬 임프 떼가 맨손으로 달려들며 뜨겁게 움켜쥐려 했던 것을 샤벨투스의 이빨은 그저 마주치는 한 번의 움직임으로 토막 낸 것이다.
―결정화가 풀렸군.
드라고니아는 흥미롭다는 듯이 중얼거리면서 투란의 말을 못 들은 척하고, 이 상황을 아예 모르는 척해버렸다.
하지만 투란의 손에서 다시 ‘천칭’의 핏빛 고리가 그 무늬를 드러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마구잡이로 서두르는 거야! 작작 좀 하라고!
드라고니아는 투란의 ‘천칭’이 다시 몬스터 에센스를 삼키려 하는 광경에 울컥한 외침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째서 이리 서두르는가, 그 외침에는 깊은 염려가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