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2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29)
―연금술사들이 만든 바람배, 구름처럼 둥둥 떠서 바람 타고 날게 해주는 도구! 본 적 없어? 들은 적도?
‘뭔데? 몰라, 그런 거! 아, 혹시 연을 말하는 거야? 오러클 아저씨가 가끔 하늘에 날리는 걸 본 적 있는데…… 사제 아저씨들을 엄청 무서워 떨게 하는 거였어, 그 연날리기…….’
―연을 날리는데 사제가 떨어?
‘거기 묶인 채로 같이 날려졌거든.’
드라고니아가 잠깐 침묵하는 사이에 투란은 제란드가 하는 말을 한쪽으로 들으면서 풍선에 대해 정리할 수가 있었다. 어딘가 샤오콴 마을에 찾아왔던 오러클이 날리던 연과 닮은 듯하면서도 꽤 달라 보이는 뭔가…… 그게 바로 풍선인 듯하잖은가.
“어, 잠깐만. 그러니까 그게 줄을 매달지 않고 그냥 띄운다고? 얇은 천으로 알처럼 만들어서, 수십 개…… 수백 개? 그렇게 많이 엮어서 속을 비운 채로 띄우면 띄워져?”
“그냥 얇은 천이 아니었어. 고무로 된 천이었어.”
“응? 고무로 얇은 천을 만들어? 아니, 왜?”
투란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 고무쇠, 그 경우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고무는 끈질기고 탄력이 있는 귀한 소재였다. 강철 같은 강도까지 갖추면 더 좋겠지만, 대충 고무 위에다가 쇠사슬을 덧댄다든가 철판을 조각내서 붙여놓기만 해도 이모저모로 충격을 완화시켜 주는 좋은 소재인 것이다. 쉽게 고무를 채취할 수가 없어서 문제이지, 쉽게 구할 수만 있다면 헌터들의 장비마다 거의 덕지덕지 쳐발라놓는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고무라도, 얇게 천으로 만든다면 별 쓸모가 없을 텐데?
제란드도 이런 투란의 의아함을 안다는 듯이 답한다.
“완전히 고무만으로 된 천은 아니었고, 고무를 섞었다고 봐야겠지. 아무튼 고무처럼 질기고 길게 늘어지면서도 쉽게 갈라지지 않았고…… 마법사가 아주 여러 가지로 신경 써서 만든 거였어. 주먹만 한 작은 덩어리가 한순간에 활짝 펼쳐지면서 아주 넓게 퍼지는 알 수백 개가 되었거든. 그 위에다가 얇은 철판이랑, 이것저것 깔고 덧대는 것처럼 올려놓으니까, 마치 하늘에 둥실거리며 떠 있는 카펫, 가죽 깔개 같았지.”
“흠…….”
투란은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드라고니아에게는 이 정도로 설명이 충분한 모양이었다.
―머리를 꽤 썼군, 아겔페스!
이렇게 반응하고 있었으니…… 투란으로서는 슬그머니 약이 좀 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투란은 제란드를 향해 의심 가득한 물음을 바로 던진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깔개라면…… 마법을 쓴 거잖아? 풍선이니 뭐니 쓸 필요가 없었을 텐데?”
마법사면서, 그것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금색의 마도사잖은가.
도대체 그런 마법사가 뭐하러 귀한 소재인 고무를 갖고 그런 이상한 짓을 했을까?
투란이 던진 물음은 꽤나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제란드 역시 이를 인정하듯 조금 어색한 웃음을 짓고는 답한다.
“글쎄, 마법을 어느 정도 썼는지는 잘 모르겠어. 다만…… 그 도구가 아니면 그 숲을 넘어올 수 없다고 했으니까. 우리야 뭐…… 세란드 형을 찾으러 아주 깊이 들어와야 할 판이었으니까 자세히 묻지 못했지.”
“흠…….”
이번에는 투란이 조금 어색하니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아겔페스가 금색의 마도사라 불렸다든가 하는 부분보다 먼저 이름이 아겔페스라는 것부터 모르는 채로 네 남매는 이곳에 유인당했다. 그러니 대체 그 풍선이란 것을 왜 활용했는지, 어째서 필요했는지…… 제란드가 모르는 것도 당연할 수밖에 없잖은가.
―마법으로 넘어올 수 있는 숲이 아니야. 그 풍선을 이용한 도구는…… 속을 채우는 데는 마법이 쓰였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풍선이 부풀고 공중에 띄운 다음부터는 마법을 전혀 쓰지 않았을 거다.
드라고니아가 불쑥 늘어놓는 말이었다.
“숲이라…….”
투란은 일단 다른 부분을 제쳐 놓고, 제란드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입에 담았다. 제란드도 뭔가 설명하기 힘들어지는 마법사의 풍선 이야기를 멈추고, 숲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한다.
“꽤 유명한 숲이지. 연금술사 사이에서는 역병(疫病)의 수해(樹海)라고 장난기 전혀 없이 투덜댈 정도니까. 마법사들은 플레이그 포레스트라고 하는데…… 연금술사가 하는 말을 마법사의 말로 그냥 옮겨놓은 정도라고 해.”
“역병……?”
투란이 잠깐 움찔했다.
드라고니아가 바로 설명한다.
―전염된다는 뜻이다. 독이라고 하기에도 힘들고, 어쨌든 생명에 손상을 주고 쇠약하게 만들었다가 죽이니까…… 거기에 플레이그(Plague)라는 이름이 붙는 것도 당연하겠지. 그 위를 마법으로 날려고 하다가는 바로 추락하지. 그래서 아겔페스가 풍선을 응용한 도구를 만들어낸 거야.
‘역병이란 말은 나도 알아! 아니, 잠깐! 뭔 병이니 독이니 하는데 마법으로 날려다가 추락을 한다는 거야?’
―그 숲에 사는 녀석들 중에 마법에 민감한 녀석들이 공격하거든. 뭐, 어차피 그리로 가는 길이니까…… 가서 보면 알 거야.
‘넌 왜 그리 여유 있는데!’
―드라코눔 일족에게 그 숲이 문제 된 적이 없어서…….
‘헐?’
입술 한쪽 끝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투란은 살짝 망루 난간에 발을 걸치면서,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멀리 보려는 시늉을 했다. 제란드가 그런 투란을 보다가 함께 멀리 보는 눈길을 던지면서 하던 말을 잇는다.
“그 숲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나무가 풀밭처럼 보이지. 가끔가다가 불쑥 튀어나온 높은 나무가 있기는 하지만, 풀밭에도 가끔 꽂혀 있는 나무가 있기 마련이잖아. 오랫동안 그 숲을 넘은 사람은 없었고, 세란드 형을 만나려면 어떻게든 지나야 할 곳이었어. 겔퍼…… 마법사가 그때 우리한테 세란드 형과 함께 갔던 마법사가 쓴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거란 말을 했지. 계속 찾고 있다고…… 그러다가 몇 년 만에 찾아냈다고 했었어. 숲을 거치지 않고 숲을 넘는 방법, 새도 지나가지 못하고 마법으로 날아 넘지도 못하기 때문에 가로질러야 하는 숲을 안전히 건너는 방법. 뭐, 어디까지 진짜인지 거짓말이었는지 이젠 알 수가 없지만…….”
희미해진 지난 일을 더듬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투란은 기지개를 켜듯이 등을 폈고, 팔을 휘저어 보였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던 제란드는 문득 투란의 모습이 변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살갗 아래에서 핏줄이 은은한 불꽃의 색채를 뿜어내며 이글거리는 것이 보였고, 등에서 가늘게 뻗어나온 뼈대가 불꽃무늬를 간직한 채로 날개의 형상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별빛 아래에서 불꽃을 두른 채로 공중에 뜬 투란…… 어떻게 봐도 신기한 마법의 효과처럼 보였다.
제란드의 눈이 껌벅였고, 고개가 갸웃했다.
“헬 임프야?”
시알라가 다크레이디를 삼킨 다음에 보이던 모습과 얼핏 비슷한 느낌이지만, 그보다는 확실히 꼬맹이인 헬 임프가 덩치를 쑥쑥 키워서 어른처럼 된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묻는 말이었는데, 투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응. 역시 체격에 맞게 끌어내면 이 정도 날개는 되네.”
“체격에 맞게?”
의아해하는 제란드를 슬쩍 내려다보는 자세로 투란이 헬 임프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불꽃이 번져가는 듯한 기묘한 날개는 원래 헬 임프의 체격에서는 나올 수 없는 크기였지만, 다크레이디가 활짝 펼쳐 보이는 날개보다는 분명히 작았다. 그러나 그 날개의 크기와 상관없이 이글거리는 뜨거움을 간직한 날개는 투란을 공중에 띄워주고 있었다.
“헤에, 역시 별로 부지런하지 않아도 뜨네!”
투란이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고, 제란드는 천천히 자신의 문장에 집중했다.
곧 제란드의 등에서도 불꽃무늬가 번져가는 듯한 날개가 체격에 맞는 크기로 돋아났다.
“윽? 이거 균형 잡기가……!”
뭔가 팔락대는 날개에 억지로 묶여 떠오르는 듯한 꼴이 된 제란드가 놀란 소리를 냈다. 투란은 그 앞쪽을 가볍게 둥실거리면서 말한다.
“너무 움직이려고 하지 마. 헬 임프 꼬맹이들도 그렇게 부지런하게 날갯짓을 하지는 않았다고. 그러니까 음…… 살짝 펼치고 숨을 고르게 쉬면 뜨는 느낌? 오, 그래 그렇게 하면 된다고! 방향 잡고 가려는 곳을 정한 다음에만 날개를 좀 세게 움직이고!”
제란드는 투란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금방 가볍게 몸을 세운 듯이 둥실거리며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이 해냈다는 즐거움보다, 제란드는 헬 임프의 형상을 확대해서 어른인 듯한 체격으로 형성했다는 점에 더 놀라고 있었다.
“이렇게도 되는 거였어?”
“응? 되고 있잖아?”
투란이 살짝 의아해하면서 대꾸했고, 제란드는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되짚어 보면, 날개랑 상관없이 핏줄이나 살갗 쪽으로는 이미 체격이 오그라들지 않은 채로 헬 임프의 불타는 듯한 핏줄과 속살을 형성할 수 있었다. 날개는 아무리 꺼내도 작은 형태 그대로였기에 그냥 안 되는 건가 했는데…….
‘어째서 투란이 하는 걸 보고 말을 듣고 나니 바로 되는 거지?’
제란드에게는 새롭게 떠오른 의문이었다.
투란은 이런 제란드의 기분을 바로 알아본 모양이었다.
“흐흠? 후훗, 제란드. 몬스터 로드의 역량은 몬스터와 사람 사이를 얼마나 좁히느냐, 서로 다른 특성 때문에 솟아난 장벽을 얼마나 빨리 치우느냐라고! 잘 생각하고, 상상을 잘하면 안 되는 일도 이렇게 그냥 될 때가 있어!”
으쓱하면서 말하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들은 이야기를 옮기는 듯한 투란을 잠깐 물끄러미 보다가 제란드가 불쑥 말한다.
“그러다 잘못되면 미쳐 날뛰는 거야?”
“음? 그, 그런가!”
투란이 살짝 해쓱해진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제란드는 그 모습에 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투란도 멋쩍게 웃음을 지었고, 천천히 웃음을 그친 제란드가 신중하게 말한다.
“어쨌든, 사람이란 자신을 잊지 않는다면 괜찮은가 보네. 누가 하는 걸 보면 한층 더 쉬워지기도 하고 말이야. 덕분에 이렇게 가볍게 날 수 있게 되었어, 투란.”
“어? 아, 그런데…… 좀 지치지 않나?”
투란이 다시 망루에 발을 디디며 말했고, 제란드도 금방 그 말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헬 임프의 날개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힘이 소모되고 있었다.
제란드는 두어 번 날개를 펄럭여 보이고는 투란처럼 바로 내려섰다. 그리고 바로 자신이 느낀 그대로 말한다.
“분명히 속살만 변형시킨 것보다 까다로워. 하지만 쓸 만한걸. 연습한다면 조금 더 오래 날 수도 있겠어. 음, 하지만 투란…… 이 날개로 역병의 수해를 통과하는 거는 무리야. 거긴…… 진짜 넓거든. 마법사가 고안해낸 그 풍선 깔개로도 거의 두어 달 넘겼으니까.”
“그래? 제란드, 조금 더 자세히 말해줘. 아, 그 숲에 대해서가 아니고, 숲을 통과한 다음에 어디에 도착했는지, 어떻게 주변을 돌아 움직였는지, 절벽을 끼고 돌기 전에 대강 어디쯤이었는지부터가 중요하겠네. 길을 잃지 않으려면 그쪽으로 내려가는 편이 좋으니까.”
“그렇군. 그러니까 그건…….”
제란드는 헬 임프의 형상을 지우면서 천천히 보다 집중해서 기억을 더듬었고, 투란에게 이야기했다.
새벽이 다가오고, 아침 햇살이 떠올라 물결에 흩어지며 별빛보다 세차다는 것을 자랑할 때까지!
* * *
검푸른 빛, 간혹 섞인 붉게 달아오른 쇠처럼 반짝이는 빛을 머금은 숲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절벽을 외면하고 더 낮은 곳을 보겠다는 듯이 돌과 진흙이 엮인 땅을 향해 굽은 나무로 경계를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절벽과 숲, 그 틈새의 경계는 울퉁불퉁한 모양과 함께 그저 돌과 진흙만이 가득해서 따로 움직이는 것이 있는 낌새가 없었다.
하지만 절벽의 한 곳은 숲의 풍경이나 경계를 이룬 작은 들판의 모습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안개를 피워 올리면서, 절벽 위에서 가늘고 길게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고이고 있다 자랑하는 중이었다.
아무리 숲이 올려다보지 않으려 해도, 그 절벽의 한편은 짙은 안개를 흘러내면서 숲의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절벽 한편을 향해, 절벽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다섯 사람이 있었다.
숲이 지성(知性)을 지녔다면, 절벽에서 오랜만에 물줄기가 아닌 다른 뭔가가 떨어졌다고 호기심을 품은 눈길을 보냈을 듯한 상황인데…….
“아, 날개가 젖어!”
“젠장, 날개가 몸을 띄우질 못하네!”
“젖어서 그래!”
“아래는 물이야. 마법도 있으니까, 적당히 뛰어들어!”
옥신각신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목소리들이 울렸고, 그런 목소리를 무시하듯이 사뿐히 물줄기와 나란히 하던 움직임에서 벗어나면서 부드러운 선을 그리면서 내려서는 모습도 있었다.
“우왓! 누나, 혼자만!”
그 모습을 향한 투덜거림이 터졌고, 곧이어 첨벙거리면서 물에 고스란히 처박히는 소리가 울렸다.
펄럭!
날개와 함께 넓게 펼쳐졌던 로브를 다시 몸에 휘감으면서 시알라가 외친다.
“어서 나와. 아니면 불꽃 핏줄을 지우고서 씻든가!”
“혼자만 안 빠지고서는!”
멜란드가 투덜거리는 소리가 다시 울렸다.
“아, 시원한데? 마셔도 되나?”
물에 빠진 채로 홀짝거리는 투란의 목소리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