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3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32)
스아아…….
부드러운 소리가 깊은 울림을 간직한 채로 퍼져 나갔다.
검게 흔들거리는 듯한 바람결, 거기에 휩쓸리는 듯한 검은 티끌이 소리를 내는 듯했다.
“쿨럭!”
멜란드의 입에서 피가 토해져 나왔다.
제란드의 꽉 다문 입술 꼬리에서도 핏줄기가 가늘게 매달린 꼴이었다.
페란드는 꽉 다문 이를 드러내는데, 이빨 사이로 핏물이 그렁거리며 매달리는 상태를 피하지는 못했다.
세 형제가 느닷없이 피를 토하며 주춤하는 채로 억지로 버티는 자세가 된 것은 검은 티끌이 마법과 휩쓸리며 바람을 타듯 흩어지는 광경과 함께 벌어진 일이었다.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가를 살폈지만, 정작 일이 벌어진 것은 자신들의 몸뚱어리라는 상황이 아주 당황스러울 뿐인데―
“정신 차려! 꼬맹이 불꽃을 꺼내!”
시알라의 외침과 함께, 활짝 펼쳐진 불꽃의 날개가 세 형제를 휩쓸 듯이 덮었다. 더불어 시알라의 불꽃이 일렁이는 두 손이 제란드와 멜란드의 머리통을 바로 움켜쥐었고, 페란드의 목에는 불길이 흐르는 꼬리가 감겼다.
시알라가 일으키는 헬 임프의 불꽃이 거침없이 세 형제의 몸에 스며들었고, 이는 셋에게서 본능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화륵, 화르르!
조금 과하다 싶어 보일 정도로 세 형제가 불꽃의 핏줄을 돌출시켰고, 이글거리는 거센 불꽃의 파문이 드러난 살갗부터 속살까지 번져가며…… 뼛속 깊은 곳에서도 흘러나왔다. 조금 전까지 셋이 토해내며 머금었던 핏물은 갑자기 불붙은 기름처럼 너울거리는 불꽃을 흘려내며 다시 살갗 속으로 스며들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듯한 표정과 함께, 도대체 무슨 일인가 의아해하면서 멜란드가 외친다.
“이거…… 뭐야?”
제란드와 페란드도 서로를 바라봤지만, 곧바로 서로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 갑자기 피를 토했는지, 뭐가 몸에 침입했는지 느낄 수조차 없었다.
단지 분명한 것은 그게 뭐든 간에 불꽃이 흘러다니는 헬 임프의 몸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상황만 분명했다.
“시알라, 그렇게 계속 지켜줘. 모두 거기서 꼼짝 말고 있어!”
세차게 울려 퍼진 투란의 목소리는 곧 세 형제와 시알라에게 닿았다.
그다음에 네 남매가 뭐라 하기 전…….
“소일 헛, 소일 헛!”
거듭된 투란의 외침과 함께 흙의 장벽이 네 남매 주변에 겹으로 소용돌이치며 솟구쳤고, 반구형으로 맺혔다.
그리고 투란은…….
‘대체 어째서 전혀 느끼지 못한 거지? 네 프로브에도 반응이 없었잖아?’
거친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드라고니아 역시 다소 당황한 듯한 기분을 억누르는 듯한 낌새였지만, 그래도 아주 침착하게 대답을 한다.
―마력차폐(魔力遮蔽), 마력차단(魔力遮斷)의 능력을 지닌 미크론 스케일의 몬스터다. 너무 작아서 통상적인 감각 영역에서도 거의 포착되지 않고 그 능력 때문에 마법을 통한 감지 영역에서조차 벗어날 수 있는 경우야.
‘미크론 스케일? 그거 아주 작다는 뜻이잖아?’
―그렇지. 그 작은 것이 저렇게 떼를 지어서…… 젠장, 투란 저거 군체(群體) 몬스터였나 보다!
‘뭐?’
투란에게는 그게 무슨 뜻인가 잠시 막연했다.
하지만 중첩정화 주문에 밀려서 바람결이 되어 퍼지는 듯했던 검은 티끌이 한 방향으로 쏠리며 쌓이는 광경이 그 막연한 느낌을 지워줬다.
푸스슥, 푸슉.
땅을 밀어내며 뭔가가 치솟았다.
꽤 커 보이는, 투명하고 속이 텅 빈 듯이 보이는 두꺼운 껍질…… 양날 도끼처럼 보이는 앞발이 보였고, 단단한 각질을 두른 벌레와 비슷한 형체가 등짝만 밀어올린 듯한 모습이었다. 한데 그 비어 있는 듯했던 껍질 속으로 바람결과 함께 흩어지는 듯했던 검은 티끌이 스며들었고, 꽉꽉 채워진다!
그렇게 완전히 짙고 윤기 있는 검은색이 된 앞발이 뿌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들어 올려졌다가 땅바닥을 내리찍으니…….
푹!
예리한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도끼 자국이 남았다.
그리고 양날 도끼가 끝을 모으며 부드러운 작살의 촉과 같은 형태도 잠깐 만드는가 싶었는데…….
푸푹, 푹, 푹!
대놓고 작살처럼 찔러대는 동작이 이어지잖는가!
투란은 반사적으로 이를 피했고…….
―조심해! 머리 위!
드라고니아는 앞발뿐 아니라, 높이 치솟은 채로 투란을 내리찍어오는 작살촉 형태를 지닌 꼬리에 대해서 경고했다.
푸욱!
이 또한 피해내면서 투란은 저 검은 티끌이 뭉쳐진 형태가 뭐랑 닮았는가를 파악했다.
‘전갈?’
펼쳐지면 양날 도끼처럼 생겼지만 조이면 끝이 완전히 맞닿으면서 작살촉의 형태가 되는 앞발, 그리고 마찬가지로 생긴 끄트머리를 지닌 꼬리는 딱 전갈이 꼬리를 세운 듯한 모습이었다. 내리찍고, 쑤시는 꼴은 전갈과 조금 달라 보이기는 했지만…….
―머리는 새우다만, 지금 생긴 것 따질 때가 아니잖아!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관찰에 잠깐 동참하다가 급히 외쳤다.
‘새우? 더듬이도 수염도 없는데? 아, 뾰족하게 생긴 머리꼴이 그런가?’
문득 투란은 얼핏 한두 번 봤던 냇가의 벌레 같았던 새우를 떠올리며 대꾸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꼬리와 앞발이 작살처럼 찌르고 도끼처럼 내리찍는 것을 피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텅 비어 있던 몸이 꽉 채워지는 광경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껍질이 꿈틀거리며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야, 저거에 대해서 아는 거 있으면…… 짐작 가는 거라도 있으면 빨리 말해줘.’
대략 가늠해봐도 몸의 크기가 4, 5미터는 될 듯했고 마구 휘둘러대는 앞발과 다르게 아랫배 쪽으로 조금 길쭉한 원통이 몇 개 나타나면서 그 한쪽이 터지고 갈라진 듯한 모양으로 수십 가닥의 촉각을 뻗어내는 광경도 보이고 있었다. 더불어 채워진 껍질은 이제 완전히 단단해진 것처럼 덜걱거리는 소리를 더 또렷하게 내는 중이기도 했다. 그 와중에 둥글고 뾰족한 원뿔의 반토막 난 덮개처럼 보이던 머리에는 하얀 줄이 그어지며 긴 꼬리를 단 듯한 동그라미를 그렸고, 동그라미 안쪽에서 희끄무레한 광채가 일렁이며 뭔가 노려보는 낌새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어떻게 보든, 이 외형으로만 판단하자면 벌레가 수백 배로 커진 꼴인 몬스터라고 여길 만하지만…… 이 녀석은 껍질을 비워놓은 채로 티끌 가루가 되어서 흩어져 있었다. 그런 채로 몬스터 로드의 예민한 감각에도, 마법의 탐지에서도 은폐된 상태를 유지했었다.
투란이 뭔가의 오염(汚染)이라든가, 전염(傳染)에 대해 어림짐작해서 중첩정화의 주문을 후려갈기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잠복한 채로 있다가 단번에 무슨 짓을 했을 것이 분명한 몬스터였다.
들통나자마자 활동을 시작했고, 영문도 모르는 채로 피를 토하게 했을 정도니!
―군체형, 흔한 말로 저건 둥지를 트는 몬스터야. 그 둥지에 형체를 부여하고, 저런 식으로 단일개체, 한 마리 크고 억센 괴물처럼 활동할 수 있는 경우는 희귀하기는 하다만…… 숨결을 따라 체내에 스며들어서 균류(菌類)처럼 잠복까지 가능한 놈은 더 희귀하다. 이 주변에 흩어지는 검은 가루처럼 보이는 것이 모두 저것의 일부이며, 전부일 수 있기도 하지. 말하자면 이 주변은 저 녀석의 배 속이나 다름없을 수도 있다. 단순히 저 껍질을 때려부수고 짓뭉개놓은 정도로는 죽지도 않고, 제압되지도 않을 거야. 하지만 헬 임프의 불꽃에 타버리는 것 같기는 하군. 마그마 로드라면 주변 전부를 불태우고 녹여서 완전히 제압 가능할 거다.
‘아니, 저게!’
설명을 들으면서 도끼질과 작살질을 피하던 투란은 녀석이 땅 위를 주욱 미끄러지면서 꼬리를 흔들어대는 광경에 어이없어했다. 꼬리 끝도 집게발이랑 같은 구조였는지, 작살촉 모양이 양날 도끼처럼 끝을 가르고 펼쳐졌는데 그 노리는 대상이 투란이 아니었다.
녀석은 네 남매를 덮어놓은 소일 헛의 반구형 장벽을 두들기려 했다!
투란을 계속해서 노리는 척하며, 이리저리 방향을 트는 척하다가 단번에 저쪽으로 빠르게 미끄러지면서 냅다 휘둘러대는 모습인데, 그 꼬리의 양날 도끼가 굉장히 무겁고 세 보였다.
하지만 투란이 두 겹으로 쌓은 소일 헛의 장벽이 과연 저 정도에 부서질 것인가? 순간, 드라고니아가 빠르게 외친다.
―투란, 저놈은 마력을 차단하는 힘이 있다! 소일 헛의 자체 방어 마법이……!
“으라랏!”
한쪽 발을 내뻗으며 투란이 번개처럼 뛰었다.
양날 도끼 자루 노릇을 하던 꼬리에 투란의 발이 부딪혔다.
쩌억!
“켁!”
투란은 무릎이 쪼개지고 뒤틀리는 듯한 충격에 짧게 비명을 질렀다.
―야!
드라고니아가 어이없어했다.
투란이 이에 투덜거림으로 답한다.
‘아으읏! 뭐야, 무슨 쇠기둥이냐, 돌기둥이냐! 내 다리가 먼저 깨질 지경이잖아! 힘 팍팍 줬는데!’
―몬스터 상대로 뭔 인간 상대 무투술이냐고! 통할 리가 없잖아! 오러도 제대로 끌어내지 않은 채로 뭐냐고!
‘적절한 순간에 걷어차면 사람의 힘으로 몬스터를 이길 수 있다더니!’
―그건 무슨 헛짓거리를 칭송하는 개소리냐!
드라고니아의 말투가 거칠어졌다.
“아님 말고!”
투란도 거칠게 대꾸하면서, 거대한 전갈의 모습을 기본으로 삼아 세모꼴의 머리에 흰 동그라미가 앞쪽으로 꼬리를 흘리며 눈동자 노릇을 하는 괴물을 다시 둘러봤다. 조금 전 투란이 한 발길질은 확실히 저 꼬리보다 투란의 다리에 더 큰 충격을 주기는 했다. 하지만 결국 저 꼬리 끝의 펼쳐진 양날 도끼가 소일 헛의 장벽을 쪼개는 것을 막기는 했다. 이미 그 도끼날이 살짝 닿았던 부분에는 예리하게 쪼개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기는 했지만…….
투란의 왼손이 가볍게 휘둘러지면서 허공을 움켜쥐는 시늉을 했다.
그 손바닥에서 검은 잉크빛이 찰랑였고, 허공에서 부산히 흐르는 검은 바람결을 한 움큼 쥐는 듯했다.
―투란?
‘아, 진짜 쪼그마한 것들이네. 눈알도 아주 쪼그맣게 해야 보이잖아. 와, 살갗이 무슨 산맥처럼 보일 정도로 작은 눈알이어야 겨우 보이다니! 이런 걸 미크론 스케일이라고 한단 말이지? 그런데 작은 놈도 모양은 큰 놈이랑 같네?’
손바닥 안에서, ‘패러블랙 잉크’의 형상 속에서 티끌이 거대하게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작은 뿔수리의 눈알을 형성시킨 다음에 투란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미세한 먼지 알갱이처럼 작지만, 저 양날도끼의 집게발과 꼬리를 지닌 괴물은 그 미세한 형태 속에서도 딱 저런 이상하게 변해 있는 전갈 닮은꼴이라는 것!
조금 늦게 투란의 시야를 파악한 듯, 드라고니아도 중얼거린다.
―그렇군. 그래…… 어째서 네가 피를 토하지 않았는지도 확실히 알겠구나.
‘어?’
―악마의 심장, 네 신경망이랑 혈관 조직은 모조리 악마의 심장 줄기지. 미크론 스케일인 몬스터 따위는 침투해오는 순간에 꿰고 휘감고 잡아먹는 괴물이라고.
‘아, 그랬나?’
―지금 네 손바닥에서 벌어지는 일이잖아. 패러블랙 잉크 아래에서 솟아난 신경줄기가 저 녀석의 미세형태를 그냥 잡아먹고 있잖아!
‘그래, 그러니까 이제 저 큰 놈을 제대로 잡아먹을 때란 거지!’
투란은 드라고니아의 말처럼, 자신의 산맥처럼 보이는 살갗 틈새로 스며들다가 잡아 먹히는 전갈 형태의 괴물 떼가 어떻게 ‘악마의 심장’과 ‘작은 늪’에 휩쓸리고 먹히는가를 확인하며 소리 없이 외쳤다.
소일 헛의 장벽을 가르려던 큰 괴물 녀석도 호응하듯 움직였다.
키릭, 달그락!
휘잉, 푸푹, 푹!
단단한 껍질이 거세게 맞물리는 소리를 냈고, 꼬리와 앞발이 도끼질과 작살질을 거듭했다. 그 와중에 배 아래쪽의 원통이 부지런히 움직였고, 그 끝의 갈라진 수십 가닥의 촉각이 바쁘게 흔들거리더니 큰 괴물의 몸집이 땅 위를 흐르는 것처럼 이동하고 있었다.
“자, 빨리 끝내자!”
투란의 두 다리가 터질 듯이 부풀면서 검게 물들어가는 살갗 사이로 붉은 줄기가 이글거리는 광채를 드러내며 돋아났다. 괴물의 꼬리를 차다가 다친 적이 언제냐는 듯, 투란의 두 다리가 팽팽하게 굽혀졌다가 땅을 짓밟으며 펼쳐졌다.
―겨냥 잘해!
드라고니아가 조금 묘한 격려를 날렸고, 투란은 몸을 날려서…….
‘아, 빗나가잖아!’
놀리는 소리란 것을 깨달은 채로 투덜거리고 말았다.
드라고니아는 이미 투란과 괴물 사이의 궤도를 읽어 어찌 될지 아는 채로 한마디 던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주한 생각 사이에도 투란의 한 팔이 옆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처음 몸을 날린 투란이 겨냥했던 자리에서 괴물의 몸이 스윽 미끄러지며 비켜섰고, 그쪽을 향해 팔을 내뻗은 셈인데, 그 팔이 펼쳐지면서 검은 암석의 갈라진 틈새로 마그마를 흘리는 꼴이 되어 이형(異形)의 전갈 괴물을 내리찍고 있었다.
더 이상 요리조리 빠르게 미끄러져서 피할 수 없는, 마그마의 분출(噴出)이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