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3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33)
콰콱!
자신을 덮쳐오는 것을 더 이상 움직임으로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자마자 땅에 뿌리내리는 것처럼, 배 아래 돋아 있는 원통에서 갈라져 나온 촉각이 일제히 박혀들었다. 그리고 검게 물든 듯한 껍질 위로 투명한 광택이 새로 맴돌기 시작했다.
그 껍질 위로 마그마의 붉은 광채가 덮쳐들었다.
‘응? 어쭈?’
투란은 마그마의 열기에 버티려 하는 괴물의 껍질을 느낄 수 있었다.
―조심해!
드라고니아의 외침과 함께, 투란의 몸을 꿰뚫는 커다란 작살이 셋이었다.
돌기둥, 쇠기둥처럼 단단한 대를 지닌 작살의 형태를 눈길로 더듬으면서 투란은 어이없는 기분이었다.
이 작살은 여태 쓰던 것이었다.
양날 도끼 모양이 되었다가 오므려서 작살 모양이 되었다가…….
앞발 둘, 꼬리에 달린 그대로였다.
하지만 투란이 달려들고 저 녀석이 피하면서, 앞발이 닿을 거리는 물론이거니와 저 꼬리가 내리찍힐 간격조차도 완전히 벗어난 상황이었다. 괴물이면서도 녀석은 투란이 다리를 웅크리고 팽창시키면서 달려드는 모습이 위험하다 여긴 채로 재빠르게 회피했으니까.
그래서 투란은 마그마 로드의 형상으로 팔을 뻗어 크고 넓은 그물처럼 손아귀를 펼쳤다. 저 양날 도끼 모양의 앞발이나 꼬리 끝에 찍힐 리가 없었고, 작살 모양으로 찌른다 해도 닿지 않을 것이 뻔해서 나름대로 여유도 있었다.
그런데 뚫렸다?
사람의 형체를 토막 낼 정도로 크고 굵은 작살 셋에 꿰였다?
―늘어났잖아. 저 녀석, 앞다리와 꼬리가 신축(伸縮) 가능한 구조였나 본데…….
드라고니아의 말처럼, 괴물의 꼬리와 앞다리는 나선 형태의 줄기를 감은 채로 길게 뻗어나온 채였다. 이제껏 그 나선형태를 꽉 맞물려서 짧아 보였지만, 지금 거침없이 내뻗어 투란을 꿰뚫은 채였다!
몬스터이면서도 놈은 비장(秘藏)의 일격(一擊)까지 갖춘 셈이다.
“하하…….”
마그마로 채워진 듯한 투란의 입에서 헛웃음이 샜다.
이글거리는 마그마의 흐름은 이미 녀석이 뿌리내린 땅바닥을 중심으로 좌악 퍼진 상태였다. 투란이 아직 유지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도 그 겉과 다르게 속내는 더 이상 사람의 뼈와 살로 이뤄진 구조가 아니었다. 덕분에 이렇게 꿰인 채로 찬찬히 상황을 파악하고 구경할 수 있었지만…….
‘아주 작은 먼지처럼 굴러다녀서 흙먼지랑 구분도 안 돼, 마력을 차단하는지 차폐하는지 해서 마법으로 탐지도 안 돼, 배 아래 숨긴 벌레 다리는 발발거리는 게 아주 빨라서 웬만해서는 따라잡기도 힘들어…… 그런 주제에 꼬리랑 다리는 접었다 펼치는 것처럼 늘어났다 줄었다 하기도 한다고? 뭐 이런 이상한 놈이 다 있어!’
잠시 투란의 뇌리에는 오늘 처음 만난 몬스터의 특이성에 대해서 줄줄이 흘러가는 감상이 맴돌 수밖에 없었다.
황금매의 방호조차도 어느 정도 무시하고 스며들어 세 형제가 핏물을 입에 머금게 하더니만, 이렇게 커다란 형체로도 소소하면서 치명적인 재주까지 부릴 줄이야!
그리고 녀석은 투란을 꿰뚫은 꼬리의 작살을 활짝 펼쳐서 자신의 몸 위를 덮어 누르고 있는 검은 암석의 장막을 향해 도끼질하듯 휘둘렀다.
키익, 쩌어억!
검은 암석이 갈라졌고, 마그마가 좌르륵 흘러내렸다.
다음 순간에 꼬리를 아래로 감듯이 감추며 등을 굽힌 녀석이 단숨에 몸을 튕겨 뛰어오르려 했지만, 흐르는 마그마로부터 뻗어나온 가닥들이 그 앞발, 꼬리를 휘감는 밧줄이 되어 있었다.
“아주, 오래, 널, 잘, 살펴, 봐 주마!”
또박또박 이글거리는 입김과 함께 선언하면서, 투란은 다음 행동을 시작했다.
이미 관통해온 꼬리, 길게 늘어난 앞다리를 잡은 채였지만 녀석이 온몸의 힘을 다한 듯이 휘두른 꼬리는 놓쳤다. 대신 그 앞다리를 더 세게 붙들고, 몸통을 향해 마그마 로드의 형상을 뒤집어쓴 ‘악마의 심장’ 줄기를 던져 감아놨다.
그렇게 녀석을 붙잡아 놓고, 투란은 ‘천칭’의 붉은 고리를 머금은 마그마 로드의 결정 막대로 찔러갔다. 여러 개의 굵고 긴 막대가 작은 전갈을 꿰는 바늘처럼, 땅바닥에 녀석을 못 박았다.
곧이어 마그마의 뜨거운 열기가 녀석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치익, 치직!
―열에 약한 놈이 열을 막는다? 각질(角質)을 중첩시켜 놓고 버티는 모양이다! 주변을 봐, 투란. 마그마의 경계를 넘어서 검은 티끌이 몰려온다!
‘그래, 네 말대로 여기는 정말 이 녀석의 배 속인 모양이지.’
투란은 드라고니아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마그마 로드의 광폭한 열기에 대응하는 녀석의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헬 임프의 불꽃에 타버린 것처럼, 이 녀석의 작고 미세한 가루 형태는 뜨거움에 꽤나 약했다. 불에 타서 그 형체가 흩어지는 것이 그 첫 번째 반응이었고,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똘똘 뭉친 다음에는…… 녹고 있었다.
아주 작은 형태로도 여전히 이상한 전갈 모양이던 것이 걸쭉하게, 흐릿하면서도 투명한 죽처럼 녹아 뭉쳐서는 새로운 껍질의 계층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드라고니아의 말처럼, 그 새로운 층의 껍질을 쌓아올리면서 몸 안쪽으로 마그마의 치열한 뜨거움이 스며들지 않게 막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일부를 몰아넣고 불길에 희생시키는 중이고!
‘여러 가지로 괴상하고 대단한 놈이네.’
미묘하게 몬스터를 칭찬하면서, 투란은 ‘천칭’의 붉은 고리에 집중했다.
어째서인지 지금 ‘천칭’의 고유 마력은 이 몬스터의 에센스에 닿지 않고 있었다.
―마력차폐로 버티는 거야.
드라고니아가 잠깐 지켜보다가 알아차렸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헐?’
투란은 놀라고 말았다.
몬스터의 정수를 섭취하는 몬스터 로드의 고유 마력은 마법사의 마력과는 전혀 그 성향이 다르다. 그야말로 세계의 이단(異端)을 근원으로 삼는 몬스터를 삼키기 위한 힘이 바로 몬스터 로드의 고유 마력!
그런데 그 힘에 이 가루로 흩어졌다 뭉쳤다 하는 전갈 닮은 녀석은 저항하는가?
‘웃기고 있네!’
투란이 슬금슬금 치솟는 울화를 느끼고 맹렬하게 외쳤다.
소리 없는 외침이었지만, 이는 바로 투란에게서 형성되어 흐르고 있는 마그마 로드의 형상과 ‘천칭’의 붉은 고리에 세찬 반향을 일으켰다.
그 반향의 형태를 보며 드라고니아가 신음하듯 중얼거린다.
―볼텍스?
‘아니거든? 닮았을지는 모르겠지만!’
투란의 부정에 대해서 드라고니아는 더 뭐라 따지지 않았다.
아주 미세한 형태로 마그마 로드의 형상에 피어나는 빙글거림, 회전하며 맞물리는 기묘한 흐름은 분명히 소용돌이처럼 보이지만…… 깊이보다는 얇게 깔린 채로 몇 겹의 층을 만들면서 이뤄지는 정교한 회전은 확실히 ‘어비셜 볼텍스’와는 달랐다.
이 기묘한 회전 속에서 몬스터 로드의 고유 마력도 색다른 흐름을 만들어냈고…….
꾸아아― 꾸워!
전갈 닮은 괴물이 비명 같은 소리를 토해냈다.
수염 없는 삐죽한 새우 닮은 머리 아래가 열린 듯했고, 줄줄 흐르는 투명한 체액은 피눈물을 뿜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에센스……?
이제까지와는 다른 투명한 광채가 껍질 위로 번져 나갈 때, 드라고니아가 의아해하는 소리를 흘려냈다. 이는 분명히 몬스터 에센스를 빼앗긴 몬스터의 형상이 으스러져 가는 광경이었으니.
‘아, 그래. 갈아서 뜯어냈지.’
투란이 간단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뭐?
드라고니아는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듯했다.
‘천칭의 마그마 로드는…… 블랙 애시였잖아. 미크론이든 뭐든, 블랙 애시랑 크기는 비슷한 거고…… 용암 막대로 꿰뚫은 다음에 그 속으로 블랙 애시를 흘려넣은 다음에 아주 작은 조각처럼 몬스터 엠블럼의 힘을 흘려넣는 거야. 티끌 흉내를 내는 놈이라고 해봐야, 블랙 애시 알갱이보다 컸다고. 아무튼, 이 녀석의 에센스를 조금이라도 문장이 맛보게만 하면 되니까…… 그다음이야 쉽지!’
와직, 콰지직!
속이 채워진 다음에는 검었던 껍질이 투명해지는 것을 발로 짓이기면서 투란은 커다란 전갈 닮은 몸통 안으로 들어갔다. 투명하게 으스러지는 몬스터의 형체 속에서 붉은 안개가 피어나는 듯했고, 투란을 향해 몰려드는 듯했다.
어느새 투란의 가슴에는 핏빛 고리가 나타나서 붉은 안개를 휘감아 삼킨다.
―투란? 저건 뭐냐?
드라고니아가 묻는 말에 투란은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새우 머리에 전갈의 형태를 닮은 괴물의 몸이 몬스터 엠블럼에 정수를 갈취당하고 그 형체가 투명하게 바스러지는 꼴이 되는 것까지는 투란에게 익숙한 광경이었다. 몬스터 로드로서 여러 번 겪은 바였으니, 그럭저럭이라고도 할 수 없는 낯익은 현상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째서 주변의 땅으로 그 투명한 부스러기가 번져가듯이 생겨나는가? 어째서 허공에도 투명한 가지가 번져가는가? 도대체 어째서 갑자기 수십 미터의 넓은 영역으로…… 어느새 거의 이백여 미터는 될 듯한 거리까지 이 투명한 부스러기가 번져가며 생겨나는가!
심지어 저 ‘역병의 수해’, 그 숲가에 우뚝 선 나무 몇 그루의 껍질 사이에도 투명한 부스러기가 생겨나고 있잖은가! 나무껍질 틈새가 투명하게 변해 부스러지고 나니, 나무는 그대로 파편이 되어 무너져 내리기까지 했다.
‘어, 에, 음. 이게 뭔 상황이지?’
결국 투란은 맹하니 이 번져가는 투명해진 풍경을 놓고 드라고니아에게 묻고 말았다. 덩치가 크고 사나운 전갈 한 마리 잡은 듯한데, 어째서 이 주변을 완전히 때려누인 꼴이 되었는가!
―에센스의 흡수는? 다 삼킨 거냐?
불쑥 드라고니아 물었고, 투란은 즉시 자신의 상태를 냉정하게 되짚었다.
놀라고 어리둥절해하기는 했지만 한편에서 투란의 마음은 아주 침착하고 냉정하게 몬스터 엠블럼에 집중된 채였고, 괴물의 정수를 완전히 갈무리해 넣고 있었다. 그리고 문장의 풍경 속에서 보인 괴물의 형태는…….
‘달랑 한 마리? 아니, 그런데 이 주변은 왜 갑자기 전부 몬스터 에센스를 뺏긴 몬스터처럼 으스러져!’
보이드의 보자기에 쌓인 것은 아주 괴상한 새우머리의 전갈, 양날 도끼의 앞발과 꼬리를 지닌 채로 뱃가죽 쪽에 여러 개의 원통을 달고 그 끝을 수십 가닥으로 나누는 촉각을 지닌 한 마리뿐인 괴물이었다. 티끌보다 작을 때도, 몇 미터의 큰 크기였을 때도 똑같은 모양인가 싶더니…… 문장의 풍경 속에서도 이 녀석은 한결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주변에 그 정수로 대체 무슨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해서는 설명도 없이!
드라고니아가 쓴웃음을 짓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한다.
―이제 보니, 이 주변을 정말로 완전히 장악한 군체였나 보군. 아마도…… 이 몇 미터짜리 덩치는 녀석이 적당히 먹잇감을 유혹하고 속이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는 더미 객체였던 모양이다.
‘더미 객체?’
―쉽게 말해서 속임수 인형 같은 거지. 몬스터 미끼로, 종종 쓴다며?
‘아, 그거…… 잠깐! 그럼, 이 자식이 여태 미끼로 날 홀리고 있었다고!’
투란은 몬스터 헌터가 사람 잡아먹는 몬스터를 상대로 꾸며놓는다는 가짜 인간, 속임수 인형을 떠올리다가 울컥했다. 그 많은 도끼질을 피하고, 상태를 살피면서 잡아 누르고 삼켰건만…… 사실은 이 녀석이 상황 보는 꼴에 휩쓸려 있었다니!
―속았든 말았든, 녀석은 자신의 정수를 담은 형체를 사용했고 너는 그걸 모조리 쓸어 담아 삼킨 거야. 제대로 잘 처치했다, 투란.
‘뭐가 제대로야! 아예 처음부터 이 큰 벌레 같은 놈을 상대할 필요가 없었잖아! 그냥 땅바닥이고 어디고 꿰뚫고 삼키기 시작할걸!’
투란이 새삼스럽게 투덜거리려 할 때, 드라고니아가 조금 더 깊은 쓴웃음을 흘리려 할 때 한쪽에서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퍼억!
“아, 역시 뚫리잖아!”
멜란드의 목소리가 둔탁한 소리의 뒤를 이어 울렸다.
투란이 돌아보니, 소일 헛의 금 간 곳…… 꼬리의 도끼질 자국이 선명한 곳을 무너뜨리면서 멜란드가 도마뱀 다리를 드러낸 채로 나오고 있었다.
‘아, 저거 아까 그거…… 어? 근데 왜 저렇지?’
마법이 서려 있는 그대로였다면, 멜란드의 발길질에 한 곳만 무너지는 꼴은 없었을 터였다. 완전히 반구형 전체가 박살 나서 흩어지거나, 뚫리지 않거나 할 뿐이었을 텐데 지금 딱 한 곳만 뚫리고 있었다.
―마법이 완전히 깨진 게 아니야. 딱 저 부분만 갈라진 채다. 마력차폐 능력을 공격적으로 활용한 거지. 꽤 드문 능력이야. 제대로 파악해서 잘 쓴다면…… 꽤나 도움이 될 거다.
드라고니아가 하는 이야기는 투란의 귀를 쫑긋하게 했다.
이어진 듯한 멜란드의 외침이 그 쫑긋한 귓가로 쩌렁쩌렁 울리며 밀려왔다.
“투란! 우아앗! 이게 뭐야? 온 세상이…… 부스러기야!”
이는 새삼 투란이 주변을 다시 둘러보게 했다.
멜란드의 말처럼, 온 세상이 투명하게 부스러지는 것처럼 흩어지는 풍경이 보이고 있었다. 멜란드를 뒤이어 나온 시알라, 제란드, 페란드는 이 풍경 앞에서 할 말을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