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34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35)
룬디아크, 그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났다.
물론 유명하지 않았으니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는가 없는가 관심을 두지 않은 탓에 룬디아크의 출현은 갑작스럽게 보였을 수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룬디아크가 느닷없이 세상에 선보인 마법 물품은 단숨에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고, 굉장한 화제 속에서 몬스터 헌터의 길드와 마법사의 상아탑이 주목하게 만들었다.
룬디아크가 선보인 마법 물품이 고대(古代)의 전승(傳承)을 잇는 솔로얀의 마법 공예품에 버금가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룬디아크의 작품은 솔로얀의 전승 장인들은 생각한 적도 없는, 보기에 따라서는 아주 이상한 발상(發想)으로 가득 차 있기도 했는데…….
그 이상한 발상 때문에 룬디아크의 이름을 듣는 이들은 그가 우연(偶然)과 행운(幸運)의 도움으로 어쩌다 한두 개의 그럴듯한 마법 물품을 내놓고 거들먹거리는 작자라는 생각을 아예 할 수가 없었다. 우연과 행운의 가호를 입은 자라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폐기(廢棄)해버릴 듯한 물건을 룬디아크는 작품으로 내놨으니까!
그렇게 유명해진 룬디아크는 알려질 때처럼 느닷없이 공방(工房)을 세웠고, 명성을 얻은 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듯이 계속해서 마법 물품을…… 여전히 상식적으로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기묘한 착상(着想)이 가득한 마법의 공예품을 만들어 내놨다.
쉬지 않고 끊임없이…….
그래서 룬디아크의 공방제품은 시기별로 분류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공방 성립 이전 것, 공방 성립 이후의 것, 공방에 도제를 몇 명 두었을 때의 것…… 하는 식으로.
그러나 어느 시기에 내놓은 것이라도, 룬디아크의 작품에는 대단한 마법이 사용되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기묘하고, 이전에 없는 발상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발상이 마법 물품을 제작하는 장인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금전을 쓸어 담은 거야?’
투란이 불쑥 묻는 말이 드라고니아의 장대한 이야기를 끊었다.
―뭐?
아주 예상하지 못한 물음이었던 듯, 드라고니아는 잠시 투란의 물음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듣지 못하는 대꾸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묻고 있는 투란 역시 드라고니아가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납득하지 못한 듯이 다시 묻는데…….
‘이상하고 신기하면서 대단하다며? 그러면 아주 비싼 걸 많이 만들어냈다는 소리 아니냐고? 동전이나 은전이 아니라 금전으로 사야 할 정도로 비싼 걸 말이야.’
―뭐!
이번에는 알아듣기는 했지만, 살짝 미묘하게 격분한 낌새가 있는 으르렁거리는 듯한 대꾸였다?
하지만 이런 반응에 대해 투란은 한결같은 자세로 묻는데…….
‘전에 내가 살던 마을 할배가 돈 뜯어내려고 하면 다들 그랬다고, 무슨 룬디아크라도 되냐고. 그리고 너도 지금 룬디아크가 아주 대단하다면서? 그럼, 그 공방에서 파는 물건으로 금전을 많이 벌었을 거 아냐? 아닌가?’
갑작스럽게 드라고니아가 침묵했다.
이 침묵은 투란을 갸웃하게 했다.
그 사이 눈에 비친 네 남매는 꽤 빠르게 절벽을 타고 올랐고, 등에 몇 사람분의 큰 배낭을 지고 있는 멜란드가 그중에서 가장 빨랐다. 뿔비비의 팔과 도마뱀 다리가 절벽이란 특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듯했다. 애초에 저럴 것을 예상한 것처럼, 시알라와 페란드, 제란드가 아예 모든 짐을 다 떠넘기는 듯한 인상도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저렇게 혼자 짊어진 채로 멜란드는 빈 몸처럼 가볍게 절벽을 오르고 있었다. 그런 멜란드를 보호하듯이 오르는 셋도 꽤 빠르기는 한데…….
―룬디아크의 중요함은 금전 문제가 아니다!
‘어?’
돌연히 드라고니아가 툭 던진 말은 투란을 의아하게 했다.
지금 말투는 꽤나 당당할 뿐 아니라, 뭔가 아주 중요한 바를 강조하겠다고 강요하듯이 외치는 듯한데…… 정작 투란이 물었던 것에 대한 대답은 전혀 없다?
―룬디아크는 소소하고 작은 마법, 그 마법의 활용이란 측면을 완전히 새로운 경지로 이끌어낸 마법 장인이었다. 그 때문에 그가 어떤 수준의 마법을 지녔는가와 상관없이 대현자라 일컬어지…….
‘그 공방, 돈을 얼마나 벌었나 전혀 모르는구나!’
투란이 도도하게, 슬그머니 딴 방향으로 이야기를 길게 끌어가려는 낌새를 눈치채고 바로 드라고니아의 말을 잘랐다.
약간 미묘한, 그래도 주춤거리는 낌새가 역력한 채로 드라고니아가 슬쩍 한 걸음 빼는 듯한 말투로 답한다.
―돈이란 건…… 인간 사회의 특성이니까. 나로서는…… 음, 키린과 함께 있는 동안 슬쩍 엿본 정도라서 확실하게 말할 수가 없다.
‘에, 뭐? 인간의 특성이라니?’
이번에는 투란이 멈칫하면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말하는 꼴을 보아하니, 드라고니아 녀석들은 돈을 주고받는 일이 전혀 없다는 듯하잖은가? 그렇다면…….
‘너네 일족은 대체 거래를 어떻게 하는데? 거래 같은 거 하기는 하지?’
투란은 나름대로 생각을 한 번 더 하고 나서 묻고 있었다.
돈에 대해서 꽤나 둔감한 듯하기는 하지만, 드라고니아의 일족이라도 함께 살아가고 있다면 분명히 뭔가 서로 주고받는 것이 있을 터였다. 단지 그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돈이 아닌 다른 뭔가를 쓰고 있는 탓에, 돈이라고 하지 않는 탓에 드라고니아가 이렇게 모르는 것일 수도 있잖은가?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투란을 향해 드라고니아는 조금 쓴웃음을 짓는 듯한 말투로 대꾸해온다.
―거래라…… 뭔가를 주고받는다는 것을 모두 그 안에 포함시킨다면…… 우리도 거래를 하기는 한다. 하지만 인간이 하는 방식과는 많이 다르지. 우리는 한 개체가 결여한 것을 다른 개체가 여분으로 보유했을 때, 나누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일족 중의 하나란, 일족의 다른 누군가와 구분되는 개성을 지닌 존재란 뜻이고…… 그런 존재로서 지닌 특이성을 서로를 위해 사용한다는 것은 아주 당연…… 야!
갑자기 투란이 눈을 가늘게 하면서 고개를 꾸벅거리면서 조는 시늉을 했기 때문에 드라고니아는 하던 말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절벽을 오르는 네 남매를 보고 있으면서 느닷없이 이야기가 지루해서 졸려요, 하는 자세를 대체 누구에게 보이려 하는가!
‘뭔 소리인지 못 알아듣겠잖아!’
불쑥 눈을 부릅뜨고, 네 남매가 달라붙은 곳보다 한참 저 위편에서 슬쩍 스쳐 가는 기묘한 새를 주의하며 투란이 투덜거렸다. 이제는 이런 투란의 태도에 적응했다는 듯, 혹은 이 상황에서 더 이야기를 길게 끌고 싶지 않다는 듯이 드라고니아가 말한다.
―간단히 말해주지. 우린 돈을 쓰지 않는다. 우리 일족에게는 금전이란 광물로서의 소재 이외에는 의미가 없다.
‘사기 치지 마!’
―사기?
‘너네 보석이랑 금은, 그런 걸 잔뜩 쌓아놓고 뻐기고 다니는 일족이잖아! 옛날이야기에 다 나오거든!’
―예, 옛날이야기! 뻐기고 다니다니! 그게 뭔 소리야!
‘땅굴 깊이 파놓고 거기다가 온갖 보석, 금은을 잔뜩 쌓아놓는 드래곤! 그거, 너네 이야기잖아!’
―야!
‘너도 어딘가 혹시 보석이랑 금전, 은전 막 쌓아놓은 거 없어? 있으면 좀 내놔봐!’
―헐?
이제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더 할 말이 없다는 듯한 대꾸가 드라고니아에게서 새 나왔다. 그래도 투란은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겠다는 듯이 몇 마디 더 투덜거리는데…….
‘팔다리 빌려주지도 않아. 맷집도 좋이 보이면서 몸통도 안 빌려줘. 맨날 어려운 마법 이야기만 하려고 해. 아니면 잔소리나 하려고 들고! 그러면서 금전 몇 닢도 안 준다니, 너 정말 못된 드라고니아야!’
뭔가 하던 이야기의 요점과는 거리가 아주 먼 소리였다.
도대체 어째서 이런 소리가 느닷없이 튀어나온 것일까?
드라고니아는 잠깐 침묵하다가 조금 전의 울컥하거나 어이없어하던 기척과는 전혀 다른 신중한 말투로 묻는다.
―투란, 너 지금 엄청나게 금전에 집착하고 있다. 왜 그러는 거냐?
‘뜨겁게 강제로 배운 것을 공짜로 가르쳐줄 것 같냐!’
소리 없이, 그러나 쩌렁쩌렁 억울하다고 높은 하늘을 향해 외치는 듯한 낌새로 바로 튀어나온 대답이었다. 그리고 이 정도로 드라고니아에게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인 듯한데…….
―대체 키린이 뭔 소리를 한 거야?
그래도 묻지 않을 수도 없다는 듯이 묻고 있었다.
‘돈은 소중하다!’
―뭔 소리냐, 도대체…….
‘금전으로 할 수 있는, 아니 해야 하는 일들을 잔뜩 늘어놨다고! 그러니까, 돈 내놔!’
―어, 뭐?
‘돈 쓸 일 없는 드라고니아가 알 리가 없는 이야기라고! 젠장, 너넨 대체 왜 돈을…… 아, 잠깐 너네 금은이나 보석 같은 거 정말 전혀 관심 없어?’
투덜거림을 끝도 없이 토해낼 듯하다가 투란은 돌연 갸웃하며 물었다.
그 생각은 아련한 기억 너머에서 불쑥 튀어나온 이야기, 마법사가 보석이나 금은 따위를 뭔가에 끝도 없이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는 순간에 찾아왔다. 드라고니아가 여태 투란에게 뭔가 해준 바가 있다면, 전부 마법과 관련이 있었고…… 그렇다는 것은 드라고니아 일족 또한 굉장한 마법사란 뜻이며…… 싫더라도 보석과 금은을 마구 써야 하는 경우가 있을 텐데, 과연 관심이 없을까?
이런 의혹에 대해 드라고니아는 먼저 한숨부터 쉬는 낌새를 잔뜩 투란의 뇌리에 쏟아넣고 나서야 답한다.
―관심이야 아주 많지. 캐털리스트 시스템(Catalyst System)…… 아까 이야기했던 룬디아크가 세상에 남긴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지식체계다. 연금술사들은 촉매대강(觸媒大綱)이라고도 부르는데…… 아니, 룬디아크가 원래 연금술 체계를 독특하게 정리하면서 남긴 게 촉매대강이고, 마법사들이 그걸 캐털리스트 시스템이라고 부른다는 게 정확하겠군.
‘저기요?’
뭔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랑은 아주 먼 소리가 나오는 듯한 상황에 투란이 한숨을 쉬면서 말리고 싶다는 한마디를 던졌다. 하지만 드라고니아는 꿋꿋한 태도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척하는데…….
―금은처럼 귀금속이라 불리는 광물, 보석 계통의 물질형상에는 세계의 항상성(恒常性)이 강하게 드러난다. 쉽게 말해서, 웬만한 마력으로는 물질의 성질이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야. 이걸 뒤집어 말하면, 마력을 제어하고 유도하는 과정에서 금은, 보석류가 사용되면 그 마법의 위력에도 큰 영향력이 드러난다는 뜻이지. 조금 간단히 말하자면, 마법도구를 만드는 데 금은, 보석 따위는 아주 많이 필요한 물질이다. 그러므로…… 마법의 활용이 인간보다 훨씬 많은 우리 일족에게 금은, 보석은 아주 큰 관심거리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거 쌓아놓고 뿌듯해하면서 뻐기는 짓 따위는 하지 않거든! 절대로 그런 식으로 착각하지 말고…… 그 헛소리 퍼뜨릴 궁리도 하지 마!
‘아, 네.’
막판에 투란의 엉뚱한 생각을 저지하겠다는 듯한 꼬리가 붙어있기는 했지만, 투란으로서도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드라고니아는 이를 살짝 의심하는 듯…….
―알아들었어?
‘어, 알아들었어.’
투란은 분명하게 답했다.
―어떻게! 너, 캐털리스트 시스템에 대해서 알아?
드라고니아는 이제 대놓고 의심했다!
입술을 삐죽이면서, 천천히 절벽으로 다가가 오를 준비를 하면서 투란은 그 의심에 대해 답한다.
‘샤오 할배도 너랑 비슷한 말을 한 적 있어. 마법도구에 보석 박는 거, 그게 이쁘게 보이려고 하는 짓이 아니라고. 거기에 보석을 박거나, 금박, 은박을 씌우는 것 자체가 마법과 관련이 있는 제작법이라고 했다고. 뭐, 샤오 할배는…… 아, 이젠 나도 샤오덴 할배를 샤오 할배라 부르는 건가! 이게 다 키린…… 응? 아, 어쨌든! 그 룬 뭐라는 마법 장인의 방식을 너네도 받아들여서, 금은보석을 마구 낭비한다는 소리잖아?’
―나, 낭비?
‘어? 아, 그건 샤오덴 할배 이야기고…… 뭐, 난 잘 모르니까.’
투란은 절벽 중턱에 완전히 올라서는 네 남매를 보면서, 가볍게 절벽에 달라붙었다. 이제는 투란이 오르는 동안 네 남매가 위에서 내려다보며 주변을 바라볼 때였고, 투란은 가능한 한 빨리 올라가야 했다.
이상했던 전갈 괴물이 장악했던 영역으로 어떤 놈이 찾아와서 그 빈자리를 메우려 할지 모르므로!
―대체 왜 낭비란 말이 나오는 거냐!
‘응? 내 생각이 아니라니까, 그 말은…… 야,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고! 그렇게 많이 쓰기도 하면서 어디 몰래 쌓아두는 일도 없어?’
―없어!
슬그머니 너의 감춰둔 금전을 내놔라, 하는 낌새를 바로 간파한 듯이 드라고니아의 대답은 매몰차고 단호했다.
‘왜 없어! 그럼 필요할 때는 맨날 땅 파서 캐다 쓰냐!’
바쁘게 손발을 움직이면서 투란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반박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드라고니아가 보다 또박또박 꺼낸 대꾸가…….
―당연하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캐서 쓰면 되는…….
콰득, 좌르륵!
투란의 손에 힘이 좀 과하게 들어갔고, 절벽에서 살포시 삐져나온 여린 돌부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덕분에 몇 미터를 아래로 미끄러지면서 투란은 손발이 급하게 절벽을 할퀴며 다시 올라가야 했는데…….
―왜 그래?
드라고니아는 대체 자신의 말이 왜 투란을 놀라게 했나 의아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투란은 소리 없이 절규해야 했다.
‘어디냐! 네 금광은 대체 어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