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36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37)
뿌연 물안개가 번져갔고, 밤하늘의 별빛은 흐릿하게 보였다.
절벽 가에 걸터앉아, 까마득한 아래쪽으로 두 발을 내밀 듯이 다리를 건들거리면서 투란은 ‘역병의 수해’를 바라봤다.
―왜 말해주지 않겠다고 고집이야?
‘어? 뭐, 너도 아직 나한테 안 가르쳐주고 있잖아!’
드라고니아가 불쑥 묻는 말에 투란은 투덜거림으로 대꾸했다.
달루스 일행의 시체 처리가 끝났고, 그들이 남긴 물품은 멜란드와 페란드가 깔끔하게 정리해서 큰 보자기에 둘둘 말아 묶었다. 그리고 어느새 깊어진 밤을 맞이해서 네 남매는 모두 세이프티 하우스 안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고, 투란은 경계를 맡겠다는 핑계로 밖에 나와 풍경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 사이에 조용했던 드라고니아가 다시 불길에 시체가 타오를 때처럼 불쑥 말문을 열어 물음을 꺼낸 것이다. 이미 투란이 ‘너 먼저!’라고 했음에도…….
―말 똑바로 듣기는 했냐! 안 되는 일이라서, 가르쳐 줄 수가 없다고 했잖아!
‘왜 안 된다는 건데!’
투란이 허공을 노려보면서 소리 없이 으르렁거렸다.
흐릿한 별빛이 더욱 흐려지는 광경은 마치 밤하늘이 슬쩍 뿌연 어둠을 흘리는 듯했다.
드라고니아는 잠시 투란과 함께 하늘을 바라보듯, 투란의 눈길을 따라 주변을 둘러보는 것처럼 조용해졌다. 그러나 결국 끙끙거리는 듯한 기척과 함께 다시 말문을 연다.
―설명해줄 테니까, 딴생각하지 말고 잘 들어. 듣고 나면 왜 안 되는지 알게 될 테니까, 무조건 끝까지 들어!
강한 그 말투에서 투란은 문득 느낄 수 있었다.
‘뭐야, 무슨 마법 이야기하려고?’
―프로브. 이 탐지 주문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야. 그것 때문에 너한테 금이 어디 묻혀 있는가를 알게 해줄 수가 없거든.
‘한계?’
침착해진 드라고니아의 말에 투란이 어리둥절했다.
발라당 등을 뒤로 젖혀 누우면서, 밤하늘의 흐릿한 풍경만을 바라보는 것처럼 눈을 가늘게 하면서 투란은 귀를 기울이듯 주의를 기울여 드라고니아의 이어지는 이야기를 잘 듣는다.
―프로브는 어디까지나 주문을 사용하는 자, 그 자신의 감각에 기반을 둔 채로 형성되는 마법의 지각능력이다. 투란, 내가 그 주문을 알려줬고 윌 라이트를 이용해서 주문을 운영하는 것을 돕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너의 프로브란 말이다. 즉, 광물을 탐색하기 위해서 프로브를 땅 아래로 보내 헤매게 한다 해도…… 이 암반 속을 헤집을 때랑 마찬가지로 광물의 구별 따위는 없이 모조리 투과한 채로 그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광물과는 다른 뭔가를 분별 짓는 용도로만…… 너는 그렇게만 쓸 수 있단 말이다.
‘왜?’
―왜가 아냐, 왜가! 잘 생각을 해보라고! 저 암반은 한 가지 광물이 아니다. 그 속을 헤매는 프로브를 사용했는데, 네가 구별해낸 거라고는 헬 임프랑 데몬, 불꽃을 품은 채로 나돌아다니는 녀석들뿐이었잖아! 그나마도 문지기 녀석이 차단한 곳은 제대로 간파해내지도 못했지. 즉, 넌 광물을 분별할 줄 몰라. 그러니까 너의 프로브 또한 땅에 묻힌 것이 금인지 은인지…… 그냥 파묻힌 뼈다귀인지 모른단 말이다!
‘넌 알잖아!’
―아, 정말! 내 감각에 기반을 둔 프로브가 아니라고! 그러니까, 내가 분별할 줄 안다고 해도…….
‘너, 내 안에 있거든? 네 감각을 내가 쓰게 된다면…….’
―그럴 수는 없다.
‘야, 너 내 안에 있는 몬스터시거든요!’
―키린이 몬스터 노릇하라고 날 너한테 떠넘긴 건 아니지.
‘어쭈? 갑자기 왜 키린 핑계를 대는데!’
―흥, 키린 핑계를 대면서 황금에 대한 탐욕을 숨기려 하는 건 너지, 투란!
‘헐? 탐욕이라니! 키린이 하라고 한 일을 하려면 금전이 아주 많이…… 안 가르쳐 줄 거다! 그렇게 말하면 그게 무슨 일인지 술술 말해줄까 봐! 어림도 없어! 아오, 위험했네!’
울컥하던 투란은 드라고니아가 몰두하는 듯한 기척을 느낀 순간에 키린이 새겨준 이야기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금전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숨겼다. 그러나 한번 치솟은 생각은 저절로 굴러가려는 듯했고, 투란은 서둘러서 집중할 다른 것이 필요했다.
‘이건 근데 한 마리인 거야, 수천 마리인 거야?’
새로 삼킨 몬스터의 형상, 문장 속의 풍경에 잠시 집중했다.
하지만 별다른 일은 없었다.
이미 보이드의 껍질에 돌돌 말린 이상한 괴물 전갈은 조용히 투란에게 순응하고 있었으니…….
―한 마리이기도 하고, 수천 마리이기도 하지. 군체란 그런 거다. 특히나 미크론 스케일의 경우에는, 이 녀석 같은 경우는 좀 심하기도 하지만 미크론 스케일 몬스터는 아주 잘고 가는 가루가 된 채로 흘러다니면서 한 마리처럼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때문에 이런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밀폐형 장비를 사용해서 몸을 지켜야 한다. 이 새우 머리에 전갈 닮은 녀석은 몸만이 아니고, 장비도 조심해야 하는 거지.
바로 드라고니아가 흥미로워하면서 미크론 스케일 몬스터에 대해 보다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려 하잖는가!
그 열띤 기척 속에서, 투란은 딱 금광 이야기를 피하려는 낌새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투란은 바로 금전에 집중하며, 금전만을 마음속에 품는 듯한 태도로 소리 없이 외친다.
‘내가 어떻게 하면 광물 분별을 할 수 있는데! 너도 어떻게든 배운 거잖아! 날 가르쳐봐!’
아주 잠시, 드라고니아가 어이없는 듯이 침묵했다.
그 틈에 투란은 더욱 열심히 금전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면서 집중했다.
샤오덴 할배가 꼭꼭 숨겨두면서 만져보지도 못하게 했던 반짝거리는 금조각! 헌터들이 가끔 주머니 깊은 곳에 꽁꽁 묶어둔 작은 주머니를 꺼내 살짝 들여다보면서 헤벌쭉 웃던 모습! 손에 들어온 금전을 자랑한답시고 공중에 튕겨 올리면서 으스대던 고무쇠의 몬스터 로드…….
―어째 한 번을 만져본 적이 없냐!
돌연 드라고니아가 외쳤다.
짜증이 가득하고, 뭔가 성질난 것처럼!
‘어? 그야…… 들고 튈까 봐 다들 예민했었다고 해야겠지? 금전은 꽤 귀한 거라고.’
투란은 간단하게,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냥 금조각이든, 제대로 찍힌 질량 인장이 박힌 금전이든 반짝거리는 꼴을 떨어진 곳에서만 봤었다. 은전은 가끔 샤오덴 할배가 심부름시킬 때, 다른 사람에게 전하느라 만져봤지만 금전으로 격이 올라가면 정말 다들 손도 못 대게 했다.
그 꼴에 로잭이 어떻게 한번 만져 본답시고 공중에 튕겨지는 금전에 달려든 적이 있었는데, 어린아이의 손에 튕긴 금전이 마을을 굴러가면서 작은 소동이 일어난 사건이 되고 말았다. 굴러간 금전을 밟은 놈이 아무것도 없다고 대놓고 시치미를 떼려 들었던 탓이 크기는 했지만, 그날 로잭은 아주 심하게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그날 다른 아이들은 그런 로잭의 모습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
다른 사람이 가진 금전은 손끝을 스치기만 해도 큰 난리가 날 수 있다는…….
―그래서 안 된다는 거야! 프로브를 통해 뭔가를 더듬으면, 프로브는 너의 감각과 너의 경험, 지식을 통해 그 대상을 분별한단 말이다! 우리 일족은 그 때문에 일찌감치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광물을 직접 만져보게 하면서, 여러 가지 감각으로 다뤄보도록 배운다. 그러고 나서 프로브 스펠을 배우게 되면, 땅속에 묻혔든 물 아래 잠긴 것이든 쉽게 찾아내게 되는 거지. 근데 넌 금이 갖고 싶다면서 지금까지 한 번 손을 댄 적이 없다니…….
‘아냐, 손가락 끝은 살짝 대본 적 있어. 샤오 할배가 죽일 듯이 노려봐서 바로 떼기는 했지만.’
뭔가 억울한 느낌에 투란은 일단 한 번 버텨봤다.
드라고니아는 잔소리하다가 지친 듯이 잠깐 고요해졌다.
그 사이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면서, 흐릿한 밤하늘과 일렁이는 별빛을 바라보던 투란이 불쑥 묻는다.
‘잠깐, 그러면…… 내가 금을 손에 들고 더듬어보면 해결되는 거야? 내 감각으로 금을 느낄 수 있게 되면, 프로브 스펠로 땅속을 뒤져서 찾을 수 있는 거야? 야, 그거 엄청 간단하잖아!’
―간단?
‘그래! 가만있어 봐.’
투란은 바로 몸을 일으켰고, 조금 서두르다가 절벽가에서 주르륵 미끄러져 아래로 떨어질 뻔까지 했다. 하지만 손가락, 발가락에 힘을 주며 버티고 기듯이 움직여 절벽가에서 벗어나 바로 세이프티 하우스로 뛰었다.
잠기지 않은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며 투란은 단출하지만 넓은 거실과 벽에 뚫린 구멍 같은 문을 지닌 침실을 둘러치듯이 외쳤다.
“금! 달루스네 장비랑 주머니 속에 금조각 하나 있지? 나 좀 줘봐!”
네 남매가 화들짝 놀라서 잠결에 엉뚱한 소리로 대꾸한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했으니…….
“금? 금이 쳐들어와!”
“달루스가 주머니 속에 있다니!”
“뭐가 금이 되었어?”
세 형제가 잠결에 투란의 외침을 어떻게 들었는가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그 사이에 조금 느슨하게, 눈을 비비면서 시알라가 긴 숨을 토해내며 침착하게 묻는 말을 꺼낸다.
“투란, 무슨 일이 났어? 그냥 금붙이가 필요해?”
투란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세 형제를 제치고 바로 시알라의 말에 반응했다.
“금! 금붙이! 잠깐만 빌려줘! 해 뜨면 돌려줄게!”
서두르는 꼴이 역력하면서도 투란은 절대로 금을 빼돌릴 일이 아니라고 강력한 반환의 의사까지 심어서 말하고 있었다. 이는 잠결에 반응하던 세 형제에게도 똑똑히 들렸던 듯…… 어리둥절한 페란드와 멜라드가 마주 보는 사이에 제란드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곁에 묶어둔 보자기를 뒤척여서 노랗게 반짝이는 것 하나를 꺼내 내밀게 했다.
“여기…….”
“좋아! 잘 자!”
냉큼 작은 금전 하나를 낚아챈 투란이 쏜살같이 다시 문턱을 넘어 사라졌다.
제란드는 잠깐 눈을 끔벅하고는 바로 다시 자신의 침대 속으로 파고들었고, 시알라도 그대로 도로 누워버렸다. 페란드와 멜란드는 ‘뭐지?’ ‘왜?’ 하며 서로를 보다가 작은 한숨을 쉬고 다시 드러누웠다.
자고 쉬는 것 또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므로!
그리고 투란은…….
“우이― 씨!”
성질을 부리는 소리가 투란의 입에서 금전과 함께 나왔다.
―그래, 그게 바로 두 번째 까닭이다. 인간은 프로브 스펠을 알고 쓴다고 해도, 광물을 분별해내지 못하더군. 뭐, 빛이 없는 구역을 더듬을 때 프로브 스펠이 시각적 지각이 아닌 촉각이나 미각, 후각적인 쪽의 지각을 사용하는 탓도 크기는 하지만…… 인간은 너무 많은 것을 시각에 기대고 있어.
‘야, 너 정말 혀로 맛봐서 금이나 은을 알 수 있어?’
―손톱으로 더듬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적절한 음파를 사용한다면, 되돌아오는 메아리만으로도 광물의 종류를 분별해낼 수 있지. 우리 일족은 자신의 감각을 이용해서 지각의 범위를 넓히는 훈련을 아주 어릴 때부터 반복한다. 그 덕분에 프로브 스펠로 감각이 확장될 경우, 일정 범위 내에서는 티끌 하나도 놓치지 않는 탐지 능력을 지닌다.
‘진짜?’
―투란, 마법으로 감각의 범위를 확장하고 넓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다는 거냐? 몬스터 로드가? 몬스터의 감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거나 할 때…… 그래, 당장 넌 눈알만도 몇 가지를 사용할 수 있잖아. 그 시각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너의 지각을 확장하고 있는 것을 경험하잖냐. 그런 감각을 활용하는 방법은 단시간 내에 익힐 수가 없어. 그러니까 안 된다고 하는 거다. 너…… 프로브 스펠로 광물을 분별하고 찾아내서 챙길 정도까지 여기 오래 머물 생각도 없잖아?
‘미쳤냐! 그런 거 전부 배울 때까지 왜 여기 있어! 저 숲만 넘으면…… 어, 좀 넓고 멀어 보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저 숲만 넘으면…… 그다음에 며칠만 가면 사람 사는 곳이 나온다는데!’
―그래, 사람 사는 곳이라면 조금 더 쉽게 감각을 훈련할 수 있기도 하지. 연금술사가 다루는 여러 가지 광물을 조금씩 손에 넣어서 훈련을 반복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여기서는 무리야.
‘으…… 억울해! 손에 금전 하나를 쥐기까지 했는데!’
지친 낌새로 땅에 드러누우면서, 손가락 사이에 금전을 끼운 채로 투란은 투덜거렸다. 드라고니아는 거의 포기한 듯한 투란의 기분을 느끼면서, 뭔가 짓궂게…… 살짝 승리한 낌새로 말한다.
―언제든 땅에 묻힌 금을 찾는 수준에 이르고 싶다면…… 당장 연습을 해보라고. 혀로 핥아보고, 손끝으로 더듬어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어떤 소리가 나는지 두들겨도 보고……. 그렇게 감각을 통해 느낀 것이 프로브를 통해 확장되는 거니까.
“크응!”
분명히 약 올리려 하는 꼴을 알아차리면서 투란은 콧김을 세게 내뿜을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대체 어떤 사람이 금을 맛보고 냄새를 맡고 귀를 기울인단 말인가! 도대체 드라고니아 일족은 애들을 어떻게 가르치는가?
무슨 짐승처럼 느껴지잖는가…….
뭐가 위험하고 뭐가 안전한지, 온몸으로 느껴보라고 가르치다니!
그렇게 배우다가 혀가 어디 들러붙기라도 한다면 대체 무슨 꼴이 되겠는가!
‘응? 혀?’
투란이 누웠던 몸을 스윽 일으켜 앉았다.
언젠가 그런 적이 있었던 듯한 느낌이 있었다.
샤오콴 마을과는 아주 다른 어떤 곳, 저 ‘역병의 수해’를 까마득한 아래에 두고 날던 시절…….
드라고니아가 ‘누앙 드라클’이라 부르는 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