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39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40)
대부분의 사기꾼은 자신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 주장한다.
“아니, 정말이라니까! 가보면 안다고!”
사기꾼에 대한 상식적인 의심에 대응해서 투란은 이렇게 외쳤다.
물론 진짜 사기꾼도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서 이렇게 말할 테지만!
사실 달리 할 말도 없기는 했다.
직접 가서 보는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알았어, 가보면 알겠지.”
시알라가 살짝 두건을 당겨 눈을 가리는 시늉을 하며 대꾸했다.
대꾸하지 않으면 왠지 투란이 방방 뛸 듯한 분위기였기 때문이란 것을 세 형제는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서 누나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래도 살살 새는 소리로 덧붙인다.
“정말 가보면 알겠지.”
“음, 뭐…… 어디로 가든 가는 길이니까…….”
“그럼, 일단 내려가서 뛰어야 하나?”
웅얼웅얼하는 세 형제를 보면서 투란의 입술이 미묘하게 삐죽거렸다.
“좋아, 가서 놀라지 말라고! 자, 그러면…… 어, 혹시 이쪽 절벽을 타고 가는 길에 대해서는 몰라?”
페란드가 투란이 가리키는 방향, 지금부터 가야 한다는 쪽을 보다가 반대쪽으로 손짓하며 대답한다.
“마법사가 우리를 데리고 간 길은 저쪽이었어. 반대쪽이지. 그땐 여기 잠시 머물 생각도 못 했고, 가능한 한 빨리 절벽에 달라붙은 샛길을 찾아가려고 바빴지. 마법사는 이 근처에서 정말 오래 머물고 싶어 하지 않았거든. 풍선도 재정비를 하지 않으면 거의 못 쓸 지경이기도 했고…….”
“음, 그러면 이쪽은 그냥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이길 바라야 하나.”
투란은 머리를 긁적였다.
네 남매에게 자세한 설명을 빼놨지만, 드레이크가 여기 하늘을 날던 시절은 가볍게 백여 년은 넘을 듯했다. 그 사이에 네키아의 호수가 생겨났고, 데몬 문지기가 숨어든 것을 겪고 알았다. 그러니 또 무슨 일이 생겼을지는 예상할 수가 없는 셈이었다.
“가능한 한 날아갔으면 좋겠는데…….”
조금 더 세게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투란이 고민하는 듯한 모습에 시알라가 불쑥 말한다.
“날아가면 되잖아.”
“어?”
투란이 눈을 껌벅였다.
페란드와 제란드도 조금 의아한 듯이 시알라를 바라봤다.
멜란드는 시알라를 향해 투정 부리듯 말한다.
“그야 누나는 꽤 잘 날 수 있으니까 그렇지. 우린…… 꼬마 날개로는 절벽에서 추락사하지 않는 정도가 고작이라고. 절벽에 붙어서 멀리 나는 건 무리야.”
“무슨 소리야? 여기까지 오면서 물 위에 바싹 붙어 달리는 시늉은 했지만, 그거 거의 날아온 거였다고. 플로트 주문을 쓰고, 꼬맹이 날개로 버티면 내가 끌어당기는 것만으로도 어지간한 새처럼 날아서 움직일 수 있을걸. 가다가 지치면 절벽에 붙어서 조금 쉬면 되고…… 오래 쉬어야 하면 절벽에 달라붙은 세이프티 하우스를 불러내도 되잖아.”
차분하게, 차곡차곡 쌓이듯이 나오는 시알라의 이야기에 세 형제와 투란은 눈을 깜박거리면서 귀를 잔뜩 기울였다. 마치 이 말을 듣기 전에는 전혀 상상조차 못 한 일이라는 듯!
시알라가 그런 형제들, 투란을 보며 혀를 차고 살짝 높아진 목소리로 말을 맺는다.
“이제 와서 전혀 몰랐다는 표정을 짓고 싶어? 도대체 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길래 어떻게 왔나 제대로 기억도 못 해!”
“아니, 그냥 물에 안 빠지려고 플로트 주문을 걸었다고만 생각했지.”
“그것도 불안해서 꼬마 날개도 살짝 꺼낸 거고…….”
“어, 그치만 물에 닿으면 날개가 팍팍 찌그러지는 바람에 제대로 날갯짓도 못 해봤다고.”
페란드부터 제란드, 멜란드를 거쳐서 슬그머니 변명하는 말이 이어졌다.
투란은 그 말이 나올 때마다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그랬지!’ ‘맞아!’ 같은 소리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달리 덧붙일 말이 없다는 듯…….
―정신 좀 차려! 정신줄 끊어진 얼간이 흉내 내지 말라고!
드라고니아는 시알라가 풍겨내는 것보다 더 짜증난다는 듯, 보다 직설적으로 투란의 뇌리에 으르렁거림을 쏟아부었다.
‘아니, 몰랐다고! 어쩌라고!’
투란은 슬쩍 다른 곳을 보는 척하면서 드라고니아에게 반발했다.
시알라의 한숨이 투란에게도, 세 형제에게도 참 똑똑히 들리도록 살짝 길게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한숨 소리 끝에 시알라가 말한다.
“아무튼! 그럼, 일단 바로 출발할 거지? 오래 머물 수는 없으니까.”
“어? 아, 그렇지! 자, 그럼 그대로 가자!”
투란이 재빨리 시알라에게 찬성하는 소리를 내질렀고, 세 형제도 슬쩍 입을 다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되었든 정말 이곳은 마법사도 잽싸게 피하려던 곳이며, 이미 그럴 만하다는 것을 직접 겪으면서 달루스 일행의 유해(遺骸)마저 처리한 터였다. 굳이 뭘 구경하면서 오래 머물 까닭이 없었다.
결정이 내려지는 순간, 시알라가 빠르게 말한다.
“그럼, 멜란드는 배낭 들고…… 제란드, 모두 엮을 밧줄을 만들어. 페란드랑 제란드가 양쪽에서 붙들고 그 사이에 멜란드가…… 멜란드?”
“응? 왜?”
말 나오기가 무섭게 움직여서 달루스 일행의 유품을 담은 배낭을 가져와 등에 짊어지던 멜란드가 갑자기 겹으로 부르는 누나의 목소리에 의아해했다. 하지만 곧 제란드와 페란드도 물끄러미 보는 눈길을 띄우자 멜란드로서는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왜?”
“등에 짊어지면 날개는?”
제란드가 조용해 말했다.
멜란드는 그제야 어떻게 간다고 했었는가를 되새겼고…….
“어? 에, 그러면?”
약간 맹한 소리를 내자마자 페란드가 단호하게 대꾸한다.
“배낭은 끌어안아. 그러면 네 몸에 밧줄을 걸어서 나랑 제란드가 붙들고, 그다음에 누나가…… 으흑? 누, 누나?”
“아, 진짜! 목은 아니지, 목은!”
페란드가 당황하는 사이에 멜란드가 목청을 높였고, 제란드는 ‘나더러 만들라며?’란 소리를 웅얼거리면서 목에 감겨와 팍팍 조이는 시알라의 밧줄을 잡고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작은 소동은 시알라가 세 형제가 의논하며 시간 끄는 듯한 분위기가 흘러나오자, 바로 손을 휘둘러서 마법의 밧줄 가닥을 끌어낸 다음에 셋의 목을 감게 하는 탓이었다. 그리고 세 형제의 항의를 뭉개는 눈빛을 흘리면서 시알라는 투란을 향해서도 단호하게 말한다.
“배낭에 매달리든, 다리를 붙들든 알아서 달라붙어! 그럼, 간다! 길 안내 잘해야 해, 투란!”
“어, 네.”
투란은 얌전히 대답했다.
드라고니아는 이런 투란과 세 형제의 모습에 뭔가 기쁜 듯한 말을 바로 투란의 뇌리에 꽂아넣는다.
―시원하군. 꾸물거리지 않고! 제법이야!
‘닥쳐주세요!’
휘이―잉!
화아앗!
귓가를 스쳐 가는 소리는 시알라의 불꽃줄기가 넘실거리는 날개와 절벽을 오르내리는 틈새에서 바람이 언짢아하는 것처럼 거칠었다.
하지만 그런 소리와 함께 풍경이 빠르게 스쳐 가는 중이었다.
결국 목에 걸렸던 밧줄을 허리와 겨드랑이를 감고 어깨를 걸어놓은 듯한 매듭으로 바꾸는 타협을 본 채로…… 멜란드는 배낭을 가슴에 걸어 잔뜩 끌어안은 채로 등에 날개를 세운 모습이었고, 페란드와 제란드는 그 좌우로 이어진 밧줄가닥을 몸에 감은 채로 작은 날개로 바람결을 긁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세 형제의 다리 아래로는 각자 한 가닥씩의 밧줄이 흘러내린 채인데, 그 끝은 모두 투란의 허리와 팔뚝에 감긴 채였다.
부유(浮游)의 주문과 작은 날개, 그리고 시알라가 펼친 크고 넓은 다크레이디의 날개가 힘을 합쳐서 절벽에 바싹 붙은 듯이 빠르게 날고 있는 모습이었다. 뭔가가 멀리서 보고 있노라면 너무 이상한 꼴이라 쉽게 가까이 붙기를 꺼릴 듯했다.
중간에 두어 번, 절벽에 새겨진 듯한 작은 선반 모양의 암벽에서 쉬기는 했지만 일행은 아주 빠르게 ‘역병의 수해’와 ‘임프의 정원’을 좌우로 낀 듯한 공중을 날아서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투란은 자신이 기억하는 지형을 볼 수 있게 되었고, 바로 외친다.
“저기! 저 굽이를 돌아가면 절벽이 삐죽하게 숲 쪽으로 튀어나온…… 채일 텐데?”
시알라는 투란의 목소리에 반응해서 더욱 속도를 올렸고, 그 덕분에 투란이 말하는 사이에 볼록 튀어나온 절벽의 굽이를 돌았다. 하지만 그다음에 펼쳐진 풍경에 투란은 말을 더듬으면서 의아해했고, 시알라의 날개는 바로 바람을 움켜쥐고 억누르면서 전진을 멈췄다.
세 형제가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빠르게 둘러보고, 시알라는 다른 날갯짓으로 공중에 둥실거리며 뜬 채로 주변을 살피는데…… 투란은 바로 밧줄을 몸에서 떼어내면서 앞으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살짝 당황한 목소리가 남겨지는데…….
“왜 다 부서져 있어? 왜?”
네 남매는 알 수 있었다.
돌출된 절벽을 돌아선 순간에 눈앞에 펼쳐진 풍경, 절벽의 한 자락이 부서진 채로 바위 더미가 된 채로 비스듬히 하늘을 향해 뻥 뚫린 듯한 광경은 투란이 기억하는 바가 아니라고, 금방 알 수 있었다.
높은 절벽을 이루는 암반과 거대한 숲의 끝자락이 맞물리는 듯한 풍경이었지만, 암반의 한 귀퉁이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채로 저편으로 서서히 굴곡지며 펼쳐지는 들판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상황도 또렷했다.
만약 이 암반이 허물어지고 쌓인 광경이 아니었다면 절벽과 숲이 서로 마주 보면서 문턱을 이루고 있었을 듯했다.
투란은 그 허물어진 암반, 바위 더미 위로 내려서면서 소리지르는 중인데…….
“뭐야, 이게! 누가 다 파묻었어! 왜 이래 놨냐고!”
아무래도 이 암반이 무너지기 전, 절벽의 맨 아래쪽이 찾아온 목적 같았다.
시알라는 이를 지켜보면서 중얼거린다.
“이래서야 저 바위를 다 치우기 전에는…….”
“누나, 우리도 일단 내려가자고!”
배낭을 꼭 끌어안은 멜란드의 목소리가 울렸다.
시알라의 눈길이 닿자, 페란드와 제란드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쿠릉, 콰르릉!
바위가 일어섰다.
거대한 어깨를 과시하는 듯한 자태로, 짧은 두 다리 위로 웅장하고 두툼한 몸통을 얹은 듯한 몰골인…… 집 몇 채를 겹쳐놓은 듯한 바위였다. 바위는 일어선 것이 우연이 아니란 듯이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콰앙! 쾅, 쾅!
우람한 어깨에서 굵직하게 흘러나온 기둥이 팔이란 것을 과시하듯이 휘둘러 바닥을 내리찍었다. 바위 더미가 잔뜩 깔린 바닥에서 곧바로 으깨진 자갈과 돌멩이가 튀어 올랐다.
“넌 또 뭐야!”
투란이 성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위가 일어설 때에 투란이 딛고 있던 곳은 뒤집어졌고, 뒤로 데굴거리며 굴러내려야 했던 참이었다. 한데 돌더미 사이를 굴러서 낑낑대고 일어서자 곧바로 돌무더기를 휘날리는 짓을 하는 커다란 바위 괴물이 있잖은가!
당연히 성내는 소리를 뱉어야 할 때라 생각한 투란의 외침에 대해 바위 괴물은 보다 웅장하고 호쾌하게, 행동으로 대꾸해왔다.
휘이이!
조금 느린 듯했지만, 그래도 거대한 기둥이 휘둘러지는 광경이었기 때문에 바람이 놀라 흩어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투란은 그 광경을 보면서 ‘넌, 대체 뭔데 여기 있어!’라고 외쳤고…….
콰앙!
기둥의 주먹질이 투란을 곧바로 내리찍었다.
굉음(轟音)의 잔향(殘響)이 맴돌 때, 시알라는 조금 거리를 둔 채로 세 형제를 내려놓을 자리로 날았다. 그 사이에 대롱거리며 매달려 있던 멜란드가 놀란 소리를 터뜨린다.
“우엇? 투, 투란! 누나! 투란은……!”
시알라보다 먼저 제란드가 밧줄을 당겨 멜란드에게 붙으면서, 품고 있는 배낭을 잡아당기며 균형을 맞추면서 말한다.
“안 죽어. 하지만 우리는 저거 맞으면 죽는다. 정신 차려!”
“어? 헛, 저거 잔나비처럼 움직이잖아!”
멜란드가 제란드의 냉정한 말에 움찔하다가 다시 바위 괴물을 보며 외쳤다.
페란드가 바닥에 발을 디디면서 보태 말한다.
“키클롭스보다 더 커 보이는군. 그런 데다가 굵직하기도 하고…… 커다란 바윗덩이가 잔나비 흉내…… 아니, 저건 고릴라…… 그 큰 원숭이 모습에 가까운데?”
멜란드는 서둘러 품에서 배낭을 풀어내려야 했다.
가슴에 배낭을 품고 움직이는 것보다는, 한쪽에 치워두고 다른 자리를 뛰어다니는 편이 이모저모로 훨씬 나으니까. 하지만 이런 생각 한편으로 떠오른 것을 멜란드의 입은 거침없이 뱉어내기도 했다.
“용의 보물창고가 있다더니, 정말이었을까? 저런 녀석이 지킨다면, 정말 뭐가 있는 거 아니야?”
잠시 페란드와 제란드가 황당하다는 듯이 멜란드를 바라봤다.
곧이어 세 형제를 향해 시알라가 버럭 지르는 소리가 벼락처럼 떨어진다.
“멍청하게 서 있지 마! 움직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