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40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41)
Chapter 69. 골드러시
쿠르르, 쿠릉!
두 팔에 비하면 좀 많이 짧고 작아 보이는 다리였지만, 바위로 이뤄진 다리였고 가볍게 끄는 것만으로 돌무더기를 구르고 밀어내는 거침없는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한 팔로 바닥을 짚으며 높이 치켜올린 다른 한 팔이 내리찍힐 때는―
콰앙!
―소리만으로 뼈와 살이 갈라질 듯한 느낌이었다.
시알라는 가죽과 불꽃으로 이뤄진 날개를 활짝 펼친 채로 높이 날아올라서 바위 괴물을 내려다봤다. 단단하고 굵고 큰 바위는 불길 따위는 전혀 아랑곳할 낌새가 없어 보였다. 애초에 다크레이디의 불길은 헬 임프와 마찬가지로 돌을 달아오르게만 할 뿐이기도 했으니, 시알라에게 할 일은 한 가지뿐이었다.
“피해!”
손짓으로 방향을 가리키면서, 동생들에게 외쳐주는 것.
거대한 바위 괴물이 뒤뚱거리는 꼴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 방향이 명확하지만, 올려다봐야 하는 입장에서는 대체 저것이 왼쪽으로 기울어진 것인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것인가 알 수가 없었다. 한데 그냥 기울어지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인 놈이 대놓고 돌기둥을 휘둘러 내리찍는 격이었잖은가.
페란드는 누나의 모습을 흘깃하며 바로 제란드와 멜란드에게 다른 방향을 가리키며 외친다.
“흩어져!”
한곳에 뭉쳐 있어 봐야 저 기둥을 다 함께 막을 수도 없었고, 다 함께 처맞고 짓이겨져 뭉개진 꼴로 죽는 수는 있었다. 그러니 이런 외침은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
“물러서!”
시알라가 이어 외친 소리는 다시 한 번 세 형제에게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고 있었다. 바위 괴물에게 다가서면 안 된다는 말이었고, 세 형제는 보다 노골적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바위에게서 먼 쪽으로 뛰었다.
이는 보통 사람과는 전혀 다른 도약이었는데…….
콰쾅, 콰앙!
“으앗!”
“젠장!”
“내 뒤로 와!”
놀란 멜란드는 날아드는 바위 파편을 도마뱀의 다리로 내질렀고, 제란드는 돌이 가득한 바닥으로 몸을 낮춰 굴러야 했다. 그 와중에 페란드는 두 팔을 교차시키며 몸에 힘을 주고 버티는 자세로 날아든 돌덩이를 막아서면서 아까와는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제란드가 구르다가 그런 페란드를 흘깃하고는 두 손, 두 발을 짐승의 네발처럼 움직여서 바로 페란드의 뒤로 뛰었다. 멜란드는 도마뱀의 다리로 보다 멀리 뛰다가 두 형의 모습을 흘깃했고…….
“형, 위쪽 앞!”
높이 튀어올랐다가 떨어져 내리는 사람만 한 바위를 보면서 급히 외쳤다.
페란드의 두 손이 위로 내밀어졌고, 굵어지면서 비늘로 덮였다.
텅!
“괜찮아! 내 뒤편으로 움직여! 내가 방패다!”
페란드의 외침을 들으면서 제란드는 웅크린 몸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페란드의 말처럼 굵고 거대해진 몸집, 붉은 살갗과 비늘이 교차되면서 살짝 불꽃이 튀어 오르는 모습은 방벽(防壁)이나 다름없었다. 어지간한 크기의 바위는 쇠 같은 비늘, 불꽃으로 당겨진 붉은 그랑츄의 괴력으로 선 채로 버틸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저편의 바위 괴물은 그런 페란드를 손바닥으로 뭉갤 정도로 크다!
멜란드가 껑충 뛰어 제란드 곁에 내려서며 말한다.
“제란드 형은 나랑 같이 움직여! 페란드 형, 무리하지 마!”
제란드는 흘깃 멜란드를 봤고, 겨드랑이에 파고드는 탄력이 넘쳐흐르는 굵은 팔뚝을 느끼면서 멜란드가 꺼낸 도마뱀 다리를 알아차렸다. 제란드에게 상황이 아주 분명해졌다.
시알라는 저 바위 괴물이 공격할 범위 밖에서 날고 있었고, 페란드는 저 기둥의 주먹질에 직접 맞지만 않으면 어지간해서는 버틸 수 있어 보였다. 멜란드는 아직까지도 배낭을 짊어진 꼴이었지만, 한 팔만으로 제란드 몸 하나는 자기 옆구리에 끼운 채로 깡충거리면서 재빨리 피해낼 수 있는 듯하고!
‘젠장, 내가 제일 쓸모없는 건가!’
제란드가 꺼낼 수 있는 가장 단단한 붉은 그랑츄의 몸통만으로는 저 바위 괴물의 공격에 그저 휩쓸릴 뿐이었다. 혹시나 한 대 정도는 죽지 않고 간신히 버틴다 해도 그다음에는 그 자리에 엎어져 죽었나 살았나 알 수 없는 꼴일 터였다.
그런 제란드랑 다르게 페란드는 불꽃 핏줄과 강화시켜 놓은 붉은 그랑츄의 괴력에 쇠비늘의 견고함을 덧씌워서 제란드보다 몇 방 더 버틸 수 있어 보이고, 시알라나 멜란드는 아예 맞을 생각이 없다!
이쯤 되면 이 상황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은 바로 제란드뿐이잖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빠르게 도망치는 것뿐인 듯했다.
멜란드에게 몸을 맡기면서 제란드는 힘껏 목청을 쥐어짜 내는 외침을 터드렸다.
“투란! 일어나! 죽지 않았잖아!”
곧 바위 괴물이 엎어졌다.
쿠우웅!
콰르륵!
세 형제를 노리고 움직이던 바위 괴물의 덩치가 뒤로 당겨진 듯이 멀어졌다.
바위 괴물의 주변으로 검은 수정의 광채가 잔뜩 번져갔고, 그 속에서 붉은 줄기가 번지면서 이글거리며 그물 같은 가지를 쳤다.
피싯, 피이이― 치익!
허공에서 불꽃이 너울거리면서 피어났다 사라졌고, 검은 수정의 광채에서 뿜어져 나온 듯한 열기가 바위 괴물의 주변에 아지랑이로 숲을 이뤄내는 듯한데…… 그 흐릿한 일렁임이 너무 많아서 맨눈으로 볼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궈어어!
바위 괴물의 머리 언저리에 깊고 큰 구멍이 열리면서 동굴의 메아리 같은 소리를 토해냈다.
흡사 비명처럼, 놀란 경악처럼!
뒤이어 그 소리와 닮았지만 보다 웅장하고 크면서도 또렷한 사람의 말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망할 놈의 돌덩이! 이게 어디다가 네 맘대로 둥지를 틀어놔! 여기가 어디라고오옷!”
순간, 가장 먼저 시알라가 반응했다.
시알라는 날개를 접고 아래로 떨어져 내리듯이 활강해서 페란드의 머리 위로 들이닥치며 빠르고 분명하게 소리 질렀다.
“도망쳐! 뒤돌아보지 말고! 꼬마의 불타는 몸을 해!”
세 형제의 대답 따위는 기다리지도 않았다.
페란드가 주저 없이 몸을 돌리면서 붉은 그랑츄의 덩치를 급격히 축소해 보지만, 그보다 빠르게 시알라가 날개를 다시 펼치면서 가속하고 꼬리로 페란드의 허리를 감으면서 맹렬하게 날았다. 그 가속과 함께 시알라는 멜란드와 제란드를 향해서도 손을 뻗으면서 밀 듯, 잡을 듯한 손짓을 했고…… 제란드는 그 손짓이 닿기 전에 멜란드가 엄청나게 빠르게 뛰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다음, 네 남매는 온몸의 피를 달아오르게 하는 뜨거움이 폭풍처럼 번져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너진 암반 지형과 숲의 경계를 가득 채울 듯한 뜨거움이었고, 도망칠 수 없었다. 그저 몸에 불꽃을 담은 채로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바위 괴물은 다시 굵고 큰 소리를 울려냈다.
궈어어어어!
이번에는 소리가 잦아들었고, 쿠릉거리며 몸부림치는 소리도 거의 없었다.
마치 통째로 뭔가에 삼켜지면서 바위의 형상이 사라져 가는 듯이.
―투란, 진정해라.
‘우씨이이! 이 망할 놈이 이렇게 다 망가뜨려 놔서 냄새고 뭐고, 전혀 알 수가 없잖아!’
―투란, 이 야수 바위가 그랬다기보다는 이 지역 암반의 붕괴로 인해 이 녀석이 태어났다고 보는 편이 맞을 거다.
‘뭐? 그건 무슨 소리야?’
끓어오르는 울화를 마그마 로드의 열기로 분출시키면서 투란은 ‘웬 터무니없는 소리야?’라는 뜻으로 되묻고 있었다. 이 바위 괴물은 야수 바위였고, 그 모형을 큰 고릴라에게서 얻은 놈이었다. 그런 몰골과 상황을 보건대, 이 무거운 녀석이 암반을 나무처럼 타고 올라가겠다고…… 실제 나무를 탔다가는 나무가 부러진 채로 땅에 처박혔을 테니까, 타고 올라갈 것이 단단한 암벽뿐이었을 테지만 저 큰 바윗덩어리가 야수처럼 경쾌하게 움직이면서 오르내릴 정도로 암벽은 튼튼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그 때문에 무너지고 무너져서 이 꼴 난 것 아닌가?
드라고니아가 이 바위 괴물이 고릴라 형체를 빌린 야수 바위라고, 바닥에 깔려 깊이 파묻힌 투란에게 말해준 순간에 아주 자연스럽게 떠오른 결론이었다.
투란이 아는 고릴라란 녀석들은 하나같이 나무든 땅이든 두들겨대면서 쉴 새 없이 소란 떨고 어디든 기어오르려고 그 덩치를 꿈지럭대는 것들이니까!
하필이면 야수 바위가, 짐승의 형상을 빌려 쓴다는 괴물이 그 많은 짐승 중에 그런 소란 떨기 좋아하는 고릴라의 형상을 한 채로 여기 있다는 불운에 대해서 투란은 잠시 한탄했고 끓어오르는 울화를 터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야수 바위를 마그마 로드의 검은 결정으로 이뤄진 장막 안으로 끌어당겨 다 녹여내고 있는 이때에 드라고니아가 대체 뭐라는 것인가!
―인페르노의 재앙, 그 시절에 가장 골치 아팠던 것이 데드워커였다. 인페르노의 영향력은 죽은 자에게 다시 일어나서 움직이게 하는 마성(魔性)도 부여하거든. 물론 모든 죽은 것이 전부 일어나지는 않아. 그리고 그렇게 움직이는, 원래 움직이지 말아야 할 것 중에는 이런 바위도 있다. 야수 바위의 다양한 기원 중에 인페르노의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야. 그리고…… 이 암반 지역은 최근 들어 전체적으로 인페르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지. 둠 로드 같은 녀석도 바위 구렁이에게 삼켜진 채로 죽었다가 자신의 불꽃에 씌워진 꼴이 되어서 데드워커가 되었다고 봐야겠지. 그러니까, 이 암반 지형의 붕괴가 저 고릴라 형태의 야수 바위를 낳은 셈이라고.
‘그래도 이놈이 계속 여기서 뭉개고 앉아서 여길 뒤죽박죽 만들어 놓고 있기는 했잖아!’
투란은 고집을 부렸다.
이번에는 드라고니아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기는 하겠지…….
‘좋아, 그러니까 이놈은 없애 버릴 거야! 이대로, 녹여서, 뭉개버릴 거야! 내 금광, 날려 먹은 놈을 그냥 둘 수는 없어!’
―누구 금광! 여기 금광이 멀쩡하게 있을 거란 망상은 대체 왜 품고 있는데!
‘어? 에…….’
투란은 잠시 마그마 로드의 용암줄기로 바위 덩치를 휘감고 녹이면서 생각했다. 저항 없이 괄괄 흐르면서 바위 괴물은 녹아 용암 가닥 속에 섞여들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거나 몸부림을 좀 쳐보기는 했지만, 바닥에 깔린 채로 그 바위 몸을 타고 올라와 스며들어 녹이는 용암에 저항할 방법 따위는 없는 모습이었다.
그 상황을 파악하면서, 투란은 살짝 갸웃하다가 불쑥 묻는다.
‘잠깐만, 그러면 혹시 금덩이도 이 녀석처럼 움직일 수 있는 거 아냐? 그 영향력을 받아서…….’
―금은보석 계통에는 세계의 항상성이 강하게 드러난다고 했잖아. 그 항상성을 짓누를 정도의 마성을 부여할 정도라면…… 옛날 재앙의 핵이었던 인페르노가 직접 금덩이를 쥐고 며칠 흔들어 댈 정도는 돼야 할 거다. 이놈도 그렇게 강한 영향을 받은 거라면, 그저 마그마의 뜨거움만으로 녹여 없앨 수 없었을걸.
‘쳇.’
투란은 잠시 금덩이가 쿵쾅거리며 걸어나오는 모습을 상상하다가 그럴 리 없다는 말에 바로 침울해졌다.
―그보다, 이제 그만 진정하지? 시알라네까지 몽땅 멀리 도망치게 했잖아. 계속 이러고 있어 봐야, 파묻힌 금덩이가 저절로 기어 올라올 일도 없고…….
‘어? 음, 이제 전부 녹였…… 응? 파묻힌?’
드라고니아의 말에 투란은 자신이 주변에 대해 전혀 생각 없이 성질내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고, 고릴라 형태의 야수 바위도 이제 거의 다 녹여 자갈 정도 크기로 남아 몬스터라 하기 애매한 꼴인 것을 떠올리다가 알아차렸다.
‘금은, 보석의 향상성! 파묻힌 것! 야, 여기 금덩이가 파묻혀 있다고 해도, 저절로 기어나오지는 못한다고 해도 어디 가지는 않는다는 거지?’
―보통 광물이 알아서 걸어다닌다면 몬스터라고 하잖냐? 여기 보통 금덩이가 묻혀 있었다면 걸어서 어디 갈 일은 없었겠지. 하지만 이렇게 몇 킬로미터 단위로 무너진 구역에 파묻힌 금덩이 몇 조각을 찾는다는 게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만?
드라고니아는 꽤 진지하게 주변을 검토하는 척하면서 대답하고 있었다.
투란에게 그 말투를 통해서 찾으려 한다면 길고 지루할 수는 있어도 못 찾을 리는 없다는 기묘한 자신감을 전하는 말이었다. 정말로 여기 금덩이가 있다면…….
‘아하핫, 그렇지. 금덩이도 은덩이도…… 걸어다니거나 날아다닐 일은 없지. 몬스터가 아니라면! 어? 금덩이나 은덩이로 된 몬스터도 있기는 있는 거냐?’
새삼 투란은 의아해하면서 되묻기도 했다.
그야말로 몬스터 헌터가 꿈에 그리는 망상 속의 몬스터가 아닌가?
이렇게 망상을 하면서도 투란은 얇게 퍼뜨린 마그마 로드의 형상을 빠르게 변화시키고도 있었다. 붉은 줄기를 거둬들이고, 부드럽게 흐르는 검은 광택이 주변으로 번지게 하며…… 조금 전까지 뿜어내던 뜨거움과는 전혀 다른 엷은 크리스털의 광채를 머금은 듯한 검은 색채를 지닌 형상으로!
―몬스터는 아니더라도 몬스터처럼 느껴지는 황금상(黃金像)같은 것은 있지. 가끔 은이나 보석으로 만들기도 한다더군. 마법사가 연금술사와 힘을 합쳐 만드는 아티팩트 중에 말이야…….
‘그래? 흐흠.’
살짝 흘려들으면서 투란은 어깨와 가슴에 집중하며 눈을 열심히 깜박거렸다. ‘패러블랙 잉크’가 골든 드레이크의 눈알을 형성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