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4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42)
―뭘 하는 거냐?
드라고니아는 투란이 집중하는 상태가 꽤 진지한 것을 느낀 듯이 물었다.
투란의 대답은 간단했다.
‘잘 보려고!’
뭘 그리 열심히 잘 보려 하느냐 다시 물을 필요는 없었다.
투란은 드레이크의 눈을 통해 보면서 광물(鑛物)을 봤던 기억을 되새기고 있었다. 드레이크의 감각을 통해 금전을 맛본 것을 그 기억에 겹쳐 얹으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주 집중해서, 기억 속에 봤던 것을 다시 보면 절대로 놓치지 않도록 잔뜩 집중하고 있었다.
그 집중과 함께 아르고누스의 시커먼 잉크 속에서 드레이크의 눈알이 잔뜩 피어났다. 꽃밭의 꽃이 한꺼번에 피어나는 듯한 광경이 얇게 깔린 잉크의 풍경 속에서 눈알 꽃을 피운 듯했다.
깜박거리는 드레이크의 눈알은 그 강력한 시각을 거침없이 발휘했고…….
―맙소사. 너, 조금 전에 드레이크의 눈을 아르고누스에게 맛보게 한 까닭이 이거 때문이었냐?
드라고니아는 투란이 새삼스럽게 드레이크의 눈을 형성하고, ‘패러블랙 잉크’를 눈꺼풀 안쪽에 채워 넣으면서 몇 번이나 정교하게 더듬게 한 것을 되짚으며 놀랐다. ‘천칭’의 문장 속에서 아르고누스가 분명하게 자리 잡고 있으면서, 투란이 지닌 여러 몬스터 에센스 속에서 눈에 해당되는 부분을 제법 공유하는 듯하기는 했지만 실체를 접하지 못한 때문인지 제대로 눈알을 형성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투란은 이를 조금 전의 깜박거리는 과정 속에서 아예 자기 눈을 직접 맛보게 함으로써 해결하고, 아르고누스의 능력으로 드레이크의 눈동자를 잔뜩 끌어낸 것이다.
‘아, 뭐…… 원래 어디선가 드레이크의 눈알 맛 정도는 봤을 것 같기는 하지만…… 어떤 눈알이 드레이크 눈알인지 내가 모르잖아. 있는 눈알 맛을 보게 하면, 이렇게 쉽게 되는 거…… 뭐, 전에 뿔수리로 확인했으니까.’
혀를 날름하면서, 온 세상을 꿰뚫어보는 듯한 넓고 깊은 눈동자로 투란은 무너진 암반 지역을 열심히 더듬는 눈빛을 반짝였다.
―굉장한 시야로군. 원래 골든 드레이크 중에서도 루미널은 투시(透視)와 비슷한 능력이 약간 있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건 그 이상이로군!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 지하의 광물 형상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겠어!
‘그래, 이건 새끼의 시각이 아닌 것 같네. 눈이 지닌 능력을 완전히 끌어내는 모양이야. 마치 드레이크가 다 자라서 보는 것 같아.’
드라고니아처럼 투란도 새삼 놀랐다.
드라고니아가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진 탓인가, 저절로 이야기가 쏟아지는 것처럼 말한다.
―아르고누스는 눈의 잠재력을 바닥까지 퍼냈었지! 마찬가지로 눈알 수집가라는 괴물 아르곤에게는 전혀 없던 능력! 네 눈으로도 사람의 한계를 넘는 선명한 시각을 발휘하게 해줬잖아. 그러니까 아직 어린 새끼의 눈이라 해도, 언젠가는 어른이 될 테고…… 그 기능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그 잠재력을 모조리 깨운 모양이야! 아니, 그런데 너 이런 걸 기대하지는 않았던 모양인데, 어째서 이런 짓을 한 거냐?
‘어? 에…….’
투란은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면서도 잠시 대답이 궁한 낌새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드라고니아의 말처럼 정말 이런 수준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설마, 두 눈으로 보는 것보다 여러 눈이면 더 잘 보일까 봐?
‘그렇잖아! 맞잖아!’
묻는 척하지만, 슬그머니 놀리는 낌새가 섞인 드라고니아의 말투를 느끼면서 투란은 발끈하고 말았다. 하지만 드라고니아는 오히려 뭔가 진지하게 말하고 있으니…….
―그렇군. 확실히 중첩된 시각은 골든 드레이크 본래의 시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그리고, 투란…… 지금 프로브가 그 시각을 갖췄다.
‘어?’
―간밤에 네가 드레이크의 형상을 뒤집어쓰고 하려던 짓이잖아! 아무튼, 몬스터 로드의 뒤엉킨 감각이라 시간이 꽤 걸리기는 했지만, 지금 시각을 중심으로 삼아서 드레이크의 감각이 정리된 채로 프로브에 합쳐졌단 말이다. 쉽게 말하자면, 넌 이제 프로브를 통해서 드레이크의 감각을 이용할 수가 있다고.
‘아! 우핫!’
투란은 소리 없이 환호했다.
그리고 곧바로 아르고누스를 통해 피어났던 눈동자를 지워나갔다.
얇게 주변에 넓게 깔렸던 검은 잉크의 장막이 다시금 붉은 줄기를 머금은 마그마 로드의 형상으로 바뀌어 나갔고…….
―정말로 여기 큰 규모의 금광이 있었나 보군. 저쪽 아래에 꽤 큰 금덩이가 있다. 어림잡아도 삼, 사천 킬로그램은 나올 것 같은 덩어리로군. 그 정도면 많…… 투란?
파다닥!
드라고니아의 말은 투란을 일단 뛰게 했다.
크라스탈의 티끌이 살짝 휘날렸고, 붉은 방울이 뜨거운 열기를 머금은 채로 흩뿌려지기도 했다. 시커먼 잉크는 부드럽게, 시커먼 결정질은 단단하게 엮인 채로 투란의 발아래에서 움직이며, 다리와 허리…… 몸으로 섬세한 실 가닥처럼 흩날리며 이어진 모습이었다. 마치 투란을 쫓는 듯한, 잔뜩 깔린 돌무더기 위로 검은 그림자가 붉은 광채와 반짝이는 빛의 티끌을 품은 채로 투란의 걸음에 따라 움직이는 듯했다.
이런 투란의 행동이 뭘 의미하는지 금방 알아차린 드라고니아는 아주 어이없어하면서 말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저 황금은 걸어서 도망치지 않아! 뭘 그리 서둘러?
‘땅 파고 기어서 달아날 수지도 모르잖아! 여기가 어딘지 잊었어? 아니, 그보다 어디야? 어디에 있냐고!’
거의 수십 미터에 달하는 폭을 지닌 바위, 암반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돌덩이 위에 올라선 채로 투란은 재촉했다. 어느새 투란의 눈가에는 금빛 비늘이 살짝 얹혀 있는 듯했고 눈동자는 드레이크의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암반이 깊고 넓은 채로 놓여 있는 곳일 뿐, 드라고니아의 말처럼 ‘거대’한 금덩이의 낌새가 없다!
투란이 재빠르게 드레이크의 콧등을 드러내면서 킁킁거리면서 냄새도 느껴봤지만, 역시 없었다.
‘뭐야, 없잖아!’
―프로브가 보내주는 정보를 왜 모르는 척하냐고! 당장 몬스터 꼴부터 없애버리고 나서 프로브를 통해 느껴봐!
‘어? 아…….’
꽤나 서둘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으면서 투란은 머리를 긁적인 채로 숨을 가다듬었다. 드라고니아의 말처럼, 프로브를 통해 뭘 느끼기보다는 일단 자신의 감각…… 몬스터 로드로서의 능력을 이용해 황금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너무 흥분해서 조금 부주의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투란은 침착하게 생각했고…….
‘잠깐, 그렇게 큰 덩어리인데 어째서 드레이크가 냄새도 못 맡지? 아무리 새끼 코라도 해도 네 말대로 큰 놈이고 가깝다면……? 뭐야, 이거?’
드라고니아를 향해서 주절대던 말이 멈췄다.
프로브로부터 전해온, 지금 딛고 있는 암반의 규모가 겨우 투란을 깨닫게 한 탓이었다. 그저 넓고 큰, 주변의 자갈 같은 돌무더기라든가 집 한두 채만 한 크기랑은 비교가 안 되는 수십 미터의 폭과 두께를 지닌 진짜 암반이었다. 이 정도라면 아래에 깔린 것의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꽤나 당연했다. 아무리 강화된 드레이크의 시각이더라도, 이 두께를 깊이 파고들며 보기는 무리인 상태가 아닐까 싶은데…….
―그냥 암반이 아니야. 이 주변이 붕괴된 꼴을 봐라. 그런 상태에서도 이 정도 크기가 유지된 까닭이 뭐겠냐? 이건 자연적으로 형성된 철강(鐵鋼)이다. 순도도 꽤 높고, 그만큼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 드라코눔의 대장장이라면 이거 한 귀퉁이를 떼다 주면 그 무게만큼의 금을 내놓을 정도로 질이 좋기도…… 투란?
‘녹여주겠어! 쇠라고? 웃기고 있네! 감히 내 황금을 감추려 하다니! 용서할 수 없어어엇!’
―야! 정신줄 놓지 마!
드라고니아가 급히 말했지만, 투란은 이미 주먹을 높이 치켜올렸고 내리찍는 중이었다. 거대하고 시커먼 마그마 로드의 형상으로!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고, 검은 장막이 안개처럼 엮이면서 높은 벽이 되어 치솟아 오르며 투란의 주변을 감쌌다. 그 장막 속에서 격한 음향이 곧바로 터져 나왔다.
쿠웅!
땅울림이 세게 번져갔고…….
“뭐야, 괜찮은 걸까?”
멜란드가 멀리 보는 눈길로 중얼거렸다.
돌무더기 저 너머에 투란이 바위 괴물과 싸우는 것은 분명했다.
까맣게 피어올라서 번지고 있는 이상하고 새까만 장막은 분명히 투란이 한 짓일 테니까…… 그 여파가 장난이 아니라서 네 남매가 일단 되돌아보지 않고 거리를 둔 채로 뛰어야 했잖은가. 그러고 나서 겨우 목숨을 건진 느낌이 드는 여유를 찾고 나니, 아직도 난리가 가득한 듯한 저 광경이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괜찮을 거야. 저 검은 것이 유지된다는 건, 투란이 움직인다는 뜻이잖아.”
제란드는 단호하게 멜란드의 염려를 부정했다.
멜란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린다.
“알아, 알기는 하지만…….”
플레임 불과 만났을 때랑 비슷한 상황처럼 보이기는 했다.
어쨌든 투란은 저 안에서 무사히 나올 듯하기는 한데…….
“조용히 하고 있어. 내가 보고 있을 테니까!”
시알라가 날아오르면서 말했다.
멜란드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상황은 예전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예전과 달랐다.
플레임 불은 강력하다고 했지만, 마법사의 말뿐이었고 구체적으로 와닿는 느낌보다는 멀리서 보고 그저 겁에 질린 듯한 느낌이 더 강했다. 하지만 고릴라랑 닮은 이 바위 괴물은…… 괴성을 올리면서 저쪽으로 질질 끌려간 다음에도 뭔가 지독하게 대응하는 듯, 이전과 다르게 투란이 장막을 거두고 바로 나오고 있지를 않았다.
뭔가 쉽게 해결될 것처럼 보였는데, 아무래도 뭔가 다른 듯…….
페란드는 눈을 가늘게 하면서 날아오른 시알라의 주변을 살피다가 목청껏 외친다.
“뭐 보여? 보이는 것 없으면 얼른 내려와!”
제란드도 이 말에 동의하는 듯…….
“괜히 이상한 녀석 눈에 띄지 않게 보이는 거 없으면 그냥 내려와, 누나!”
하지만 시알라는 펄럭거리는 거센 날갯짓과 함께 조금 더 높이 치솟고 있었다. 너무 낮아서 제대로 보이는 것이 없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페란드가 한숨을 쉬듯, 혀를 차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말한다.
“제란드, 이상한 거 누나 주변에 얼쩡거리지 않나, 조금 멀리 보고 있어라. 멜란드, 넌 우리 주변을 살피고.”
네 남매가 이렇게 경계를 하면서 상황을 주시할 무렵…….
투란은 바위를 관통하는 마그마의 격류를 뿜어내고 있었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마그마는 철강이라는 바위를 녹였고, 갈아내고 갉아내며 몇 미터의 지름을 지닌 구멍을 파 뚫고 있었다. 마그마의 흐름 속에 거대한 암반이 시뻘건 쇳물이 되어 녹아 소용돌이치며 구멍을 새겨 넣고 있는 듯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광경의 중심에서 무릎까지 쇳물에 담근 꼴로 투란은 웃고 있었다. 웃음과 함께 소리 없는 외침이 투란의 마음속에 울려 퍼지기도 했으니…….
‘맛있어! 이렇게 맛있는 거였나? 철강이라고?’
―정신줄 놓지 말라고! 도대체 뭘 어떻게 맛보고 있는 거냐! 마그마 로드가 맛을 느끼는 감각이 있었어?
드라고니아가 이모저모로 어이없어하고 있었다.
‘몰라! 막 녹이고 있는데, 혀로 맛보는 것 같은 느낌이야! 살살 녹아! 녹아서 바로 내 몸이 되는 그런 느낌인데…… 아주 튼튼하고 단단한 무늬가 느껴져!’
―그게 무슨 소리야?
‘쇠가 녹아서 무늬가 되는 건가? 에헤헷, 맛있어!’
―정신줄 놨냐!
드라고니아는 이제 식겁한 듯한 소리를 버럭 내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투란은 그런 드라고니아의 놀람을 한편으로 치워놓은 채로, 자신의 마음을 마구 뛰어다니는 기묘한 맛의 감각조차도 냉정하게 더듬으면서 생각하는 중이었다. 나오는 말은 엉망진창이었지만…….
마그마 로드의 감각, 이전과는 다른 느낌.
투란의 마음에 그 새로운 지각(知覺)이 맹렬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다른 때와는…… 주변의 토양, 돌 따위를 마구 녹여 용암 줄기 속에 담가 버릴 때와는 완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이것저것 잡다한 것이 섞여 정돈되지 않고, 정리될 리가 없는 것들이 마그마의 강렬한 흐름, 의지에 굴복해서 강제로 그 낱알 모양을 바꾸며 융합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투란으로서는 그 까닭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이 바위, 거대한 암반이 아주 특별하다는 느낌이었다.
거기에 대한 단서라면, 드라고니아가 말한 철강이라는 한마디뿐이고…….
마그마 로드를 이루는 정교하게 잘 맞물린 톱니바퀴의 무늬 위로 철강의 무늬가 덧씌워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강인함이 생겨나는 듯했다.
많이 녹여 삼킬수록, 더 튼튼해지고 강력해지는 것.
투란에게는 ‘어째서? 왜?’라는 의문이 드는 감각이었지만, 마그마 로드의 본능은 이를 아주 좋아하고 있었다. 그 감각 속에서 기묘한 환희가 샘솟는 듯했고, 투란에게 그 느낌은 ‘맛있다!’라는 한마디로 정리될 수밖에 없었다.
드라고니아로서는 이런 투란의 복잡함이 가득한 채로 토해진 한마디를 뭐라 제대로 해석할 수가 없었다. 순전히 몬스터 로드로서의 본능적인 소리란 것만 이해할 뿐!
투란은 설명하기보다 더 깊이 느끼면서, 철강을 녹였다.
그리고 더 맛있는 부분에 도달했다!
―자, 잠깐 투란!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