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43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44)
‘어, 얼마나 많이 갈아 마셨어?’
투란은 드라고니아에게 살짝 울먹대는 낌새로 물었다.
혼자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뭔가 마그마 로드로서 느낀 맛의 기억만 선명하고 얼마나 황금을 들이켜 없앴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정말 집중해서 잘 먹어치운 듯할 뿐이다!
―흠…… 어디 보자…… 아참, 인간이 사용하는 금전이란 것은 황금을 무게로 가늠해서 규격화한 거라고 했었지? 음, 그러니까…… 금전 한 닢이 오백 그램이라고 하는 것 같았으니까…… 이 아래편의 철강 바위에 짓이겨진 꼴이면서도 단단히 뭉쳐 있던 부피를 가늠하고…… 그걸 무게로 환산하면…….
‘빨리 말 안 해!’
투란은 드라고니아가 살살 약 올리려 하는 낌새를 또렷하게 느끼면서, 소리 없이 사납게 으르렁거려야 했다. 이미 계산 끝났으면서 질질 끌고 약 올리려 하다니, 도대체 어쩌다 드라고니아가 이토록 못된 성격이 되었단 말인가!
―키린 탓이야.
투란의 심상을 느낀 듯, 드라고니아가 짧게 답했다.
그리고 투란이 다시 뭐라 하기 전에 해치우겠다는 듯, 재빨리 계산된 황금에 대해 늘어놓는다!
―어림잡아도 대강 만에서 만이천 킬로그램은 나오겠군!
‘어, 얼마?’
똑똑히 뇌리를 울리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투란은 되묻고 말았다.
드라고니아는 놀라는 투란이 재미있다는 듯, 아주 친절하고 상냥하면서도 얌전한 말투로 대답해준다.
―일 킬로그램이면, 금전 두 닢이 되는 셈이지? 그렇다면 금전 이만 닢에서, 이만 사천 닢 정도가 아닐까 싶군. 뭐, 크게 한 뭉치였던 부분을 빼고서 여기저기 곁가지 친 것까지 합하면, 한 2, 300킬로그램은 더 될 듯도 한데…… 투란?
‘말 걸지 마. 나 아주 비싼 몸 되셨어.’
옆으로 푹 쓰러지듯이 누우면서 몸을 잔뜩 웅크린 꼴이 되는 채로 투란이 대꾸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흥분한 상태였다면 지금 완전히 탈진한 듯한 기묘한 투란의 기분이 드라고니아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비싼 몸이라니? 그게 무슨……?
어딘가 조금 엇나가서 이상해하는 듯한 드라고니아의 기분 또한 투란에게 바로 느껴지고 있었다. 새삼스럽게 사람이 자기 몸을 팔고 산다는 것이 가능한가 꽤나 의아해하는 듯한 그 속내가 투란을 짜증나게 했다!
‘금전 이만 사천 닢을 먹어치웠잖아! 당연히 비싸질 수밖에 없잖아!’
―아, 그런 이야기였나? 흠…….
‘약 올리지 마! 엄청 비싼 몸이라, 화나면 무섭다아아!’
―이미 화내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데, 왜 화를 내냐?
‘왜냐니!! 그게 지금 묻는 소리냐? 그만 약 올리라고!’
웅크린 몸을 돌바닥에 굴리면서 투란이 징징거렸다.
드라고니아는 이런 투란의 태도에 슬슬 질렸다는 듯, 한편으로는 진짜 어이없어졌다는 듯한 말투로…… 전혀 멈출 낌새 없이 말한다!
―설마, 지금 금 일만 킬로그램을 먹어치운 것이 아까워서 그러는 거는 아니겠지? 그 금을 먹어치운 마그마 로드가 얼마나 새롭게 변했는가를 생각하면 아까워할 일이 아니잖아!
‘맛만 보면 되는 거였다고! 그렇게 꾸역꾸역 안 삼켜도 된 거라고! 어흐흑! 넌 몰라! 너넨 금전 안 쓴다며? 그러니까 알 리가 없지! 넌 정말 몰라! 금전 한 닢만 있었어도……!’
―한 닢? 오백 그램의 금조각으로 뭘 할 수 있었는데?
‘엄청 좋은 부적이랑, 아주 괜찮은 몬스터의 정수가 몇 개 담긴 몬스터 엠블럼을 각인받을 수 있었다고! 금전 한 닢이면!’
―몬스터 엠블럼도 금전으로 거래했단 말이냐?
‘야, 뭘 놀래?’
―사명은! 아니, 그 부작용은! 너넨 도대체……!
‘사명? 그런 거 알 게 뭐냐! 좋은 부적이랑 같이 구할 수 있었다고 했잖아. 키린이랑 같이 있을 때 여기저기 다니다가 봤을 텐데…… 진짜 모르는 척할 셈이냣!’
―기억이 가물거리는군. 그보다, 겨우 일만 킬로그램의 금괴 때문에 이렇게 삐쳐 있을 참이냐?
‘겨, 겨우?’
투란은 잠시 머리가 멍해진 것처럼, 할 말을 잃으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것처럼 침묵해야 했다. 이제 드라고니아에게 뭐라 말하고 싶지도 않다는 듯한 낌새도 잔뜩 품은 채로!
―야, 너 진짜…….
“금이다! 여기 금이 있어!”
저편에서 들려온 멜란드의 좋아라 하는 목소리가 투란의 귀를 쫑긋하게 했다.
소리 없이 뇌리를 울려오는 드라고니아의 말을 잠시 머리 한편에 치워놓으면서, 투란은 웅크린 채 굴리던 몸을 앉혔다.
둥글게 뚫어놓은 탓에 철강이란 바위가 사방에 벽처럼 둘러쳐진 구멍 안은 그리 넓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한쪽이 격렬하게 몰아닥친 힘에 의해 심하게 균열이 가면서 무너져 뚫려 있었고, 저쪽으로 세차게 터져 나간 듯한 탓에 열린 문턱처럼 꾸며진 채였다. 그 문턱 너머에서 멜란드가 사람 몸통만 한 돌덩이를 들어 올린 채로 외치고 있었다.
“이거 봐봐! 여기 잔뜩 눌어붙었어! 이것도 몇십 닢은 될 것 같아!”
투란은 멍하니 그 금박이 눌어붙은 듯한 돌덩이를 바라봤다.
사람 몸통만 한 것에 꾹꾹 눌어붙은 꼴은 마치…….
‘솥 안에 붙여놓은 밀반죽 같아.’
간편한 식사대용의 포를 만들려고 밀을 반죽해서 솥 안에 붙여놨을 때의 꼴이랑 멜란드가 들고 있는 돌덩이에 붙은 금박의 모양이 꽤 닮아 있었다. 정말 조금 두께만 있다면 그대로 도려내는 것만으로도 금전이라 내밀며 쓸 만해 보였다.
멜란드가 좋아라 하는 까닭을 투란이 가슴 깊이 느낄 때였다.
“여기도 있군. 이건…… 작지만 금덩어리 같은데?”
페란드도 소리치며 사람 머리통만 한 돌덩이, 반짝거리는 꼴이 그냥 금덩이로 보이는 것을 들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형과 아우의 말에 호응하듯, 제란드도 다른 쪽에서 작은 자갈 같은 것을 들어 올리면서 소리친다.
“여기도 흩어져 있어. 아주 심하게 박살 나서 많이 흩어진 모양이야. 잘 찾아보면, 꽤 나올 것 같아! 누나, 거기는 없어?”
시알라는 말없이 돌을 파내고 있었다.
시알라 주변에는 반짝이는 낌새가 없었다.
세 형제는 뭔가 누나의 좋지 못한 분위기라도 느낀 듯, 바로 입을 다문 채로 주변을 더 자세히 둘러보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투란은 무릎을 끌어안은 채로 앉아서 멍하니 그런 광경을 바라보는데…….
―투란, 정말로 여기서 저런 쪼개진 금을 주워 모을 생각이냐?
‘귀한 거야! 쪼개졌어도 금은 금이라고오오!’
―그러니까, 왜 저런 쪼가리로 모으냐고! 필요한 만큼 한 덩어리 파내면 되잖아!
‘어, 에, 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느닷없이 머리 한구석이 허물어진 듯한 기분을 잔뜩 담아서, 투란은 아주 공손하게 되묻고 있었다. 이는 곧바로 드라고니아에게서 진심이 가득한, 아주 어이없어하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말았다!
―너, 잊고 있었냐? 여기서 황금 찾겠다고 했던 이유를 잊었어?
‘응? 이유?’
투란은 무릎 사이에 턱을 파묻으면서, 멀리 보는 시늉을 하며 눈의 초점을 흐린 채로 드라고니아의 말에 집중했다. 대체 지금 드라고니아가 뭘 짚으려 하는 것인가, 어째서 황금의 큰 덩어리에 대해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떠들고 있는가!
―드레이크가 먹어치웠던 황금이 어느 정도 크기였는가부터 다시 기억해봐! 네가 삼켜버린 몬스터, 골든 드레이크의 체격을 떠올리라고! 그 녀석이 여기 심심할 때마다 들러서 실컷 먹어치우고도 남았기 때문에, 몇 십 년이 흘렀다고 해도 남아 있을 거라고 확신했으니까 온 거잖아! 그 한 입이면, 드레이크의 한 입이면 몇 미터 단위로 금덩이가 사라진다고! 수백 킬로 되는 물소도 두어 번 씹어서 바로 꿀꺽하는 놈이다! 그런 놈이 금덩이라고 혓바닥으로 살살 핥아 먹을 것 같냐?
‘가끔 핥기도 했어. 발톱에 끼워서, 멀리 가려고 할 때는!’
뜬금없는 대꾸를 하면서 투란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드라고니아가 한 말을 음미하듯…… 아련한 과거를 되새김질하듯!
그러는 사이에도 드라고니아의 말은 쉽게 멈출 낌새 없이 이어진다.
―이 주변 암반이 대규모로 갈아엎어지면서 안팎이 뒤집어진 탓에 꽤 깊이 묻혀 있던 금괴가 튀어 오른 것뿐이다. 노출되었던 금광이야 파묻혀서 맥이 끊어졌을 테지만…… 이 쇳덩이 바위에 깔려 있던 것은 겨우 한 덩어리였을 뿐이란 말이다. 찾으려고 한다면…… 지금이라면 이 지역을 완전히 드레이크의 감각을 이용한 프로브로 뒤지는 데, 얼마 걸리지도 않을 거라고! 그런데 왜 저런 쪼가리를 모으는 꼴을 놔두는 거냐고! 여기가 무슨 이쁜 돌멩이 줍는 놀이터라도 되는 줄 알아? 지금 이 순간에도 역병의 수해에서 이쪽으로 뿜어내려는 바람결은 아주 좋지 않은…….
“퓨리파잉, 클렌징!”
투란의 외침이 세차게 터졌고, 그 외침과 함께 앞으로 한 바퀴 구르면서 치켜올렸던 손이 돌투성이의 바닥을 찍었다.
곧바로 마력의 거센 파문이 주변을 휩쓸었다.
네 남매는 흠칫하면서 투란을 바라봤고, 투란은 위풍당당하게 외친다.
“세이프티 하우스, 여기에!”
다른 말이 필요 없다는 듯한 그 태도가 곧바로 시알라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아무것도 없는 돌바닥을 걷어차듯이 뛰어 투란 쪽으로 다가서며 시알라가 힘차게 주문을 외운다.
“세이프티 하우스!”
세 형제는 눈을 껌벅거리면서 손에 각자 찾아낸 금덩이를 쥔 채로 그 광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투란은 너무나도 느닷없었고, 누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재빠르게 움직여 버린 것이다.
그리고 시알라가 단독으로 끌어낸 마법의 집은…… 늘 그렇듯이 여관이란 느낌이 넘쳐나는 건물이었다. 그 입구에서 시알라가 세 형제를 향해 손짓한다.
“얼른 들어와!”
세 형제는 다시 눈을 껌벅였지만, 건물이 세워지면서 아예 그 집 안에 놓인 듯한 꼴인 투란도 재촉하듯이 손짓하니 어쩔 수 없이 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그런데―
“숙박비는 내야지?”
시알라가 입구를 턱 막듯이 선 채로 손짓하며 하는 말은 무슨 뜻인가?
페란드는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었나 싶은 표정을 지었고, 제란드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면서 누나가 지금 진심으로 한 말인가 잔뜩 의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큰 돌덩이를 머리 위에 들고 큰 배낭을 허리에서 땅으로 질질 끄는 꼴로 다가온 멜란드는 웃었다.
“아하핫, 누나 지금 무슨 장난을…… 누나?”
말을 하던 멜란드는 시알라가 문턱 너머로 스윽 움직이면서 문을 반쯤 닫아거는 모습에 기겁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페란드와 제란드 역시 엇비슷하게 식겁한 표정을 짓는데…….
“난 여관을 차릴 거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연습 좀 해도 되잖아? 여관에서 제일 중요한 건,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도 웬만하면 숙박비를 정확하게 계산해서 받아야 하는 거라고. 그렇지? 자자, 어서 숙박비를 내고 들어와! 그냥 가진 금을 전부 내려놓으면 되는 거야.”
시알라는 반쯤 닫은 문에 얼굴을 반쯤 가린 채로 스산하게 이런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뭐? 뭐어? 누, 누나! 지금 무슨!”
멜란드가 완전히 황당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소리치는데, 페란드와 제란드는 그냥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이제껏 모아 쥐고 있던 금 조각, 덩어리를 모두 시알라의 발치에 던져 놓는다!
“어서 와, 자 얼른 들어오고…….”
시알라가 발로 떨어진 금을 한쪽으로 쓸 듯이 밀면서 문을 열고 비켜섰다.
페란드와 제란드가 문턱을 넘어서는 모습에 멜란드는 ‘아, 진짜 깜짝 놀랐잖아.’라며 그 뒤를 따르려 했다. 하지만 문은 바로 멜란드 앞에서 다시 반쯤 닫히고 있었고, 멜란드 앞을 가로지르는 시알라의 팔과 다리가 문턱을 넘지 못하게 막는다!
“에?”
“품에 꼭 끌어안고 있는 거, 내려놔야지?”
시알라의 말투는 꽤나 스산했다.
멜란드는 자신이 품고 있는 금박이 눌어붙은 돌덩이를 내려다봤다.
얼핏 멜란드 체격보다 조금 작은 돌덩이였고, 금박은 나름 두껍게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누나, 나도 그냥 세이프티 하우스 올릴 수 있거든?”
돌연 멜란드가 돌덩이를 꽉 끌어안으면서 반항하듯 중얼거렸다.
스륵, 시알라는 머리 뒤의 두건을 당겨서 코와 입을 가로막는 시늉을 하면서 대꾸한다.
“내 여관 앞에 다른 여관을 놓고 경쟁을 하겠다고?”
“난, 여관 아니거든!”
“누나가 직접 운영하는 여관 놔두고 다른 집에서 자겠다고? 너, 강도 한번 당해볼래?”
시알라의 말투는 사뭇 진지했고, 멜란드는 진짜로 복면을 두르는 누나의 모습에 완전히 질린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투덜대면서 멜란드가 품에서 금박 돌덩이를 내려놨고, 그제야 시알라는 복면을 다시 두건 자리로 돌려놓으면서 문을 활짝 열어줬다.
문은 멜란드가 들어선 뒤에 다시 닫히고, 잠겼다.
그리고 투란은 드라고니아의 속삭임을 들었다.
―저거 진심인 거냐? 장난인 거냐?
정말로 헷갈려 하는 말투가 뭔가 재밌지 않은가?
‘흐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