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44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45)
투란은 회상했다.
오래전의 일이지만, 샤오콴 마을에서 샤오덴 할배가 피식 웃으며 했던 말을.
“그저 반짝이기만 하는 돌멩이를 놓고 왜 싸우냐고? 그걸로 뭘 할 수 있는지 아는 나이가 되거든, 그 때 다시 생각해 보거라.”
‘……라고 했지.’
―인간 중에서 마법사는 그리 많지 않아. 연금술사 역시 마찬가지지. 하지만 그 적은 수의 인간만이 금을 이용해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잖나? 금박을 입히거나 하는 공예품 관련된 일을 하는 인간의 수도 아주 적을 텐데?
드라고니아는 투란에게는 전혀 닿지 않는 매우 기묘한 방식으로 검토한 생각을 그대로 꺼내 보이고 있었다.
‘에…… 너, 키린이랑 함께 사람 사는 곳을 정말 많이 다녀보질 않았구나! 어, 나중에 사람 사는 곳에 가면…… 잘 알게 될 거야. 그러니까…… 그건 기다리고! 자, 황금이 어디 묻혀 있는지 말해봐! 어디야?’
―야, 그보다 대체 왜 갑자기 마법을 쓰고 집을 지으라고 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냥 대뜸 소리 지르고 집을 세우게 하고 넘어가는 거야?
‘음? 흐음…… 괜찮아 보이는데?’
투란은 네 남매의 모습을 보면서 드라고니아의 말을 그냥 넘기려 들었다.
페란드와 제란드는 살짝 한숨 짓지만, 그냥 누나에게서 눈길을 뗀 채로 넘어가려는 듯한 모습이었고 멜란드는 시알라를 바라보면서 ‘누나가 저럴 수가!’ 따위의 중얼거림을 흘려내는 중이었다.
그리고 시알라는 세 형제가 떨궈놓은 것으로부터 금만 긁어내는 중이었다!
이글거리는 손톱 끝이 금을 달아오르게 하고, 돌을 달아오르게 하면 박박 긁어내서 금과 잡석을 깔끔하게 걸러내는 시알라의 모습은 아주 진지했고 훼방 놓거나 말 걸으면 바로 무슨 포효라도 내지를 듯한 분위기가 철철 넘쳐흐르고 있었다.
‘조용히 있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투란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런 투란의 결론과 다르게, 시알라를 외면하기 위해서 필요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름 진지하고 집중한 태도로 제란드가 묻는 말을 꺼낸다!
“투란, 아까 그 주문…… 저번에도 썼었잖아. 주변을 굉장히 깔끔하게 해버리는 것 같던데…… 뭐였어?”
“응? 아, 그건…… 중첩정화 주문! 세란드가 골라놓은 주문이야. 그러고 보니, 깜박하고 말하는 걸 잊고 있었네. 그 주문, 아무래도 저 숲을 넘어가는 데 필요한 것 같거든. 꼬마…… 헬 임프의 불꽃이랑 함께 필요한 것 같아. 뭔지 눈에 잘 보이지 않고, 만지면 그냥 묻어나는 것 같은 것들이 잔뜩 들러붙는 느낌이 안 좋아. 주문은 세란드의 목록에서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 음, 스펠 스택이라고 했던가? 암튼, 여분의 주문을 준비해 놓을 수 있잖아? 준비해둬.”
투란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이야기했다.
제란드는 집중하면서 세란드로부터 받았던 주문목록을 기억해 내려는 듯이 보였고, 페란드도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서 주문목록을 일단 주욱 외워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멜란드는 아직 투덜거리는 표정으로 시알라가 금을 걸러내는 것을 지켜보는 데 집중한 모습이었다.
그런 멜란드를 시알라가 흘깃하더니…….
“퓨리파잉, 클렌징!”
대뜸 주문을 외우면서 손짓으로 겨냥했다.
“으익?”
멜란드가 당황하는 순간, 마력의 파문이 멜란드를 덮쳤고…… 멜란드는 아주 깔끔하고 깨끗한 몰골이 되고 말았다!
“으픗? 뭐, 뭐야! 이거! 으엑…… 기, 기분이 이상해!”
“깨끗한 기분이란 거다! 잘 씻지 않으니까, 낯설고 이상하지? 제발 좀 제대로 씻으라고!”
시알라는 바로 멜란드의 말을 짓이기듯이 외쳤다.
이 광경을 투란은 약간 멍하니 지켜봤고, 페란드와 제란드는 어이없어서 할 말이 없다는 듯이 누나를 쳐다봤다.
도대체 시알라는 언제 중첩정화 주문을 준비해 놓고 있었단 말인가!
동생들과 투란의 눈길에서 품고 있는 의문을 알아차린 듯, 불꽃이 맴도는 손톱으로 여전히 금을 돌에서 벗겨내면서 시알라가 답한다.
“키워드를 이미 들었잖아. 그러면 미리 생각을 해뒀어야지!”
“어…… 그러네.”
투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황금매의 주문목록 속에 함께 갖춰진 키워드였고, 투란이 외칠 때 잘 들었다면 같은 주문목록을 지닌 상황에서 못 찾을 것도 없었다.
―호오, 동일한 스펠 바인더를 지닌 상황이란 걸 꽤나 잘 이용하고 있군. 마법사의 관점을 잘 활용하는데?
드라고니아가 은근히 시알라를 칭찬했다.
‘그래?’
투란은 애매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마법에 대한 이야기는 굳이 필요할 때가 아니라면 머리 한편으로 치워놓고 가슴 깊이 그냥 파묻어둘 뿐이므로!
그리고 예리하게 키워드를 포착했다고 칭찬받은, 전혀 들릴 리가 없는 칭찬을 받은 시알라는 거기에 호응하듯이 멜란드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리면서 한마디 더 덧붙이고 있었다.
“멜란드, 이제 그 배낭도 깨끗해졌으니까…… 이리 내놔봐.”
“응? 아니, 이건 왜!”
멜란드가 흠칫하면서 곁에 베개처럼 놔뒀던 큰 배낭을 재빨리 등 뒤로 밀어 감추는 모습을 보였다. 시알라는 그 광경을 보면서 피식 웃었고, 페란드와 제란드는 어리둥절해서 멜란드를 보다가 ‘어?’ ‘엥?’ 하는 소리를 연이어 흘렸다.
투란은 ‘배낭?’ 하면서 고개를 갸웃했고, 드라고니아는 시알라와 비슷하게 새는 웃음과 함께 말한다.
―새 배낭이잖아. 저쪽에서 마법으로 새로 짠 거라고.
‘응?’
투란의 눈길이 옆을 훑었다.
시알라가 일으켜 세운 세이프티 하우스는 금덩이 앞에서 데굴데굴 빙빙 돌고 있던 투란을 중심으로 세웠다. 투란이 끼고 돌던 금덩이가 여관의 거실 한복판에 놓여 있는 모양새인데…… 그 금덩이 한편에 반쯤 바닥에 파묻힌 채로 배낭이 하나 더 있잖은가!
‘어라? 이쪽 거는 달루스 일행의 유품이 담긴 거고, 원래 있던 건데…… 그럼, 저건 뭐지?’
뿔비비의 영향으로 슬그머니 근육질이 팽팽한 몸을 한 멜란드였고, 누나와 형들은 거침없이 그런 막내에게 짐을 맡겨놨다. 그래서 어느 틈엔가 멜란드가 배낭 하나 옆에 낀 모습은 꽤 당연해 보였는데…… 왜 배낭이 하나 더 생겨나 있을까? 딱히 새로 챙길 짐도 없을 텐데!
시알라가 차분하게, 까닥까닥 손가락으로 멜란드가 감추고 싶어 하는 배낭을 짚으면서 말한다.
“세탁비, 목욕비. 원래 여관에서 씻겨주고 빨래해주는 일에는…… 따로 요금이 추가되는 법이라고.”
“우씨! 그런 게 어딨어! 누나, 정말 그러기야!”
꽤나 거세게 반항할 듯한 멜란드의 항의는 시알라보다 먼저 제란드의 반응부터 끌어냈다.
“그 틈에 배낭을 새로 짜다니,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허리에 차고 들어왔구나? 대단한데? 그 안에 대체 뭘 담아온 거야? 설마 이쁜 돌이라도 주워 온 건 아닐 테지?”
“알면서!”
멜란드의 입술이 삐죽거리는 채로 얼버무리고 싶어 하는 한마디가 나왔다.
페란드는 그런 멜란드를 보며 깊이 들이쉰 숨을 내뱉듯이 말한다.
“멜란드, 여기서 그러고 싶니? 춤추는 산맥의 깊은 곳에서, 달루스 일행조차 넘다가 죽어버린 숲을 앞에 두고, 금을 담은 배낭을 따로 챙기고 싶어?”
이렇게 오가는 소리를 듣다가 투란은 소리 내서 웃기 시작했다.
멜란드가 배낭을 끌고 다니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서, 혹은 아주 당연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저것이 새로 짠 배낭인 것을 흘려넘기고 말았다. 바로 곁에 얌전히 배낭이 하나 더 놓여 있는데도!
상당히 방심한 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방심을 하게 한, 어지간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짓이 결국은 멜란드가 슬쩍 딴 주머니를 찬 것이잖은가.
“아하핫, 아하하하― 메, 멜란드. 설마…… 그 큰 배낭을…… 따로 챙길 딴 주머니로 만든 거야?”
보통 함께하는 일행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 몰래 차는 주머니란, 은밀하게 감추기 위해서 작게 만드는 법 아니던가! 물론 투란과 페란드, 제란드는 엄청나게 크게 덜렁거리는 멜란드의 새 배낭이 새것이라고 눈치채지 못했으니 딱히 짚어보며 잔소리하기도 난감하기는 했다.
하지만 시알라는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저 안에 담긴 것에 대해서도 대강 눈치챈 듯한 시알라잖은가!
‘대체 왜 몰랐지? 내가 그렇게 정신줄 놓고 있었나?’
엄청나게 큰 딴 주머니란 점에서 계속 웃으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데굴거리고 구르면서도 투란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의문이 피어나고 있었다. 저렇게 뭔가 늘어나거나 줄거나 하는 경우가 굉장히 위험한 곳이 바로 여기일 텐데!
드라고니아가 살짝 쓴웃음을 담은 듯한 말투로 답해준다.
―그야 별 위험이 없었으니까. 멜란드는 그저 주변에서 황금 비슷해 보이는 반짝거림이 있다 싶으면 일단 주워 담았다. 그걸 특별히 위험하다고 여기기는 힘들지. 물론 저 숲의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위험한 짓이 맞기는 하지만…… 너에게는 결코 위협이 아니니까. 그래서 피곤한 김에 무시하고 있었을걸?
‘그랬어?’
웃음 속에서 투란은 살짝 안심했다.
이런 투란을 한쪽에서 멍하니 보던 네 남매는 그 터져 나온 웃음에 홀린 듯이 곧 따라 웃기 시작했으니…… 때와 장소에 그리 어울린다 할 수 없는 화목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웃음 끝에 깊이 숨을 들이쉬면서 투란은 일어섰다.
웃음의 여운이 맴돌기는 했지만, 조금 진지하고 신중하게 투란이 네 남매를 향해 말한다.
“시알라는 미리 알았던 것 같지만…… 나머지 우린 조금 부주의했어. 작고 별것 아닌 걸로 보여도 이 근처는 꽤 위험하거든. 시알라가 중첩정화를 걸어준 건 꽤 적절하게 우릴 구해낸 걸 수도 있어. 음, 그러니까…… 멜란드, 배낭 안에 담아온 것을 꺼내놓고 다 함께 다시 살펴봐. 중첩정화에도 버텨내는 놈이 있을지 모르잖아. 에, 그리고 난…… 후헷, 주변을 좀 돌아보고 올게. 뭐, 나도 여관비나 세탁비를 벌어두는 편이 좋을 것 같으니까. 그럼…… 시알라, 수상하다 싶으면 계속 정화 주문을 걸어 봐. 다 같이 주문을 활용한다면 빈틈없이 빠르게 마법의 정화를 쓸 수도 있을 테니까……. 다녀올게.”
투란이 문을 열고 나섰다.
멜란드는 그 모습을 보면서 끼고 있던 배낭을 누나와 형들 앞으로 내밀며 뒤집어 보였고, 페란드와 시알라는 신중하게 쏟아져 나오는 돌멩이를 바라봤다. 제란드는 천천히 문턱 쪽으로 서면서 투란을 향해 말한다.
“투란, 여섯 시간 기다릴게. 여섯 시간 넘으면, 찾으러 나간다.”
“어? 알았어. 그 전에 돌아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손을 흔들면서 투란은 제란드가 문을 닫는 모습을 지켜봤다.
파팟! 팅!
자갈이 발아래에서 튕겼다.
투란이 선 자리는 주변을 모두 내려다볼 정도로 높았다.
무너진 암반의 암석군이 언덕을 만들고, 벽을 쌓고, 구덩이를 파며 즐비하게 늘어선 풍경의 한쪽에는 여전히 단단하게 버티고 있는 ‘임프의 정원’ 절벽이 우뚝 서 있는 채이기도 했다.
투란은 세이프티 하우스 쪽을 가늠하고, 그 주변을 주욱 둘러보면서 피식 웃었다.
‘죽이지 않기를 잘했네…….’
―뭐?
불쑥 떠오른 투란의 생각에 드라고니아가 살짝 놀란 것처럼 반응했다.
‘세란드랑 한 핏줄이라니까…… 갑자기 세란드가 어쩌고저쩌고하면서 날 죽이려 할지도 몰랐잖아. 뭐, 세란드가 어떻게 잘 다독인 모양이기는 했지만…….’
―저 남매를 죽여야 경우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있었냐? 저 정도면 충분히 신뢰할 수 있잖아? 그런데도 계속 죽여야 할 상황에 대해서 생각했다고?
‘응. 예전에 누가…… 아, 키린도 그랬거든. 사람을 믿는다는 건, 의심하지 않고 놔두는 일이 아니라고 말이야. 게다가 여기서는……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도 아니잖아. 뭐에 홀렸는데 믿을 만하다고 그냥 둘 수는 없다고. 그리고 뭐에 홀리지 않아도 인간은 인간을 죽이려 하는 일이 흔하다고. 넋 놓고 가만히 있다가 당할 수는 없지!’
―투란, 너……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태도라고 여겨진다만?
‘그런가? 걱정하지 마. 날 먼저 건드리려 하지 않으면, 나도 가만있으면 되는 거잖아? 그보다…… 금! 황금! 프로브!’
투란의 눈가에 거뭇한 얼룩이 맴돌았고, 눈동자는 사람보다 훨씬 더 멀리 깊이 볼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마음 깊이 재촉하는 울림이 더 거세지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이 나오는데…….
―탐색은 이미 시작했잖아. 끝날 때까지 기다려. 그보다 투란, 너 엄청난 크기를 원하는 것 같은데…… 정말 그렇게 많은 황금을 질질 끌고 저 수해를 통과할 각오를 한 거냐?
‘뭐? 질질 끌고? 무슨 소리야! 마법! 황금을 몇 천 닢을 담아도 되는 마법 주머니!’
들뜬 투란의 대꾸였고, 드라고니아는 조금 놀란 듯이 바로 되묻는다.
―그런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었어? 황금 몇 천 킬로그램을 담을 수 있는 아티팩트를 네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만! 대체 어디에 갖고…….
‘저기, 너 그런 마법 몰라?’
―없어! 이런 멍청이가! 나한테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냐!
‘아니, 그러니까 그런 마법 주머니를 만드는 마법을 알고 있잖아. 그 마법을 알려주면…….’
―뭐라고?
‘야, 왜 놀라는 건데!’
뭔가 투란의 달콤한 예상과는 전혀 다른 쪽으로 상황이 흘러가는 듯했다.
이를 증명하듯 드라고니아의 우렁찬 포효가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