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46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47)
“며, 며, 몇 천 닢은 되, 되겠지?”
멜란드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림을 토해냈다.
이 소리에 시알라와 페란드, 제란드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아무리 대충 어림잡는다 해도, 몇 천 닢은 넉넉히 나올 듯한……몇 백 킬로그램은 저 금처럼 반짝이는 바위의 한 퀴퉁이만으로도 충분해 보이잖는가!
“아―, 순금은 아니겠지.”
돌연 제란드가 중얼거렸다.
시알라가 움찔했고, 페란드가 막힌 숨을 토해내듯이 바로 호응한다.
“그, 그렇겠지. 그렇……겠지, 투란?”
절대로 저 큰 바위가 통째로 금일 리가 없다고 하려던 페란드는 투란이 지친 기색 속에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 꼴을 보고는 하던 말을 고쳐 묻고 말았다.
“당연히, 몽땅 금이라고! 순금! 안팎이 모두 금! 그러니까 이렇게 힘들게 끌고 왔지! 아오오, 힘들어! 보기보다 훨씬 무거워서 애먹었어! 아으으…… 자세한 얘기는 있다가…… 나, 잠 좀 자고 깨어나서 할게. 그 때까지…… 이놈 어디 도망가지 않게 잘 지켜봐!”
자랑스럽게 떠들다가 살짝 히힛거리는 투란의 끝말은 제란드를 시작으로 해서 투란이 전혀 예상하지 않은 반응을 불러왔으니…….
“뭣? 이놈, 움직이는 금덩이 몬스터얏?”
“으헤엑? 몬스터 잡아 온 거였어!”
“자, 잠깐 투란! 이만 한 금덩이가 움직이면……!”
시알라와 페란드가 연이어 입을 열었고, 멜란드는 그 끝마무리처럼 초조하고 안타까운 낌새로 말한다.
“녹였다가 굳히면 움직이지 못하는 거 아냐?”
누나와 형들이 순간 당황하다가 어이없어하는 눈길로 막내를 바라봐야 했다.
이 와중에 어떻게든 황금을 챙겨야 한다는 막내의 정신을 칭찬해야 하나, 두들겨 패서 정신 차리게 해야 하나! 살짝 팰까 말까 망설이는 낌새가 역력한 눈길이었다.
때문에 투란은 풀죽은 목소리로 말해야 했다.
“움직이는 거 아냐! 그냥 농담한 건데…… 이건 그냥 금이라고, 황금! 하아…… 나 자고 일어날 동안 잘 보면서 좋아하란 소리였는데……미안, 잘못 말했나 보다. 아무튼…… 침실 있지? 나, 일단 좀 잘게.”
어기적거리면서 기는 듯한 자세로 문턱을 넘어서 투란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네 남매는 잠시 조용히 있다가 긴 한숨을 동시에 내뱉고 말았다.
바위가 움직이는 곳에서 금덩이라고 움직이지 못할 리가 없다는 생각에 농담을 진담으로 알아듣고 소동을 벌인 꼴이라니…… 조금만 더 귀를 기울이며 투란의 표정을 잘 봤다면 농담 한마디에 이렇게 진지한 소동으로 반응할 리가 없었다!
겨우 조금 진정된 듯한 분위기를 되찾고, 멜란드가 다시 말한다.
“이거 몇 천…….”
“천이 아니라 만이다.”
제란드가 차갑게 멜란드의 말을 뚝 자르면서 말했다.
멜란드는 잠깐 눈을 껌벅거렸다.
형이 한 말이 무슨 뜻인가 되새기듯, 다시 생각해보는 듯한 막내를 보면서 페란드도 한마디 무겁게 더한다.
“이 정도면 킬로그램으로 세는 게 아니라, 성벽 보수하는 석공(石工)들이나 쓴다는 톤 단위로 세야 맞을 거다. 그러니까……정말 몇 만 닢이 나오겠어.”
“마, 마, 만? 몇 만? 지, 진심으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진짜로 투란 말처럼…… 저게 속이 돌이 아니라, 진짜 금이라고 생각한다고!”
멜란드가 더듬거리면서 말했고, 시알라는 이런저런 소리를 아예 듣지 못했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대체…… 이걸 어쩌려고 가져왔지?”
낮은 소리였지만 바로 세 형제의 눈길이 누나를 향했다.
황금을 앞에 놓고 누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 어이가 없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페란드와 제란드는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멜란드는 ‘으읏!’ 하는 낮고 짧은 비명을 흘렸다.
투란이 그냥 끌고 온 것도 아니고, 확실히 겉만 금박을 입혀놓은 것이 아니라 안팎이 모두 황금인 큰 바위를 가져왔다. 그런데 도대체 이걸 어찌하려는 것일까? 아무리 귀한 황금이라도 이곳에서는 그냥 돌멩이랑 별 차이도 없는데!
그리고 이렇게 크면, 이건 어디 가져가는 것도 쉽지 않잖은가!
“먹지도 못하고…….”
새삼 제란드가 씁쓸한 느낌으로 중얼거렸다.
다른 곳이라면…… 제대로 사람 사는 곳이라면 이 금을 살짝 긁어낸 것만으로도 먹고 입을 것은 넉넉해질 테지만, 이곳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차라리 한 끼를 해결할 반쯤 썩은 과일이 더 쓸모가 있을 것이다. 차라리 이 크기의 몬스터 시체를 끌고 왔다면, 트리니티 히엔나의 형상으로 뜯어 먹을 수라도 있을 텐데!
뭔가 애매한 느낌이 남매 사이에서 맴도는가 싶은 순간, 멜란드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외친다.
“맛은 볼 수 있다고! 먹고 죽을 일도 없잖아! 쪼끔 먹어 보……!”
말과 함께 멜란드는 바로 앞으로 내디디면서 혀를 날름거리기까지 했으니, 이 말이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니라고 행동으로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멜란드 어깨 위로 곧장 제란드가 손을 얹어 당겼고, 페란드는 멜란드의 날름대는 혀와 삐죽대는 입술을 보자마자 아예 팔뚝으로 목을 감으며 고개를 뒤로 젖히게 당기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허공을 향해 살짝 멜란드의 잇몸이 불끈불끈하는 형상을 만드는 순간, 시알라가 멜란드의 머리를 후려쳤다.
퍽!
“어디서 갑자기 폭동을 일으키려고 해!”
“으그극! 포, 폭동 아니라고! 그냥 맛 좀 보자는 거였다고!”
멜란드는 뒤로 거의 몸을 누인 꼴이 된 채로 징징대는 소리를 냈다.
페란드가 멜란드를 완전히 뒤로 당기며 가슴을 잡아 바닥에 눕히려 했고, 제란드는 이를 도와 멜란드의 어깨를 누르면서 말한다.
“넌 진짜로 먹어치울 수 있잖아! 배부를 일도 없으면서, 그 붉은 도마뱀의 입으로 먹어치울 작정이야!”
“안 먹는다니까! 맛만, 맛만 본다고!”
허우적대며 징징대는 멜란드의 머리를 시알라가 아예 발로 밟으며 외친다.
“시꺼!”
퍽!
‘거참, 사이가 좋군…….’
투란은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가 엎어지는 꼴이 되면서, 남매 사이에 벌어지는 소동에 귀를 쫑긋거렸다. 어떻게든 그쪽 일에 주의를 기울여서…… 뇌리에서 난동을 부리듯이 버럭버럭 소리치는 드라고니아의 말에서 벗어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드라고니아가 지금 외치고 있는 말은, 이전에 뇌리에 쏟아붓던 소리와는 아주 크게 달랐다. 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인지 투란이 그 과정을 몇 번씩이나 되짚어 봤지만, ‘악마의 심장’을 통해서 자신의 뇌수(腦髓)와 등골의 신경망까지 몇 번씩 되살피면서 드라고니아의 외침이 끼치는 영향을 줄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덕분에 온갖 잔소리가 천둥처럼 몰아닥치는 것을 골수를 통해 들으면서도 아주 고요한 주변의 낮은 소리를 모조리 귀로 듣는 듯한 괴상한 상태가 되어 투란은 시달리고 있었다.
그 탓에 눈가에 그늘이 짙게 드리워지면서 엄청나게 피곤하고 지친 몰골이 돼 버리기까지 했는데, 드라고니아는 전혀 멈출 낌새가 없었다.
그야말로 이번에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투란의 뇌수 속으로 그 지독한 외침을 마구 쏟아붓고 있었다.
때문에 애써 못 들은 척하려고 했어도, 투란은 들려온 소리를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드라고니아가 외치는 마법의 기초라는 학습과정이 그렇게 투란의 뇌리에 새겨지고 있었다!
결국 투란은 침대에 누워 억지로라도 잠들려 했지만, 잘 수가 없는 상태였다.
드라고니아에게 멈추라고, 그동안 들리지 않는 척했던 태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궁지에 몰린 셈이었다.
‘야아아아! 이제 그만 좀 하라고오오! 그래, 내가 잘못했어! 금전 주머니 만드는 마법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았으니까 그만하라고오오!! 너 지금 키린처럼 나한테 강제 주입시키고 있는 거잖아! 키린 싫다며어어! 왜 키린 흉내를 내냐고!’
―왜냐고? 너한테는 이게 유일한 답이라는 것을, 짜증나지만 키린이 찾아낸 답이 유일한 선택이란 것을 나도 이제 알았거든! 이 애송이 녀석아, 마법이라는 것은…….
잠깐 대답을 하는 듯하다가 다시 뒷골을 찢었다 붙였다 하는 것처럼 강렬하게 몰려드는 마법의 기초…… 어쩌고 하는 이야기에 투란은 결국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나마 반항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악마의 심장’에 집중해서, 뇌수를 이리저리 찢어 흩어버리는 듯한 통증에 대항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이거 진짜 키린처럼 온몸에 마구 새겨 넣는 것 같잖아.’
‘투란’의 차분하고 침착한 상태 속에 빠져들면서 투란은 생각했다.
사람의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반쯤 포기한 채로, 보다 냉정하게 몬스터인 ‘악마의 심장’을 통해서 생각했다.
드라고니아의 소리는 평소처럼 그저 가볍게 뇌리를 울리고, 뒷골에서 속삭여 오는 듯한 느낌과 분명히 달랐다. 윌 라이트의 메아리처럼 뇌리 안에 스며들고 뇌수의 신경망 그물 속에 새로운 무늬를 새겨 넣는 느낌이었다.
그 새로운 무늬가 투란에게 이전에 없던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면서, 드라고니아가 한 이야기가 무슨 뜻을 지닌 소리였는가를 깨닫게도 해주는 것이니, 오러를 이용했던 키린과 분명히 다른 방법이기는 했지만 하는 짓은 똑같은 강제 주입의 학습법인 셈이었다.
그러나 투란에게 이런 드라고니아의 방식은 키린 때처럼 쉽게 이해되고 있지는 못했다. 키린의 경우에는 아예 노골적인 협박을 가득 담은 말이 먼저였고 투란의 반응에 따라 되풀이하면서 어떻게든 투란이 스스로 생각해서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드라고니아의 방식은 좋든 싫든 일단 ‘기억’으로 남고 ‘알게’ 한다!
‘젠장, 이게 마법인가.’
뭔가 스스로 해냈다는 느낌은 전혀 없이, 뭔가가 저절로 알아서 이뤄지는 듯한 느낌……분명히 마법이란 생각이 선명해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악마의 심장’은…… ‘투란’은 진짜 악마처럼 그 과정을 기억하고 되새기면서 흥미로워하고 있었다. 전혀 새로운 능력을 손에 넣는 것처럼!
이는 곧 투란을 새로운 관점으로 이끌어내기도 했다.
‘무늬, 기억?’
마그마 로드가 열심히 철강 바위를 갈아 마시고, 황금을 꿀꺽거릴 때의 느낌이 따끔거리듯이 투란의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났다.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뇌리에 새겨 넣는 소리는 그런 무늬처럼, 투란의 뇌수 속에 새로운 무늬를 새겨 넣고 있었고, 이는 곧 머리 안쪽에 새 그물을 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그물이 출렁거리고 찰랑거릴 때마다 투란은 새로운 ‘기억’과 함께 ‘알게’ 되는 것이고!
‘그러고 보니 내 왼팔.’
‘악마의 심장’으로 재구성했던 왼팔.
어쩐지 까마득하게 오래전의 일처럼 여겨지는 경험이 새삼스럽게 되살아났다.
뭔가 엉성하고 엉망진창이면서 낯설게 느껴지던 왼팔 속으로 ‘악마의 심장’이 작고 가는 실 가닥을 뻗어내서 촘촘히 감싸면서 되돌아왔던 팔의 기억!
평소에는 어떻게 그 그물을 짜 넣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확고한 경험이 있는 기억은 분명히 ‘악마의 심장’을 통해 선명한 결과를 낳게 했었다.
‘이 마법! 팔이 아니라 머리에 기억을 시키게 하고 있잖아!’
퍼뜩 투란은 깨달았다.
‘악마의 심장’이 지금 지켜보면서 배우고 있는 것은 머릿속의 복잡한 무늬를 다루는 방법이었다. 드라고니아가 으르렁거리면서 마법을 통해서 어떻게 하면 되는가를 보여주는 셈이었다.
마법의 기초라면서 새로 알게 된 낱말, 새로운 지식…… 그러한 것이 어떻게 머리 안으로 스며들고 있는가를 ‘악마의 심장’이 배우고 있었다.
이러한 것을 알게 되는 순간, 투란은 어떻게 하면 머릿속을 찌근거리게 하는 통증을 피할 수 있는가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드라고니아의 저 짜릿짜릿한 외침을 모두 들으면서, 두통 없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가를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투란은 곧바로 잠들었다.
눈가에 거뭇하게 드리워진 그늘이 깊은 잠 속에 빠져들면서 지워지도록, 투란은 모든 생각과 경험을 ‘악마의 심장’에 떠넘긴 채로 푹 잠들었다!
―너, 이 자식! 무슨 짓을 한 거냐?
깨어나자마자 속삭이듯 들려온 소리 없는 물음에 투란은 몸을 웅크린 채로,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은 전혀 없는 자세로 소리 없이 답한다.
‘어? 무슨 짓이라니? 무슨 소리야?’
―퍼 자고 일어났잖아! 내가 하는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
‘다 들었거든! 전부 기억하거든!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마법의 열 가지 기초 지식이라고 엄청나게 길고 많은 이야기, 전부 다 기억한다고! 그러니까, 그만 소리 질러! 잠들기도 힘들잖아!’
―실컷 퍼 자고 일어나서 뭐가 힘들다고! 대체 무슨 수작을 부렸는데, 의지의 외침을 그렇게 들으면서 잘 수 있었던 거냐?
‘의지의 외침?’
투란은 어리둥절했다.
드라고니아는 지금 막 어떤 수단으로 투란의 머릿속을 박박 긁었나를 말해준 셈인데, ‘투란’이 열심히 듣고 기억한 내용 중에는 전혀 없는 이야기였다.
‘마법이란 거, 네가 그렇게 떠든 이야기 말고도 엄청나게 이야기가 많은 모양이다?’
조금 당혹스럽게 투란이 물었고, 드라고니아는 스산하게 대꾸한다.
―기초라고 했잖아.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지! 어쨌든…… 이제 두 번째 걸음을 떼어야 할 때가 온 거야! 각오해랏!
‘에…… 자, 잠깐!’
투란은 일단 드라고니아의 열정적인 ‘의지의 외침’을 멈춰놔야 했다.
잠에서 깨어난 지금 해야 할 일을 방패 삼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