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4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49)
작은 횃불이 허공을 맴돌고, 어두운 천장을 밝히면서…… 천장 아래에 놓인 반짝이는 황금의 광채가 아주 순수하게 보이도록 부추기는 듯했다. 이 황금의 반짝임 앞에서는 세상의 모든 티끌이 모두 쓸려나갈 듯한 분위기가 맴돌았고, 이 분위기에 휩쓸린 것처럼 남매 넷은 물끄러미 바라보며 차마 눈을 떼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질리지를 않네.”
멜란드가 중얼거렸다.
이는 곧바로 누나와 형들에게 쓴웃음을 짓게 했다.
하지만 시알라는 그런 막내의 말에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멜란드는 막상 입을 열고서 잔소리 들을까 봐 슬쩍 누나의 눈치를 봤지만…….
페란드나 제란드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번쩍거리는 황금 바위, 작은 금붙이랑은 아예 그 품격(品格)이 다르다고 외치는 듯한 그 자태는 정말 아무리 봐도 질릴 듯하지가 않았다.
이미 꽤 시간이 흘렀지만, 네 남매는 세상의 시간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멜란드가 완전히 밀폐할 작정인 양 지어 올린 세이프티 하우스 또한 이에 한몫하고 있었으니, 제란드가 띄운 마법의 횃불만이 황금을 비추는 빛을 드리우며 찰랑이는데…… 그 모양새가 밝은 그림자를 황금 바위 위로 띄운 꼴이었다.
침묵이 곧 다시 찾아왔고, 네 남매는 이런 황금 바위를 다른 곳에서는 결코 볼 수 없다는 것을 느끼는 듯이 다시 물끄러미 바라봤다. 기억 깊은 곳에 단단히 새겨 넣어 잊고 싶지 않다는 듯!
때문에 돌연히 터진 투란의 목소리는 꽤나 크게 남매의 귓가에 스며들 수 있었다.
“밤새 그러고 있었어? 아침인데? 배 안 고파?”
“일어났어?”
잠시 세 형제가 멍하니 투란을 바라보는 사이에 시알라가 마른 목소리로 대꾸했다.
투란은 황금 바위 앞으로 슬슬 다가가며 말한다.
“볼만하지?”
히히거리는 듯하지만, 은근히 자랑하고 싶어 한다는 낌새가 아주 또렷한 말투였다.
시알라의 입가에 딱히 더 할 말이 없다는 듯한 쓴웃음이 맴돌았고, 페란드가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대꾸한다.
“아주 볼만해. 이제까지 본 적 없고, 앞으로도 보기 힘든 거잖아.”
제란드와 멜란드가 이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알라는 조금 아쉬운 표정을 띠었다.
투란이 남매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앞으로……? 음, 왜 앞으로 보기 힘들어? 설마 이걸 여기 두고 갈 거야?”
“가져갈 방법이 없잖아. 음, 살짝 긁어내거나 해서 몸에 지닐 정도만 챙긴다면 모를까. 투란, 설마 이걸 질질 끌고 저 숲을 돌파하자고? 저 숲은…… 그렇게 쉬운 곳이었나?”
제란드가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해 자포자기한 사람처럼 대꾸하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마법사가 남매를 이끌어 왔던 것처럼, 투란에게도 저 숲을 통과할, 이 황금 바위를 끌고 통과할 방법이 있는가 궁금해지는 상황 아닌가!
한데 이 물음을 기다렸다는 듯, 바로 투란이 히힛 하고 웃는다?
순간 네 남매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무 놀라서, 너무 좋아서, 어느 쪽인지 굉장히 애매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기대하면서도 그 기대를 억누르는 듯도 한 표정이기도 했다.
과연 이 황금 바위를 끌고 안전하게 저 숲을 넘을 수 있을까?
그럴 자신이 있어서 투란이 저리 괴상하게 웃는 것일까?
자기 웃음이 괴상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듯, 투란은 혀를 날름하고 목청부터 가다듬는다.
“흐흠! 흠! 흠! 저 숲…… 저기가 역병 가득한 위험한 숲이라고 해도 가져가야 할 이유가 있어. 우리한테 이 황금이 필요하거든!”
“필요?”
잠깐 잘못 들었나 싶은 표정으로 시알라가 눈을 깜박이며 되뇌었다.
이런 황금 바위를 집안 한복판에 갖다 놓고 싶다는 욕심이야 물론 있었다. 하지만 그 욕심은 필요해서는 아니었다. 탐욕이라 할 수 있었고,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 결코 아니다!
투란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멜란드가 누나처럼 눈을 잠시 깜박이다가 불쑥 묻는다.
“투란, 빚이 있는 거야? 저 정도 황금이 필요한 빚을…… 진 거야?”
순간, 시알라부터 페란드, 제란드가 움찔했다.
대체 무슨 짓을 하면 이런 황금 바위가 필요할 정도의 빚을 질 수 있을까?
간단한 의문부터 시작해서, 투란이 어째서 이 깊은 곳에 왔는가 간혹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답이 바로 남매의 뇌리에 슬슬 스며나오는 듯한 표정도 떠올랐다!
세상 어디에서든 이 정도 빚지고 나면, 죽을지 살지 모른다 해도 어디론가 도망쳐야 할 상황일 테니까, 아무도 쫓아오지 못할 춤추는 산맥의 깊은 곳으로 피신한 것은 아닌가?
다른 사람이라면 거의 자살하려 그런다 하겠지만, 투란이라면…… 그냥 대피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잖나!
빚쟁이들이 투란에 대해서 홀랑 잊어버리고, 죽었다고 안심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슬슬 산맥에서 벗어난다면…… 그야말로 완벽하게 빚을 청산하는 수단이었다.
“아니, 그러면 굳이 이걸 가져갈 필요가 없나.”
훨훨 날아오르는 상상의 날갯짓을 하다가 제란드가 고개를 저으면서 중얼거렸다. 이런 황금을 가져간다는 것은 빚을 갚으려 한다는 뜻이잖은가. 갚으려 하지 않으면 가져갈 필요가 없다?
이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듯, 시알라와 페란드가 서로를 마주 봤고 어이없어하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어째서 제란드가 불쑥 꺼낸 소리가 이렇게 확실하게 이해가 되는가! 정말 말없이 서로 똑같은 생각을 했단 것이니…….
이에 멜란드도 똑같이 생각한 듯한 소리를 중얼거린다.
“우리 때문에 예상보다 일찍 나가는 건가…… 그래서 황금이 저렇게 바위째로 필요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빚이라니! 빚이라면 난 받을 빚은 있어도 갚을 빚은 없다고!”
오가는 분위기 속에서 투란도 남매의 이상한 생각을 눈치챈 듯, 바로 고개를 확확 저으면서 말하고 있었다.
멜란드는 두어 번 눈을 껌벅이다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묻는다.
“잠깐, 그럼 대체 이 황금을 어디에 쓰려고? 뭐에 필요하다는 거야? 왜…… 우리? 우리가 필요하다고? 자, 잠깐만! 어째서? 왜 우리가 황금이 필요해?”
“있으면 좋기는 하지만, 분명히 목숨 걸고 가져갈 정도는 아니지.”
제란드도 멜란드의 말에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페란드도 누나를 흘깃하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시알라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 황금 바위를 바라봤다. 잘 다듬어진 크고 길쭉한 네모난 모양, 그 반짝임을 조금 더 감상하는 듯하다가 시알라는 세 형제의 눈길을 느낀 듯이 말한다.
“투란, 이 황금이…… 전부 필요한 일이 있는 거야?”
“응. 한 사람당, 에, 그러니까, 아마 이백오십 닢? 그 정도 금전이 필요할 거야.”
투란이 잠시 손가락을 접으며 세는 시늉을 하다가 환한 웃음과 함께 대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투란의 밝으면서 맑은 모습을 바라보는 남매 넷은 돌덩이처럼 굳어졌고, ‘황금으로 된 날벼락을 맞은 사람은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어요!’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투란은 그런 넷의 표정을 뒤늦게 알아차린 듯 태연하게 묻는다.
“왜 그래?”
잠시 정신이 마비된 듯한 모습 속에서 제란드가 간신히 정신을 수습한 것처럼 입을 여는데…….
“누, 누나! 우리 돈 관리는…… 금전으로 세는 돈은 전부 누나가 관리했잖아! 우리 몰래 어디서 금전 왕창 뜯어다 쓴 적 있어?”
시알라는 이 소리에 눈을 껌벅이면서 아주 잠깐 ‘내가 그랬나!’ 하며 기억을 더듬는 듯한 모습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서 페란드가 바로 멜란드의 어깨를 한 손으로 꽉 잡으면서 묻는다.
“너 혹시 누나랑 형들 모르게 어느 도박판에 가서 왕창 사기당해 빚진 거 있냐?”
“우어? 이 형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사기당하던 시절이 대체 언젠데! 그리고 금전이라고, 금전! 난 동전 거는 도박만 해봤어! 은전 되기 전에 형이랑 누나한테 걸려서 혼나고 관뒀다고! 이제 와서 무슨 소릴!”
멜란드는 격렬하게 어깨를 뿌리치면서 반항심이 넘쳐나는 태도로 반박을 했다!
네 남매는 살짝 정신줄을 놓은 듯, ‘왜 우리가 금전 이백오십 닢이 필요한 상황에 몰렸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느라 분주하고 이상해지는 듯한데…….
이 느닷없이 좌충우돌하는 분위기와 뒤죽박죽인 광경을 보면서 투란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다시 입을 연다.
“아니, 다들 대체 무슨 이야기야?”
“무, 무슨 이야기냐니! 금전 이백오십 닢 이야기잖아!”
멜란드가 바로 펄쩍 뛰듯이 투란에게 말했다.
“투란, 얘기 꺼낸 사람은 투란이잖아!”
제란드는 아직도 기억을 더듬는 누나를 흘깃하면서 따지고 있었다.
여기에 페란드가 마지막 희망을 붙잡겠다는 듯이 묻는 소리를 더한다.
“그거 누가 빚진 이야기 아니지?”
“응? 빚이라니, 그니까…… 난 빚 없어! 뭐야, 다들 빚이 있었어?”
투란이 멀뚱하니, 어딘가 굉장히 뻔뻔해 보이는 태도로 되묻고 있었다.
순간 시알라가 버럭 소리친다.
“없어! 우린 그런 빚진 적 없어!”
세 형제가 누나의 말에 흠칫하다가 길게 안도하는 듯한 숨을 몰아내 쉬었다.
그 숨소리를 들으면서 시알라는 후욱 하고 숨을 들이쉬며 투란에게 묻는다.
“투란, 자세히 좀 말해봐. 도대체…… 어째서 우리가 금전 250…… 닢……이 필요한 상황이 된 거지?”
“어? 그거야, 마법의 상아탑이랑 헌터 길드에 우리에 관한 이야기가 돌지 못하도록, 청부 넣어야 하거든!”
투란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당당히 대답했다.
네 남매는 잠시 정신이 나가서 정지된 듯한 꼴이 되었다.
조금 늦게, 네 남매의 입이 열리면서 말소리가 새 나온다.
“처, 청부?”
“우리……?”
“이야기를…… 감추자고?”
“뭔 놈의 청부길래 250닢이나!”
의아함에서 가벼운 분노가 섞여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꽤나 짧았다.
투란이 시알라부터 페란드, 제란드, 멜란드를 주욱 둘러본 다음에 털썩 주저앉는다. 황금 바위를 등지고 앉은 투란의 앞에서 네 남매는 얼떨떨하고 멍한 표정이 되어서 눈을 껌벅이기 시작했다.
뭔가 굉장히 엉뚱한 생각을 하느라고 투란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던가, 하며 자신을 의심하는 분위기까지 살짝 남매간에 오가는데…….
“아무래도 제대로 이야기해야겠네.”
투란이 잔뜩 분위기를 잡으면서 진지하게, 아주 처음부터 말하겠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잖은가.
“말해봐.”
잠시 지나친 금전 문제로 인해 나갔던 정신줄을 다시 수습한 시알라가 차분한 자세를 되찾으면서 말했다. 세 형제도 겨우 숨통이 트인 듯한 표정으로, 이제야 투란이 하는 말이…… 몰래 진 빚 따위의 일이 아니라서 아주 안심했다는 듯한 모습으로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투란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란드는 자기가 황금매의 문장을 지닌 몬스터 로드라는 거, 드러내놓고 다니지 않았다고 했었어. 다들 마찬가지였지? 어떻게 하고들 있었어? 그 마법사, 사람을 놓고 멋대로 문장을 박아넣으면서 이상한 짓을 하면서도 꽤나 비밀스럽지 않았어?”
먼저 확인하려는 물음에 시알라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페란드가 누나를 대신하듯, 투란에게 말한다.
“분명히 그랬어. 그리고 그럴 만했지. 몬스터 엠블럼이면서도 마법을 사용하게 해주는 문장이라니, 누구에게라도 아주 신기한 일이었으니까…… 알려지게 되면 이모저모로 귀찮고 위험할 수 있다고 했지. 우리 생각에도 그랬고…… 그래서 마법사가 시키는 대로 아주 조심했었지.”
“조심?”
투란이 조금 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듯이 재촉했다.
페란드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조금 생각하는 모습이 되었고, 멜란드가 조급하게 이야기를 잇는다.
“나랑 제란드 형은 슬쩍 몬스터 로드라는 것을 드러냈고, 페란드 형은 갑주를 장만해서 아주 순수하게 몸을 대주는 파티의 디펜더인 척했지. 누나는 옷을 단단히 껴입고 단순한 주문 몇 가지만 쓰는 마술사인 척했고…… 그냥 그렇게 얼버무리고 있었어. 꽤 조심하기는 했지만…… 지금 돌아보니 꽤나 어수룩하기는 했네. 아무래도 마법사가 우리 몰래 이런저런 뒤처리를 하지 않았을까?”
“아마 그랬겠지.”
제란드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멜란드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시알라와 페란드는 다시 마법사를 떠올린 듯, 불쾌한 감정을 고스란히 눈빛으로 뿜어냈다. 마법사와는 정신 차릴 겨를도 없이 갈라선 입장이지만…… 그렇게까지 자신들을 속였던 마법사에 대한 불쾌함은 다시 더듬어도 얕을 리가 없다는 듯!
투란이 이런 남매의 분위기에 보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