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49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50)
“이제부터는 그런 일에 대해 미리 생각을 좀 하고…… 준비를 해야 해.”
투란이 차분하게 말하는 모습에 네 남매는 집중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달루스 일행의 유해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빚이라든가, 황금이라든가, 누가 네 남매의 능력을 어떤 식으로 보고 생각할 것인가!
냉정하게 되돌아보면, 정말 살아남는 것만 생각하기에도 벅찼다.
길을 잘 알던 마법사는 없었고 잠깐 한눈팔면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남매에게는 투란이 유일하게 만난 사람이었고, 다른 누군가를 더 만날 기대 따위는 할 수가 없기도 했다.
하지만 달루스 일행의 유해와 만났고, 지금 투란의 말을 듣기 전부터 서서히 생각은 시작되고 있었다.
사람 사는 곳으로 가게 되면…… 인간이 와글거리는 세상에 닿게 되면,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남매에게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시알라는 살짝 몸을 웅크리면서 무릎을 모아 끌어안았다.
페란드는 두 다리를 조금 더 꽉 조이듯이 꼬며 팔꿈치를 허벅지에 내린 채로 턱을 괴었다.
제란드는 잠깐 기지개를 켜듯이 허리를 폈고, 두 손으로 뒷머리를 감싸면서 위를 보는 시늉을 했다.
멜란드는 누나와 형들을 흘깃하면서 머리를 긁적이고, 투란에게 묻는다.
“그런데, 도대체 이백오십 닢은…… 뭘 어떻게 청부하는데 그렇게나 금전이 필요한 거야?”
어딘가 끈질긴 느낌이 가득한 물음이 분명했다.
투란은 풋 하고 웃었고, 한숨을 쉬면서 되묻는 소리로 답한다.
“저 숲, 건너기 전에 역병의 수해 말고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거 들은 적 있어?”
“응? 저 숲……?”
멜란드는 갑작스러운 말에 잠깐 생각을 놓친 듯이 어리둥절해했다.
그 사이에 바로 제란드가 대꾸한다.
“딥–다크(Deep-Dark), 라비엔의 로그 메이지들이 그렇게 부르는 소릴 들은 적 있어. 달루스 일행은 도전했지만, 라비엔에 얼쩡거리는 로그 메이지들은 저 숲 가까이에 오는 것조차 꺼렸지. 딥-다크 포레스트라고 중얼거리면서.”
“디퍼–다커(Deeper-Darker)라고도 했지. 마법을 뒤튼다고, 마법의 힘을 가진 자는 가까이하면 안 되는 숲이라고 말이야.”
페란드도 덧붙여 말했다.
시알라가 중얼거림을 더한다.
“하지만 저곳을 무사히 건너려면 마법이 필요하다고, 아주 비싼 거 내놓고 온갖 헛소리를 하기도 했어. 자기네는 가까이 갈 생각이 전혀 없지만, 자기네가 만든 마법물품은 저 숲에서 쓸모가 있다면서…… 어떻게 들어도 헛소리였어.”
가만히 듣고 있던 투란이 다시 말문을 연다.
“저 숲에서 뭘 들고 나오면 안 된다는 이야기는?”
“응? 뭘 들고 나와?”
잠시 멜란드가 전혀 엉뚱한 말을 들은 듯이 눈을 껌벅거렸다.
제란드가 입가에 쓴웃음을 매달면서 뒷목을 받치는 두 손에 잔뜩 기대는 듯이 허리를 젖히는 자세로 투란에게 답한다.
“투란, 저 숲은…… 살아나온 사람이 없는 곳으로 유명해. 솔직히 달루스 팀이 정말로 저기 도전할 거란 생각은 못 했어. 게다가 여기까지 와서 죽어 있다니…… 뭘 갖고 나올 정도면 라비엔에서는 그야말로 전설이 될걸.”
“라비엔…… 그게 저 숲 너머의 마을이야?”
투란이 갸웃하며 물었다.
“응? 아…….”
제란드는 멈칫하다가 문득 알아차린 표정을 지었다.
투란에게는 이 숲 너머가 아주 낯선 곳일 수 있었다.
투란은 요새 도시 라비엔에 대해서 모를 수도 있다!
시알라가 무릎에 반쯤 얼굴을 파묻은 자세 그대로 말한다.
“마을…… 정도로 말하기는 좀 넓고 크지. 요새 도시라고 부르니까. 저 디퍼다크한 플레이그 포레스트를 넘어서도, 한 사나흘은 걸어야 하는 거리에 있어. 라비엔은…… 사람이 발 디딜 수 있는 한계지역이라고도 하기는 하지만…… 한몫 챙기려고 위험을 무릅쓴 인간들이 아주 많은 곳이기도 하지. 그래서 요새가 도시가 돼 버렸다고도 하고 말이야.”
“헌터 길드라든가 상아탑의 정식 마도사가 있겠지? 도시라고 할 정도면?”
투란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묻고 있었다.
멜란드가 조금 조급하게 답한다.
“응. 있어. 고대 요새를 개조하고 보수한 도시라서, 산맥 깊은 곳과 바로 맞닿은 위험지대 한복판이라고 해도 상아탑에서 정식으로 파견한 마도사가 있지! 만난 적도 없고, 멀리서 구경한 적도 없지만.”
“멜란드, 만난 적 있어.”
페란드가 한숨처럼 덧붙였다.
멜란드는 눈을 끔벅거리다가 화들짝 놀란 소리를 냈다.
“만났다고? 상아탑의 정식 마도사를? 언제?”
“길드 메이지. 헌터 길드에 파견 나와 돕는 마법사, 그 사람이 상아탑의 마도사라고. 헌터 길드 쪽 사무실에 들락거리면서 자주 봤잖아.”
제란드도 한숨을 쉬듯이 말하고 있었다.
멜란드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 그럴 리가! 그 깐깐이 아저씨가 마도사라니!’라는 소리를 중얼거리며 형들의 말을 부정하고 싶어 했다.
시알라는 그런 멜란드를 한 대 칠까 하는 눈빛으로 잠깐 쏘아봤다.
투란은 남매의 모습을 보면서 푸훗 하는 웃음을 흘렸다.
“가끔 그런 마법사도 있는 거겠지. 깐깐한 아저씨처럼 보이고 마법 근처에도 안 가본 사람 같은데 마법사 같은…… 뭐, 몰래 고기 구워 먹고 술 마시면서 게으름 피우던 아저씨가 오러클 워리어니 뭐니 하는 대단한 사람일 때도 있으니까.”
얼굴이 살짝 붉어지던 멜란드는 투란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환한 얼굴이 되었다.
“그, 그렇지! 그 아저씨가 눈속임을 잘해서…….”
“다들 알고 있는데, 너만 모르는 게 눈속임이냐?”
제란드는 칼같이 멜란드의 변명을 끊었다.
멜란드의 입술이 삐죽거렸지만 말을 잇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표정을 통해서, 도대체 누가 그를 마법사로 보겠느냐고 항의하는 소리가 저절로 울려 나오는 듯했으니…… 어쩐지 그 길드 메이지를 마법사로 여기지 않는 사람이 멜란드처럼 많을 것처럼 느껴진다?
이 광경을 보며 다시 투란이 푸훗 하면서 참는 듯한 웃음을 흘렸다.
그 모습에 멜란드가 뚱한 표정을 지었고, 시알라나 페란드, 제란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고 말았다. 지난 일을 되새겨보는 상황 속에서 기묘하게 자신이 다들 웃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고 멜란드가 투덜거리는 꼴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밝아진 셈이었다.
투란의 등 뒤에서 여전히 번쩍대는 황금 바위처럼!
그 반짝임을 등에 업은 듯, 밝은 낯빛으로 투란이 말한다.
“살아나온 사람이 없는 숲을 가로질러서, 살아남은 데다가 다시 건너서 돌아간다라…… 사람들이 알면 진짜 전설이 되겠는데?”
낮은 소리였지만 놓치지 않고 들은 듯, 네 남매가 동시에 움찔했다.
멜란드가 살짝 더듬는 소리로, 투덜거림을 한쪽으로 밀어놓은 것처럼 중얼거린다.
“저, 전설……? 그, 그런가? 그래…… 그렇게 보이기는 하겠네.”
전설이란 소리는 잔뜩 기대하고 억지로 흥분을 누르는 듯한 낌새가 있었지만 말이 조금씩 길어지면서 멜란드는 어딘가 축 늘어지는 꼴을 보였다. 그리고 제란드와 페란드는 아예 ‘전설?’ ‘전설이라니…….’라면서 굉장히 의심스러운 웅얼거림과 함께 점차 눈이 퀭해지면서 곧 쓰러져 죽을 듯한 표정이다!
시알라가 이런 세 형제를 보면서 입가를 실룩이는 표정으로, 얼굴에 떨리는 표정을 고스란히 담아서 조금 큰 소리로 말한다.
“투란, 그거 자랑거리가 아니라 놀림감이 될 것 같은데? 그런 전설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거는 어떻게 숲을 왔다 갔다 했냐는 이야기일 텐데…… 마법사랑 건너올 때, 우린 숲속에 뭐가 있나 제대로 본 적 없어! 공중에서 둥둥 떠서 왔고…… 아래를 함부로 내려다보기도 무서웠거든…….”
“그래? 하지만 이번에는 걸어가야 하는걸? 살아서 돌아간다면, 정말 숲속에 뭐가 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을 거야.”
투란이 명랑하게 대꾸했고, 이는 시알라의 미묘했던 경련을 지웠다.
퀭해졌던 세 형제도 돌연 침착해졌고, 투란이 꺼낸 말의 한마디를 되뇌는 듯한 모습이 되고 있었다.
‘살아서.’
소리가 낮고 짙게, 여러 가닥의 목소리로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살아 나간다면 황금도 많을수록 좋겠지. 어디에 쓰든…….”
제란드가 마음을 다잡은 듯이 중얼거렸다.
이 소리에 멜란드가 기분을 바꾼 듯이 히죽 웃었다.
“사기당하지 않고 도둑맞지 않으면 어디든 쓸 수 있겠지. 아, 그런데 투란! 정말 250닢은 무슨 이야기야?”
투란은 멜란드를 보면서 빙긋 웃었다.
역시 끈질기게 묻고 있잖은가.
그런데 이번에는 페란드도 고개를 갸웃하면서 중얼거린다.
“한 사람당, 이라고 했으니까…… 지금 우리 힘이라면 각자 250닢 정도의 금괴를 가져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겠지. 무리하면 300닢 정도까지도 배낭에 따로 챙길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런데 왜?”
“마법사한테 갖다 바치려고 고생하면서 금을 지고 가자고?”
멜란드는 페란드를 흘겨보면서 ‘그건 아니잖아!’라는 웅얼거림을 덧붙이며 말하고 있었다.
투란이 이런 형제의 옥신각신하려는 분위기를 보며 작은 웃음과 함께 끼어들 듯이 말한다.
“이 황금은…… 이대로 내가 가져갈 수 있어.”
“응? 설마…… 끌고 가려고!”
제란드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두 손으로 무릎을 짚는 자세로 아주 진지하게 묻고 있었다. 이는 잠시 페란드와 멜란드를 조용하게 했고, 시알라가 바로 고개를 젓게 했다.
“그건 하지 말아야 할 짓 같은데? 반드시 금전을 써야 한다면 페란드 말처럼 각자 적당한 배낭을 만들어서…… 어, 음, 그 꼭 필요하다는 만큼만 챙겨가는 게 좋지 않겠어? 저 숲은…… 살아서 통과하면 전설이 될 수도 있다고 했잖아. 달루스 일행은 통과하고 죽었지만…… 그걸 누가 알겠어? 투란, 너무 무리는 하지 않는 게…….”
“마법 주머니!”
멜란드가 갑자기 외쳐서 시알라의 말을 끊었다.
시알라는 ‘뭐?’ 하면서 막내가 또 무슨 헛소리를 하는가 하며 쳐다봤고, 페란드와 제란드는 ‘응?’ ‘뭔 주머니?’ 하며 멜란드를 바라봤다.
투란은 입가에 살살 새는 웃음을 달고 멜란드를 보는데, 멜란드가 바로 자기가 꺼낸 말을 잇는다.
“저 금을 담을 수 있는 마법 주머니라면……!”
“없어.”
“힉? 지, 진짜……?”
“응, 진짜 없어.”
투란의 명쾌한 부정은 멜란드를 확실하게 좌절시켰다.
그리고 제란드가 뒤늦게 멜란드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는다.
“저걸 담을 마법 주머니가 세상에 있겠냐! 천 닢 담을 마법 주머니도 엄청나게 희귀하잖아!”
시알라와 페란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란드의 입에서 호쾌하게 천 닢이니 뭐니 하는 말이 나왔지만, 실상 백 닢을 담을 수 있는 금전 주머니도 제대로 구경해 본 적이 없었다. 좀 더 따지고 보면, 이전에는 금전 백 닢이 쌓여 있는 광경도 본 적 없었다!
“어? 그, 그렇지만…… 그럼, 어떻게?”
멜란드가 억울한 표정과 함께 징징대는 듯한 소리로 물었고, 투란은 더욱 명쾌하게 대답을 한다.
“배 속에 담아갈 거야.”
“응?”
멜란드의 눈이 의심으로 물들면서 껌벅거렸다.
시알라나 페란드는 잘못 들었나 하면서 마찬가지로 눈을 껌벅였다.
제란드가 흠칫하며 급히 묻는다.
“몬스터……?”
투란이 제란드를 향해 제대로 짚었다는 칭찬처럼 빙긋 웃어 보였다.
“응. 근데 문제가 있어. 저 금을 삼키고 움직이면, 내가 아주 심하게 무능해진다는 거야. 그러니까 그동안에는…….”
“우리가 버텨야 하는 건가?”
다시 제란드가 투란이 하는 말을 마저 알아차린 것처럼 중얼거렸다.
투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른손을 들어 올렸고…… 손을 휘감는 금빛의 환영이 알의 모양을 그려냈다. 네 남매는 그 알 속에서 반짝이며 맺히는 무늬를 봤고,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마법…….”
“스펠 리스트…….”
중얼거리는 시알라와 제란드였고, 페란드와 멜란드는 더 깊이 금색 알에 홀린 것처럼 바라봤다.
투란의 목소리가 깊고 그윽하게, 네 남매의 귓전을 울렸고 마음 깊이 울려 퍼진다.
“황금매의 몬스터 로드잖아. 세란드가 애써 골라준 마법이 있잖아. 저 숲을 돌파할 거야. 살아서, 전설이 될 거야. 이 황금을…… 모두 가져갈 거야! 나 혼자는 할 수 없어. 도와줄 거지? 강해질 거지?”
시알라가 먼저 고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란드도, 페란드도 입을 다물면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멜란드는 꿀꺽 침을 삼키면서 황금 바위를 바라봤고, 기운차게 가슴을 치며 큰소리친다.
“맡겨 줘! 믿어봐!”
그리고 투란은 뇌리에서 쩌렁쩌렁 울려대는 드라고니아의 외침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거짓말쟁이! 사기꾼! 왜 저들을 괴롭히려는 거야! 얼렁뚱땅 다 떠넘기고 넌 편히 가겠다고!
‘에헤이, 마법도 실전으로 강해진다며? 강해져야지. 전설이 되려면!’
황금 바위의 광채를 등에 업은 채로, 투란은 네 남매를 향해 환하게 미소했다.
순간적으로 드라고니아를 침묵하게 한 이 미소는 살짝 키린을 닮아 있기도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