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52
몬스터×몬스터: 외전 편 (3)
몬스터 중에는 교활하다고 평가되는 놈들이 있다.
……꽤 많다.
그런 녀석들은 사람의 감정을 뒤흔드는 짓을 서슴없이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자신이 그런 짓을 한다는 자각조차 없이 저지른다.
새끼를 이용해 어미를 꼬여낸다든가, 무리의 한 마리를 괴롭힘으로써 무리 전체에 영향을 준다든가…….
인간이 포로니 볼모니 하면서 누군가를 잡고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 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성을 지닌 때문이겠지만, 몬스터의 교활함은 그저 본능의 일부일 뿐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포로와 볼모가 지닌 가치는 교환의 대상으로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과 다르게, 몬스터의 본능적인 교활함으로 선택된 미끼는 쓸모가 없어진 순간에 죽는다. 버려지는 것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몬스터가 선택한 대상은 결국 몬스터의 먹잇감일 뿐이다. 더 큰 먹이를 얻지 못하면 미끼로 쓰던 작은 먹이를 먹어 치우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몬스터 헌터는 각오해야 한다.
몬스터가 자신의 동료를 미끼로 내거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건 팀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며, 그런 경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팀의 성격이 결정된다.
미끼의 생환을 목표로 할 것인가, 몬스터를 끝장내는 일을 우선할 것이냐.
동료의 생명을 중시해서 사냥하던 몬스터를 포기하는 팀이 될 것인가.
동료와 함께 나눈 맹세를 기억하고 몬스터를 끝장낸 후에 동료의 시체를 수습하는 팀이 될 것인가.
달루스, 나의 팀은 멤버를 받아들일 때에 그 상황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하고 선택을 제시한다.
우리는 몬스터 헌터의 팀이다.
몬스터 헌터는 몬스터를 끝장낸다.
그러기 위해서 이미 목숨을 내걸었기 때문에 몬스터 헌터가 된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목숨마저 몬스터 사냥에 내걸었다는 녀석이 몬스터에게 잡혀 미끼가 되었다고 동료에게 몬스터보다 먼저 자신을 살려 내라고 징징거린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헛짓거리다.
우리가 동료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것은 목표한 사냥이 시작되기 전 그리고 사냥이 끝난 후이다. 사냥이 시작되면 우리는 몬스터를 박살 내고 세상에서 없애는 일에 기꺼이 우리 목숨을 소모한다.
그래, 그게 바로 나의 팀, 달루스 팀이다.
우리는 베테랑 헌터들의 팀이고, 우리의 목적을 결코 잊지 않는 팀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죽은 동료의 목소리를 흉내 내고, 그 눈빛을 흉내 내고, 그 기억을 담은 채로 까부는 몬스터 따위에게 현혹되어 멍청한 짓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쿨럭.
기억이 혼란스럽다.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내 자신에게 변명이라도 하고 있나?
역병 들린 채로 돌아오려 했던 녀석들에 대한 기록을 하려던 게 아닌가?
아무래도 잠깐 정신이 나갔는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기억하자, 제대로.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더라…….
하나, 둘, 셋…….
그 시작은 마법사가 이상한 상황을 말하면서부터…… 아마 그때부터가 아닐까?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기는 했다.
열다섯 명이 살아남은 상황에서 더 이상 희생자가 없어 나름대로 안심하던 그때, 우리 주변으로 팀의 네임 태그가 새로 접근하고 있다고 마법사가 말을 꺼냈고, 우리는 약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한자리에 있는데 어째서 우리 팀의 태그가 주변에서 맴돌까?
우리가 역병의 숲에 들어선 다음에 라비엔 쪽에서 새로 누가 우리를 찾기 위해서 보내지기라도 했나?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우리는 최소한 여섯 달 이상의 원정을 각오했고, 그 시간이 넘어서도 돌아가지 못하면 모두 죽었다고 여기기로 했다.
그러니까 우리 뒤를 쫓는 우리 멤버는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가장 먼저 마법사가 어떻게 되지 않았냐 하고 의심부터 했다.
역병의 수해 밖에서는 이 안을 탐지하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고 했고 안에 들어와서는 밖과 단절된 상태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덕분에 마법사가 준비해 온 다양한 보조 마도구는 일단 아낄 수 있었는데 정작 마법사 본인이 돌아 버리면 아주 곤란해지지 않겠나.
그 의심은 마법사랑 우리 사이에 살짝 얼굴 붉어지는 말다툼이 벌어지게 했지만, 결국은 마법사가 옳았다.
정말로 우리 주변에 네임 태그를 들고 오락가락하는 뭔가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뭔지에 대해 우리는 아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네임 태그가 활성화된 상태, 소유자의 죽음으로 인해 잠기지 않은 채로 돌아다니고 있다고 마법사가 확인해 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처음 숲에 발을 들였을 때 사라져 간 우리 동료 중 누군가가 살아서 돌아왔다는 결론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돌아온 동료가 왜 얼쩡거리고 주변을 맴돌기만 하는가?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상태가 아닐 수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 달루스의 팀 멤버라면 그런 경우 할 일이 이미 정해져 있었다.
어떤 이유로 인해서든 자신이 뭔가에 씌었다든가 오염 상태가 되었다면 그 상황을 알려 줄 기초적인 신호를 이미 약속해 두었던 것이다.
한데 어째서 우리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최소한의 신호조차 보내지 않는 걸까? 과연 우리 동료는 살아 돌아온 것일까? 아니면 예측하지 못한 또 다른 경우인가?
……답은 한 가지뿐이었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지켜보며 대책을 세울 틈도 없다는 것.
불 뿜는 라이노스에게서 도망친 역병쟈칼릭은 그대로 우리에게서도 멀어졌다. 하지만 나무줄기를 타고 옮겨 다니는 역병비비는 라이노스를 내려다보면서 빙 돌아서 다시 우리를 쫓고 있었다.
거기에 새로 나타난 몬스터들, 여러 가지가 새로 나타났고 역병비비와 함께 먹잇감(?)을 놓고 다퉜다.
먹잇감, 그러니까 우리를 놓고 서로 잡아먹겠노라고 다툰 것이다.
물론 우리도 그 꼴을 그냥 두고 보지는 않았다.
양쪽을 다 공격하기도 했고, 무조건 멀어져 보기도 했다.
어떤 녀석은 영역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멀어지면 쫓아오지 못했지만 어떤 녀석은 역병비비를 쫓으면서 우리를 덤으로 먹어 치우려고도 했다.
그러니까 태그의 수수께끼를 풀고 있을 여유 따위는 없었다.
쿨럭.
음…… 그때 봤던 몬스터 중에서 가장 특이한 거라면 역시 황소의 뿔에 멧돼지의 송곳니를 지녔고 상반신과 하반신이 유별났던 그 녀석일 거다. 녀석은 상반신이 아주 윤기 나는 검은 털로 덮였고 역병의 흔적 따위가 전혀 없는 상태라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하반신은…… 상반신을 들이민 상태라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그 하반신은 역병 덩어리였다.
상하의 균형이 전혀 맞지 않는 괴상한 몸이었지만, 놈의 상체는 고릴라인가 고질라인가 헷갈릴 정도로 강력했고 하반신의 불편함 따위는 상관없이 뛰고 달리고, 나무줄기를 끌어당겨 튀어 오르기도 했다.
역병비비들이 그 녀석에게 이빨을 들이대 보기도 했지만, 우리가 본 중에는 살아난 경우가 없었다. 미리 도망친 역병비비만이 그놈의 손길에서 벗어나 살아남았다.
약한 건지, 강한 건지, 모호한 그놈은 마법사의 번개를 보더니 우리랑 거리를 두고 멀어졌다. 번개를 꽤나 싫어하는 눈치였다. 마법의 번개 몇 방 맞아 봐야 꿈쩍도 않을 듯했지만.
그 녀석에 대한 기억이 특이하고 강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녀석은 우리가 역병비비와 대치할 때 나타났고, 역병비비가 물러서고 마법사가 번개를 뿌리자 우리한테서 멀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곧 녀석이 저쪽에서 격렬하게 무엇이랑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쪽에서 마법사는 다시 활발한 태그의 반응을 감지했다.
하나도 아닌 서너 개의 태그, 마치 저쪽에 우리 중 몇 명이 괴물을 사냥하기 위해 싸우는 듯한 상황이었다.
거기서 우리는 선택해야 했다.
가 볼 것인가, 그대로 돌아서서 전진할 것인가.
열다섯의 의견은 갈릴 수밖에 없었고, 어느 쪽이든 일리가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팀 리더가 결정했다.
그러니까 나, 달루스가 결정한 것이다.
그래…… 그렇게 되었다.
그게 바로 팀이니까.
쿨럭.
나는 두 가지 근거를 통해 결정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기분 내키는 대로 결정하는 짓은 팀 리더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리고 결정의 근거를 가능한 한 명확히 밝혀 두는 것이 팀의 결속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내 결정의 첫 번째 근거는, 과연 라비엔에서 우리를 쫓아온 다른 팀이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우리가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우리 생각과 아주 달라서 산맥 깊숙한 곳에서 일어난다는 괴상한 세월의 흐름이 이 역병의 수해에도 적용되는가 싶기도 했지만, 우리는 그럴 리 없다고 판단했다.
역병의 수해에 온갖 기괴한 것들이 있다 하더라도 세월에 간섭하는 힘은 없었다.
마법사가 사전 조사를 했던 부분이고, 이는 확신할 수밖에 없는 항목이었다.
즉, 저쪽에 누가 있든 간에 라비엔에서 우리를 쫓아온 팀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초입에서 우리가 잃었던 동료인가?
그럴 리도 없었다.
역병비비와 역병쟈칼릭, 그 첫 싸움에서 우리는 당황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했다.
잃어버린 동료는 모두 죽었다는 것.
우린 살아 있는 동료를 놈들이 질질 끌고 가게 두지 않았다.
우린 산 채로 몬스터에게 질질 끌려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결정했다.
앞으로 나아가기로.
뒤돌아보지 않기로!
쿨럭.
……잘한 짓이었나?
모르겠다.
죽음을 곁에 둔 채로, 남은 시간이 너무 짧은 탓인지 자꾸 감상적인 기분이 된다.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다니, 베테랑 헌터답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다니!
하, 하, 하.
내 판단은, 이 달루스의 판단은 잘못되지 않았다.
나는 그 결정을 내리기 직전에 다시 한 번 마법사에게 확인했다!
룬디아크 공방에서 제조된 네임 태그가 죽은 자의 품에서 작용할 수 있냐고!
룬디아크 공방이 자신 있게 주장하는 대로, 산 자의 품이 아니면 정당한 주인의 생명과 연계되지 않은 상태로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느냐고!
우리 마법사는 먼저 룬디아크 공방의 명성에 따르자면,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룬디아크 공방의 물품이 제아무리 잘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이 산맥 깊은 곳의 어디에서든지 작용한다는 보증 또한 없다고 했다.
그래, 마법사의 말처럼 룬디아크 공방 녀석이 주장했다.
“역병의 수해까지는 문제없이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해를 넘은 다음부터는 어떤 보증도 못 해 드려요. 가끔 수해를 뒤지고 다니는 미친 새…… 크험, 미쳐 버린 분들 덕분에 우리도 겨우 수해 안에서 시험해 볼 수 있었을 뿐이죠. 그 너머로는 어찌 될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아, 물론…… 반환 예정으로 대여해 드리는 품목 중에는 수해 안이든 밖이든 이 세상 어디서든 거뜬히 작용하는 마도구도 있습니다만, 판매 불가라…….”
흉악한 새끼!
돈독이 올라도 아주 하늘 꼭대기까지 오른 새끼!
그래, 지금 생각해도 그 빙긋거리는 낯짝을 도끼로 한 대 치고 싶다!
판매하지 않는다는, 오로지 대여만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마도구!
아티팩트라고 자신만만하게 씨부렁대던 그 물품의 대여비는 우리가 사려 했던 마법 물품의 가격을 전부 합친 것보다 두 배나 더 비쌌다!
아, 그 새끼는 그런 미친 소리를 태연자약하게 지껄였지.
마치 그럴 돈도 없는 것들이 어딜 가려고 까부느냐고 눈앞에서 비웃어 대는 꼴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때 그놈이 한 말은 정말 앞뒤가 어긋난 것이었다.
그래, 그때 나와 마법사 그리고 베테랑인 헌터 몇몇까지 해서 구매자로 나선 우리 모두는 똑같이 생각했다.
그 미친 가격의 아티팩트를 수해 너머에서 실험한 적이 있냐고, 뭘 근거로 그게 수해와 수해 너머에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다고 주장하느냐고.
단지 생각만 하지 않았다.
우리 중 누군가 묻기도 했다.
그 아티팩트가 정말 춤추는 산맥 가장 깊은 곳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는 근거가 뭐냐고 말이다.
그때 놈은 아주 정색을 하고 답했다.
“초대 룬디아크 님이 만든 거니까요.”
딱 그 소리뿐이었다.
뭐라 더 할 말이 없잖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