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54
몬스터×몬스터: 외전 편 (5)
……내 기억은 온전한가?
문득 걱정이 된다.
죽음을 곁에 둔 채로 헛소리하는 인간을 너무 많이 본 탓일까?
어째서인지 죽을 때가 아니면 하지 않을 소리를 해 대면서 꼴사나운 짓을 하는 작자들을 여럿 봤다. 나도 그런 짓을 하고 있나?
……아니길 바란다.
내 기억이 온전하기를, 이 기록이 제대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쿠으흐읏!
숨쉬기가 더 어렵다.
이제는 힘을 줘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지 않으면 저절로 숨통이 막히는 모양이다.
대체 뭐가 내 숨통을 조이는지는 끝내 모르고 죽는 건가?
이대로 죽는다면…… 여기까지 살려 보내 준 녀석들에게 뭐라 사과해야 할지 모르겠다.
역병을 뒤집어쓴 채로 우리 몇을 살려 보내기 위해 녀석들은 숲의 괴물, 그 거대한 몬스터와 싸우며 죽어 갔는데…… 쿠으흣!
……어디까지 기록했을까?
거의 다 한 기분인데, 잠시 숨쉬기를 하다가 잊었다.
한 토막이라도 빼놓고 싶지 않다.
혹시 뭔가 빠진 부분이 있을까?
불안하다.
중요한 부분을 다시 한 번 되풀이해야겠다.
그래, 중요한 부분을…….
손발을 움직이지 못하고 눈알도 굴리지 못하겠다.
만약 마법의 태그가 아니라면 우리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누군가 발견한다 해도 이상한 곳에서 이상한 꼴로 죽어 버린, 의문의 시체가 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마법의 태그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반드시 남겨야 한다.
우리 팀이, 이 달루스의 팀이 어떻게 역병의 수해에서 활약했는가를!
죽음을 끼고서, 역병을 뒤집어쓰고도 어떻게 동료를 도왔는가를 반드시 기록해 놔야 한다!
십 년이 지나든, 백 년이 지나든 혹은 천 년이 지나든 반드시 알려야 한다.
먼 옛날 드래곤 로드였던 그림 투아란의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 오는 것처럼 나의 팀, 달루스 팀의 멤버가 어떻게 동료를 위해 움직였는가를 팀 리더로서 나는 반드시 기억하고 기록해야 한다!
한 조각도 놓칠 수 없다.
그렇잖나, 마법사?
숲을 넘자마자 잠들어 다시는 깨어나지 못한 마법사여!
그대라면 조금 더 정확하게, 조금 더 자세하게 기억했을 텐데…….
어째서 우리 중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던 마법사가 가장 먼저, 숲을 넘자마자 잠든 것처럼 죽어 버렸을까? 마치 지니고 있던 마력이 사라진 것처럼, 그 마력이 무언가에 파괴당하거나 막혀 버린 것처럼, 마법사는 숲을 넘은 우리 중에서 가장 먼저 죽었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이다.
마법사가 죽으며 태그에 남긴 기록이 완전하기를 바라지만…… 불안하다.
그러니까 내가 제대로 기억을 해야 한다.
달루스, 정신 차려라.
흐릿하게 굴지 말고!
하아…… 하나, 둘…….
뒷골이 짜릿하다.
숨통은 막혀 있다.
이제 난 죽는다.
이보다 더 명확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건…… 뭘까?
너무나도 분명하게…… 이렇게 또렷하게 생각하고 있다.
죽음이 멈춰진 숨결 너머에서 웃고 있는 탓일까?
딱 내가 지금 죽는다 느낀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된 것처럼 나는 기억을 해낼 수가 있다.
그렇다면…… 기록을 위해 기억하는 건가?
이렇게 선명해진 정신을 낭비할 수 없어!
가장 중요한 일은…… 그래, 숲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우리가 잃어버렸던 동료들, 스물다섯 명 중 열 명!
정확하게 말해서 그 열 명은 모두 죽었다.
그러나 역병은 그들을 모두 죽음 너머에서 다시 끌어냈다.
이 세상으로 죽었던 열이 모두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죽기 전의 모습 그대로 살아난 게 아니었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된 셈이다.
그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나중에 죽고 살아난 동료들을 통해서 전해졌다.
숲을 완전히 통과한 멤버는 모두 넷…… 아니, 다섯!
죽으면서 숲을 벗어난 한 명, 그 또한 통과한 것이니까 다섯이다.
숲을 지나온 다음에 죽었기 때문에 그는 그대로 끝이었다. 역병을 뒤집어쓴 그 기괴한 모습으로 살아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 시체를 곁에 앉혀 놓고, 우리는 잠시 쉬려 했다.
마법사가 준비한 마법 장벽과 룬디아크의 마도구를 이용해서 최대한 안전을 확보한 다음이었다.
그 휴식이 우리 삶의 마지막 순간이 되어 버렸지만…….
어쨌든 우리는 숲을 통과했다.
역병의 수해를 넘어섰다.
그러니까 기억해야 한다.
갈팡질팡하지 말고, 명확하게 기록을 남겨야 해!
달루스, 정신을 집중해라.
그래, 그 숲의 거대한 괴물…… 고대종(古代種)의 기간테스가 아닌가 의심스러웠던 그놈! 놈이 우리를 사냥하려 했고, 되살아난 우리 동료들은 우리를 지켜 주려 했다.
기간테스로 의심되었던 녀석 말고도, 이미 우리 주변으로 다가왔지만 우리는 구경도 못 해 본 녀석들에게서 우리를 지켜 주었다.
죽음과 만나서 다시 살아난 동료들이었고 이 숲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몸이 되었지만, 끝내 우리를 지켜 줬다.
그래, 우리는 팀이니까!
하지만 어떻게 되살아났을까?
역병 때문이라고 말하면 가장 쉽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역병에 의해 죽음에서 일어서는 과정이 한결같지는 않다고, 마법사는 그 상황에 대해서 매우 혼란스러워했다.
이 숲에서 누군가 죽으면 숲의 역병이 침입한다, 그리고 그 역병을 통해 살아 있던 순간까지를 되새길 수 있는 존재, 마물로서 다시 일어선다.
마물이 된 자는…… 짐승이든 사람이든 혹은 몬스터든 상관없이 자신의 동족을 사냥하고 잡아먹으며 새로운 죽음을 통해 마물을 늘려 나간다.
그게 바로 역병의 수해가 지닌 악마적인 특성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떤 뒤틀림이 있었는지, 우리 팀 멤버들은 죽었다가 되살아나는 과정에서도 자신들의 정신을 온전히 지킬 수 있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되살아나는 과정에서 생겨난 변이, 그중에서 정신과 의식, 자아의 핵이 되는 부분은 전혀 손상을 입지 않았다는 것이 마법사의 해석이었다.
그래도 그 몸은 쟈칼릭이나 비비나비처럼 혹은 스쳐 간 다른 짐승들처럼 변해 버리고 말았다.
역병을 뒤집어쓴 몸은 숲 밖으로 벗어날 수가 없다고 했다.
최초에 쓰러진 동료들은 저마다 죽었던 장소로 돌아갔고, 우리에게 합류할 것인가 그대로 일단 숲을 벗어나 라비엔으로 돌아가 자신들의 상태를 고칠 방법을 찾아볼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다. 그 상태로 우리와 합류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라비엔을 통해서 상아탑이라든가 헌터 길드 쪽으로 증상을 보고하고 대책을 찾는 편이 더 좋은 선택이니까.
그러나 역병 걸린 몸은 숲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억지로 숲의 영향력에서 멀어지려는 순간 쓰러졌으며 어떤 과정인지 모를 상황을 거쳐 다시 숲으로 돌아오고 만다고 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의 말을 기억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도 했다. 그래서 숲을 가로지르는 우리를 찾아온 다음에도 당황해서 어떤 말도 전할 수가 없었다고.
하지만 그 상황에 변화가 생겼으니, 아직 죽지 않았던 우리 중에 역병의 조짐이 나타난 동료를 발견한 것이었다. 역병에 걸린 이들끼리는 이상하게도 말이 통하는 상태였다. 그러니까 역병이 삼키기 직전인 동료라면 역병의 영향 아래 놓인 상태로 어느 정도 서로의 말을 이해하고 있지 않을까 궁리했고, 결국 도박을 해 보기로 결정했다.
우리의 앞길에 매복해 있다가 역병의 영향이 나타난 동료를 납치한 것이다.
그 도박은 나름대로 성공했다.
납치 후, 하루 정도가 지난 다음 날이었다. 마법사와 나는 남은 동료들에게 마법의 태그가 작용하는 부분에 대해서 털어놓았고, 그로 인해 뒤숭숭한 분위기에 잠겨서 모두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때 납치당했던 동료가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났고, 그를 통해 우리는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역병의 영향이 짙은 숲의 상황에 대해서도, 역병에 걸린 채로 죽음에서 다시 돌아온 그들이 어떤 상태인가에 대해서도!
그다음, 나는 고민해야 했다.
이대로 계속 숲을 돌파해야 하는가, 아니면 역병 걸린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서 되돌아 탈출해야 하는가.
그 시점에서 난 우리가 실패했다고…… 이미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었다.
모두 어느 정도 느꼈고, 숲의 상황이 우리를 죽일 것이며 다시 살릴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단은 최악의 경우를 예상해 봤다.
우리 모두 죽었다가 되살아난 채로 이 숲에 터전을 만들고 살아가는 것은 어떤가? 숲에서 벗어나지는 못하더라도, 숲의 안팎을 잇는 경계 지역을 만든다면? 그렇게 해서 숲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전할 수 있다면!
우리 도전은 헛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 예상은 최악이 아니라 최선인 경우였다.
죽음에서 되살아난다, 비록 그 모습이 괴상하게 뒤틀리고 두드러기랑 혹이 잔뜩 난 채가 된다 하더라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은 너무 쉬운 판단이었다.
잠시의 희망이었을 뿐…….
이 희망을 박살 낸 사건은 우리가 간격을 둔 채로 서로를 지원하는 계획을 세울 때 일어났다.
우리를 돕던, 역병 걸린 동료 한 명이 제정신을 잃고 미쳐 버렸다.
그리고 역병쟈칼릭, 역병비비처럼 그냥 몬스터가 돼 버렸다.
우리는 그 녀석을…… 그 몸을 갈기갈기 찢어야 했다.
마법사가 그 몸이 찢어지기 전에 말했던 것이다. 그가 걸고 있던 마법의 태그가 더 이상 작용하지 않는다고.
결국, 죽음에서 되살아나더라도 사람의 정신을 유지하고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었다.
룬디아크 공방의 마법 태그는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후라도 정신이 온전하다면 정상적으로 작용한다는 것도 확실해졌다. 마법사에게는 아주 황당한 일이었던 모양이지만.
제정신을 잃고 숲의 영향력에 완전히 휩쓸려 정신마저 오염되고 사람의 마음을 잃게 되면 태그는 작용을 멈춘다. 즉, 태그를 통해서 우리는 되살아난 동료들의 상태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이는 우리에게 상황의 유리함, 불리함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제대로 알려 줬다.
그리고 계획을 제대로 세운다면 그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실처럼 가는 희망을 유지하게 해 주었다.
그 망할 괴물, 아무리 생각해도 기간테스라고 여겨지는 그놈이 나타나지만 않았다면!
몸을 살짝 굽힌 키가 20여 미터를 가볍게 넘는 그놈은 키클롭스가 아니었다.
역병을 뒤집어쓴 다른 경우와도 달라 보였다.
녀석은 검은 안개로 이뤄진 듯한 모습으로, 그 몸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것 하나는, 녀석이 뭐든 닥치는 대로 처먹는다는 점뿐이었다.
짐승인지 몬스터인지 따지지도 않고 그냥 집어삼켰다.
씹는 건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그저 우물거리는 듯한 움직임 속에 사라져 버릴 뿐이었다.
녀석에게 우리는 아주 특별히 맛있는 먹잇감이었을까?
녀석이 우리를 쫓았고, 우리는 가야 할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로 도망쳐야 했다.
역병 걸린 동료들이 저항하는 사이에, 최대한 빠르게 최대한 멀리!
그 결과 우리는 숲을 돌파했다.
또다시 온갖 몬스터를, 짐승을 만나면서 결국 다섯이 살아남아 숲을 돌파했다.
한 명은 숲의 경계를 넘으며 죽었고, 그다음으로 마법사가 잠든 것처럼 죽었다.
그리고…… 나도 이제 죽는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정신은 선명하지만…….
기록이 제대로 되었을까?
이 선명한 순간이 유지되는 동안 확실하게 기록을 남겨야 한다.
나는…… 달루스.
우리는…… 역병의 수해를 돌파한 팀.
지금, 이 마지막에 우릴 죽이고 있는 것은…… 대체 뭘까?
왜 마법사가 아무 반응도 못하고 죽었을까?
언젠가 누군가 밝혀 주기를…….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 주기를…….
나는…… 달루스, 이건 내가…… 죽음과 만나며 남기는 기록이다.
내 동료들은…….
우리는…….
피곤하다, 이제 쉬어야겠다.
……죽음이여, 만나서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