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57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53)
“저건 개야? 이런 곳에 개 떼가 있는 거야?”
눈을 가늘게 하면서 투란이 묻는 소리는 네 남매가 눈길을 돌리게 했다.
제란드가 먼저 갸웃거리며 중얼거리는데…….
“개? 이 근방에? 그럴 리가…….”
“개처럼 생겼잖아?”
투란은 다시 봐도 역시 저쪽 굽이치는 땅에 가려진 듯이 흘깃거리는 짐승 무리가 자신이 아는 개라고 확신했다.
가만히 그쪽을 보던 멜란드가 ‘아!’ 하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곧 시알라와 페란드도 ‘아…….’ 하며 알아차린 듯한 소리를 냈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면서 거리가 좀 있는 짐승 무리를 보면서 제란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개처럼 생겼지만, 개는 아니야. 저건 뒤틀린 이빨이라고 하는 몬스터야. 뭐, 그렇게 대단하다기는 어렵고…… 그냥 힘세고 사나운 맹수 정도? 그쯤이겠지.”
“어, 힘세고 사나운 맹수?”
투란은 그걸 그리 가볍게 말하냐는 듯이 되물었고, 이는 바로 제란드가 머리를 긁적거리게 했다.
“확실히 위험한 놈들이기는 하지. 음, 하지만…….”
컹, 컹, 컹!
저쪽의 작은 언덕을 넘으면서 짖는 소리를 내던 개 떼가 뛰는 모습이 보였다.
수십 마리는 거뜬히 되어 보이는 첫 번째 무리의 뒤를 이어 그 뒤로도 비슷한 규모의 무리가 개 짖는 소리를 요란히 울리면서 앞장선 무리를 뒤따르며 뛰었다.
페란드가 그 광경을 보면서 쓴웃음을 흘렸다.
“한 마리만 놓고 말했을 때 힘센 맹수인 거고, 늘 저렇게 떼 지어 다니는 놈들이니까 이 근처에서도 저렇게 멋대로 날뛰는 거겠지. 뭐, 숲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어차피 이 들판 어디든 마찬가지일 테니까.”
“형들, 너무 느긋한 거 아냐? 쟤들 지금 우리를 먹잇감으로 찍은 것 같은데? 우리가 뭘 하는지, 제대로 안 보고 바람 타고 간 냄새만 맡고 냅다 뛰고 있다고, 저 녀석들!”
멜란드가 목을 좌우로 꺾는 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투란은 귀를 기울이면서 가만히 보다가 묻는다.
“그런데…… 개 닮은 녀석들한테 왜 뒤틀린 이빨이라고 하지?”
“응? 투란, 저거 처음 봐?”
멜란드는 조금 놀란 듯이 물었다.
투란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한다.
“뒤틀린 녀석들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개가 아니고 게였어. 물가에서 놀기 좋아하는 것들……. 개 닮은 경우라도…… 저건 그냥 개잖아?”
중얼거리다가 갸웃하는 물음으로 말이 끝났고, 멜란드는 ‘에, 그러니까.’ 하며 당장 뭐라 설명할까 말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에 곧…….
“일단은 그렇지. 정수리의 입을 열지 않을 때는 정말 그냥 개거든.”
제란드가 앞으로 걸어 나가면서 대답했다.
투란의 눈이 깜박거렸다.
“정수리에 입이 달렸다고 그냥 머리통…… 으앗!”
보다 보니 알 수밖에 없었다.
들개의 정수리가 도끼 맞아 쪼개진 것처럼 갈라졌고, 그 시뻘건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뼈처럼 보이는 부분이 없었다. 아예 등뼈가 있어야 할 자리가 갈라지면서, 드러난 속살 속에 엉망진창으로 돋아난 이빨이 가득할 뿐이었다.
순식간에 개의 모습은 사라졌고, 위쪽으로 아래로…… 세모꼴을 이룬 채로 이빨을 가득 드러낸 이상한 몰골의 괴물이 네 발로 뛰어올 뿐이었다.
“꽃잎 펼쳐진 것처럼 펼친다고, 이빨 가득한 고기꽃이라고 부르는 작자도 있는 모양이기는 한데…… 그냥 다들 뒤틀린 이빨이라고 해. 아, 마법사들은 트위스티드 팽이라고 했구나! 트위스티드 비스트? 뭐, 그런 계열의 몬스터라고 말이야.”
시알라가 조금 자세히 설명해줬다.
투란은 ‘으아, 징그럽게 생겼다.’라고 중얼거렸고 제란드가 앞으로 더 나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과연 저 수십 마리가 무리 하나를 짓고, 그 무리가 여럿인 놈들을 어떻게 상대하려는 걸까?
시알라의 말이 몇 마디 더 이어진다.
“맹수를 닮았다는 게…… 맹수처럼 안 될 상대는 잽싸게 피할 줄도 알아서 하는 말이거든.”
“응?”
투란이 의아해했고, 그 사이에 제란드의 나직한 속삭임이 울렸다.
“버닝 비(Burning Bee), 버스트 핀(Burst Pin)!”
작은 불티가 제란드가 내민 왼손을 중심으로 휘날렸다.
불티는 멋대로 흩어지지 않았고, 제란드의 손이 둥지인 것처럼 맴돌았다.
그러는 사이에 불티는 길고 가늘게 형태를 가다듬었고, 곧 불꽃으로 된 가느다란 바늘의 모양을 갖췄다. 제란드가 손을 움직이자, 그 손가락 사이에 불꽃 바늘이 한가득 채워진 듯한 모습이 되었다.
“어? 아니, 형! 누가 보면 어쩌려고? 조금 숨기기로 했잖아!”
멜란드가 투덜대듯이 떠들었다.
이에 제란드는 바로 답한다.
“저 녀석들보다 똑똑한 눈길은 없어. 확인했다.”
“쳇.”
멜란드는 제란드의 눈가를 붉게 물들인 실핏줄, 거기서 가늘게 튀는 불티가 제란드의 살갗 속으로 스며들면서 붉은 광채로 반짝이는 것을 보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투란도 멜란드처럼 ‘으윽, 왜 내 헬 임프는!’이라면서 웅얼거렸다.
페란드가 느릿하니 제란드 곁으로 가며, 어깨에서 방패를 내리면서 말한다.
“그래도 빨리 처리하는 게 좋겠지. 마법사들이 가끔 이 근처에 혼자 움직이는 마도구로 정찰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아, 걱정하지 마. 금방 끝나니까.”
제란드는 나직하게 대꾸했고, 바로 불꽃 바늘이 가득한 손을 휘둘렀다. 세게 휘두르기보다는 살짝 손에 앉은 작은 꽃잎을 날리는 동작이었다. 하지만 제란드의 손가락 사이에서 흘러나간 불꽃 바늘은 순식간에 씨잉, 소리를 내면서 들판을 달려오는 ‘뒤틀린 이빨’, 트위스티드 팽의 무리를 향해 쏘아진 화살처럼, 가늘고 긴 실 가닥 같은 자취를 남기며 날아갔다.
“으…… 역시, 저런 걸 상상했어야 했는데.”
멜란드가 그 광경을 보며 중얼거렸고…….
“정말. 불돼지 같은 놈이 아니었어야 했어.”
라며 투란도 웅얼거렸다.
방패로 만약을 대비하며 슬슬 긴장하던 페란드의 입가에 쓴웃음이 떠올랐고, 시알라는 그냥 대놓고 한숨을 푹 내쉬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폭음이 울려왔다.
케엥! 커컹! 깨에에엥!
퍼엉! 콰직, 퍼펑!
비명이 먼저인가 피와 살이 불꽃 바늘에 꽂히자마자 터져 나가는 것이 먼저인가는 꽤 애매했다.
들개를 닮은 몬스터, 그 머리가 갈라지고 이빨이 가득한 속살이 보기에는 꽤 흉악하고 두꺼워서 으스스해 보이지만 실상은 꽤 섬세하고 예민한 것처럼 바늘이 꽂힐 때부터 비명이 터졌고 곧이어 섬광이 되어 흩어지는 바늘에 따라 불길과 섞인 채로 속살이 터져 나갔다.
가늘고 길게 날아든 불꽃 바늘은 한 마리마다 하나씩 꽂혔고, 머리가 쪼개진 개 모습의 몬스터 한 무리가 전멸하는 것은 눈을 깜박일 동안일 뿐이었다.
선두를 달리던 무리가 고기조각, 핏방울이 되어 흩어지고 간간이 뼈가 부서져 떨어지는 광경은 뒤따르던 무리에게 바로 영향을 끼쳤다.
커엉! 컹! 컹!
어떤 녀석이 짖어대는 소리가 또렷했고, 무리는 곧장 사방으로 흩어졌다.
활짝 열어젖히면서 이빨을 드러냈던 형상은 다시 평범한 들개의 모습으로 돌아갔고, 흩어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겁먹은 개 떼가 무리를 이탈해서 도망치는 광경이었다. 그 도주하는 속도는 꽤 빨라서 굽이치는 들판 너머로 바로 그 모습이 감춰지는 듯했다.
남겨진 것은 그저 흩어진 피와 살, 몇 개의 뼛조각……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한 들판의 고요함인데…….
“자, 그럼 이제 가자고.”
제란드가 가만히 손을 말아쥐면서, 되돌아오는 불티를 그 손짓으로 거둬들이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투란은 눈을 껌벅였고…….
“아니, 몬스터란 것들이 왜 저리 근성도 끈기도 없지?”
어이없어하는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멜란드가 킥하고 웃었고, 제란드는 쓴웃음과 함께 답한다.
“좀 성격이 이상한 경우라고 해. 제대로 싸우면 사자의 허리를 물어 토막 낼 정도로 세지만 사자가 포효하고 엉덩이를 물려고 들면 진짜 개처럼 꼬리를 말고 도망치거든.”
페란드가 다시 방패를 어깨에 걸면서 이어 말한다.
“신중한 놈이라고 해야겠지. 가끔 혼자 다닐 때는 진짜 들개처럼 구는 탓에 저걸 들개라고 착각해서 먹이 주고 데리고 다니다가 잡아먹힌 경우도 있으니까…… 가볍게 생각할 놈은 아냐.”
“으, 그건 좀 끔찍하다.”
투란이 오싹한 몸짓을 보이며 말했다.
“숲 저쪽보다는 많이 편안하겠지만, 너무 방심하면 안 돼. 알았지, 투란?”
시알라가 걸어 나가면서 덧붙이는 소리였다.
투란은 끙하며 몸을 일으켰고, 헐떡대는 숨을 두어 번 토한 다음에 힘차게 걸음을 내디디며 대꾸한다.
“알아. 어디서든 방심하면 위험하지. 어디서든…… 저건 뭐야?”
말과 함께 몇 걸음 걷지 않아 투란은 새로운 것을 봤다.
네 남매도 역시 볼 수밖에 없었다.
들개의 모습이 처음 보였던 언덕 굽이를 타고 뭔가가 빼꼼히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그 둥글고 넓적한 머리통은 무슨 돌멩이처럼 보이는데, 먼 탓인지 좀 작기는 해도 혀를 길게 날름거리는 꼴이 잘 보였다. 들개 떼를 뒤따르기라도 하는 것인지 혹은 들개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하는 것인지 수상한데…….
“아, 저거! 꼬마 드래곤!”
“헐?”
멜란드가 외치는 소리는 곧바로 투란을 어처구니없게 했다.
킥킥거리면서 멜란드는 말을 잇는다.
“장난으로 그렇게 불러. 진지하게 그러는 거는 아니고…… 저거 잡아놓고 드래곤 잡았다고 하면서 히죽대는 녀석들 꽤 되거든.”
“몬스터?”
“응? 글쎄…… 똑같이 생겼지만 몬스터인 경우도 있고, 그냥 덩치 좋은 도롱뇽인 경우도 있어서…….”
멜란드는 투란이 짧게 묻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투란은 슬쩍 언덕 굽이를 빠르게 기어 내려오는 녀석을 보면서 다시 묻는다.
“구별하는 방법은?”
대강 몸길이가 5, 6미터는 되어 보였고 짧은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면서 긴 꼬리를 슬쩍 땅에서 들어 올린 채였다. 어딘가 두껍게 보이는 꼴이 그냥 도롱뇽이라고 해도 저 정도면 보통 사람에게는 꽤 위험해 보였다.
멜란드가 투란이 보는 바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대며 답한다.
“생김새로는 어렵고, 몬스터는 눈에서 독을 뿜어내. 물줄기 뿜어내는 것처럼, 눈에서 녹색 독액을 뿜어내. 몬스터가 아닌 놈은…… 물리거나 할퀴지 않으면 딱히 문제 될 일은 없을 거야.”
“몬스터 아니더라도 보통 물리고 할퀴면 곤란하잖아.”
“그건, 뭐 그렇기도 하네.”
투란이 툭 찌르는 소리에 멜란드가 슬쩍 민망한 웃음을 띠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물리고 할퀴는 일에 이토록 둔감해졌나 하는 자책하는 표정이 멜란드의 볼을 볼록이면서 스쳐 가는 듯하다.
“아, 저놈 보게!”
제란드가 어이없다는 듯이 소리치고 있었다.
투란과 멜란드도 금방 제란드처럼 ‘허?’ ‘헐?’ 하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페란드는 조금 침착하게 중얼거린다.
“쉬운 먹잇감이니까. 누가 다 뼈와 살을 발라놓기까지 했으니, 와서 혀로 핥기만 하면 되는 먹잇감을 놓치지 않는 것뿐이겠지. 반쯤 구워진 것도 있으니…… 녀석에게는 정말 대단한 만찬일 수도 있겠어.”
“우리도 배고픈데.”
조금 느슨한 목소리는 낮았지만, 페란드의 말꼬리에 찰싹 붙으면서 여러 눈길을 바로 잡아끌었다. 소리를 낸 시알라만은 자신을 보지 못하는 대신에 마주 봐 주는 눈길을 보냈고!
“흐흠! 누나, 숲을 건너면…….”
짐짓 어른스럽게 멜란드가 입을 여는데…….
“알아. 몬스터는 사람이 먹을 것이 아니지. 그러니까…… 아, 그런데 우리 반나절 이상 굶었거든?”
말을 자르며 시알라가 투덜거리는 소리는 꽤 노골적이었다.
페란드는 ‘아니, 겨우 반나절을 놓고 굶었다는 말은 좀…….’이라고 웅얼거리는 듯했지만 누나의 눈빛이 꽂혀드는 순간에 먼 곳을 보는 시늉을 하며 입을 다물었다. 멜란드는 뭐라 더 떠들다가는 위험하다는 것을 느낀 듯이 덩달아 입을 다물며 재빨리 앞으로 나아간다.
한데 제란드가 조금 신중한 말투로 이야기한다.
“몬스터는 먹지 않기로 했지. 하지만 짐승은 먹어도 된다고. 저게 짐승인지 몬스터인지…… 가서 확인이라도 해야잖겠어? 뒤틀린 이빨의 피와 살을 핥고 있지만, 모르잖아. 이 근처 짐승한테는 사람이든 괴물이든 입에 들어가고 배부르면 전부 먹는 것이니까. 저게 뭔지는…… 가서 확인하자고.”
“그래! 가는 길이니까, 가면서 확인하자!”
명쾌한 시알라의 대꾸였다.
멜란드는 이런 누나와 형을 보다가 또 다른 형인 페란드를 향해 ‘가면 잡아먹을 낌새인데!’라고 입모양으로 말해봤지만, 페란드는 그 입모양을 흘깃하기만 하고는 그냥 또 멀리 보는 시늉만 한다!
“뭐, 가는 길이니까 가보기는 해야겠네.”
게다가 투란까지 이렇게 중얼거렸으니, 결론은 저 녀석 곁으로 지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