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5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54)
“어, 잘 구워졌네?”
제란드가 이렇게 말했고…….
“음, 독을 뿜지도 않았지?”
시알라는 이렇게 대꾸했다.
이에 대해 멜란드가 울컥한 소리를 낸다.
“형! 누나! 눈깔에 대고 불을 쏴 넣어서 바로 홀랑 태워…… 바싹하게 구워놓고 그딴 소리를 해도 되는 거야?”
그 곁에서 페란드가 툭툭 구워진 큰 도롱뇽을 발로 건드리면서 말한다.
“핏기도 다 빠졌고, 껍질도 꽤 잘 익었군. 뭐…… 아직 조금 독하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먹는 데는 지장 없겠는걸?”
멜란드는 자신의 편을 전혀 들어줄 낌새가 없는 페란드를 바라봤고, 페란드의 입가에 히엔나의 이빨이 보이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 진짜! 이제는 몬스터는 먹지 않…… 투란! 먼저 입부터 대는 거야? 배 속이 좋지 않다면서!”
“음? 그 배 속이랑 고기 먹는 배 속이 조금 달라서.”
투란은 이미 쪼그리고 앉아 도롱뇽의 살점을 뜯어 입에 넣고 우물거리고 있었다.
제란드와 시알라도 나란히 앉았고, 페란드도 한자리 차지했다.
멜란드는 잠시 더 투덜거렸지만 결국 구워진 도롱뇽을 먹는 것을 마다할 수는 없는 듯, 앉아 먹기 시작했다.
일행이 몬스터인가 짐승인가 애매하다고 했던 큰 도롱뇽이 들개의 잔해를 핥다가 제란드의 불꽃 바늘과 시알라가 쏟아낸 불길에 홀랑 구워진 다음의 일이었다.
굽이치는 언덕가였고, 조금 멀어진 역병의 수해는 고요하게 품위를 지키는 것처럼…… 혹은 오랫동안 앓던 이를 확 뽑아 버린 것처럼 담담해 보였다.
멀리서 들개가 다시 모여 무리를 이루면서 어딘가로 가는 듯한 풍경이 보였고, 높은 하늘에서는 맹금(猛禽)이 먹이를 노리듯이 맴돌지만 구름과 햇살은 나른하게 내리쪼이면서 하늘 아래 풍경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
과수원이라고 하기에는 작았다.
그래도 몇 그루의 나무와 덤불이 촘촘하게 얽힌 모습은 누군가 열심히 관리하고 있을 거란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나무와 덤불로 이뤄진 작은 밭처럼도 보이는 풍경 곁에는 네모난 형태의 굵은 돌기둥이 넷이나 치솟아 있었고, 기둥 위에는 돌로 이뤄진 작은 오두막이 한 채 버티고 있는 듯했다.
돌기둥 사이에 늘어진 줄사다리는 돌 오두막으로 오르내리는 방법이 뭔가를 드러내는 듯했고, 찰랑거리며 조금 전에도 누군가 줄사다리를 사용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저게 경계망루?”
비탈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보이는 풍경을 놓고 투란이 중얼거렸다.
“맞아. 저거야. 반나절 만에 도착했네.”
제란드가 대꾸했다.
멜란드는 짐을 어깨에 고쳐 올리면서 말한다.
“조금 빨리 걷기도 했잖아. 누가 안 본다고…….”
제란드는 이 말에도 대꾸한다.
“맞아. 사람도 마법도…… 없었지.”
페란드가 쇳소리를 울리면서 앞으로 나선다.
“이제는 둘 다 있는 것 같군. 저 과수(果樹)와 들딸기 덤불을 키우는 거는 확실히 마법이었던 모양이야. 나도 이제 느낄 수 있는걸.”
시알라도 느릿하니 다시 걸음을 옮기면서 말한다.
“저 줄사다리, 바람에 흔들리는 게 아니네. 누가 조금 전에 망루 위로 올라갔어.”
제란드도 다시 걸으면서 말한다.
“어지간하면 사람이 있는 곳이니까. 하지만…… 왜 혼자인 건지는 모르겠군.”
투란은 앞장서는 남매를 뒤따르면서 의아함을 바로 토해낸다.
“혼자? 여기서 할 일이 있어서 혼자 남은 사람?”
“그런 일은 거의 없어. 그러니까……다들 주의해.”
제란드의 걸음이 빨라졌고, 선두에 나서면서 경고하고 있었다.
그 뒤를 페란드가 바로 메우듯이 걸었고, 시알라는 멜란드와 투란이 자기 뒤에 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자리를 잡고 걸었다.
사각 돌기둥의 가까이에 이르러서 제란드가 바로 크게 소리친다.
“어이! 거기 아무도 없어? 있으면 대답해줬으면 좋겠는데!”
곧바로 돌벽 틈새 같은 창턱 너머로 사람 머리가 슬쩍 튀어나왔다.
덥수룩한 머리카락, 멋대로 자란 수염이 가득한 머리통인데…….
“응? 켈슨 씨?”
누구보다 먼저 멜란드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냈다.
투란은 귀를 쫑긋했고…….
“아는 사람?”
“어? 어…… 아니, 그런데…….”
멜란드는 ‘설마 그럴 리가?’ 하면서 말을 더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이 상황이 이상하다는 듯한데, 창턱 너머로 목을 조금 더 빼면서 망루에 숨은 이가 외치는 소리가 울린다.
“너네 사람 맞냐?”
제란드는 그 얼굴을 보면서 조금 더 기억을 더듬었다.
“켈슨 씨?”
이름을 확인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어?”
켈슨 씨라 불린 이가 이제 완전히 어깨까지 드러내면서 아래를 살펴보는 자세를 보였고…….
“시알라!”
두건을 젖히면서 올려다보는 시알라를 바로 알아본 것처럼 외쳤다.
이에 멜란드가 한숨 쉬듯이 낮게 중얼거린다.
“켈슨 씨 맞네…… 대체 왜 여기 혼자 있지?”
투란은 갸웃하면서 멜란드를 봤고, 그 눈길에 받은 멜란드는 조금 더 말한다.
“팀…… 그리 크고 대단하지는 않지만, 저 아저씨 자기 팀을 꾸린 팀 리더거든. 제란드 형, 정말 저 아저씨만 있는 거지? 다른 사람의 기척은 없어?”
“떠난 사람의 흔적이 있다만, 며칠 된 거야. 켈슨 씨, 정말로 여기 며칠 동안 혼자 있었던 모양이다.”
제란드는 낮은 목소리로, 위에는 들리지 않도록…… 보이지도 않도록 얼굴을 돌리면서 말했다. 이는 바로 페란드를 움직이게 했다.
“주변은 내가 경계하고 있을 테니까, 누나랑 제란드, 둘이서 얘기해봐. 투란은 멜랑드랑 함께…… 누나 옆을 지켜봐 줘.”
아래에서 이런 낮은 소리가 오가는 것을 전혀 듣지 못한 듯, 위에서는 몸을 내민 켈슨이 외치는 소리가 힘겨운 듯이 흘러 내려오고 있었다.
“살아 있었구나, 시알라! 거기 제란드랑 멜란드? 그리고 페란드! 너네 맞지? 진짜 살아 있었어! 우와! 잠깐 기다려, 내려갈 테니까! 금방 내려갈 테니까아!”
메아리처럼 켈슨의 목소리가 여운을 흘렸고, 켈슨의 모습은 창턱 너머로 사라졌다. 곧 줄사다리가 거칠게 흔들렸고, 발부터 드러내며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투란은 그 장화, 가죽옷, 편갑의 차림새를 보면서 켈슨도 역시 몬스터 헌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몸 곳곳에 날붙이를 꽂아 넣고 어느 때라도 빼 쓸 수 있는 차림새는 제란드와 닮아 있기도 했다. 때문에 투란이 그 내려오는 사람을 보고 제란드를 흘깃거리니, 멜란드가 알아차렸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맞아. 우리가 라비엔에 처음 왔을 때,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준 사람이야. 제란드 형이 도구 다루는 법도 거의 저 켈슨 씨한테 배웠지. 근데 대체 왜 여기 혼자 있는 거지?”
끝내 의문을 치울 수 없다는 듯한 말꼬리였다.
투란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거의 바닥에 닿은 켈슨을 살피며 말한다.
“물어보면 알겠지.”
“그래…… 그렇겠지.”
멜란드는 조금 어두운 낯빛으로 대꾸하고 있었다.
투란에게는 조금 의아한 상태인데…….
“켈슨 씨, 혼자 있는 거예요?”
시알라가 바로 묻고 있었다.
줄사다리에서 내려와 반가운 표정으로 반쯤 뛰듯이 다가온 켈슨은 다짜고짜 묻는 첫마디에 ‘어?’ 하다가 ‘아!’ 하는 소리를 내고는 대답한다.
“혼자야. 지금은…… 음, 오면서 주변에서 몬스터나 짐승의 흔적을 봤어?”
켈슨의 말에 시알라는 살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까지는 갑자기 아는 얼굴을 봐서 아무 생각 없이 좋다는 듯했던 켈슨이었는데, 묻는 말을 듣고서는 바로 이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을 깨닫고 반응하고 있었다.
경계망루에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은 찾아온 사람이 그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이상한 일이고, 망루를 지키는 쪽에서는 찾아온 이에게 주변의 상황을 다시 파악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제란드가 켈슨의 모습을 찬찬히 살피면서 말한다.
“반나절 정도는 멀리서 뛰는 들개만 봤어요. 도롱뇽이 몇 마리 보이기는 했지만, 짐승인지 몬스터인지 확인하지는 않았죠. 그런데, 켈슨 씨…… 팀 멤버가 왜 한 명도 보이지 않죠? 주변에 사람의 흔적도…… 켈슨 씨뿐인 것 같군요?”
전혀 둘러대는 말 없이 바로 찔러가는 물음이었다.
켈슨은 조금 어색한 웃음을 띠며 대답을 한다.
“어, 나 혼자야. 팀 멤버는…… 하하, 나 이제 팀 없어. 음, 쫓겨난 거는 아니고…… 다들 죽고…… 나 혼자 남았거든. 하하, 너네는……한 삼 년 만인 것 같은데, 넷 다 모두 무사……? 어, 저 친구는? 설마 저 친구가 너네 맏형……?”
두리번거리면서 말도 조금 더듬는 듯한 켈슨의 모습은 제란드의 입을 다물게 했다. 물어볼 일은 많은데, 뭔가 입이 떨어지지 않는 듯한 상황이었다. 팀 리더인 사람이 자신의 팀 멤버를 모두 잃고 혼자라니…….
시알라가 제란드를 대신하듯이 묻는다.
“켈슨 씨, 여기 혼자 오지는 않았잖아요? 며칠 동안 혼자 있기는 했지만.”
“응? 아하핫, 바로 알아보는구나! 과연 시알라는 눈치가 빨라. 맞아. 나만 남고 함께 온 녀석들은 라비엔으로 돌아갔지.”
“왜요?”
뭔가 웃어넘기려는 듯한 켈슨을 향해 제란드가 무겁고 짧게 다시 묻는다.
켈슨은 덥수룩한 머리를 긁적이다가 주변을 둘러봤고, 페란드가 돌기둥 주변을 맴돌면서 멀리 보는 모습을 알아차리고서 말한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는 괜찮아. 해가 떨어지면…… 그림 뱃(Grim Bat)이 올 거야. 난…… 그림 뱃 무리의 관심을 끄는 역할을 맡아서 말이지.”
“아저씨! 미끼로 남은 거였어요?”
격하게 멜란드가 외쳤다.
가만히 형과 누나에게 맡겨뒀었지만,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터진 멜란드의 목소리는 꽤 컸다. 어딘가 살짝 성난 낌새도 서려 있었고…….
켈슨이 고개를 휘휘 저으며 말한다.
“아냐. 미끼로 떠밀려서 남은 거 아냐. 내가 남겠다고 했어. 음, 뭐…… 뭐랄까, 너무 오래 산 것 같잖아. 팀을 잃은 팀 리더라니……파릇한 녀석들은 보내고 맡기에는 적당한 일이라고 생각돼서…….”
“며칠 동안 혼자 있었어요?”
시알라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선명하게 울렸다.
다시 울컥해서 입을 열려던 멜란드가 이 물음에 말문을 닫았다.
켈슨은 조금 겸연쩍은 듯이 답한다.
“오늘까지 한 나흘 정도야. 오래되지는 않았지.”
이는 바로 제란드의 차가운 목소리가 나오게 했다.
“여기서 라비엔까지는 멀어봐야 이틀 안쪽이에요. 나흘이면, 갔다 올 시간은 넉넉하잖아요.”
“오지 말라고 했어. 와야 할 상황이 아니라서.”
켈슨의 대답은 잠시 침묵을 불렀다.
페란드가 주변을 다 돌았다는 듯이 다가와 이 침묵을 깬다.
“켈슨 씨, 그림 뱃이라고 했었죠? 몇 마리나 몰려오죠? 날아다니는 놈들이라 그런지, 땅에서는 흔적을 보기가 좀 힘들어요.”
“응? 아, 맞아. 이놈들, 날개를 쉬면서 땅에 내려앉는 일이 없어. 계속 날면서 꽥꽥거리는 힘 좋은 것들이야. 아, 두어 시간이면 해가 지겠잖아! 으앗, 오랜만에 만나서 내가 정신줄을 놨나 보다! 여기서 얼른 떠나야 해! 적어도 두 시간 이상의 거리를 두고 멀리 있어야 놈들한테 걸리지 않아! 에, 시알라 만나서 반갑기는 한데…….”
켈슨이 뒤늦게 알아차린 것처럼 허둥지둥하며 떠드는 소리를 시알라는 자기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조용히 하란 모습을 해서 끊었다. 그리고 그 틈새에 끼어드는 듯한 투란의 목소리가 울린다.
“힘들어…… 오늘 밤은 쉬었다 가자. 들판에서 뭘 만나는 것보다는…… 돌벽도 있는 이곳이 더 낫잖아?”
켈슨은 ‘아니, 쟤는 대체 누구야?’라는 눈빛으로 투란을 바라보면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시알라나 제란드는 피식 웃었고, 페란드와 멜란드는 가볍고 밝게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하는 대꾸를 한다.
“쉬는 편이 좋겠지.”
“어, 이거 보기보다 무겁다고. 쉬었다 가야지! 그렇지, 누나?”
시알라는 느닷없이 엄살 부리는 막내를 흘깃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켈슨 씨, 안에 자리는 넉넉하겠죠?”
켈슨이 당황해하는 것은 다들 금세 알 수 있었다.
“아니, 잠깐만! 시알라, 자리는 넉넉…… 아니, 이게 아니고! 내가 며칠 동안 녀석들의 성질을 긁어놨다고! 오늘 밤은…… 에, 확실히 고비가 될 거야! 며칠 동안 밤에 오는 놈들의 숫자가 계속 늘었다고!”
“그래요? 그래서 오늘 밤에 죽을 작정이었어요?”
시알라는 상쾌한 표정으로, 사람 배 속에 칼이라도 꽂아넣을 듯한 말투로 되묻고 있었다. 켈슨은 배에 칼 맞은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쉽게 대답은 못 했다. 그래도 잠깐 머뭇거리다가 대답이 켈슨의 입에서 나오기는 하는데…….
“숨을 작정이었어.”
웅얼거리는 듯했고, 그다지 자신감이 없는 목소리였다.
그런 켈슨을 보면서, 투란은 곁에 있는 멜란드에게 작은 소리로 묻는다.
“그림 뱃, 그거 이빨 튼튼하고 쪼그마한 박쥐 맞지?”
이는 곧바로 켈슨의 버럭하는 외침을 불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