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6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61)
Chapter 73. 라비엔, 길드
정적(靜寂)이 맴돌았다.
나뒹굴던 제이크는, 자신을 물론이고 팀의 모두가…… 연합으로서 여기 참가한 모두가 안개를 두르고 일어서는 자를 주목한다는 것을 살갗을 파고드는 감각으로 알 수 있었다.
‘엄지가 둘? 새끼손가락이 없어? 그랑츄? 빨간색? 아니, 안개를 두른? 그런 게 있었나? 몬스터가…… 몬스터 로드!’
뒤죽박죽된 생각이 두서없이 흐르다가 멈췄다.
누군가의 입에서 이 상황에 대한 답이란 듯한 소리가 살짝 새 나온다.
“몬스터…… 로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상한 몬스터의 모습, 한 가지라기보다는 뭔가 이해할 수도 없고 납득할 수도 없는 두어 가지가 섞인 듯한 모양…… 몬스터 로드라면 그럴 수 있었다. 몬스터의 형상을 드러낸 채로 말까지 한다면, 분명한 몬스터 로드!
그리고 이런 추측을 증명하겠다는 듯, 안개를 두른 채로 불그스름한 그랑츄의 손을 휘젓는 녀석이 말한다.
“따로 몫을 챙겨주지 않아도 돼. 먼 길을 와서…… 얼른 라비엔 안으로 들어가 쉬고 싶거든. 그러니까…… 어, 너네도 몬스터 헌터잖아? 설마 쫓고 있던 몬스터의 뒤처리도 못 할 정도로 엉터리는 아니지? 그러니까…….”
느릿하니 안개를 두른 채로 걸어 나오면서 떠드는 소리가 이리저리 울려 퍼졌다. 그리고 녀석은 허공을 노려보듯이 눈길을 옮긴 다음에 말을 맺는다.
“이제 열어줘. 다른 곳 찾아 들어가기도 귀찮거든. 여기 일은 얘네가 알아서 할 테니까.”
누구에게 무슨 소리를 하는 중인가?
제이크는 잠시 어리둥절해서 동료들을 둘러봤다.
누가 저 소리를 듣고 반응하는지 궁금한 탓이었다.
하지만 동료들도 마찬가지 표정을 짓고 서로 둘러보는 중이다!
그렇다면 저 녀석은 대체 허공에 대고 무슨 말을…….
쿠릉, 콰르륵.
돌이 굴러가면서 내는 거친 소리가 저쪽 한편에서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순간 눈길들이 돌아가서 소리 난 쪽을 봤고, 라비엔으로 향하는 통로…… 암벽 속의 굴을 가로막았던 바위가 비켜서면서 둘러놨던 가죽 장막을 무너뜨리는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
제이크를 비롯한 연합 팀의 모두가 퍼뜩 깨달았다.
저 녀석은 지금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마법사, 이 사냥에 직접 가담하는 것은 보수(報酬)가 맞지 않는다고 통로 입구를 막는 역할과 지켜보는 일만 하겠다고 했던 마법사를 향해 말한 것이다. 그 마법사가 이곳을 지켜보기 위해 남겨놓은…… 사람에게는 보통 감지될 리가 없는 어떤 도구를 향해!
‘몬스터 로드!’
새삼 제이크는 깨달았다.
몬스터 로드 중에서는 마법에 대해 유난히 예민한 감각을 지닌 이들이 있다.
저 녀석도 그런 감각의 소유자!
그렇다면 이 상황은 꽤 깔끔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제이크는 엉덩방아를 찧고 멍청히 퍼지듯이 앉아 있던 몸을 재빨리 일으키며 묻는다.
“모, 모, 몫은 필요 없다고? 나머지는 우리가 처리하게 몽땅 넘겨주겠다고? 어, 그렇다면…… 이제 여기 일은…… 음, 서로 잊기로 하는 건가?”
제이크의 더듬는 목소리는 기묘한 공감을 불러냈다.
다들 당황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누군가는 ‘젠장!’ 하며 불만스러운 소리도 냈다.
하지만 제이크는, 그리고 다른 모두가 그 소리는 싹 무시한 채로 서서히 가라앉은 안개를 두른 몬스터 로드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안개가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스킨 리퍼의 잔해를 짓이기듯이 꽉꽉 누르는 채인 것을 흘깃거리고 있었다.
다들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몬스터 로드에게, 저 활질해대던 놈이 속한 일행에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이렇게 넘어가준다면, 다음에 또 만났을 때 지금 풀지 못한 응어리가 남아 있더라도 참아주겠다는 확실한 답만 얻으면…… 오히려 연합 쪽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
“그게 편하다면…… 다음에 만날 때는 처음 보는 사람처럼 서로 인사부터 할까? 그게 우리도 편하기는 하겠는데…… 오늘 일은 깔끔하게 서로 싹 잊기로 할까?”
히죽, 은근히 굵어진 목과 턱, 우직하고 무거운 목소리로 몬스터 로드가 안개를 숨결 사이로 흩날리며…… 제이크를 안도하게 하는 대답을 해줬다!
“음, 나는 좋아. 다들……?”
얼른 고개를 끄덕이다가 제이크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큰 소리를 냈다.
하나의 팀이 아니고 여러 팀의 연합이었다.
가끔 이런 상황에서 아주 못된 성질을 부리면서 그렇게 못하겠다고 나대는 놈도 있기 마련이었다. 물론 지금 그랬다가는 바로 옆에 있는 동료에게 칼부림당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눈치 없는 놈이 뭐라 할 수는 있잖은가.
그래서 확인하려는 제이크의 외침이었는데, 놀랍게도 오늘은 그렇게 성질부리면서 앞뒤 분간 못 하며 나서는 놈이 없다!
“찬성이야. 좋아, 오늘 일은 모두 잊자고! 다시…… 아니, 새로 만나게 된다면 그 때는 인사부터 하자고!”
“좋아, 그럼 뒷마무리는 알아서 잘들 하라고.”
이렇게 해서 스킨 리퍼를 박살 낸 몬스터 로드 일행은 제이크와 그 팀이 속한 연합의 앞에서 사라졌다.
아주 깔끔하게, 정말 오랜 길을 와서 지쳐 있는 듯한 낌새는…… 전혀 없었지만 왠지 라비엔에 급한 볼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잠시 새로운 정적이 맴돌았다.
모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정말 자신들이 뭘 본 것인가에 대해서 당황한 것처럼!
하지만 이 정적 또한 금세 깨졌다.
“에잇! 이게 어딜 기어와!”
꿈틀거리며 바닥에서 꾸물거리는 스킨 리퍼의 잔해를 흙을 걷어차면서 밀어내는 시늉을 하면서 누군가 외치고 있었다. 이는 곧 멍해 있던 분위기를 걷어냈다.
“정리해! 조심하고! 빨리 움직여!”
다시 누군가 외쳤고, 왁자지껄한 뒤처리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제이크가 스산하고 섬뜩한 웃음을 흘리며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펠…… 루한! 이제 끝났어!”
* * *
타닥, 타다닥.
바쁜 발소리가 통로를 길게 울렸다.
질질 끌려가면서 멍한 표정이었던 켈슨은 그 쉬지 않는 발소리 소리에 겨우 정신이 돌아왔고, 새삼스럽게 뚫렸던 손이 시큰하면서 화끈거리는 채로 독한 통증을 토해내는 것을 깨달았다.
“자, 잠깐만! 잠깐! 나, 나 붕대 좀 감게 해줘!”
두 팔이 여전히 페란드와 제란드에게 끼어 몸이 들린 채로 옮겨지던 켈슨이었다. 자기 발로 뛰지 않으니 편안하다……고 할 수가 없었다. 한 손에서는 피가 질질 흘러내렸고, 그런 상처를 잠깐 홀랑 잊어버리게 한 광경을 저질러 놓은 녀석은 다시 웩웩거리며 혀를 날름대는 꼴로 바로 옆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리는 중이었으니까!
물론 투란이 딱히 켈슨을 위험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켈슨은 본능을 타고 스며오는 압도적인 위험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위험의 한 부분은…… 손의 상처로 피가 질질 새서 죽을 것 같은 상황인데도 전혀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정신줄을 나가게 한 점도 있고!
뒤늦게 멜란드도 켈슨처럼 이를 알아차린 듯이 말한다.
“어, 누나! 아저씨 아무래도…….”
켈슨에게는 대뜸 시알라를 부르는 이 소리가 무슨 뜻인가 애매했다.
붕대를 시알라가 갖고 있다는 것인가?
붕대는 켈슨의 허리띠에 걸린 주머니에도 있으니, 굳이 시알라에게 달라고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보통 붕대라든가 하는 개인용 비상용품은 각자 따로 챙겨 갖고 다니는 게 헌터의 상식 아니던가? 어떤 상황에서는 서로 흩어져 있어야 할 때도 있을 테고, 생각보다 자주 그런 상황을 겪으니까…….
한데 시알라는 멜란드의 말에 바로 발을 멈추더니 홱 돌아선다?
“지금쯤이면 적당하겠지. 켈슨 씨, 손.”
켈슨은 잠깐 당황했다.
시알라가 손을 스윽 내밀면서 ‘손!’이라고 하는데, 무슨 애완동물처럼 손을 내밀어야 하나? 어째 이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먼저 켈슨의 뇌리를 스치는데…….
덥석!
“괜찮아요.”
제란드가 머뭇거리는 켈슨의 손목을 잡아 시알라 앞으로 내밀면서 애라도 달래는 듯한 소리를 뱉잖는가!
“아니, 그게 아니고…….”
애완동물도, 애도 아니고 단지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고 하고픈 켈슨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좀 더 말하기 전에 시알라는 제란드에게 움켜쥐어진 탓에 활짝 펼쳐진 켈슨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띄우듯이 올려놓았다.
닿지 않은 손이었지만, 켈슨은 시알라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기묘한 차가움…… 서리같이 느껴지지만 어딘가 굉장히 시원하고 기분 좋게 하는 차가움을 느꼈다!
‘에, 엥?’
체온(體溫)과는 전혀 다른, 사람 손의 따스함이 아닌 차가움이 대체 뭔가?
그 차가움이 손바닥으로 손목으로 스며오면서 팔뚝, 팔꿈치를 넘기 시작한 순간에 켈슨은 깨달았다.
“이, 이거!”
마법이었다.
엉겁결에 입을 열면서 켈슨이 자신의 뚫린 손을 보니, 살점이 꿈틀거리며 기면서 상처가 메워지는 중이다! 심지어 흘러내렸던 피가 거꾸로 흘러서 몸 안으로 다시 돌아온다!
“켈슨 씨, 가끔은 조금 피를 흘리는 편이 건강에 좋다고 했죠? 뭐, 흘러나간 피가 완전히 보충되지는 않았겠지만, 걱정 마요. 어느 정도는 되돌아왔을 테니까. 상처도 다 때웠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다 나을 거예요.”
시알라가 두건 아래에서 살짝 웃는 입을 보이면서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켈슨은 지금 이 말에서 굉장한 겸손을 느껴야 했다.
시알라가 지금 어떤 마법을 썼는가는 알 수가 없었다.
켈슨이 마법에 대해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
그래도 오래전에 입었던 팔꿈치의 상처, 움직일 때마다 어깨를 찌릿하게 하는 통증까지 한번에 다 쓸어내듯이 해결해주는 효과를 지닌 마법이 흔하지 않다는 것은 켈슨도 분명히 안다!
그리고 그 흔하지 않은 마법 중에 그나마 켈슨이 입에 담을 수 있는 마법 주문이라면…….
“치, 치유의 이슬?”
시알라의 손에 살짝 맺힌 채로 아롱거리는 물방울 같은 흔적을 보면서, 시알라가 그 손을 켈슨 자신의 손 위에 닿지 않게 띄웠던 것을 되새기면서 말할 수 있었다.
멜란드가 히히거리는 소리로 시알라 대신 답한다.
“과연 켈슨 아저씨! 웬만한 건 다 안다니까!”
“그만 떠들고, 가자. 다리는 괜찮죠?”
펄럭, 시알라가 옷자락을 휘날리면서 바로 돌아서는 채로 말하고 있었다.
켈슨에게 굳이 답을 듣지 않아도 다리 괜찮다는 정도는 다 안다는 듯!
물론 켈슨의 다리에 뭔 이상이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켈슨은 마음 한편이 불편한 바를 토해낼 때가 지금이란 것을 깨달았다.
“잠깐만! 말 좀 해줘!”
“에? 아저씨? 무슨 말이요?”
멜란드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는 소리를 낸다.
켈슨은 제란드가 이미 누나를 앞지르듯이 저만큼 간 모습을, 페란드가 뒤로 슬쩍 물러서면서 일행의 후방을 맡는 것을 보면서 꿀꺽 침을 삼키면서 차분하게 목청을 가다듬어 묻는다.
“왜 그런 거야? 대체 무슨 일이었어? 왜 도우려고 하지 않았지? 몬스터를 상대하는데…… 게다가, 지금 왜 이렇게 서둘러? 저 연합…… 제이크 녀석들이 꽤 심한 짓거리를 하려 들기는 했지만…… 지금 이러는 거, 그 때문이 아니지? 뭐야, 내가 뭘 모르는지…… 제발 설명 좀 해줘!”
답답해 죽을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켈슨의 눈길은 어느 틈엔가 투란을 향해 있었다. 웩웩거리는 표정으로 혀를 날름하고 있지만…… 이제는 그 모습이 하찮다든가 쓸모없이 한가해 보이는 대신에 오히려 섬뜩하고 무서운 투란이었다.
“흠? 흠…….”
투란은 다시 웨엑하는 표정과 함께 시알라를 바라봤다.
시알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켈슨은 그것이 무슨 의미인가 금방 알 수 있었다.
말해주기 전에 투란은 시알라에게 켈슨이 들을 만한 사람인가 물어본 셈이다. 그리고 시알라는 괜찮다고…… 나름대로 켈슨을 보증해준 셈이고!
“몬스터가 아니라, 몬스터 로드였어요.”
“응?”
켈슨은 눈을 깜박일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앞뒤 뚝 자르고 나온 말은 켈슨에게 그 의미가 쉽게 전달될 리가 없었다.
가볍게 혀를 차는 듯한 소리로 시알라가 덧붙이듯이 말한다.
“그 제이크란 녀석들이 쫓는 거, 몬스터가 아니고 몬스터 로드라고요. 몬스터 헌터란 녀석들이 몬스터가 아니라, 몬스터 로드를 사냥하고 있었다고요.”
“뭐? 뭐! 그게 무슨?”
켈슨으로서는 눈을 부릅뜨면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 설명은…… 대체 무슨 소리인가!
벅벅, 머리를 긁적거리는 모습으로 투란이 시알라처럼 몇 마디 더 해야 하는 표정을 짓더니 말한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거 전부 듣고 있다가는 날 샐 것 같고…… 어차피 전부 털어놓을 꼴도 아니었고…… 그래서 공평하게 해주고 왔다고요.”
“공평?”
문득 켈슨은 투란이 뭔 소리를 하는가 생각해야 했다.
한쪽 편을 들어서 한쪽을 박살 내 놓고 왔다는 소리는 아닌 듯한데……?
“고, 공평!”
투란은 대체 뭔 짓을 하고 왔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