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66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62)
“자, 잠깐! 몬스터 로드라고? 그런데…… 그런데 그렇게 뭉개놓고 던져놓은 채로 와 버린 거야?”
다른 것보다 먼저 뇌리에 퍼뜩 스쳐 간 것을 켈슨이 바로 입으로 토해냈다.
투란, 이 녀석이 대체 무슨 짓을 했는가 하는 생각의 맨 앞에 떠오른 것…… 그것은 바로 투란이 휭하니 사라졌다가 쾅하고 나타나서 선혈(鮮血)과 살점을 밀포 반죽처럼 뭉개놓은 꼴이었다!
몬스터라면 몰라도 몬스터 로드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
아무리 저 제이크랑 연합 녀석들이 몬스터 로드를 몬스터처럼 사냥하고 있었다고 해도…… 거기 투란이 대체 왜 그런 짓을 보태준단 말인가!
켈슨으로서는 정말 무심결에 가장 먼저 묻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공평?”
그리고 문득 켈슨은 조금 전에 투란이 꺼냈던 말을 곱씹듯이 중얼거려야 했다.
이런 켈슨을 보면서 멜란드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아저씨, 괜찮아요?”
“어? 뭐? 나?”
켈슨이 당황했다.
지금 제정신인가 걱정해야 할 대상은 웩웩거리면서 멀쩡한 척하는 투란 아닌가!
어째서 켈슨부터 걱정한단 말인가?
답은 굳이 듣지 않아도 금방 켈슨의 가슴에서 우러나왔다.
지금 이러쿵저러쿵 앞뒤 없이 나오는 대로 지껄이고 있는 사람은 켈슨, 바로 자신이잖나? 그래서 켈슨은 일단 사과부터 하기는 하는데…….
“미, 미안. 내가 지금…… 어, 너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이어지니까, 생각이 엉망진창이네. 그러니까…… 이봐! 대체 뭐가 공평했단 소리야!”
결국 마지막에는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의아함, 당혹스러움을 참을 수가 없었다!
투란은 그런 켈슨을 보면서 재미있다는 표정을 떠올리다가, 웨엑하는 소리부터 내고 말한다.
“으, 음! 읍! 하아, 속이 좋지 않아서 말도 헷갈리네. 뭐, 간단하게 말하자면 저쪽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거의 이백 명인데 다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한 절반은 죽이거나 할 분위기였잖아요. 저렇게 포위하고 반나절 패다 보면, 스킨 리퍼가 누구에게든 옮아갈 테니까. 진짜 몬스터인 스킨 리퍼라면 저렇게 패서 잡을 수도 있겠지만, 몬스터 로드라면…… 꼭 스킨 리퍼의 능력만 사용한다고 생각할 수도 없고 말이에요. 그래서…… 타협 봤죠. 다 죽이지 말고, 정말 죽이고 싶은 한 명으로 만족하라고 말이에요.”
“죽이고 싶은, 한 명?”
이야기를 하면서 투란은 걷기 시작했고, 켈슨은 그 곁으로 바싹 붙으면서 듣다가 불쑥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어딘가 말이 되는 것 같기는 한데, 굉장히 알 수가 없는 이야기라는 듯…….
멜란드가 켈슨 옆에 붙어 걷다가 웨엑하고 헛구역질을 하는 투란을 대신 하듯 말한다.
“아저씨, 진정하고 생각해봐요. 설마 저 이백 명…… 연합 전부랑 원한 맺혔겠어요? 그중 한 명, 누군가 연합을 동원할 수 있는 놈이랑 엮인 탓에 저 지경이 되었을 거잖아요. 라비엔에서는…… 누군가 팀과 원한을 맺은 경우에 흔한 일이라고 아저씨가 가장 먼저 알려준 거잖아요.”
“어? 어…… 그, 그렇지.”
켈슨은 머리를 벅벅 긁었고, 자신이 조금 전까지 구멍 났던 손으로 머리를 긁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흠칫했다. 완치된 손이 어느 틈엔가 평소의 버릇대로 움직이고 있다니! 상처의 통증은 전혀 없었고, 그저 조금 힘을 써서 지친 느낌만 팔에 남은 채였다. 그야말로 시알라의 마법이 정말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켈슨은 지금 자신이 생각하는 것조차 엉망진창이란 것도 깨달았다.
라비엔에 처음 도착했던 시알라 남매에게 켈슨이 호의를 품고 해준 첫 이야기, 그건 바로 누가 혼자 있다고 해도 혼자가 아닐 수 있으니까 함부로 시비 걸고 싸우려 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인간은 혼자 뚜벅거리는 척해도 결국 그 주변 누군가와 힘을 모으기 마련이고, 한 명과 맺은 불화가 그 주변 모두와 엮일 수 있다고!
특히나 팀을 구성하고 거기 몸담은 녀석은 옳고 그른 것 상관없이 상대가 자기네 팀보다 강하냐 약하냐에 따라서 거침없이 억지를 부리며 폭력을 휘두르는 경향이 있으니까, 더욱 조심하라 말해줬었다.
켈슨이, 이 시알라 남매에게!
멜란드는 그때 켈슨의 이야기를 다시 돌려주는 셈이었다.
덕분에 켈슨은 조금 냉정해졌고, 상황을 다시 되새겨봤다.
그러나 납득하기 어려운 의문은 계속해서 켈슨의 뇌리를 후벼판다!
“대체 제이크가 어째서 몬스터 로드랑 그런 관계를…… 에? 아니, 잠깐! 그렇게 뭉개놨는데 죽은 것도 아니고 여전히 한 사람 죽일 정도였다고? 스킨 리퍼가 그런 몬스터였어!”
중얼거리다 보니, 잠깐 떠올랐던 의문은 훌렁 날아가 버렸고 켈슨에게는 그 참상(慘狀) 속에서 스킨 리퍼의 몬스터 로드가 죽지 않은 채라는 것이 더욱 황당했다.
한데 다행스럽게도 이 의문은 켈슨만 품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게 좀 걸리는군. 투란, 정말 그 지경을 만들어놨는데 괜찮은 거야? 죽지 않았어도 그 꼴이라면 나중에 이를 갈면서 뭔 수작을 걸어올지도 모르잖아?”
제란드가 묻는 말이었다.
투란은 웩하다가 히히거리면서…… 뭔가 자신의 상태랑 하고자 하는 말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표정으로, 코를 두드리면서 대답을 한다.
“냄새 기억해뒀어. 나중에 찾아가 본다고 말도 해놨고.”
“나중에……? 냄새?”
켈슨은 이게 뭔 소리인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멜란드도 자신의 코를 두드리면서 말하고 있다.
“응, 나도 그 피냄새는 기억했어. 아주 이상한 냄새인 데다가 짙었잖아. 그런데 스킨 리퍼를 전에 본 적 있어, 투란?”
“사냥당한 스킨 리퍼의 껍질을 본 적 있어. 곰가죽을 뒤집어쓴 놈이었어. 아, 스킨 리퍼 사냥하러 나간다고 준비하던 것도 봤지. 저런 차림새는 전혀 아니었구나. 음, 그래 맞아! 스킨 리퍼는 어떤 가죽을 쓰든 간에 자기 손톱을 이용해서 씨앗을 심는다고 했었다! 그러니까 그 손톱이나 발톱에 긁히지 않을 차림을 해야 한다고. 씨앗은 핏줄이나 살갗에 파고들어서 기생해서 자란다고 했지. 새로운 스킨 리퍼로! 몬스터 로드일 때는 어쩌려나 모르겠네. 음…… 뭐, 나중에 찾아가서 물어봐야지.”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로 중얼거리듯이 대답하는 투란이었다.
켈슨은 이런 대답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투란이 공평이니 뭐니 해도 몬스터 로드의 편을 들고 있다고…….
멜란드가 묻는 말이 다시 통로를 울리듯이 나온다.
“과연 나중에 볼 수 있을까? 스킨 리퍼가 아무리 이상한 능력이 있어도, 저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아 보이던데…… 뭘 상대하는지 알고 있는 몬스터 헌터가 백 명이 훨씬 넘는데 말이야.”
“그야 모르지. 그냥 저기서 저러고 죽을 수도 있고, 잘 숨어있다가 도망칠 수도 있고…… 알아서 하겠지! 살아나오면 그 때 냄새 풍기고 다닐 테니 찾아가 보면 되잖겠어?”
투란의 대답에서 어딘가 심드렁하고 무관심한 느낌이 차갑게 맴돌았다.
이는 켈슨의 뒷골을 서늘하게 했고, 조금 전의 생각을 싹 지우게도 했다!
그리고 멜란드가 이어 하는 말도 역시!
“아, 그렇네?”
죽었으면 그냥 잊겠다는 말투가 켈슨의 가슴에 아주 차갑게 파고들었다. 너무 차가워서 어떻게든 뭔가 토해내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켈슨은 아무렇게나 나오는 말을 뱉고 말았다.
“대체 무슨 일인지…… 어쩌다 저렇게 된 건지 궁금하군.”
어딘가 꽤 먼 곳을 구경하는 느낌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두어 마디 뱉고 나니 켈슨의 속은 꼬인 채이기는 해도 조금 여유로워진 느낌이었다. 한데 투란이 이 말을 받듯이 대꾸하며 추측하는 듯하니…….
“흠…… 역시 미쳐 날뛰다가 누굴 죽게 했을까?”
멜란드가 바로 이에 보태듯 말한다.
“아, 그래서 동료의 원수를 갚는다고 다들 저렇게 달려드나?”
투란이 갸웃하더니 고개를 젓는다.
“응? 자기가 죽여놓고 원수 갚는다는 팀까지 다 죽이겠다고? 우와, 멜란드 그거 너무 흉악한데?”
“휴, 흉악하기는 하지?”
멜란드는 말을 더듬고 말았다.
생각해보니, 그 정도면 상당한 악당이기는 하잖나?
하지만 누굴 죽이네 어쩌니 하는 소리는 투란이 먼저 꺼냈잖나!
멜란드가 조금 뚱한 표정을 지었고, 켈슨은 이제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알 게 뭐냐, 될 대로 되라!’ 하는 듯한 기분을 품은 듯했다.
조용히 한 걸음 앞서 걷던 제란드가 어이없다는 듯이 뒤를 흘깃하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마디 보탠다.
“갖고 있던 부적을 도둑맞는 바람에 자기 동료를 다치게 한 몬스터 로드일 수도 있잖아, 멜란드. 그리고 저 녀석들 중에서 누군가 그 부적을 훔친 놈이 있을 수도 있고…….”
“어? 아, 그런 경우도 있었지.”
멜란드가 퍼뜩 알아차린 표정을 지었다.
순간 켈슨의 표정은 한껏 어두워지고 말았다.
제란드가 꺼낸 이야기, 멜란드가 말한 그런 경우…… 이번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는 추측이 아니었다. 라비엔에 이 남매가 와서 며칠 만에 직접 지켜본 본 일이었다. 몇 년이 지났지만, 이렇게 간혹 되새길 수밖에 없는……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잊을 만하면 다시 터지는 일이기도 했다.
몬스터 로드와 원수가 되는 아주 간편하고 빠른 지름길이라고 불리는 짓, 그것이 바로 몬스터 로드를 자제하게 해주는 부적을 훔치거나 빼앗는 일…… 그 때문에 터지는 여러 가지 사건들…… 라비엔에서 드물지만 없던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연합을 이룬 팀, 거의 이백에 가까운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고 싸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켈슨으로서는 짐작하기가 힘들었다.
뭐라 말을 더 하기에도 숨이 가쁜 느낌이었다.
켈슨뿐 아니라 멜란드도 어느새 그런 기분에 공감하듯이 입을 다물었다.
암벽의 아래를 뚫은 통로, 어떻게 봐도 길게 이어지는 동굴에는 간격을 둔 채로 횃불이 걸려 있었고 기름이 타는 냄새와 함께 불빛이 흐르는 듯했다. 일행의 발소리가 불빛을 흔들어대는 것처럼 울려 퍼질 뿐이었고, 작은 적막이 그 틈새에 끼어든 듯한 분위기가 잠깐 이어졌다.
굽어지는 동굴 한편, 조금 높아지는 동굴의 규모에 맞춰서 선반이라도 만든 것처럼 깎여나간 바위 위에 누군가 앉아서 두 다리를 늘어뜨린 채로 건들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일 때까지.
“여어, 켈슨! 살아 있었네요?”
“응? 쥬라크!”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멍하니 올려다보던 켈슨이 움찔하고 놀랐다.
늘어뜨린 다리가 모두 맨발인 채로, 마치 보이지 않는 시냇물에 담가놓기라도 한 듯한 자세로 앉은 이가 빙긋 웃음을 흘리면서 시알라를 향해서도 한마디 한다.
“시알라……였지? 와아, 살아 돌아왔네? 아, 나 기억 못 하려나? 스치고 지나간 기억도 나지 않을까?”
“쥬라크, 길드의 중급 헌터? 얼핏 그렇게 기억나네요.”
차분하게 시알라가 두건을 살짝 치켜올리면서 답했다.
쥬라크가 손뼉을 치며 웃음과 함께 대답한다.
“아하핫, 맞아. 그때는 그랬지! 중급 헌터였었지! 하지만 지금은 상급이야, 시알라. 상급 헌터 쥬라크! 켈슨, 잘 살아 돌아왔어요. 그런데…… 흐흠, 손에서 좋은 냄새가 나잖아요? 마법인가? 아, 그래…… 어디서 맡아봤나 했더니…… 치유의 이슬! 그 마법은 살냄새를 참 짙게 하던데, 딱 그 냄새군요? 헤에…… 혹시 시알라가 건 마법?”
어딘가 능청스러운 태도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켈슨은 당황한 듯, 쥬라크에게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을 한 채로, 끼어들기도 애매하다는 듯한 태도로 시알라를 바라봤다.
시알라는 쥬라크를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한다.
“말 돌리지 말고, 무슨 용건인지 똑바로 말해봐요.”
“에? 아…… 그런 말투를 아주 사무적이라고 한다고! 시알라, 오랜만에 봤는데 예전이랑 다르게 너무 사무적이야! 음, 뭐 하지만…… 그렇다면…… 똑바로 말해야겠지? 간단한 용건이야. 실은 내가 발을 좀 다쳤거든. 꽤 낫기는 했는데, 가끔 이렇게 장화를 벗고 바람을 쏘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아직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야겠지. 치유의 이슬, 그 마법이라면 단번에 낫는다더라고. 음, 그래서…… 은전 다섯 닢! 치유의 이슬을 내 발에…… 한쪽에 한 방울씩만 떨궈주지 않겠어?”
찰칵, 찰칵.
쥬라크의 손가락이 움직였고, 그 손가락 사이에 은전이 마찰하면서 나타났다.
누구보다 먼저 켈슨은 소름이 돋은 표정으로 쥬라크를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예전의 시알라를 안다면, 절대로 요구할 리가 없는 일이었다.
다시금 쥬라크의 모습을 보니, 장화를 벗고 맨발을 드러내고 있기는 한데 딱 그뿐이었다. 머리에서 무릎까지, 쥬라크의 차림새는 언제라도 멀리 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냥 준비가 끝난 몬스터 헌터의 모습이다!
‘날 치료해주는 걸 알고 있어! 그러니까 중간에 기다리다가 저러는 거야! 그런데 대체 어떻게?’
쥬라크는 대체 어떻게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곳에서 시알라의 마법에 대해 간파해내고 있었는가?
켈슨으로서는 도저히 생각해낼 수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