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67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63)
“저거 진짜 은전?”
멜란드를 향해서 투란이 속삭이는 소리가 켈슨의 귓가에 푹 꽂혔다.
곧바로 켈슨은 자기 얼굴에 피가 쏠리는 것을 느꼈다!
뭔가 이상하게 투란의 말이 켈슨을 부끄럽게 하잖나!
게다가 쥬라크 역시 이 소리를 들은 모양이니…….
“진짜라고, 이거! 상아탑 마크가 제대로 찍힌 공인(公印) 받은 은전이라니까! 저울에 달아봐도 되고…… 쪼개서 확인해봐도 돼! 아, 쪼갠 다음에 다시 공인 마크를 받으려면 귀찮겠지만…… 아니, 그게 아니고! 진짜 은전이라니까! 은이야, 은!”
찰그랑거리는 은전을 손가락 사이에서 춤추게 하면서 대꾸하고 있잖나!
시알라가 낮은 한숨과 함께 말한다.
“포션이라도 바르고 마시면 되는 거잖아? 연금술사의 포션이라면 은전 한 닢이면 몇 병을 살 수 있을 텐데?”
“음, 그거 듣지 않아. 내 발에 효과가 없다고. 금전으로 살 수 있는 상급 포션이라면 어떻게 된다고도 하는데, 하핫, 그럴 금전 있으면 그냥 발 아픈 채로 헌터 때려치우고 말지! 그렇잖아?”
“싸게 살 수 있는 상급품 포션이라면, 아까 보니 이 근처에서 군단 납품용이 거래되는 것 같던데…… 그거라면 금세 낫지 않아?”
시알라는 물끄러미 쥬라크를 보면서 말하고 있었다.
쥬라크는 어이없다는 듯이 시알라를 마주 보며 대꾸한다.
“몸만 낫잖아! 그거, 정신적인 자살이라고! 나한테 지금 정신적인 자살을 권하는 거야? 우와! 아무리 그냥 오래전에 스쳐 가면서 얼굴만 아는 사이라지만, 너무하잖아 시알라!”
“흠…….”
시알라는 팔짱을 끼는 자세로 한 손을 올려 볼을 긁적거렸다.
쥬라크의 말에 납득을 하겠다는 듯도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시알라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않느냐는 듯도 한 묘한 태도였다.
그래서 쥬라크는 보다 열성적으로 납득시키겠다는 듯이 말을 잇는데…….
“약효가 살아 있는 동안 기절도 못 하고, 온몸이 잘근잘근 바늘로 씹히는 것보다 훨씬 끔찍하게 실로 꿰는 통증이라니까! 정신만 말짱한 채로 그 고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자세하게 기억하게 된다고! 나중에 약물 냄새만 맡아도, 아니 음식 냄새에 비슷한 것만 섞여 있어도 생생하게 기억난다잖아!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꼴이 되느니 그냥 몸 한구석 쑤시는 채로 낑낑대는 게 낫지!”
“흠…….”
사일라는 두 손을 겨드랑이에 단단히 끼운 듯한 자세가 되면서 쥬라크를 바라봤다. 마치 아직 부족하니 조금 더 열심히 설득해보라는 듯!
이는 쥬라크에게 조그마한 민망함과 함께 더 뭔 소리가 필요하냐는 듯한 눈빛을 애처롭게 흘리게 하는데…….
“시알라, 우리 은전 필요하지 않아? 당장 도시에서 써야 할 돈 말이야.”
은전이 진짜냐 가짜냐를 궁금하게 여기던 투란이 슬그머니 시알라에게 속삭임을 건네고 있었다.
이는 바로 시알라가 팔짱을 풀게 했고, 늘어서 있던 세 형제가 동시에 ‘어?’ 하다가 ‘아!’ 하는 소리를 내게 했다. 뒤이어 멜란드가 바로 중얼거린다.
“젠장, 동전 주머니고 뭐고 남은 게 없었잖아.”
제란드도 한숨을 쉬며 시알라에게 말한다.
“누나, 정말 필요한 것 같은데…… 저건 돈이 될지 안 될지 애매하고…… 처분한다고 해도 시간이 필요하잖아.”
시알라의 입가에서 작은 한숨이 새 나왔다.
쥬라크는 남매가 주고받는 짧은 대화에 귀를 쫑긋했고, 제란드가 말한 저것이 뭔가 찾아내려는 듯이 재빠르게 눈동자를 움직였다. 단단한 차림새 말고 이 일행에 뭔가 제대로 들고 있는 것이라면…… 멜란드가 매달고 있는 두툼하게 싸놓은 짐덩이뿐이었다.
“혹시 그거 처분할 거? 아, 내가 중개를 해줄…….”
“관심 끊고, 발이나 내밀어.”
시알라가 싹둑 쥬라크의 말을 자르면서 주먹을 내밀었다.
쥬라크는 입술을 살짝 삐죽였지만, 시알라의 주먹에 송골송골 맺히는 이슬이 통로의 불빛에 반짝이는 것을 보고는 딴소리 않고 바로 두 발을 나란히 내밀었다.
시알라의 주먹이 두 발 위를 어른거리면서 살짝 풀렸고, 이슬 몇 방울이 가볍게 떨어져 내렸다. 살갗에 닿는 흐릿한 소리는 갑작스럽게 고요해진 풍경을 반영하듯이 모두의 귓가에 톡톡거리는 선명함을 전해줬고…… 곧이어 쥬라크가 다리를 부르르 떨다가 엉덩이를 들썩거리면서 허리를 배배 꼬며 내는 신음소리에 묻혔다.
“아으, 우에, 허읏! 이, 이렇게 진하게…… 으히히!”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멎었을 때, 시알라는 서너 걸음 재빨리 물러선 채로 쥬라크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뭔가 좋지 않은 것이 옮는 것이 싫다는 듯한 태도였고, 쥬라크는 후악하고 큰 숨을 몰아 내쉬면서…… 어느 틈엔가 꽉 맞물리듯이 쥐고 있는 두 손을 부르르 떨면서 말한다.
“대단해! 다리를 꿰뚫고 허리를 작살내면서 어깨까지 뚫어주는 느낌이었어! 그런데 아프지 않아! 과연 치유의 이슬! 켈슨, 제대로 짚었군요! 아하핫, 눈빛이 조금 살아난 것이 보기 좋은데요?”
켈슨은 당황했다.
쥬라크가 갑작스럽게 늘어놓는 말…… 그건 분명히 켈슨이 저 너머에서 떠든 소리를 듣고 찾아왔다는 뜻이잖은가!
치유의 이슬, 이 마법을 쓸 줄 아는 마법사.
라비엔에서 그 유용성은 곧바로 탐욕의 대상이 될 터였다.
게다가 시알라는…….
“돈!”
켈슨의 눈이 껌벅였다.
시알라에 대한 걱정이 떠오르려는 하는 순간, 시알라가 쥬라크 앞으로 다시 다가서면서 손을 내밀며 외친 한마디가 켈슨의 뇌리에 맴돌던 생각을 홀랑 날려버렸다!
쥬라크가 실실 웃으면서 두 손을 내밀어 시알라의 손 위에서 풀었다.
찰그랑거리는 은전 소리가 시알라의 손 위에 쌓였다.
“기대 이상으로 베풀어줬으니, 나도 기대 이상으로 지불할 수밖에 없군! 상상도 못 한 대출혈 같은 지출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고마워, 시알라.”
툭툭 손을 털면서 쥬라크는 발을 끌어당겨 뒤로 한 바퀴 굴렀다.
쥬라크가 바로 장화를 다시 발에 끼우고, 끈과 사슬로 엮어 바지와 결합시키는 광경을 흘깃하며 시알라는 살짝 낯을 찌푸렸다. 무슨 말을 하는가 했더니, 손에 놓인 은전은 열 닢이었다.
쥬라크가 수를 세는 데 문제가 있는 녀석이었던가?
시알라가 확인하기 위해 묻는다.
“다섯 닢……이라고 했잖아.”
“응. 딱 다섯 닢 정도의 효과만 기대했었으니까. 하지만 시알라가 그 이상을 베풀어줬잖아? 그러니 나도 보답해야지. 이래 봬도 상급 헌터라고, 이런 계산은 정확하게 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 그러면…… 켈슨, 오랜만에 눈빛이 좋아진 얼굴을 봐서 기분이 좋아요.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고요, 켈슨. 아직 예전 같지 않아요. 라비엔에 소문난 착한 켈슨으로 어서 돌아와 주면 좋겠거든요. 그러니까 충고할 수밖에 없으니…… 지겹더라도 또 들어요. 죽은 놈이 살아 돌아오면, 그건 망치로 때려 부숴야 하는 데드워커라고요. 그만 잊어요, 라비엔의 신참들에게는 착한 켈슨이 많이 필요하다니까요. 자, 그럼…… 시알라, 다음 기회에 또 만나자고! 아, 날 보고 싶다면…… 길드로 찾아와! 켈슨이 조금 어리바리한 지금이라도 길 안내는 확실히 해줄 수 있으니까! 그럼, 다음에!”
쥬라크의 말은 빠르게 흘렀고, 몸놀림은 날렵했다.
펄럭거리는 후드와 망토를 휘날리면서 벽 틈으로 훌쩍 사라져가는 모습은 마치 요술처럼 보일 정도였다. 조금 전에 아프다고 한 것이 모두 저 소리를 늘어놓기 위해서 해댄 거짓말 같다는 생각이 바로 샘솟을 듯한 모습이었다.
켈슨은 누구보다 이를 짙게 느꼈고, 입술을 살짝 깨물면서 웅얼거렸다.
“쓸데없는 참견은…….”
“스카우터나 레인져?”
켈슨의 낮은 목소리를 푹 덮어씌우고 지우듯이 투란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게 뭔 소리인가 켈슨이 잠깐 어리둥절해하는데, 곁에서 멜란드가 말한다.
“예전에 얼핏 듣기로는 어느 왕국 유격부대의 암살자였다던데?”
“암살자?”
투란이 ‘그게 뭐야?’라는 표정으로 멜란드를 쳐다봤다.
설마 몬스터를 암살한다는 뜻인가?
제란드가 혀를 차는 소리로 멜란드의 말에 보태 말한다.
“소문이야. 뜬 소문이 그렇게 퍼졌지. 유격병 출신인 것까지는 맞는 것 같은데…… 어쩌다 소문이 유격병 임무로 누군가를 몰래 죽였는데 그게 함정이라서 라비엔까지 도망쳐 왔다, 뭐 그런 소문이 있었어. 몬스터보다는 사람 상대로 하는 재주가 많다고 말이지. 하지만 쥬라크는 그걸 인정한 적이 없을 거야. 우리가 알기로는 그런데…… 켈슨, 그 사이에 뭐 다른 소문이라도 있었나요?”
“응? 어…… 요새는 도적길드 출신으로 신분을 위장한 채 여기까지 흘러온 암살자라고 하지. 여기까지 신분을 감추고 도망친 귀족이 있는데, 뭔 계승 문제로 반드시 그 귀족을 죽여야 하는 경쟁자 입장의 귀족이 엄청난 돈을 들여 고용했다느니 뭐니 하면서.”
켈슨이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쥬라크에 대한 소문을 읊었다.
투란은 조금 전에 멜란드를 봤던 눈길 그대로, ‘그건 또 뭐야!’ 하는 표정인 채로 켈슨을 바라봤다. 이는 곧 제란드와 멜란드에게서도 나타나는 분위기였고, 켈슨은 끙하는 소리와 함께 말을 맺어야 했다.
“전부 헛소문이야. 그중 절반은 쥬라크 저 녀석이 술 마시면서 차라리 이런 소문은 어떠냐고 주절거린 걸 고백으로 착각한 놈들이 마구 뿌린 탓에 맴도는 거고…… 무슨 사연으로 여기까지 왔나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어. 단지 여기 와서…… 여기까지 온 녀석 치고는 드물게 헌터 길드에 제대로 헌터 등록을 하고 활동한다는 게 특이하니까……. 그리고 실력도 쑥쑥 늘어나서 어느새 거물 분위기도 좀 나고…….”
약간 투덜거리는 말투로 말꼬리를 흐리면서 켈슨은 앞장서듯이 걷기 시작했다.
쥬라크가 사라진 틈새는 어두웠고 모르는 사람이 들락일 듯한 길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계속 불빛이 이어진 통로를 걸어야 했다. 켈슨에게는 매우 명확한 일이었고, 어느 틈엔가 이 동굴 같은 통로가 낯선 시알라 일행에게 정말로 길잡이 노릇을 해야 한다는 자각이 켈슨의 속을 깊이 후벼파고 있었다.
정말 이 정도도 하지 못한다면, 신세만 지는 꼴이니까!
시알라는 조용히 켈슨을 바라보면서 뒤따르듯이 걸었다.
그 뒤를 제란드가, 멜란드와 투란이 졸졸 따라가고 페란드는 여전히 맨 뒤에서 느릿하니 움직였다.
쥬라크 이후에 다시 통로 안에서 일행을 맞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야, 이 썩어 문드러질 놈아! 이딴 걸 칼이라고 팔아?”
“뭐? 이 새끼가 어디서 시비야! 그게 칼이지, 그럼 망치로 보이냐!”
“차라리 망치가 낫지! 베이지도 않고 부수지도 못하면서 찌그러지고 휘는데, 이게 칼이냐? 칼이야?”
“이런 미친 새끼! 어디서 좋은 칼을 망가뜨리고 와서 시비야! 네놈 실력이 없으니까 좋은 칼이 그 꼴 된 거지!”
“뭐? 실력이 없어? 좋은 칼? 그래, 이걸로 한번 망치질 당해볼래!”
“하? 망치질? 그 칼 만든 내 망치로 대가리가 쪼개져 봐야겠냐?”
캉, 퍽! 카캉, 퍽, 퍽.
다투는 소리와 함께 망치와 굽은 칼이 부딪치고 주먹이 오가는 광경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 코피를 터뜨리고, 낯짝이 부어오르는 채로 싸우고 있었고 그 주변에서는 다들 거리를 둔 채로 구경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누군가 바쁘게 오가면서 나직하게 떠드는데…….
“돈 걸어? 돈 걸어! 대장장이 핸슨이 이번에는 어디가 부러질까, 아니면 부러뜨릴까! 돈 걸어, 돈! 자자, 얼른 걸어! 오래 안 싸울 거라고!”
남의 다툼을 도박의 대상으로 삼아 팔아먹으려는 누군가였다.
그 모습을 낯을 찌푸린 채로 흘겨보는 이도, 그냥 무시하는 이도…… 냉큼 돈을 거는 이도 있었지만 다들 저쪽의 다툼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눈길만큼은 분명했다.
그래서 투란도 발돋움하는 꼴로 그 다툼을 보며 옆을 향해 말한다.
“자주 저러나 봐요?”
켈슨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주 저러지.”
멜란드가 투란처럼 발돋움하다가 말한다.
“에? 핸슨 아저씨? 저 아저씨 여전히 저러고 있어요?”
이는 곧 투란의 귀를 쫑긋하게 했다.
“여전히? 팔아치운 장비가 맨날 문제를 일으켜?”
“응? 아니, 그건 아니고…….”
멜란드가 설명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켈슨이 옆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시알라에게 손짓하며 호기심이 왕성한 투란을 향해 흘리는 소리로 말한다.
“싸게 팔거든. 여기 처음 오는 얼치기들이 지닌 돈으로 살 수 있을 정도로 여러 가지 장비를 싸게 팔아. 나름 괜찮은 물건들이기는 한데, 제대로 못 쓰면 망가지기 쉽기도 해. 그러고 죽지 않으면, 저러고 찾아와서 싸우는 거지.”
“그게 대체 무슨 소리예요?”
투란은 눈을 깜박이면서, 입으로는 여전히 속이 좋지 않다는 듯이 웨엑하는 시늉을 하면서 켈슨 곁으로 쪼르르 붙으면서 묻고 있었다. 멜란드가 그 곁으로 냉큼 따라붙으면서 보태 말한다.
“저기 내기하는 녀석들, 그 녀석들이 핸슨 아저씨 장비 탓이라고 부추기거든. 그리고 와서 시비붙어 싸우면, 내기를 걸게 해서 돈을 벌어. 죽다 살아난 탓에 눈 돌아간 채라 앞뒤 생각 못 하고 그 말에 넘어가면 핸슨 아저씨한테 와서 저러는 거고…….”
“그럼, 내깃돈에 핸슨의 몫도 있어?”
투란이 뭔가 이해했다는 듯이 되묻는 말이었다.
“응? 엥?”
멜란드는 당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