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6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64)
“어, 없어!”
대답은 멜란드 대신에 켈슨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켈슨도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한 것은 아니었다.
핸슨이 그럴 리가 없다고, 설마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는 것뿐이었다.
투란의 말을 완벽하게 부정할 수가 없으므로!
“흠, 머리가 나쁜 아저씨인가.”
그다음에 나온 투란의 말은 켈슨에게 조금 이상한 좌절감을 선물했다!
그 좌절감에 더듬거리면서 켈슨이 되묻는 소리가 나온다!
“머, 머리가 나빠?”
“자기 팔아서 돈 버는 녀석들이 있는데, 거기서 자기 몫도 못 챙기다니…… 그런 생각을 못 했다면 맨날 이용만 당한다는 소리잖아. 머리가 좋으면 그냥 그렇게 넘어갈 일이 아니지!”
살짝 세상의 이치를 안다는 듯한, 조금 뻐기는 듯한 투란의 말이었다.
시알라가 쓴웃음과 함께 맹한 얼굴을 하는 켈슨을 대신해서 대답한다.
“그건 아냐. 핸슨 씨는 바보라서 저렇게 당하는 게 아냐. 저 내기몰이하는 녀석들이 영악하고 지독해서 어쩌지를 못하는 거지.”
“응? 내기몰이?”
투란이 눈을 깜박였고, 켈슨도 ‘어, 엥?’ 하는 소리를 냈다.
시알라가 그런 켈슨을 흘깃하며 말한다.
“라비엔에는 몬스터 헌터가 몰려들지. 하지만 몰려든 사람 전부가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 여기 있는 건 아냐. 몬스터 헌터에게 뭔가를 얻기 위해서…… 물건을 판다든가, 아니면 몬스터의 잔유물을 거래하기 위해서 오는 이들도 많아. 그리고 그런 사람들 틈새에 끼어와서 눌러앉는 이들도 있어. 몬스터를 사냥할 생각은 전혀 없고, 저렇게 사람을 상대로 뭔가 해서 살아갈 궁리를 하는 경우야. 어쨌든 이 요새도시 라비엔 안쪽에는 몬스터 헌터가 많고, 몬스터가 쉽게 나돌아다니게 두지는 않으니까. 어느 정도는 안전하고…… 사람 사는 곳이니까, 버티는 거야.”
“흠…… 꽤 배짱이 좋은 경우네. 여차하면 몬스터 쳐들어와서 난동 부릴 수가 있는데 버틴다니…….”
투란이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켈슨은 느낄 수 있었다.
‘익숙해?’
투란에게는 몬스터와 맞닿은 곳에서 몬스터를 외면한 채로 사람들과 엮이며 살아가는 이들이 그리 낯설지 않다. 이는 켈슨에게 한 가지 사실을 곧바로 깨닫게 했다. 이 투란은…… 본명을 숨기는 것이 뻔해 보이는 이 녀석은 최소한 경계도시 출신이다! 하지만 켈슨은 그걸 지금 따져서는 안 된다고 자제했다. 그보다 먼저 시알라에게 물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시알라, 저 내기몰이하는 애들에 대해서 알아? 나는 핸슨이 맨날 저러는 꼴은 봤지만, 그게 무슨 패거리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어.”
시알라가 미묘하게 웃었다.
“당연하죠. 저 녀석들은 절대로 몬스터 헌터는, 켈슨 씨처럼 경험이 있는 몬스터 헌터는 건드리지 않거든요. 이 라비엔에서 경험 많은 몬스터 헌터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아니까 말이죠. 초보라든가, 몬스터를 처음 겪는 애송이들이 저 녀석들의 돈벌이에요. 뭐, 처음부터 실력이 좋거나 성질이 더러워 보여도 가까이 가지는 않죠. 저 애들이 주로 노리는 건…….”
“우와, 예쁜 아가씨! 내기하지 않을래요? 대장장이 핸슨, 칼잡이 루펠! 이제 맨주먹으로 싸우고 있어요! 어느 쪽이 이길지 동전 한 닢만 걸어봐요! 한 닢이 열 닢이 될 수 있어요!”
불쑥 앞에 엉성한 그릇을 들이대면서 외치는 소리가 시알라의 말을 뚝 잘랐다.
시알라는 아직 열두엇 정도밖에 되지 않은 소년을 보면서 조금 복잡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는데…….
“꼬마, 저리 가라. 깨끗한 차림이라고 대놓고 그릇 들이대는 거 아니잖아. 척 보면 몰라?”
제란드가 슬쩍 시알라 앞으로 나서면서, 소년에게 손짓하며 말하고 있었다.
켈슨은 그 모습을 보고 시알라가 하던 이야기의 뒷부분을 알 수 있었다.
시알라처럼 두건을 눌러쓰고, 이 라비엔의 흔한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깔끔한 모습을 한 여자…… 세상 물정 모르는 쉬운 상대로 보인다! 이런 꼬마 녀석들이 노리기 쉬운 먹잇감이다!
제란드는 그런 소년에게 점잖게 말한 셈이었다.
이쪽이 네 먹잇감이 아니라고.
하지만 소년은 쉽게 포기할 마음이 없는 모양이었다.
“에이, 돈 많아 보이는데…… 그냥 동전 한 닢 넣어봐요! 운이 좋으면 열 닢이 될 수도 있잖아요?”
제란드의 얼굴이 살짝 실룩였다.
멜란드가 곁에서 풋하는 소리를 냈다.
투란은 ‘설마?’ 하는 낮은 중얼거림을 웨엑하는 사이로 섞어 흘렸다.
시알라는 이 녀석을 어찌할까 하는 눈길을 보내는데…….
“투란, 이 새끼! 너 여기 오지 말라고 했잖아!”
저쪽에서 누군가 소란 속을 헤집고 뛰쳐나오며 소년을 잡으려 했다.
“에이, 씨!”
소년은 재빠르게 내밀었던 그릇을 가슴에 딱 붙여서 담겨 있는 동전 더미가 새지 않게 하더니, 냅다 뛰기 시작했다. 자신을 잡으려 하는…… 조금 더 덩치가 크기는 하지만 마찬가지로 앳된 소년을 피해서!
한 소년이 도망쳤고, 한 소년은 다가와서 급한 소리로 시알라에게 말한다.
“저 새끼 그릇에 돈 안 넣었죠? 저거 그냥 거지에요! 내깃돈 받아서 그냥 튀는 놈이거든요! 내기하시려면……. 투란, 너 거기 안 서!”
설명보다 먼저 도망치는 소년의 뒤를 쫓아가는 또 한 소년이었다.
시알라는 앞에서 침을 튀기던 소년과 그릇을 품고 달아나는 소년을 잠시 바라보다가 흘깃 곁을 봤다. 멜란드와 제란드도 시알라처럼 눈길을 투란에게 보냈다.
투란은 어이없다기보다는 히히거리고 웩웩대는, 뭔가 섞인 표정으로 그 눈길에 답하듯이 말한다.
“사람 사는 곳에 왔네. 여기도 많은가 봐…… 투란…….”
“그렇지.”
시알라가 쓴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느닷없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우와! 이겼어!”
“과연 핸슨!”
“대장장이니까 당연하지!”
“망할, 소문난 칼잡이라더니!”
“푸핫, 라비엔에 칼 한 번 안 잡아본 사람 있나?”
“자아, 결과가 나왔습니다! 잃은 분들은 다음 기회를 노리시고, 이긴 분들은 이쪽으로 오세요!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잃은 분들, 얼렁뚱땅 오셔도 돈 안 드려요!”
왁자지껄한 분위기 너머에서 비틀거리는 핸슨의 모습이 보였다.
그 앞에는 바닥에 엎어진 누군가의 모습도 보였다.
아무래도 주먹질 끝에 핸슨이 이긴 모양이었다.
내기도 끝난 듯했고…….
멜란드가 중얼거린다.
“저 아저씨, 너무 우직해. 역시 저 아저씨는 자기 몫을 따로 챙길 리가 없지.”
투란은 그쪽을 흘깃하고, 멜란드를 보며 히죽 웃었다.
“꽤 좋은 사람인가 보네?”
멜란드는 핸슨이 이 상황에서 자기 몫을 챙긴다는 말에 놀란 꼴을 했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시알라처럼 사정을 어느 정도 꿰면서 그러려니 했을 텐데…… 저 대장장이 핸슨은 그럴 리가 없다는 듯!
켈슨도 멜란드처럼 반응했었고…….
“괜찮을까?”
살짝 걱정하는 소리를 내고도 있었다.
제란드가 간단히 대꾸한다.
“괜찮아요. 핸슨 씨, 포션도 따로 챙겨 갖고 있어요. 뭐, 쓰러뜨린 녀석에게도 나눠줄 듯하지만…… 우리도 가죠.”
시끄러움이 사라진 자리를 떠나, 일행은 다시 움직였다.
* * *
―재미있군. 한쪽에는 완벽하게 단련된 몬스터 헌터들이 경계를 서는데, 한쪽에서는 꽤 한가한 이유로 서로 다투고…… 과연 인간의 도시는 기묘해.
‘역시 단련된 헌터들이었지? 굴 출입구 주변에 한가한 녀석들!’
―굉장히 나른한 척하고 있지만, 들락이는 자는 누구라도 세심하게 관찰하는 모습이었다. 저 통로에서 만난 쥬라크란 인간과 분위기가 비슷해. 움직이지 않아서 그 쥬라크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가는 확실하게 판별되지 않지만 말이야.
‘흐흠…… 너도 그렇게 느꼈다면, 쥬라크의 파티이거나 헌터 길드 소속이겠네. 이런 도시에서 저렇게 경계를 서는 거는 길드 소속의 헌터니까.’
―그래? 흠…….
‘숲의 역병은…… 해결되었어?’
―아직 완전한 분석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강은 알아냈다. 역시 그 역병은 카보닉의 변종인 모양이야. 하지만 카보닉과 다르게 온건한 해결방법은 확실하게 나올 듯하다. 완성되면 알려 줄게.
‘맡겨둔다니까! 자, 그럼…… 도시 구경을 해볼까?’
* * *
“음, 이쪽 길이던가?”
멜란드가 머리를 벅벅 긁적이면서 크게 갈라진 두 방향의 길을 보며 중얼거렸다.
시알라는 그런 멜란드에게 핀잔주듯 대꾸한다.
“어디로 가든 결국 다시 꺾이잖아.”
켈슨이 어리둥절해서 끼어들어 말한다.
“어디로 가는 건데? 어느 쪽이든 괜찮은 곳이라니, 길드 찾아가는 길 아니었어?”
“맞아요, 상아탑의 파견 마법사에게 볼일 있거든요. 아, 여전히 헌터 길드에 동거하고 있죠?”
시알라가 뒤늦게 몇 년 만의 방문이란 것을 느낀 듯이 묻는 말을 꺼내고 있었다.
켈슨도 시알라의 말투에서 겨우 삼 년 정도 시간이 흐른 것을 깨달은 듯, 멜란드처럼 머리를 벅벅 긁적이는 태도로 대답한다.
“미안. 이건 내 실수네. 길드가 거처를 옮겼는데…….”
“응? 길드 거처가 옮겨졌어요?”
시알라보다 먼저 멜란드가 놀란 소리를 냈다.
시알라는 그 뒤를 이어 의아한 듯이 묻는다.
“왜요?”
켈슨은 눈길을 높여, 갈라진 두 길의 양쪽을 채우는 암벽 너머를 보는 모습으로 설명한다.
“예전 길드 거처는 높은 곳이었잖아. 이 라비엔을 거의 다 내려다볼 정도로 말이야. 덕분에 날아든 몬스터에게 아주 좋은 목표가 되었지. 길드의 헌터들도 꽤 사나워서 날아든 놈들을 모조리 사냥하겠다고 버텼는데…… 그림 뱃의 바위날개가 몰고 온 와이번 때문에…….”
“어? 아저씨, 바위날개가 라비엔에 왔었다고요?”
멜란드가 귀를 쫑긋하며 끼어들었다.
켈슨은 ‘아!’ 하는 소리를 냈고, 제란드가 멜란드의 팔을 당기며 말한다.
“희귀한 몬스터 얘기는 나중에 하고, 그래서 헌터 길드의 거처가 망가진 거예요? 그리고 옮겼다는 말인가요?”
“응? 아니, 망가졌다기보다는…… 음, 무너졌어.”
“예?”
제란드부터 시작된 놀라움은 투란을 빼고 남매 모두에게 번져갔다.
켈슨이 씁쓸한 표정으로 한쪽을 가리키면서 앞장서서 걸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바위날개는…… 경계망루 쪽으로는 나타난 적이 없어. 나도 정신없다 보니 깜박해서 멜란드에게 그때 제대로 말 못 해줬는데…… 바위날개의 그림 뱃이 서너 마리가 한패가 되어서는 청록색의 와이번을 타고 왔었거든. 와이번 중에서 제일 덩치 좋다는 청록색 품종 말이야. 설마 몬스터가 몬스터를 그리 몰고 다닐 거라고는 아무도 몰랐지. 그래도 헌터 길드 쪽에서는 날아든 놈을 전부 잡는다고 했지만…… 바위날개란 놈의 날개는 바위처럼 단단하게 아니라 바위보다 단단했고, 청록색 와이번은 몸길이가 20미터는 거뜬할 정도였어. 날개폭도 그 정도는 된 와이번이 거의 십여 마리였다고. 그런 것들이 몸통으로 와서 부딪혔으니…… 기억나지? 길드 거처, 거기 뾰족한 기둥처럼 높은 곳이었잖아. 다들 바늘성이라고 불러댈 정도로……. 거기를 와이번이 들이박고, 바위날개가 마구 후려치며 날뛰니까…… 결국 맨 위가 꺾여 버린 꼴이 되었어. 그래서…… 상아탑에서 파견 나온 마법사부터 짜증을 냈고, 거처를 옮겨야 했지.”
한쪽 길을 조금 따라 나가자, 작은 샛길이 굽이치며 바로 옆에 나타났다.
켈슨은 그쪽으로 앞장서면서 입술을 축이고 말한다.
“와이번은 모두 잡았어. 하지만 바위날개 녀석들은 다른 그림 뱃 무리를 계속 몰아붙였고, 또 언제 와이번 떼를 끌고 올지 모르니까. 상아탑으로 정기적인 보고를 해야 하는데 계속 소동이 벌어지고, 몬스터 때문에 방해받을 수 없다고 마법사가 혼자라도 거처를 옮기겠다고 하니까, 헌터 길드에서도 별수 없이 옮겼지. 이곳 길드 지부랑 왕국의 길드 본부랑 연락도 마법사가 맡고 있었으니까. 그런 소동이 벌어지면 제일 먼저 보고부터 해놓고 대처를 해야 몬스터 떼가 경계도시 쪽으로 흘러가는 걸 경고할 수도 있고…… 뭐, 그런저런 사정이 겹친 거야. 그래서 이번에는 아주 낮은 곳에…… 지하층이 깊은 쪽으로 옮겨갔어. 어, 이쪽이야.”
졸졸 따라가던 투란이 고개를 갸웃했다.
슬쩍 걸음을 늦추면서 투란은 제란드에게 낮게 물었다.
“여기가 경계도시인데, 또 다른 경계도시에 경고를 하게 되어 있어? 경계도시가 아니라 군단요새 쪽으로 알려주는 거 아냐?”
제란드는 잠깐 ‘어?’ 하다가 ‘앗!’ 하는 소리를 내고는 답한다.
“투란, 라비엔은…… 경계도시 밖에 있는 요새를 바탕으로 새로 세워진 도시야.”
“헐?”
투란에게는 살짝 낯선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