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7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67)
“로열 가든. 궁금한 일은 모두 거기서 얘기하자고요.”
히히거리면서 나오는 낮은 소리가 마법사를 다시 한 번 한숨짓게 했다.
“그러니까, 대체 어디서 들은 얘기인지 궁금한데…… 금전 열다섯 닢이라고! 완전소모되는 거라, 금 부스러기도 돌려줄 수 없어!”
살짝 으르렁거리듯이 나오는 루케인의 말에 멜란드가 은근히 떨린다는 듯한 목소리로 묻는다.
“한 번 구경만 하는 데도 열다섯 닢이에요?”
“한 사람당, 열다섯 닢이야.”
쐐기를 박겠다는 듯이 루케인이 조금 건조하게 답했다.
“히엑?”
멜란드가 급히 숨 들이켜는 소리를 냈고, 한편에서 제란드와 페란드도 ‘어?’ 하고 ‘한 사람당……?’이라면서 움찔했다. 그러나 시알라는 통통 바를 두드리면서 말한다.
“이미 예탁된 보상금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이잖아요?”
이는 루케인에게 잠깐 민망한 표정을 짓게 했다.
바로 앞에 놓인, 풀린 보자기 위에 금전 백 닢을 보장하는 물품이 있잖은가.
“그렇기는 하지.”
이 소리를 듣자마자 곧 투란이 우웩하는 트림을 살짝 내면서 말한다.
“그러면, 빨리 좀! 나랑…… 시알라, 페란드, 제란드…… 멜란드까지! 어서 로열 가든으로! 얘기는 거기서 하자고요, 얼른!”
“너, 설마…….”
순간 떠오른 생각이 루케인을 당황하게 했다.
‘설마 이 자식 로열 가든에 구토하고 싶어서 이러나?’
세상에 미친놈은 많고, 그 미친 짓거리는 상상의 한계를 가볍게 초월한다!
어디서 어떻게 로열 가든에 대해서 들었건, 거기다 토사물을 뿌려 대는 최초가 되고 싶어서 이럴 수도 있잖은가?
하지만 순간적으로 떠올랐던 생각은 마법사의 뇌리에서 금세 잊혔다.
조금 전의 상황, 루케인 스스로가 이 일행을 관찰하고 파악하려 했지만 실패했던 것이 바로 뒤이어 뇌리에 떠오른 탓이었다.
루케인은 금붙이가 없다는 것을 마법으로 감지했다, 그 과정에서 멜란드가 꽁꽁 싸맨 채로 지고 있는 짐의 알맹이도 어느 정도 간파했다고 생각했지만…….
‘분명히 내 마력 감각에 걸리지 않았어. 게다가 안에 담긴 룬디아크 공방물품에 대한 정보조차 감췄고!’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 있었다.
루케인의 마력을 차단했으면서도 그 조짐조차 감췄던 짐을 감싼 천 한 폭…… 풀고 나서야 거기 걸린 방어 마법과 공방물품의 기척을 겨우 파악할 수 있었다. 때문에 뒤 늦게 주변에서 보는 눈길이 좀 많다는 것을 떠올리기도 했다.
게다가 이 공방물품, 놓인 태그…… 달루스가 도전했던 역병의 수해를 헤집고 다녀오기 전에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잖나!
때문에 루케인의 말은 중간에 방향을 틀어 이어진다.
“금전 일흔다섯 닢으로 로열 가든을 단체 관람하는 게 평생 소원?”
“그것도 로열 가든 안에서 말하자고요. 상아탑에서 서원(誓願)하고, 왕의 율법(律法)을 따르는 마도사님!”
투란은 잠시 루케인이 대체 뭐라 하는가 하는 표정부터 지었지만, 곧 한숨과 함께 보다 낮고 가늘게 흐리는 소리로 말을 맺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상아탑의 마법사…… 마도사로서 루케인에게 확실히 먹혔다!
“알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가든 안에서 해야겠지! 서원과 율법에 따라!”
살짝 으르렁거리는 듯한 말투였고, 시알라 남매에게는 조금 어리둥절하게 하는 사나운 태도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투란은 웨엑하는 표정 사이로 눈을 반짝이면서 ‘우와, 통하네?’라고 좋아하는 듯하다?
루케인은 그런 투란을 향해 살짝 울화가 섞인 눈길을 보냈지만, 곧 내려놓았던 종을 쥐고 꽉 누르며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자세가 되었다.
티잉.
쿠르르!
종이 둔탁하게 울렸고, 바가 둘로 쪼개지며 양쪽으로 갈라졌다.
이제는 바가 아니라 양쪽으로 배열된 낮은 높이의 진열대 모양이 되었고, 루케인은 그 아래쪽을 더듬어서 보이지 않는 곳을 긁어내는 시늉을 했다.
“응? 금전!”
멜란드가 루케인이 꺼낸 반짝이는 것을 보며 놀란 소리를 냈다.
한 닢, 두 닢이 아니라 큰 그릇에 담긴 수십 닢의 금전이 루케인의 손에 끌려나온 것이다.
시알라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곧바로 주변을 둘러보면서 제란드에게 눈짓했다. 제란드는 그 눈짓을 알아차렸다는 듯이 낮게 말한다.
“벽이 두꺼워졌어. 안팎의 상황이 완전히 따로 노는 것 같은데?”
루케인이 이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대꾸한다.
“당연하잖아. 이제부터 쓸 마법은…… 라비엔에서 쓸 일이 없는 줄 알았다고. 쓸데없는 호기심은 충분히 자극했어. 더 보여줄 필요도 없고…… 보상금의 금전 백 닢, 그중에서 일흔다섯 닢을 사용해서 로열 가든을 열겠다. 마지막으로 확인하지, 그냥 구경하고 싶은 거라면 관둬. 한번 소모되면 되돌릴 수 없다고, 이 금전…….”
투란을 말릴 수 없는 듯하니, 남매라도 말려보겠다는 듯이 던진 이야기는 시알라의 짧은 대꾸를 얻어냈다.
“해요.”
이젠 모르겠다는 듯, 루케인은 금전 그릇을 흔들었고…….
반짝, 반짝.
채앵, 차라랑.
금전이 부딪히며 치솟았다.
마법사의 머리 위를, 그 몸 주변을 맴도는 금전은 바닥에 떨어질 낌새가 전혀 없어 보였다.
춤추는 금전 사이에 선 루케인의 목소리가 낮고 웅장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두꺼운 나무 벽에 닿고 메아리치면서, 한층 더 무겁고 장엄하게 흐르는 루케인의 목소리는 단순한 소리의 영역을 벗어나서 강렬한 의지의 파동까지 느끼게 하는데…….
“나, 루케인. 상아탑에서 맹세한 바에 따라…… 왕의 율법을 지키며 따르는 자로서 이제 선언하니, 왕의 정원이여! 이 자리에 그대의 위풍을 드러내주오!”
가볍게 날며 춤추던 금전이 금색 광채로 변했다.
찰랑거리며 부딪히던 쇳소리가 사라졌고, 대신 금색의 안개, 짙은 구름이 섞인 바람이 루케인의 주변을 맴도는 광경이었다.
금빛 바람결은 그대로 방 안을 메웠고, 모두를 휘감았다.
루케인의 살갗 위로 바람결을 맞이하는 듯한 금색 무늬가 떠올랐다.
강하고, 무겁고, 단호한 한마디가 루케인의 입술 사이에서…… 그 영혼 깊은 곳에서 새어나오는 천둥처럼 울려 나온다.
“로열 가든.”
번쩍!
* * *
“우앗, 여기가 어디야!”
멜란드가 놀란 소리를 냈다.
금빛 벼락이 눈앞을 완전히 가로막는 듯하더니, 주변 풍경이 몽땅 변해 있었다. 라비엔의 암벽 지하에 자리 잡은 길드 거처의 흔적은 전혀 없이, 아주 다른 곳으로 이동한 듯했다.
시알라는 재빨리 주변을 둘러봤고, 제란드에게 묻는다.
“여기는?”
“라비엔은 아니야. 완전히 다른 곳이야.”
제란드가 눈길을 루케인에게…… 금색의 무늬를 얼굴에, 드러난 살갗에 고스란히 드러낸 채로 아주 위엄있는 모습이 되어 있는 루케인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페란드는 아예 몸을 돌려 주변을 둘러본 다음에 중얼거린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기는 한 거야?”
이는 시알라를 잠시 흠칫하게 했고, 멜란드는 ‘어, 형은 참…….’ 하며 냄새를 맡으려는 듯이 킁킁거렸다.
맑은 바람, 밝은 풍경…….
하늘빛은 보다 투명하고 옅으면서도 광대하게 위를 채웠고, 가는 금빛 윤곽을 드러낸 그림자가 드리워진 땅 위에는 하얀 넝쿨, 새하얀 나무, 밝은 회색의 잔영이 넘실거렸다.
어디를 둘러봐도 단정하면서 우아한 풍경이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해도 좋을 듯한 넓은 마당을 지닌 정원이 한계가 없는 듯한 풍경처럼 보였다. 이런 풍경을 두른 듯한 루케인이 고요한 태도 속에서 깊은 울림을 지닌 소리로 말한다.
“좋은 감각이로군. 맞아, 이곳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과 완전히 다른 곳도 아니다. 여기는 로열 가든, 고대 상아탑의 마도사들이 힘을 모아 이뤄낸…… 꿈의 세계. 고대 왕들의 지원까지 받아서 이뤄낸 꿈의 정원이니까. 그래서 이곳에 대해 아는 이들은 원래 고대의 혈통을 이은 왕족뿐이었……?”
터벅터벅.
투란의 큰 걸음이 루케인의 이야기를 멈추게 했다.
네 남매 역시 느닷없이 한켠을 찾는 듯한 투란의 태도를 바라봤다.
모두가 보는 사이에 투란은 두 팔을 활짝 펼쳤고, 팔을 휘감아 소매처럼 둘렀던 가죽 띠가 펼쳐지며 맨살이 드러났다.
우에에엑!
크게 입에서 뭔가를 뿜어내는 소리가 울렸다.
금색 무늬가 맴도는 루케인의 낯이 바로 구겨졌다!
“역시 그거였냐!”
저놈, 어디서 로열 가든에 대해 듣고 와서 미친 짓을 궁리한 것이 틀림없다!
로열 가든에서 똥을 싸거나 구토를 한다, 제정신인 녀석이라면 전혀 생각할 리가 없는 짓을…… 아무도 하지 않았으니까 해보겠다는 미친놈! 세상에 널려 있는 흔한 얼간이!
하필이면 루케인 앞에 로열 가든을 열라고 찾아온 놈이 저런 녀석이라니!
오늘 정말 루케인은 운이 나쁜 날인가?
그러나 루케인의 이 생각은 바로 사라져야 했다.
투란은 머리에 박힌 입을 크게 벌렸지만, 두 팔에서도 입을 벌리고 있었다.
사람의 입이 아닌, 개나 늑대…… 그보다 조금 야리야리한 모습이 마치 여우의 것처럼 보이는 입이 투란의 두 팔에 나타나 있었다. 심지어 투란의 얼굴에 박힌 입도 조금 가늘고 길게 찢어지며 그런 모양을 갖추고 있다!
그 세 입이 뿜어내는 것은 시커먼 어둠, 그 어둠이 한 점에 집중되어 뭉치고…… 그 속에서 뭔가가 터져 나온다!
금빛의 덩어리, 단단하고 무거운 바위처럼 생긴 것!
“어?”
루케인은 잠시 그게 뭔가 납득할 수가 없었다.
어딘가 조금 전에 자신이 사용한 금전이랑 닮기는 한 것 같은데…….
금은 귀한 것이다.
금이 바위처럼 큰 경우가 있을까?
아무리 큰 금덩이라 해도 꼬마 머리통만 하면 사람을 기겁하게 할 수 있다.
크게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뭔가가 있다면, 그건 그저 금을 얇게 씌운 것에 불과하다! 손톱으로 긁어내면 그 아래 깔린 금이 아닌 본색을 드러낸다!
상식이잖은가?
그런데…… 루케인의 마력 감지는 저것이 그냥 보이는 그대로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안팎이 몽땅 똑같은…… 금이라고.
“어?”
마법사가 놀랄 때, 투란은 크게 기지개를 켜면서 외친다.
“시원해! 우와아! 이제 속이 좀 편안해! 힘들었어! 이거 정말 멜란드가 말한 대로 한바탕 시원하게 싸지른…… 아얏, 시알라…… 미안.”
시알라가 투란의 볼을 꼬집어 당기면서 낮게 위협적인 목소리를 울린다.
“투란, 멜란드 흉내 내지 말랬지? 그런 거 흉내 내면 내가 멜란드랑 똑같은 취급을 할 거라고 경고했지!”
“미안, 안 할게.”
이미 볼을 잡혀 흔들리는 채로 투란이 아픈 시늉을 하며 대꾸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마법사의 얇고 가는 목소리가, 아주 높이 치솟으며 울린다!
“이거! 금이야? 금이잖아! 온통 금이야! 금으로 된 산에서 뜯어 왔어? 이게 대체 뭐야! 으앗, 백분율(百分率)이 뭐 이래! 120이라니! 퍼센티지가 120이라고!! 순도(純度) 120%짜리 금이 있어? 금이니까 있는 거야? 대체 이게 뭐야! 맛, 맛은 어떻지? 냄새는……!”
투투두! 타닥!
발구름 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면서 마법사가 금빛 바위를 향해 돌진했다.
“어? 잡아!”
시알라가 흠칫하다가 버럭 소리쳤고, 그 소리보다 먼저 제란드와 페란드가 내달리는 마법사의 두 팔을 붙들며 겨드랑이에 팔을 집어넣어 들어 올리고 있었다. 시알라의 말이 떨어지기 전에 이미 마법사가 드러낸 말과 몸짓을 보며 대기하고 있는 듯했던 모습이었다.
덜렁 허공에 들려진 채로 발버둥을 치는 꼴이 되었지만, 루케인은 포기하지 않고 외치고 있었다.
“만져 보게 해 줘어! 촉감은 어떻지? 너희는 알지? 대체 어떻게 순도 120%의 금이 있는 거냐고! 이게 말이 돼? 꿈인가? 꿈의 정원이라 꿈꾸게 해주는 거야?”
“진정하라고요.”
제란드가 한숨 쉬면서, 멜란드를 흘깃하며 말했다.
세상에 막내 멜란드 같은 이가 또 있다니……!
그런데 멜란드는 그런 마법사를 보며 씨익 웃는다?
“후후훗, 그거 봐. 저게 정상이라고! 헌터 길드의 마법사께서도 저러잖아! 그러니까 우리 다 같이 맛이라도…….”
슬금슬금 루케인이 목표로 했던 금바위를 향해 다가가면서 중얼거림도 토해내는 멜란드였다.
퍼억!
하지만 어느새 멜란드 곁에 다가선 시알라의 주먹이 인정사정없이 그 머리통을 내리찍고 있었다.
“작작 좀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