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7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68)
“어험! 어험!”
루케인이 헛기침을 심하게 했다.
소동이 조금 가라앉은 다음이었다.
멜란드는 땅바닥에 앉아 구시렁거리는 중이었다.
누나인 시알라가 머리통을 내리찍어 엎어놓은 다음에 밟기까지 했으니, 막내로서 불평을 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듯!
그러나 멜란드의 불평 중에 제대로 된 말이 된 소리는 없었다.
번뜩하며 쏘아보는 시알라의 눈빛에 그냥 숨소리가 되어 흩어졌을 뿐이다!
때문에 루케인이 사과하는 말을 꺼내야 했다?
“흠, 으흠! 미안하네. 못난 꼴을 보였어.”
제란드가 누나와 막내, 마법사를 둘러보다가 말한다.
“길드에서 일하시는 마법사라면, 금이나 보석에 익숙하신 거 아니었어요? 오히려 마법사니까 금에는 무관심…….”
“어떤 썩어 문드러진 망할 새끼가 마법사가 금이나 은, 보석을 흔한 돌멩이 취급한다고 개수작이라도 부렸어? 데려와, 그놈의 새끼 내가 먼지로 만들어 줄 테니까!”
말을 끊는 루케인의 대꾸는 매우 험악했다.
제란드로서는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투란이 키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말한다.
“마법에 소모되는 금이 꽤 많은 모양이네요.”
시알라가 ‘어? 소모?’ 하며 이 소리를 받았고, 루케인은 한숨을 쉬며 대꾸한다.
“상아탑의 오래된 마법이 좀 그렇지…… 지금도 아주 쓸모가 많으니까, 어쨌든 써야 하기는 하는데…… 금은보석이 너무 많이 들어가. 안 쓸 수도 없고…… 하아…….”
잠시 시알라나 제란드, 페란드까지도 너무 궁핍해서 답답하다는 듯한 마법사의 모습에 뭐라 할 말이 없어 멍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한데 멜란드가 이 소리에 문득 알아차렸다는 듯이 말한다.
“아, 혹시 여기 들어올 때 마법도…… 금전 열다섯 닢을…… 아니, 다섯 명분이니까…… 에…… 일흔 닢? 그걸 전부 써버린 거예요? 그냥 마법을 쓰는 대신에 지불하는 그런 금이 아니고, 여기 열려고 그 금이 그냥 쓰인 거였어요?”
“그래. 한번 쓰면, 사라진다고. 마법의 효과를 위해, 금이 없어지는 거야. 그러니까 다시 생각해보라고 한 거야. 여기 와봤자…… 아, 잠깐! 대체 로열 가든에 대해서 어떤 왕족에게 들었지? 요즘 로열 가든에 대해서 아는 왕족이라면…….”
루케인은 중얼거리면서 멜란드에게 대꾸하다가 홱 눈길을 투란에게 돌리면서 따져 묻는 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투란은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짧고 세게 말한다.
“비밀!”
장난스럽기도 한 그 모습에 루케인이 포기했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 어디서 들었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겠지. 그럼, 실컷 구경해봐. 이 로열 가든, 이런 풍경을 또 어디서 보겠어?”
바로 투란이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예요, 마도사 루케인! 로열 가든을 구경하려고 들어온 게 아니라고요! 저거, 놔둘 거고…….”
투란이 손가락질까지 했기 때문에 루케인의 눈길은 다시 돌아갔고…… 후욱하고 곧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다시 눈길을 되돌리는 루케인의 모습은 네 남매에게 분명히 보였다!
마치 조금 전까지의 자신을 잊기 위해서, 저기 놓인 금에 대해서조차 기억에서 삭제했던 듯한 모습이잖나!
루케인은 눈치 보지 않고 숨을 가다듬었고, 투란에게 눈길을 딱 고정한 채로 마치 여기 금덩이 없다는 듯 말한다.
“귀한 것을 놔두는 창고 중에서 가장 안전하기는 하지! 그래, 그렇기는 한데…… 다시 들어오기 위해서 또다시 금전이 소모된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나?”
“자, 잠깐! 여기 들락거릴 때마다 금전 수십 닢이 없어져야 한다는 겁니까!”
멜란드가 화들짝 놀래서 버럭 소리쳤다.
이번에는 막내의 이런 외침에 시알라도, 페란드나 제란드도 뭐라 하는 대신에 고개를 맹렬하게 끄덕이는 듯한 낌새였다. 구체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몸을 움찔거리면서 아주 놀란 모습으로!
이에 루케인이 히죽 웃는데, 투란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건 아냐. 분명히 다시 금이 소모되기는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냐. 그렇죠, 마도사?”
루케인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면서 웃음이 사라졌다.
문득 루케인은 투란이 자신을 계속 ‘마도사’라고 부르는 것도 깨달았다.
마법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마법사라고 부르든, 마도사라고 부르든…… 혹은 그냥 막 나가는 말투로 요술쟁이라고 불러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라비엔에 와서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 버린 탓에 루케인도 호칭에 대해서 꽤 둔감해지고 말았다. 그러나 아무래도 투란은 그 의미를 분별하는 듯하잖나?
“자네…… 세란드가 아니라고 했지? 그럼, 누구야?”
“투란. 본명이거든요?”
냉큼 답하면서 투란은 재빨리 강조했다.
“흠, 투란…… 로열 가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루케인은 투란이란 이름이 나온 시점에서 신상을 캐묻는 것은 포기했다는 듯, 다시 묻고 있었다. 어느 왕족에게서 들었는가 싶지만, 이 또한 비밀이라고 했으니 치워놓고 투란이 어느 정도 로열 가든에 대해 알고 있는가를 확인하려는 듯했다.
빙긋 웃음부터 지어 보이며 투란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려는 듯이 눈길을 돌리고 몸을 돌렸다.
해도, 달도 별도 없는 하늘…… 광원(光源)이 없음에도 하늘빛이 여리고 시원하게 가득 차 있는 하늘과 작고 새하얀 나무, 여린 잿빛의 바위가 가지런하게 자리 잡은 로열 가든의 풍경을 다시 한 번 둘러보듯이 투란은 두어 걸음 디디면서 맴돌고 나서야 루케인의 물음에 답을 한다.
“로열 클래스의 지정, 시크릿 키퍼를 통한 신분의 보호. 짧게 말하면 로열 가든의 정보방어. 그게 성립되고 나면, 그때 이야기해요. 아, 우리 모두 정보방어가 필요해요.”
루케인의 얼굴에서 금색 무늬가 물결치듯이 꿈틀거렸다.
느릿하니 루케인의 입술이 달싹이며 목소리가 새듯이 흘러나온다.
“그게 대체 금을 얼마나 소모하는지,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이야?”
딱, 투란은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를 내면서 한쪽을 가리켰다.
루케인은 그 손가락이 향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거나 눈길을 주지 않았다. 대신 깊은 한숨을 쉬면서 또박또박,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한다.
“상아탑의 정보보호에는 금전 백오십 닢. 한 사람당! 만약 헌터 길드 쪽의 정보까지 연계해서 신분정보를 감추려 할 경우에는 백 닢 추가. 한 사람당! 연계까지 할 거야? 젠장 그러면…… 그러니까 다섯…… 사람의 로열 클래스 지정, 신분 정보 은폐를 동시에 신청한다면…… 소모되는 금전이…… 금전이…… 젠장, 일천 이백오십 닢이라고! 대체 뭘 감추려고 그 정도까지 금전을 쓰겠다는 거야! 아무리 금덩이를 많이 가졌다고 해도 낭비 아니냐고!”
점차 높아지고, 더듬는 듯해지던 말이 결국 포효처럼 끝났다.
이에 동의하듯, 멜란드가 작게 중얼거린다.
“한 닢도 안 깎아줄 모양이네. 다섯 명이면 한 사람분 정도는 깎아줘도 되는 거 아닌가.”
“깎긴 뭘 깎아! 전부 소모된다고 전부 없어진다고!”
루케인이 발끈한 소리를 다시 질렀다.
시알라나 페란드, 제란드가 한숨을 쉬면서도 루케인이나 멜란드의 이런 분위기에 동감하는 듯이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는데, 투란은 상쾌하다는 듯한 웃음과 함께 다시 묻는 듯한 말을 꺼낸다?
“거기에 추가해서, 세상에 내밀 수 있는 적당히 조절된 가짜…… 음, 위장 신분이랑 금전계좌까지 준비해주려면 금전이 얼마나 더 필요해요?”
“허? 한 사람당 금전 열 닢씩 추가야! 그럴 금이…….”
루케인이 어이없다는 듯이 뭐라 하려다가 투란의 손가락이 다시 쿡쿡 허공을 찌르는 듯이 한쪽을 가리키는 꼴을 보면서 말을 멈추고 말았다. 더 뭐라 하고 싶어도, 한쪽에 놓인 금괴(金塊) 때문에 입이 봉해질 수밖에 없다는 듯했고 그래서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이 루케인의 얼굴에 선명했다.
시알라가 이런 루케인을 대신하듯 투란에게 묻는다.
“투란, 위장 신분은 또 뭐야?”
“그건…… 나중에 시알라, 모든 이야기는 상아탑의 마도사가 로열 클래스로 우리를 지정하고 보호하는 마법을 써준 다음이야.”
투란은 루케인을 재촉하는 눈빛을 뿜어내면서 대답했다.
루케인은 슬쩍 시알라 남매 쪽을 둘러봤다.
웬만하면 말려라, 하는 듯한 눈빛이 남매를 훑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남매 넷이 한숨짓는 듯한 꼴을 보니, 이건 말릴 수가 없는 모양이잖은가.
어쩔 수 없이 그 한숨에 동참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루케인은 말할 수밖에 없었다.
“뭐…… 나중에 아깝다고 금전 물어내란 소리는 절대로 하지 않기를 바라겠어. 그러면…… 정식으로 묻지. 투란…… 시알라랑 모두…… 정말로 원하는가? 로열 클래스로 지정되기를?”
잠깐 멜란드가 주저하는 낌새를 보였다.
하지만 곧 누나와 형들의 눈길, 투란의 웃는 듯한 표정을 보면서 멜란드부터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예.’ 하는 소리를 냈다. 그런 멜란드를 확인하고 나서야 시알라와 페란드, 제란드가 마찬가지로 ‘예.’ 하는 소리를 냈고, 투란이 마지막으로 보다 분명하게 하겠다는 듯이 말한다.
“우리 다섯은 상아탑의 마도사, 그 이름을 루케인이라고 소개한 이에게 청합니다. 헌터 길드와 연계한 로열 클래스 지정, 시크릿 키퍼의 가호를! 아, 덤으로 위장된 신분에 의한 보호도!”
“알았다.”
루케인은 투란이 덤벙대는 듯하면서도 한마디 놓치지 않고 말하는 모습이 신기하다는 듯이 잠깐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그리고 루케인의 손이 바라보기를 꺼리던 커다란 금괴를 향해 내밀어졌다. 마지막으로 확인하겠다는 듯, 루케인이 손을 내민 채로 묻는다.
“제공된 금을 사용하는 데, 이의는 없겠지?”
“없어요.”
둘러보는 눈길에 아쉽다는 듯이 잠시 금괴를 바라보다가 시알라가 대답했다.
투란도, 세 형제도 곧 고개를 끄덕였다.
금괴의 한 부분이 녹아내리다가 안개처럼 흘렀다.
금빛의 안개가 먼저 루케인의 발아래를 맴돌았고, 흩어지며 투란의 발아래로…… 시알라와 페란드, 제란드의 발아래에서 앉은 채인 멜란드의 엉덩이 아래까지 번져 나갔다.
넓게 뿌려지고 깔린 안개 속에서 금빛의 무늬가 나타났고, 융단처럼 자리 잡았다.
한 사람마다 독특한 무늬의 융단에 따로 올라선 듯, 앉아 있는 듯한 모양이 갖춰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루케인의 입술은 바르르 떨리듯이 귀에 들리지 않는 뭔가를 열심히 외워내는 듯이 보였고, 두 손은 바쁘게 허공에 보이지 않는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깎아내는 것처럼 움직였다.
곧 금빛의 무늬, 안개의 형체가 직접 닿지 않는 채로 일행을 감싸면서 부드러운 바람결을 덮어씌우듯이 맴돌았다.
그러고 나서야 루케인이 긴 숨을 내쉬며 손을 멈추고, 지친 기색으로 말한다.
“기초 작업은 끝났어. 자, 그러면…… 이제 대체 어떤 일이 소문나지 않도록, 신변의 어떤 일을 감추고 싶어 하는지 말할 차례야. 설마 엉덩이에 종기가 났던 일이라든가, 배꼽 아래에 흉터가 있는 것을 감추기 위해서 이렇게 금을 소모한 거는 아니겠지?”
투덜대는 마법사의 말투가, 정말 그런 경우라면 그냥 두지 않겠다는 듯한 가벼운 위협처럼 들리고 있었다.
투란은 그런 마법사에게 입술을 내밀며 웃음을 보인 다음, 멜란드에게 손짓하며 말한다.
“우선 보여드릴 차례니까, 멜란드…… 문장을.”
“응? 아…… 가리지 않고 보여줘야 해?”
멜란드가 가슴 앞섶을 살짝 풀면서 묻고 있었다.
루케인은 몬스터 로드의 문장, 검은 얼룩 같은 매가 살짝 옷깃 사이로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몬스터 로드를 처음 보는 것이 아니라면, 매의 문장과 천칭의 문장은 나름대로 자주 볼 수밖에 없었다. 새삼 그걸 보여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의아해하는 마법사를 흘깃하며 멜란드는 목에 걸린 목걸이의 고리까지 손끝으로 당겼다. 가죽띠와 사슬의 매듭을 감추듯 하던 목걸이가 풀렸고, 그 순간 멜란드의 가슴에 검은 얼룩처럼 박혀 있던 매의 문장이 꿈틀거리며 흩어졌다.
새까만 얼룩이 안개처럼 흩어지며 허공에 색채를 뿌리는 광경은 루케인을 분명히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다음에 그 자리에 생겨난 황금색의 무늬…… 새로운 매의 형상은 루케인을 아예 미치게 한 모양이었다.
“할라트! 샤이닝 팔콘!”
외침과 함께 루케인의 몸에서 금빛 무늬가 번져 나오며 허공에서 춤을 추는 사슬의 형태를 그려냈다. 사슬은 길고 가늘게 이어지며 끈이 되었고, 곧바로 멜란드를 휘감으려는 듯이 맴돌았다.
“에? 뭐야, 이거!”
멜란드가 놀란 소리를 낼 때, 투란이 외친다.
“우리 모두 가졌거든, 그 문장!”
이는 루케인의 금색으로 물든 눈동자가 곧바로 데굴거리며 움직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