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374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370)
상아탑에서 헌터 길드로 파견 나온 마법사…… 스스로를 중급이 되지 못했다 하는 마도사 루케인이 해롱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시알라는 의아함을 느꼈다.
“무슨 말이에요? 등급을 올렸으면 어떻게 되는데, 못 올려서 안 된다니?”
“어? 그거야 당연히…… 아, 시알라에게는 헷갈리는 이야기겠군. 상아탑의 마법사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율이 있어. 자신의 등급에 따라 마력에 제약을 걸어두는 것도 그런 규율이지. 그러니까 더 큰 마력으로 더 많은 주문을 사용하고 싶다면…… 좀 더 대단한 마법사가 되고 싶다면 열심히 시험을 봐서 자기 등급을 올리기로 되어 있다고 하면, 알아듣겠어?”
머리를 긁적이는 듯한 모습으로 루케인은 설명을 하고 있었다.
가능한 한 쉽게 설명하려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시알라에게는 아리송하고 이상한 이야기였다.
“등급에 따라 자기 마력을 제한한다고 하는 거예요?”
“응. 하핫, 상아탑의 마법사는 로그 메이지가 아니라고. 자기 마력을 마구 뿜어내고 과시하면서 우월하다고 여기면, 바보 취급받을 뿐이지. 뭐, 상아탑의 마법에 대해 궁금하다면…… 나중에 제대로 방문해보면 알게 될 거야. 그보다…… 아무래도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려면 나보다 뛰어난 마도사가 있어야겠어. 라비엔에 있는 상아탑 마법사라면…… 없구나. 로열 클래스를 다룰 수 있는 마법사…… 마도사는 나뿐이네. 젠장…….”
대답을 하다가 혼잣말을 하고,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드는 루케인이었다.
시알라는 조금 곤혹스럽게 그 모습을 보며 뭔가 더 묻고 싶었다.
하지만, 투란이 가볍게 손가락을 흔들면서 하는 말이 시알라를 멈췄다.
“어쨌든, 지금 우리 일에 대해서는 일단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비밀의 영역에서 보호받게 된 거 맞죠?”
“응? 아…… 일단은 그래. 하지만 단지 이 라비엔을 중심으로 어느 선까지만이야. 상아탑의 마법에 제대로 연계할 수가 없어. 금이 너무 많기도 하고…… 황금의 매에 얽힌 부분은 반드시 보고를 해놔야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정보 은폐도 분명히 돼야 하고…… 으아! 안 되겠다, 알드바인으로 가야겠어! 거기 상아탑의 지부라면, 거기 계신 상급 마도사라면 일이 깔끔하게 정리될 거야! 아, 모두 함께 알드바인에 가는 것에 문제없겠지?”
대답을 하던 루케인이 다시 혼잣말을 하는 듯하다가 불쑥 묻고 있었다.
때문에 잠시 투란도, 네 남매도 멀뚱하니 루케인을 바라봤다.
하지만 조금 있다가 시알라가 퍼뜩 정신을 차린 듯이 중얼거린다.
“알드바인?”
페란드도 ‘어?’ 하다가 겨우 그 이름을 되새긴 듯이 말한다.
“자치도시잖아요? 거긴…….”
제란드가 겨우 기억났다는 듯이 보탠다.
“마법사가 지배하는…… 자유도시라고 하는 말도 있었잖아.”
여기에 더해, 멜란드가 갑자기 생각난 표정으로 외친다.
“거기, 헌터 길드의 대공방이 있다고 했어! 엄청 희한한 걸 많이 판다고! 헌터라면 한 번쯤 가봐야 한다는 곳이잖아! 마법 공방이 많은 도시, 알드바인! 투란, 들은 적 있어?”
갑자기 물어온 말에 투란은 쾌활하게 분위기에 동참하듯 답한다.
“없어! 거기가 어디야?”
잠깐 멜란드가 맹한 표정을 지었고, 시알라와 페란드, 제란드는 ‘윽.’ 하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루케인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투란에게 묻는다.
“알드바인을 몰라? 아니, 왜 몰라?”
“루케인, 투란은 라비엔이 기가둠 왕국 북부 어디일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어요.”
시알라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루케인의 눈이 껌벅거렸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한 그 표정을 향해,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멜란드가 중얼거린다.
“칠왕국 출신이 아니고, 육왕국 쪽에서 왔다니까…… 모를 수도 있잖겠어요?”
“에? 진짜야?”
루케인은 멜란드의 중얼거림을 놓치지 않았고, 놀란 소리를 냈다.
이번에는 투란이 한숨을 쉬었다.
“어쩌다 보니…… 아, 이것도 은폐시켜줄 거죠? 내 신분이란 거, 어디 출신이냐도 들어가는 얘기잖아요?”
“응? 그야 그렇지…… 아, 잠깐! 은폐되는 거는 은폐되는 거고! 여기는 로열 가든이라고! 정보를 은폐시켜야 하는 마도사가 모르면, 엉뚱하게 찍은 곳이 네 고향, 네가 온 곳일 수도 있다고! 대체 어디서 온 거야?”
루케인이 대답하다가 머리를 흔들면서 물었다.
투란도 ‘어?’ 하다가 ‘아!’ 하는 소리를 냈다.
가끔 눈 감고 던진 칼이 적중할 때도 있고, 아무렇게나 쏜 화살이 마수를 잡는다는 말도 있잖은가.
그래서 투란은 잠깐 궁리를 하다가 대답했다.
“굳이 어디냐고 한다면, 로그람? 기가둠 옆인데…….”
“가까운 곳 고를 생각이었다면, 틀렸어! 거기가 더 멀어! 기가둠은 남부 해변을 따라 돌고 돌다 보면 도착하지만, 로그람은 거기서 기가둠을 거쳐야 한다고! 나라 하나를 끼고 돌아가야 하는 곳이야, 로그람은! 아, 물론…… 춤추는 산맥을 관통해서 간다면야 기가둠이나 로그람이나 비슷한 거리겠군! 아하핫.”
루케인이 웃자고 맺은 말은 네 남매를 굳어지게 했다.
투란도 흠칫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네 남매는 매우 가는 눈길로 투란을 슬금슬금 쳐다봤고, 투란은 높이 올려다보면서 뭐라 얼버무리는 소리를 토해낸다.
“제가 지도를 잘 몰라요. 언젠가 세상을 돌다 보면, 지도를 잘 보는 날이 올 테고 그러면 뭐…… 잘 아는 날이 오겠죠!”
이 광경을 볼 수밖에 없던 루케인의 웃던 얼굴이 굳어졌고,
“시알라, 대체 어딜 다녀온 거야?”
이렇게 답답해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시알라는 쓴웃음과 함께 대답을 한다.
“꽤 멀리요.”
“끄응. 알았어, 대충 역병의 수해 너머라고 해두면 되려나? 아니, 거긴 진짜 다녀온 거지? 달루스 팀이 분명히 거기 도전했었으니까…… 음, 에잇, 모르겠다! 알드바인에 가서 채워 넣자고! 어차피 헌터 길드와 연계해서 그럴듯한 얘기로 꾸며야 하고, 제대로 로열 가든의 마법이 마무리 지어져 할 테니.”
루케인은 한숨을 쉬고 포기한 듯이 말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투란이 얼른 묻는다.
“그 알드바인에 도착하려면, 언제 떠나서 언제쯤 도착하는 거예요?”
“흠? 음…… 그것도 좀 문제겠군. 어쨌든…… 지금 처리해야 일들이 좀 쌓였으니까, 일단 사흘 뒤에 출발하기로 하지. 당장 가고 싶어도, 라비엔의 헌터 길드를 마법사 없이 냅다 버려둘 수는 없다고! 게다가…… 쳐들어올지 모르는 고블린 팩에 대해서도 대비시켜야 하고…… 에잇, 이런 얘기는 여기서 할 게 아니야!”
대답을 하다가 다시 웅얼거리면서 하나씩 따지는 꼴이 돼버린 루케인이 고개를 세차게 저으면서 생각을 털어냈다. 그리고 곧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들어 올리면서, 자기 자신을 향해 속삭이듯 소리 낸다.
“시크릿 키퍼, 왕의 정원을 수호하는 자여…… 그대의 가호를 내려주길…… 나, 여기서 청원합니다.”
시알라는 이 소리 속에 담긴 마법의 흐름을 느꼈고, 흘깃 제란드 쪽을 쳐다봤다. 제란드 역시 미묘한 뭔가를 느낀 듯이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곧 금색 바람결이 출렁였고…….
* * *
“손.”
루케인이 자기 손을 들어 올린 채로, 따라 하란 듯이 말했다.
어느 틈엔가 나무 벽에 둘러싸인 방, 퍼브 모습을 한 길드의 거처로 되돌아온 탓에 두리번거리던 투란과 네 남매가 갑작스러운 루케인의 말에 눈만 껌벅이면서 바라보니, 루케인은 다시 말한다.
“왼손을 들어보라고.”
굳이 왼손이라고 했기 때문에 투란부터 시킨 대로 손을 들었다. 그리고 바로 입을 열어야 했다.
“응? 반지네?”
왼손의 넷째 손가락에 금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마치 문신으로 새겨 넣은 듯한 실 가닥처럼 가는 금빛으로 보이는 반지였다. 광택조차도 은은해서 일부러 손을 들고 보려 하지 않으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모두 자기 반지를 확인해봐.”
루케인이 시알라 남매도 재촉했다.
시알라는 투란이 확인하는 순간에 바로 자기 왼손을 봤고, 똑같은 반지가 있는 것을 확인하며 세 형제를 둘러봤다. 세 형제도 신기해하면서 왼손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루케인은 자신의 오른손을 흔들면서 말을 잇는다.
“내 오른손의 반지, 그대들 왼손의 반지!”
이번에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닌 듯, 마력이 가볍게 요동쳤다.
곧 루케인의 오른손, 다섯 손가락에 다섯 개의 고리가 형성되었고, 반지가 되었다.
루케인은 그런 자신의 손을 보면서 중얼거린다.
“좋아, 이 마법은 당분간 유지될 거야. 알드바인에 도착해서 일을 마칠 때까지 말이야.”
투란이 여전히 신기한 듯이 자신의 왼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묻는다.
“이게…… 뭐예요?”
“어? 뭐긴, 링 메신저(Ring Messenger)야.”
“우린 하나씩인데……?”
“에? 왜 내 손에는 다섯 개냐고? 그야…… 이건 나와 모두 일대일로 이어진 거라고. 간단히 시범을 보이자면…….”
루케인이 입을 꼭 다물었다.
입술이 꽉 눌린 입 모양을 만드는 루케인을 향해 의아한 눈길이 몰리는데, 루케인의 오른손이 쥐었다 펴졌다 하면서 기묘한 소리가 투란과 네 남매에게 전해져 왔다.
“어? 어라?”
투란이 간지럽다는 듯이 목을 움츠렸고, 멜란드도 ‘으드듯!’ 하는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팔짝 뛰었다. 귀를 살살 스치는 듯한 소리는 시알라에게도, 페란드와 제란드에게도 확실히 들린 모양이었다.
“루케인?”
시알라가 부르니, 루케인은 여전히 입을 꼭 다문 채였다.
하지만 루케인의 대꾸는 모두에게 확실히 들리고 있었다.
“청각기관을 직접 자극해서 소리를 듣게 해주는 거야. 마음의 소리니 뭐니 하는 거 아니고, 그저 바람을 타고 전해져야 하는 소리를 마력을 통해 감각기관에 직접 전달하는 거지. 그러니까 이 반지를 통해 말을 할 때는 의식을 집중하고, 굳이 입을 열어서 말할 필요가 없어. 음, 그리고 이 반지를 통해서 당분간 내가 위치파악을 하게 될 거야. 상아탑을 방문해야 하는 귀한 손님들의 안전……이라기보다는 당분간 함께 움직여야 하니까. 아, 나와는 일대일로 연결되지만, 그쪽 반지끼리는 연결되지 않아. 뭐, 내가 중계를 할 수는 있지만……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일단 숙소를 정해서 기다려줘. 길드 일을 정리하는 대로 출발하자고. 빨리 처리하면, 사흘까지 걸리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우와, 전부 입 다물고 얘기하고 있다니!”
멜란드가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루케인은 지금 입술을 꽉 맞물린 채로, 오물거리는 미묘한 움직임만 보이면서 이 모든 이야기를 한 것이다!
하지만 시알라는 물끄러미 루케인을 보며 나지막하게 묻는다.
“루케인…… 이거 익숙하지 않죠?”
“응.”
빙긋 웃으면서 결국 숨을 토해내며 루케인이 대꾸했다.
투란이 풋하고 웃었고, 루케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내리면서 말한다.
“입을 움직이지 않고 말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뭐, 마법도 결국 도구이고 도구를 얼마나 잘 쓰는가는 숙련이 필요할 수밖에 없잖아? 자, 아무튼! 이제 가서 기다려줘. 루비의 여관으로 갈 거지?”
시알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켈슨을 보낸 곳이었다.
옛날에도 있었던 숙소였고, 지금도 있는 듯한…….
만약 루비의 여관도 길드처럼 거처를 옮기거나 했다면 켈슨이 가서 기다리라는 말에 뭐라 했겠지만, 켈슨은 얌전히 갔다.
오랜만에 돌아온 라비엔이었고, 큰일이 있었다고 하지만 추억의 장소 한두 곳은 무사한 셈이었다.
“아, 그 전에! 여기 남은 금전.”
루케인은 막 돌아서서 문을 찾는 일행을 향해 가방 하나를 던져줬다.
시알라가 그 가방을 받아 들었고, 안을 들여다보니 수십 닢의 금전이 찰랑거리는 것이 바로 보였다.
“달루스 팀의 보상금이야. 전부 다 쓴 건 아니었잖아?”
“그렇군요.”
시알라가 가방을 닫고 허리 뒤에 차며 후드에서 흘러내린 망토로 감췄다.
멜란드는 그 곁으로 슬슬 붙으면서 금전 냄새로 맡아보겠다는 시늉을 했고, 투란은 생각났다는 듯이 말한다.
“여기 맛있는 거! 사 먹을 수 있는 맛있는 거, 있겠지?”
제란드가 소리 없는 웃음과 함께 대답한다.
“루비의 여관 음식이 제일 괜찮았어. 가격도 적당했지.”
“가자!”
투란은 뭘 더 기다리냐는 듯이 말했고, 나무 벽을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왔다 갔다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투란의 눈길이 루케인을 향했다.
물끄러미 이런 광경을 보던 루케인이 피식 웃었다.
“주의사항 한 가지가 남았어. 다들…… 이전보다 강해졌겠지만…… 조심해. 너무 마음 놓지 말라고. 라비엔에서 제일 위험한 게 뭔지 알지?”
“인간.”
페란드가 짧고 굵게 답했다.
스르륵, 나무벽이 움직였고 바가 제자리를 찾으며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문이 열렸다.